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30)
사옥을 짓다
미래 그룹의 거점을 서울로 옮겨오면서 할 일이 생겼다. 이곳에 살 집을 짓는 일이었다. 미국 설계 회사에 의뢰를 맡겼다.
‘재벌에 어울리는 집을 마련해야지.’
저택의 설계도와 디자인이 나오자마자 부모님께 보여 드렸다.
“아버지, 집이 마음에 드시죠?”
“무슨 집이 대지가 천 평에 건평이 400평이야. 너무 큰 게 아니냐?”
집이 저택이라 부를 만했다.
“미국의 부호들은 다들 이 정도 집에 삽니다.”
“한국에서 너무 과한 게 아니냐.”
“재벌 회장들은 다들 이렇게 살아요.”
“그런가?”
아버지가 솔깃하셨다.
“아버지, 지금이 아니면 이런 집을 못 지어요.”
지금이 한남동에 저택을 짓기 최적기였다.
‘어차피 인플레로 돈이 똥값이 되는데, 이런 데 써야지.’
1950년부터 1956년까지 전쟁과 그 수습으로 1년에 물가 상승률이 100%가 넘는 초인플레이션 시대였다.
미래 그룹은 한화에 여유가 있었다. 한화를 오래 들고 있으면 손해였다. 부동산이나 물건으로 바꾸어야 했다. 인플레이션이 심한 시기의 자산 관리법이었다.
지금 저택을 크게 짓는 것이 제일 돈이 적게 드는 것이다. 미래에 이 정도 규모의 집을 지으려면 많은 돈이 들었다.
“그래도 너무 크게 짓는 것 같구나. 사람들에게 말이 나올 게야.”
지나치게 화려하게 살면 주위에서 말이 나온다. 정부와의 유착을 통한 부정 축재로 재벌이 된 경우가 많아서 더욱 그랬다.
‘이제 그런 생각은 버려야지. 최고에 어울리는 당당한 재벌이 될 거야.’
미래에는 화려한 삶이 더욱 주목받는다. 재벌이라고 부를 감출 필요가 없어졌다. 무엇보다 미래 그룹은 정부와의 유착으로 부정부패로 성장하는 기업이 아니었다.
‘털면 먼지가 안 나올 사람은 없지만…… 털 거리를 안 주면 되지.’
정권과는 적당한 거리를 둘 것이었다. 적도 아군도 안될 생각이었다. 그것을 위해 쉽게 정권에서 건드릴 수 없는 재벌로 성장할 생각이었다.
‘바짝 엎드리든, 협력하든 최고의 재벌로서 어울리지 않아. 제3의 길로 가 주겠어.’
권력에 모든 재산을 빼앗기는 시대에 최고의 재벌로 남을 것이다. 그것이 다가올 군사 정권에 대비하는 방법이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워낙 험난한 시대이니, 다른 대비도 해야 해.’
해외의 비중을 늘릴 것이다. 해외 비중, 특히 미국에서 하는 사업이 많으면, 아무리 군사 정권이라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군사 정권은 국민의 지지가 약하기에 미국의 눈치를 많이 본다. 미래 그룹이 미국에 강한 영향력을 가지면 함부로 못 건드릴 것이다.
* * *
주변의 시선을 걱정하는 아버지에게 포부를 당당하게 밝혔다.
“주위에서 말이 나오더라도 좋은 의미로 나오면 됩니다. 오히려 그런 말이 나오면 더욱 좋지요.”
“그게 무슨 말이냐?”
“미래 그룹이 열심히 외화를 벌어서 부자가 되었다고 소문나면 나쁜 것은 없습니다.”
“그래도 어디에든 시기와 질투를 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저희가 그런 시기와 질투마저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되지 않겠습니까?”
최고의 재벌이 되기 위해서는 그런 시기와 질투 같은 부러움도 이용할 수 있어야 했다.
“뜻은 좋지만……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믿어 보십시오. 제가 그것을 해내겠습니다.”
이런 당당함이 최고의 재벌로 가는 길이었다.
“무엇보다 누나의 약혼식과 결혼식을 할 장소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이게 네 누나의 약혼식과 결혼식을 위해서란 말이냐.”
이 시기에는 재벌가의 약혼식과 결혼식을 치를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예식장은 당연히 없었고 호텔도 변변찮은 곳이 없었다.
“네. 누나와 저희 집안이 얕보이면 안 되지요.”
“누나를 위해서라…….”
누나가 약혼하는 집안은 재벌가 중 하나였다. 그들에게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안 그래도 누나가 재혼이라고 마땅해하지 않습니다. 결혼해서 시댁에서 구박을 맞으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이 시대의 딸 가진 부모의 마음이었다. 그래서 무리하게 혼수를 장만하기도 했다.
“이번 누나의 약혼식을 새로운 집에서 화려하게 하시지요. 그럼, 그런 마음이 싹 사라질 것입니다.”
누나의 재혼과 관련해서 그 집안과 혼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제일 그룹은 미래 그룹과 협력하기를 원했다.
미래 그룹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수출 주도의 사업 구조도 그들이 원하는 형태였다.
이번에 주택 사업과 운수업을 하면서 더 탐을 내었다. 모두 그들이 없는 것이었다.
미래 그룹은 그들과 정반대로 가고 있었다. 서로 협력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
제일 그룹의 회장에게 이야기한 대로 그 집 셋째하고 혼사가 오고 갔다. 다만 아직 셋째가 나이가 어려서 정식 결혼은 불가능했다. 두 집안이 약혼만 먼저 하기로 했다.
‘뭐, 약혼만 하고 같이 살아도 되지.’
우선 그 집안을 미래 그룹과 가까이 묶기로 했다.
‘옛말에 적은 눈에 보이는 가까운 데 두라고 했어.’
미래에 큰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상대를 가까이에 두고 혈연으로 묶기로 했다.
“그래, 강철이 네 말이 맞아. 네 누나가 어디에 가서 꿀리면 안 되지. 네가 누나를 매우 챙기는구나. 남매 사이에 우애가 좋아서 이 아비는 보기가 좋다.”
남매간의 우애가 깊은 것으로 착각했다. 엄한 아버지의 눈에서 눈물이 비치었다.
‘누나를 정략결혼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지만…… 부모님과 누나가 좋아하면 되지.’
부모님과 누나의 처지에서는 이 결혼은 마음에 들었다. 상대방은 이미 한국 최고의 재벌 집안이었다. 누나의 재혼 상대로 만족스러웠다.
“이번 약혼식과 결혼식에는 정·재계의 많은 인사가 올 것입니다. 새로 지은 집을 보면 미래주택에 자신 집의 건설을 맡기고 싶어 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그 집이 본보기 주택이 되는 것입니다.”
“음…… 그럴 수도 있겠구나.”
“미래 주택이 대한민국의 주택 문화를 선도하는 것입니다.”
아파트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주택 시장을 미래 주택이 장악할 생각이었다. 대한민국의 인구가 늘고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 주택 건설 시장이 만만치 않은 규모로 커진다.
댐과 고속도로 등의 기간 시설 건설과 해외 건설 사업만이 큰 건설 시장은 아니었다. 주택과 아파트와 같은 민간 건설 분야도 엄청난 규모였다.
주택 할부 금융과 이러한 시도는 민간 주택 시장을 더욱 빠르게 성장시킬 것이다. 최고로 가는 길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정해진 길을 따라가서는 내 생애에 세계 최고 재벌이 될 수 없어.’
미래 그룹이 커질수록 정치계는 몰라도 경제계는 다르게 움직일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주식과 선물과 같이 변동성이 큰 것으로 돈을 벌기 어려워졌다.
그쪽은 배팅이 계획대로 안 되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었다. 반면에 부동산은 변동성이 적었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빠르게 손을 털 기회를 준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세계 경제의 큰 흐름을 아는 나로서는 돈이 물릴 가능성이 작았다.
‘소득 수준과 인구 변화, 시중 자금의 유동성을 보면 대충 부동산은 흐름을 짐작할 수 있지.’
한남동의 저택 부지로 건설 기계와 시멘트가 운송됐다. 최고의 재벌에 어울리는 저택을 지을 준비가 되었다.
‘먼저 한국 최고의 재벌이 되어야지.’
* * *
집과 함께 그룹의 본사 건물의 설계도가 나왔다. 아버지가 설계도와 디자인을 보고 갸우뚱했다. 빌딩의 모습이 아버지가 예상한 건물과 상당히 달랐다.
건물의 외관은 전부 유리로 되어 있었다. 내부에는 H빔과 콘크리트 구조로 되어 있었다. 철골을 외벽으로 드러내고 철골 사이를 유리로 채우는 방식이었다.
커튼 월(Curtain Wall)이라는 미국의 최신 건축 스타일이었다. 기존 건물에 익숙한 아버지로서는 이상하게 보였다.
“건물의 외관이 너무 눈에 튀는 것이 아니냐.”
“서울역을 이용하는 모든 이들이 이 건물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들의 머리에 미래 그룹은 최신식, 미래를 상징하는 의미로 남게 될 것입니다.”
1970년에 완공된 3·1빌딩이 그랬다. 당시 철과 특수강을 생산하면서 급성장했던 삼미 그룹이 지은 건물이었다.
63빌딩이 생기기 전까지 한국의 랜드마크 건물이었다.
‘제대로 삼미 그룹이 홍보되었지. 이 시기부터 유리와 H빔이 건축에 널리 쓰였어.’
시멘트와 함께 그 사업으로 진출하려는 미래 그룹에 괜찮은 선택이었다.
“미래 그룹의 이미지를 홍보하자는 말이냐?”
“네, 앞으로는 제품의 품질뿐만 아니라 회사의 이미지도 상품의 구매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소비자가 회사의 브랜드만 믿고 제품을 구매한다. 그런 기업들이 많이 생겨났다.
‘애플이라는 이름만 믿고 제품을 사는 사람도 많았어.’
미래에는 가격과 품질 경쟁이 아닌 브랜드 경쟁으로 바뀌는 것이다.
‘서울역이라는 좋은 광고판을 이용하지 않으면 아쉽지.’
서울역은 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도 이용하는 시설이었다. 광고 효과가 컸다.
“그런데 이렇게 지으면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느냐?”
“유리로 하면 외관이 수려할 뿐 아니라 공사 기간을 줄이고 무엇보다 건축비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H빔과 콘크리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냐?”
아버지는 반신반의했지만 일단 믿었다. 내 말에 신뢰도가 높았다.
실제로 유리와 H빔, 콘크리트를 사용하면 보기도 좋고 공사 기간이 단축된다. 건축비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다만 건축비의 경우는 미래의 이야기였다. 그건 인건비가 비쌀 경우 해당되었다. 지금처럼 인건비가 매우 저렴한 시대에는 공사 기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사람을 많이 쓰는 게 싸게 먹혔다.
지금은 인건비보다 재료비가 훨씬 비싼 시기였다. 콘크리트는 몰라도 유리나 H빔은 다 수입해 와야 했다. 지금 이렇게 건물을 지으면 많은 돈이 들었다.
‘일본에 고철을 팔아서 H빔을 사 오다니. 이건 수지가 맞지 않아. 빨리 철강과 유리도 생산해야겠어.’
철강과 유리 비용이 아깝지만, 홍보 효과를 생각하면 비싼 가격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건물은 기본적이고 흔한 건물이 되지만, 지금 한국에서 최신식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이었다.
미래 그룹 하면 한국을 선도하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남게 된다. 외국에서 오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의 가치를 헤아릴 수가 없었다.
* * *
아버지가 빌딩의 설계도와 조감도를 보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여기 이 엘리베이터 한 대는 왜 따로 설치되어있느냐?”
“이것은 아버지와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입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느냐. 직원들과 같이 타고 다녀야지.”
“아버지는 괜찮으시겠지만, 직원들이 불편합니다.”
“그럴 리가 있느냐? 내가 직원들에게 얼마나 편하게 대하는데…….”
‘그건 아버지의 생각이시고요. 직원들의 생각은 달라요.’
사람은 언제나 현재와 자신 위주로 생각한다. 아버지는 아무렇지 않을지 몰라도 직원들은 달랐다.
그룹이 성장하고 직원들이 많아지면 애매한 상황에 부닥친다.
‘회장님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사람이 가득 타고 있고…… 층마다 엘리베이터가 선다고 생각해 봐.’
저번 회차에 이미 재벌이 된 경험이 있었다.
‘아버지는 짜증이 나고, 같이 탄 직원들은 땀이 삐질삐질 나고. 서로 곤란해지지.’
처음에 사옥을 지을 때 멋모르고 직원들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게 빌딩을 만들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서로 민망한 상황이 많이 발생했다.
이런 건 사원을 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피곤하게 만드는 행동이었다.
‘가족 같은 회사는 X같은 회사야. 서로의 프라이버시는 존중해 줘야지.’
알고 있는데 같은 실수를 반복할 필요가 없었다. 저번 회차에도 두 번째 사옥은 엘리베이터를 분리했었다.
‘굳이 사옥이 아니더라도 미래에는 건물마다 별도로 엘리베이터를 따로 둬.’
미래에는 아파트나 빌딩마다 별도의 엘리베이터를 따로 둔다. 이사라든지 짐의 운반 목적이라든지 여러 가지 이유로 그렇게 했고, 그것이 일반화되었다.
지금 아버지가 보기에 어색한 것이지. 이것이 더 편리하고 이점이 많았다.
사소한 것이라도 미래에 알고 있는 이점과 지식을 이용 안 할 이유가 없었다.
‘큰 사건들만 미래의 지식이 아니잖아. 이런 것도 이용해 줘야지.’
이번에는 첫 사옥부터 제대로 짓기로 했다.
‘전기가 문제이긴 한데…… 해결 방안이 있지.’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미래 그룹의 성장을 위해서 전기는 선결 과제였다.
그에 대한 복안도 세워 놓았다. 적당한 때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