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ditional Healer became a surgeon RAW novel - Chapter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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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100퍼센트 장담을 하기에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해낼 줄은 몰랐군! 대단해, 이민호 선생.”
“저도 장담은 했지만 그래도 놓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단 생각을 했는데, 검사 기록지를 보니 비로소 안심이 됩니다.”
“그럼 이제 성형해 놓은 대용 식도를 경부 식도와 연결하기만 하면 되겠군.”
“네.”
병리실에서 검사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위장을 성형해 대용 식도를 만들어 놨기에 경부 식도까지 올려 문합해 주면 된다.
이민호가 경부 절개창을 통해 실을 잡아당기자 장태주 교수가 식도열공을 통해 대용 식도를 밀어 넣었다.
“강 선생님, 니들홀더에 실크 4번 끼워 주세요.”
“네? 자동문합기가 있는데 직접 문합하시게요?”
“네. 외부병원에서 식도암 수술을 할 때도 직접 문합을 했는데 자동문합기로 한 것보다 예후가 훨씬 좋아서요.”
“아! 알겠습니다.”
이민호가 경부 식도의 절단면과 대용 식도의 절단면을 맞춰 문합을 시작하자 장태주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외부병원에서 식도암 환자 수술을 한 번밖에 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오늘 하는 걸 보니 수백 번은 해 본 사람 같군.”
장태주 교수의 말을 들은 이민호는 속으로 빙긋 웃었다.
식도암 수술은 이 세계에서 처음 시작했지만, 환자의 배 속은 이 병원에 있는 어떤 의사보다 많이 들여다보았다고 장담할 수 있었다.
경험이 압도적으로 많고 최근엔 임파선(림프선)과 림프절을 별도로 연구하고 있기에 교수들마저 불가능하다고 했던 수술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 * *
공차일 과장은 회진을 끝내자 가장 먼저 이민호가 수술한 환자의 조직검사 결과부터 확인했다.
“이,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런 시야에서 정확하게 전이된 림프절만 골라 박리할 수가 있어!”
가슴을 열고 수술해야 할 환자를 가슴을 열지 않고 수술해서 가슴을 연 것과 같은 결과를 냈다.
어떻게 이런 수술을 할 수 있을까? 판타지 주인공처럼 눈에 특수한 능력이라도 있는 건가? 터무니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애써 부정하고 있지만, 자신의 부정을 검사 결과지가 비웃고 있는 듯했다.
털썩.
공차일 과장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소파에 주저앉아 검사 결과지를 한동안 멍한 눈으로 바라봤다.
“과장님, 괜찮으십니까?”
병리실에 가서 검사 결과지를 복사해 온 민형기 펠로우가 조심스럽게 묻자 공차일 과장은 힘없이 대답했다.
“레지던트치고 수술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가 아니었어. 정말 나보다 잘하는 괴물이었어.”
“과장님, 이민호 선생은 고작 식도암 수술 하나를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과장님보다 수술을 잘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민형기 펠로우가 나름 위로의 말을 했지만, 공차일 과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법이야. 이 결과지를 보면 나뿐만 아니라 소용철 교수도 부정하지 못할걸. 허허…… 이제 병원에 소문이 다 날 텐데, 쪽팔려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까?”
“이민호 선생이 수술을 잘한 것이 과장님이 쪽팔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나 자신이 쪽팔려 죽겠는데, 쪽팔릴 일이 아니라니! 나보고 스스로 위안을 삼아 정신승리라도 하라는 거야?”
“네? 아, 아니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고…….”
“됐으니까 그만 나가 봐.”
“과장님, 점심시간인데 식사는…….”
“지금 내가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가게 생겼어?”
“아, 아닙니다.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민형기 펠로우는 공차일 과장의 짜증 불꽃이 자칫 자신에게 튀려고 하자 서둘러 교수실을 나갔다.
* * *
이일환 과장이 깨어나 정신을 차린 지 하루가 지나자 이민호는 조직검사 결과지를 그에게 보여 줬다.
식도암 수술을 했기에 당장은 말을 하지 못하는 그의 옆에는 화이트 보드판과 매직이 있었다.
이일환 과장은 한참 동안 검사 결과지를 보더니 믿기지 않는 눈으로 보드판에 힘겹게 글자를 썼다.
―이 선생이 100퍼센트를 장담했어도 사실 믿기지 않아 수술 중간에 내 가슴을 열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가슴을 열지 않고 정말 100퍼센트라니! 혹시 이 검사지 가짜는 아니지?
몇 줄 안 되는 글자인데도 쓰는 데만 3분 정도가 걸렸다.
“가짜일 리가 있습니까? 수술도 잘 됐고 과장님의 컨디션도 나쁘지 않으니 이틀 정도 경과를 지켜본 후 일반실로 옮겨드리겠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한 선택 중 가장 잘한 선택이 이민호 선생에게 내 몸을 맡긴 거야.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지만, 과장님께서 저를 믿어 주셨기에 수술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내 상태가 호전돼도 당분간은 1인실에서 있고 싶으니, 일반실로 옮기지 말아 주게.
“저희 과가 수술 환자가 많아 과장님을 계속 1인실에 계시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특실로 옮겨 줘.
“네, 특실이요? 과장님도 아시다시피 특실은 너무 비쌉니다. 아마 과장님의 병원 특실보다 배는 비쌀 겁니다.”
이민호가 손사래를 치자 이일환 과장은 옆에 있는 부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부인이 허락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이일환 과장이 다시 보드판에 글을 적었다.
―돈 따위는 걱정 말고 옮겨 줘.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평생 환자 치료한다고 제대로 쉬어 보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큰 수술을 받고 나서도 호사를 누려 보지 못한다면 너무 억울하잖아. 그러니 이틀 후에 특실로 옮겨 줘.
“알겠습니다. 그럼 특실로 옮겨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혹시 나중에 이 병원에서 근무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면 강릉병원으로 이직도 생각해 봐. 월급은 교수급으로 맞춰 줄 테니까.
이민호는 보드판에 써진 글을 보며 잠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걸까?
소용철 교수와 공차일 과장이 자신에게 옹졸하게 군것을 알아차린 건가?
어쩌면 종합병원 외과 과장이니 알아차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이리라.
“네? 하하, 과장님도 참. 저 아직 이 병원에서 배울 거 많습니다.”
―배우긴 뭘 배워? 이미 교수보다 수술을 잘하는데. 교수나 과장 틈바구니에 끼어 버둥거리지 말고 언제든 강릉병원으로 와.
“혹시 나중에 마음이 생기면 그리하겠습니다. 그럼 쉬십시오.”
―그래. 약 때문인지 계속 잠이 오는군.
이일환 과장이 보드판에서 손을 뗀 후 눈을 감자 이민호는 피식 웃으며 병실을 나갔다.
덥석.
병실 문을 닫으려는데 이일환 과장의 부인이 문을 닫히지 않게 잡더니 조용히 따라 나왔다.
이민호는 그녀도 볼일이 있어 나오는 줄 알고 옆으로 비켜 줬는데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꾸뻑 숙이더니 입을 열었다.
“이민호 선생님, 남편을 수술해 줘서 너무 고마워요.”
“아, 네. 감사의 인사가 고맙긴 한데, 이렇게 매번 볼 때마다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실 이전에 하던 감사의 인사는 마음이 담기지 않은 거였고 지금 하는 것은 정말 고마워서 하는 거니 그 의미가 다릅니다.”
“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저도 의사인지라 남편이 경열공 식도 절제 수술에 동의한 것을 알고 속이 많이 상했었거든요. 선생님께서 수술이 잘 됐다고 했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이 수술 끝나고 그런 소릴 하기에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오늘 조직검사 결과지를 보니 남편이 정말 대단한 의사에게 수술받았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다시 인사를 드리는 겁니다.”
“아! 저야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외상외과 의사가 식도암 수술하는 게 당연히 해야 할 일은 아니죠. 남편이 억지를 쓰지 않았다면 하지 않았을 수술이잖아요?”
이일환 환자의 부인이 정곡을 찌르자 이민호는 머쓱하게 웃었다.
“아, 네. 그런 면이 조금은 있죠.”
“남편이 아까 강릉병원으로 오면 교수 월급을 맞춰 준다고 한 말, 농담이 아니니 마음이 생기면 언제든지 오세요.”
“네? 농담이 아니라고요? 외과 과장님의 파워가 직원 월급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을 정도입니까?”
“과장님의 파워가 아니라 제 파워예요.”
“네?”
“제가 부모를 잘 만난 덕에 병원 지분을 좀 많이 가지고 있거든요.”
“아!”
병원계의 로열패밀리셨구나.
이민호가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자 사모가 멋쩍게 웃었다.
“이건 제 명함이니 마음 생기면 연락 줘요.”
명함을 보니 강릉 종합병원의 부원장님이시다.
“네.”
이민호는 강릉병원으로 이직할 생각이 없지만 그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명함을 받아 챙겼다.
* * *
노트북 화면에 이민호가 식도암 환자를 수술한 동영상이 재생되고 있었고, 박 회장은 노 박사의 설명을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종양의 크기가 5cm가 조금 안 되지만 m3 암에서 sm 암 사이 정도 되기에 무조건 가슴을 열고 식도 림프절 곽청을 고려한 근치술을 해야 하는 수술인데, 그걸 지금 저렇게 내시경 카메라를 집어넣고 복강경 수술하듯이 해 버린 겁니다.”
“정말 저런 수술이 이 병원 흉부외과 과장도 못 하는 고난이도 수술이야?”
“회장님이 보기에 뭐가 림프절이고 뭐가 혈관인지 구분할 수 있겠습니까?”
“노란 기름에 피딱지가 엉켜 있고 시야도 콧구멍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답답하고…… 나는 도저히 구분 못 하겠는데?”
“회장님이나 의사나 같은 화면을 보는 거니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의사는 머릿속으로 위치를 그리고 있기에 저게 림프절일 거고 이건 혈관이겠구나, 이런 식으로 짐작하는 거죠.”
“짐작하고 하는 거면 제대로 된 수술을 할 수가 없잖아?”
“그러니까요. 보통은 그런데 이민호 선생이 제대로 해 버려서 대단한 겁니다.”
“허, 참. 실력이 좋다는 것은 알았지만 흉부외과 교수도 못 하는 수술을 해 버리는 실력자라니! 저런 걸 보면 이민호 선생이 내 심장이 멈췄을 때 마사지를 해서 살려 낸 것도 실력이 남달랐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네? 그건 우연이 아닐까요?”
“아니야. 하다못해 라면을 끓여도 누가 끓이느냐에 따라 맛이 다른데, 심장 마사지도 그렇지 않겠어?”
“회장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이민호 선생의 실력이 정말 여러 면에서 남다르긴 하네요.”
“만약 그때 이민호 선생이 아닌 다른 사람이 심장 마사지를 했다면 내가 살아났을까?”
“어쩌면 살아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니라 백 프로 내 심장은 멈췄을 거고 지금쯤 그 역할을 기계가 대신하고 있었을 거야.”
“그랬을 수도 있겠습니다.”
“내가 지금껏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어. 이 비서.”
“네, 회장님.”
“현신이에게 전화해서 나 바꿔 줘.”
박현신은 박만덕 회장의 큰아들로 현 HS그룹 회장이었다.
“네.”
이 비서가 아들 회장에게 전화를 걸자 노 박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현신 회장님은 왜 찾으시는 겁니까?”
“이민호 선생을 어떻게든 우리 집안 사람으로 만들어야겠어.”
“네? 저번에 수아 아가씨의 일로 손녀사위 삼는 것은 포기하지 않았습니까?”
“포기했다고는 하지 않았어, 어느 손녀든 이민호 선생과 인연이 있는 손녀가 있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조금 전에 내가 우리 집안 사람으로 만들겠다고 한 것은 노 박사와 나의 관계처럼 현신이와 이 선생이 비슷한 관계가 되도록 다리를 놔 주겠다는 소리야.”
“아! 그런 뜻이었습니까?”
그때 이 비서가 핸드폰을 박 회장에게 건넸다.
“회장님, 현신 회장님께서 전화 받으셨습니다.”
“아, 그래. 여보세요. 애비다.”
―네, 아버지.
“요즘 바쁘냐?”
―아! 죄송합니다. 자주 찾아뵈야 하는데…….
“큰 사업을 하면 바쁜 게 정상이지. 네게 소개해 줄 사람이 있으니 조만간 시간 내서 병원으로 오거라.”
―아버지가 제게 소개해 줄 사람이 있다고요? 누구신데요?
“와서 보면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