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98)
남겨진 자가 해야 할 일
―103 경비단은 월남이 패망할 때까지 국민을 챙기세요. 우리라도 그들을 챙겨야 합니다.―
김인호 103 경비단 단장은 미래 그룹 이강철 부회장의 지시 사항을 떠올렸다. 그것은 부회장에게 직접 받은 지시 세 가지 중 하나였다.
월남이 패망한다는 말에 잠시 놀랐지만…… 군인은 명령으로 움직였다.
―알겠습니다. 명령을 수행하겠습니다.―
―이유를 묻지 않으시네요, 단장님은?―
―저는 명령으로 움직입니다.―
―이유를 알면 명령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요. 저는 싸우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을 원합니다. 사람은 정당한 명령에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회장의 말은 충격이었다. 군인은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다는 사상을 주입받았다. 그것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부회장님은 여느 재벌과 다르군.’
돈이라면 귀신도 부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직원을 머슴으로 생각했다.
―지금 이 상황에도 남는 한국인이 있습니다. 그들을 모른 척할 수는 없습니다.―
미래 그룹이 베트남에서 철수를 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마침 미국도 단계적 감축을 발표했다.
미래 그룹이 실제 철수를 시작하자 많은 한국인이 베트남에서 짐을 쌌다. 하지만…… 그것을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헐값에 싸게 나온 매물을 살 수 있는……. 미국이 감축을 철회하고 남베트남이 한국처럼 잘 버틴다면, 수배에서 수십 배의 수익을 올릴 기회라고 믿는 사람들이었다.
―지나치게 자신의 운을 믿는 사람이지요. 그들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생각합니다.―
도박꾼과 같은 사람들이었다. 일확천금을 노렸다. 정말 부회장의 말대로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안타깝지만…… 그런 사람들 덕분에 시장이 돌아가지요.―
미래 그룹과 눈치 빠른 사람이 던지는 매물을 받아 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미래 그룹은 싸게라도 매물을 처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베트남 현지인과 일본인, 일부 한국인이었다.
그 일에는 한국 정부가 이바지했다.
미국의 베트남 감축과 관련하여 한국 정부는 추가 파병을 이야기했다. 미군이 빠지는 만큼 한국군이 그 자리를 대체하겠다는 말이었다.
그것은 정부가 내세우고 있었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가 베트남 파병을 통한 전쟁 특수와 주한 미군을 한반도에 잡아 두었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일부 사람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었다. 임진왜란 때 한양을 버리지 않는다는 말과 한국 전쟁 때 서울을 사수하겠다는 말과 같았다. 지켜지지 않을 약속이었다.
다가올 3선 개헌과 선거를 위해서 거짓말을 하였다.
―그대들의 안전이 위협받지 않는 상항까지는 최선을 다해 주세요. 그래도 못 알아먹는 머저리들은 어쩔 수 없습니다.―
부회장은 103 경비대 철수에 폭넓은 기준을 주었다. 위험한 상황이 되기 전에 몸을 빼라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비상 탈출용 비행기도 주었다. 단원 2백 명과 교민 수백 명을 태울 수 있는 비행기들이었다. 직원과 남겨지는 국민 모두를 고려했다.
김인호 단장은 이강철 부회장에게 진심으로 감복했다. 그의 마음속에 충성심이 +10 되었다.
* * *
부회장이 103 경비단에 내린 두 번째 지시는 다소 의외의 내용이었다.
―경비단의 존재 이유는 미래 그룹을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미래 그룹이 위기 상황에 부닥칠 시 긴급히 지원을 와 주세요.―
이건 도저히 이유를 안 물어볼 수 없었다.
―미래 그룹의 위기 상황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그런 일이 발생할 수가 있습니까?―
김인호 단장은 도저히 그런 위기 상황이 올 거로 생각하지 못했다. 강력한 미래 그룹을 위협할 세력을 상상할 수 없었다.
―5·13을 기억하시면 됩니다.―
―설마 그런 일이 또 발생하겠습니까?―
군대가 현 대통령에 반기를 든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 정도로 대통령의 권력이 막강해 보였다.
―칼로 일어난 자, 칼로 망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당장 고려 시대 무신의 난을 생각해 보세요.―
―아! 무신의 난 말씀입니까.―
무신의 난은 누구나 힘만 있으면 정권을 탈취할 수 있다는 욕망을 가지게 했다.
심지어 노비인 만덕까지 왕을 꿈꿀 정도로……. 명분이 없는 권력은 힘 있는 자에게 언제든지 노려질 수 있었다. 그래서 권력이 명분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성계는 그것 때문에 신진 사대부를 끌어들이고 명분을 가졌다.
그 명분에 반대되는 고려 왕족과 그들을 따르는 다른 사대부는 철저히 죽였다.
―국민에 선택받지 않은 정당하지 않은 권력이 들어선다면 지원을 오세요.―
―아! 이곳에 있는 무기들이 그런 목적입니까?―
베트남에 지나치게 많은 무기가 남겨져 있었다. 2천 명 이상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었다.
―결정은 단장에게 맡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음의 부담을 덜었다.
‘돈을 받는 만큼 미래 그룹을 위해서 일해야지. 하지만…… 국민에게 칼을 겨눌 수는 없어. 배려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그는 합법적인 정규군과 싸울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불법적인 쿠데타 상황에 미래 그룹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싸울 이유는 충분했다.
‘그 망할 놈들 때문에 진급도 못 하고 고생만 지지리 했었지.’
결과적으로 잘되었지만…… 그동안 군대에서 진급을 못 하고 고생한 것만 생각하면 열받았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자신의 손으로 막고 싶었다.
―그런데 군부와 미국이 허락하겠습니까?―
―허락하지 않으면 어쩔 수가 없지요.―
그 말은 그런 상황이 오면 군부와 미국의 허락을 받을 수 있다는 말로 들었다. 그러면 꺼릴 것이 없었다. 그리고 이곳에 많은 무기가 있는 이유를 알았다.
한국에서 무기를 소지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했다. 그런 허가를 쉽게 내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 중인 베트남이라면 가능했다.
―가능하면 미래 그룹은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을 생각입니다. 이 일은 만일을 대비한 것입니다. 아마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거예요. 너무 부담을 갖지 마세요.―
제일 좋은 일은, 부회장의 말처럼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말 비상사태가 생긴다면 미래 그룹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나설 생각이었다. 그는 진짜 군인이었다. 지금 군인의 신분이 아니지만…….
―대한민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가 단장님께 바라는 것은 오직 그거 하나입니다. 아주 좋아요.―
‘이런 신뢰를 받기는 참 오랜만이군……. 본국 상황을 예의주시해야겠어.’
* * *
부회장의 세 번째 지시도 역시 의외였다.
―한국인이 남기고 간 아이들과 여인들을 챙기세요.―
미군과 한국인들이 철수하면서 그들의 자녀와 현지처가 일부 버려졌다. 미군 쪽은 2~3만 명, 한국은 5천 명에서 그보다 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 중 대부분은 베트남에 사업이나 일하러 온 사람이 만든 아이들이었다.
베트남 특수를 노리고 많은 사람이 왔다. 이번에 그 숫자가 많은 만큼 그 아이들도 많았다.
―알겠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찾아서 미국으로 보내 주세요. 미래 그룹이 미국에 그들을 위한 시설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아이를 원하지 않는 부모에게 보내어 봐야, 서로가 고통이었다. 그런 아이들은 차라리 미국으로 보내는 것이 나았다.
―알겠습니다. 그 일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03 경비단은 한국으로 철수할 때까지 해야 할 일이 많았다. 버려진 수많은 한국―베트남 혼혈 태생의 아이들을 찾아서 미국으로 보내려면…….
‘이강철 부회장님은 한국의 거짓된 위정자와 다르구나. 그는 진정한 애국자야.’
* * *
“부회장님, 미국에 그들을 수용하고 교육할 시설을 마련했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학수는 미국 지사에 연락해서 베트남에 남은 한국인 아이들을 수용할 시설을 준비했다. 그것은 여인들에게는 일자리를, 아이들에게는 교육을 해 주는 시설이었다. 그것과 관련해서 미국의 허가도 받았다. 그 일에는 이 시기에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미국의 이민 정책이 도움이 되었다.
“부회장님, 한 말씀을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그럼, 말해 봐.”
“굳이 저희가 남의 잘못에 대한 책임까지 질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학수의 말은 타당했다. 그들은 한국인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다른 사람이 버리고 간 자식들이었다. 같은 한국인이라고 챙겨 줄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주고 간 선물이야.”
사람이 물건처럼 선물이 될 수는 없지만, 그런 표현은 자주 쓴다. 정말 그들은 미래 그룹에 있어서 선물이었다.
“저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럴 거야. 학수는 한국인을 정하는 기준이 뭐라고 생각하나?”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까?”
“물론 학수의 말이 정답이야. 다만 한국인의 범위를 좀 넓게 보자고. 재외 교포까지 말이야.”
한국인의 범위를 너무 좁히면 재외 교포는 제외되어 버린다.
“그들의 일부를 한국인으로 포함하지 않으면 아까운 일이야. 그들 중 일부를 한민족이나 한국인으로 포함한다면 어떤 사람으로 정해야 할까?”
“혈통으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혈통이라는 기준이 대한민국에 도움이 될까? 예를 든다면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을 일본인이나 미국인으로 생각한다면 말이야.”
생각 외로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 대한민국에서 미국의 국기나 욱일기를 흔든다던가, 친일파는 대한민국에 전혀 도움이 안 되었다. 국적보다 그들의 생각과 행동이 중요했다.
“음……. 그렇게 말씀하시면 애매하긴 합니다.”
한민족이라도, 자신을 한국인이라 생각하지 않고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면 중국인이었다. 그것은 재일 교포와 재미 교포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사람들은 혈통과 관계없이 외국인이었다. 반면에……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아도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생각과 정체성을 가지면 한국인이었다.
‘사실 피는 어느 정도 섞여 있지. 모든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출발해서 내려왔는데…….’
DNA의 조사 결과 인류의 조상은 한 명의 여인이나 부족이라는 학설도 있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부산 가덕도에서 독일에 살던 유럽인과 유사한 백인계 유전자가 나왔다. 한국인의 유전적인 특징은 생각보다 다양했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대한민국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 한국인인 게 아닐까?”
“부회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하지만…… 한국인이라고 미래 그룹이 다 챙겨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 부분도 맞는 말이야. 다만, 그들이 미래 그룹을 대변하고 일한다면 챙길 가치가 없을까?”
“아! 부회장님의 의도를 알겠습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 아이들은 버려졌다. 의지할 곳이 없었다. 그들을 미래 그룹이 챙긴다면…… 한국인으로서, 미래 그룹을 위한 사람으로 자라난다. 다만, 현재는 한국에도 많은 고아가 있었다.
“그렇다면 부회장님, 한국의 고아도 그렇게 키우면 좋지 않겠습니까?”
“물론 그렇게 할 거야. 고아들을 위한 시설도 함께 준비해 줘.”
한국은 고아 수출국이기도 했다. 버려지는 아이들이 너무 많았다. 그들이 한국인으로 자라나 대한민국에 이바지하는 것이 나았다.
“알겠습니다. 부회장님. 그들도 함께 챙기겠습니다.”
‘학수에게는 이야기를 안 했지만…….’
한국―베트남 아이를 지원하는 것은 다른 의미도 있었다.
언젠가 베트남은 한국과 국교를 다시 맺는다. 베트남이 개혁 개방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때 미국에서 교육받은 일부 베트남인이 그곳으로 돌아간다.
‘그들이 대거 베트남에 돌아가면…… 그곳에도 미래 그룹이 영향력을 미치게 되는 발판이 되어 줄 거야. 미국에 남아도 손해 볼 것이 없지.’
그러면 미국인으로 미래 그룹을 지지할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이 아무 이유 없이 돈을 주고 교육하는 것이 아니었다. 도움될 사람을 타국에 넣어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베트남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베트남은 중국에 관해서는 한국과 포지션이 같았다. 이번 기회에 베트남에 심을 사람을 만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