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298
15화 – 삭제된 인과(2)
“지, 진정하십시오 폐하! 아니, 제발 진정하셔야합니다!!”
“뭐, 뭐냐?”
갑자기 달려드는 칼스의 모습에 황제는 살짝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고보니 황제 이름이 뭐였더라?
저번에 아렌이 지나가듯 말했었던 것 같긴 한데···.
아, 엘리안이라고 했었던 것 같았다.
“이거 놔라! 지금 저 자가 태사께 무례를 저지르고 있지 않느냐! 제자된 도리로서 이 광경을 어찌 가만두고 본 단 말이냐!”
“반드시 가만 두고 보셔야합니다! 무조건 가만 두고 보셔야합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 칼스! 당장 이걸 놓지 않으면 아무리 너라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
“차라리 절 가만두지 마십시오! 아니, 그냥 절 죽이십시오!!!”
칼스는 엘리안을 물고 늘어지며 끝까지 뜯어말렸다.
하지만 그런 칼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엘리안은 요지부동이었다.
“비키라고 하지 않았느냐!!!”
콰콰쾅!
일순간 엘리안의 전신으로 어마어마한 기세가 터져나왔다.
칼스는 끝까지 엘리안을 물고 늘어졌으나,
끝내 그 기세를 버티지 못하고 저 멀리 날아가 쳐박혔다.
그런 엘리안의 기세에 감탄이 섞인 멘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멘토는 살짝 놀란 눈을 뜨며 엘리안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어진 멘토의 평가에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는 차원의 지배자라 불리는 존재였고,
당연히 그 수준이 뛰어날 것이라고는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베텔의 경지를 직접 본 서준이었기에 황제는 그보다 더 상위일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림짐작으로 고급 강의를 들을 수준.
혹은 이미 고급 강의를 수강하고 있는 수준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마주한 황제, 엘리안은 그 예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고급 강의를 이미 수강하고 있는 것을 넘어 거의 마스터한 수준 정도.
쉽게 말해 초시생이라 불러도 전혀 모자람이 없으며, 초월자에 꽤나 근접한 초시생이라 할 수 있었다.
‘아렌의 제자라고 하더니···.’
서준은 순수한 감탄을 느낄 수 있었다.
“태사에 이어 칼스까지! 네 놈이 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칼스를 떨쳐낸 엘리안은 차분히 서준을 바라봤다.
그런 엘리안의 눈빛에는 묘한 분노가 깃들어있었다.
엘리안 자체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한데 어우러져 말 그대로 묘한 분노가 느껴졌다.
“나한테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엘리안은 오른손을 옆으로 길게 뻗어보였다.
그와 동시에 터져나오는 자색의 마력.
바로 그때.
보다 못한 아렌이 한 발 나서며 소리쳤다.
“엘리안. 진정하세요. 이 분은─.”
하지만.
파밧!
엘리안은 아렌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는지, 일순간 엘리안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섬뜩한 기세가 서준의 감각으로 느껴졌다.
피부를 저릿하게 만드는 긴장감.
초월자의 근접한 엘리안의 실력은 서준마저 일견 긴장하게 만들 정도였다.
하지만.
쩌─엉!
어디까지나 근접했을 뿐.
초월(超越)에 다다르기에는 아직 한참이나 모자랐다.
물론 서준은 현재 15%의 힘밖에 되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서준의 15%는 단순한 15%가 아니었다.
초월의 개념이 정립된 이래.
유일하게 초월자들 사이에서 격(格)의 차이를 지닌 초월자.
같은 15%라도 서준의 15%는 절대적인 차이가 있었다.
“······!”
흩날리는 은발 사이로 엘리안의 두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마치 이것을 막을 줄 몰랐다는 듯.
자신의 공격에 반응할 줄은 몰랐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래도 같잖은 재주는 있는 모양이구나.”
엘리안은 손에 깃든 자색의 마력을 더욱 폭사시켰다.
파지직!
그러자 롱기누스의 창에 가로막힌 자색의 마력이 창을 타고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마력은 서준의 전신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끝이군.’
엘리안은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서준의 전신을 잠식한 마력.
저건 정신 주술의 일종으로서 그것도 엘리안이 펼칠 수 있는 것들 중 최상급에 속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보아하니 젊은 나이에 꽤나 실력이 출중한 것 같았다.
아마 여기저기서 천재소리를 듣고 자라왔을테지.
하지만 그것이 정말 같잖은 재주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건 대체로 천재 소리를 듣는 이들의 특징이었다.
칼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재능을 가진 이들은 자기가 언제나 최고인 줄 안다.
자신 또한 아렌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러하지 않았는가
그런 이들은 정신적인 부분이 취약하다.
언제나 최고인 줄 아는 이들.
그런 이들은 하늘 위의 하늘(天外天)을 마주하면, 그간 뛰어나다 생각했던 자신의 재능이 한낱 미천함에 지나지 않음을 느끼고 그대로 절망을···.
“뭔데?”
흠칫!
일순간 들려온 어처구니없는 말투에 엘리안의 몸이 굳어버렸다.
천천히 바라본 그곳.
그곳엔 서준이 진짜 ‘뭔데?’ 라는 표정으로 엘리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 무슨 말도 안되는?”
엘리안은 지금 상황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시전한 정신 주술.
그건 존재가 갖는 근원의 감정, 분노에 기반한 최상급의 정신 주술이었다.
엘리안 본인조차 저 정신 주술에 맞는다면 쉬이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금 무슨···!
혹시 괜찮은 척 하는 건가?
“아니, 뭔데?”
하지만 서준은 전혀 연기하는 기색이 보이질 않았다!
“······!!!!!”
엘리안의 두 눈이 부릅, 떠지다 못해 폭발할 지경이었다.
한편.
서준은 롱기누스의 창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기묘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생각은 있는 것인지.
기세에 살기는 깃들어있지 않았으나 이건 조금 위험했다.
해서 이 기운을 걷어내려던 바로 그때.
[······ 이건 뭔가?]하는 석가모니의 목소리가 들려온 듯한 착각이 일었다.
“뭔데?”
서준은 순간 정신이 벙쪄버렸고 그렇게 주술은 서준의 정신에 침투했다.
그리고.
[참으로 불쌍한 중생이로고···.]이어진 석가모니의 한 마디에 주술이 맥을 못추고 있었다!
물론 진짜 석가모니가 내뱉은 목소리는 아니었다.
어디선가 그런 석가모니의 목소리가 들려온 듯한 느낌이 들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엘리안이 사출한 정신 주술.
그건 언뜻 분노에 기반한 주술인 것 같았는데···.
화아아악.
석가모니의 한 마디에 자애로운 주술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끄어어어어어어─!
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서준의 안에 내재된 죄악의 힘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뒤틀린 존재에게서 흡수한 힘이자,
인간의 원죄, 칠죄종(七罪宗) 분노의 힘.
15%의 힘을 되찾으면서 같이 되찾은 죄악의 힘이었다.
분노(Ira)는 침투한 주술에 격한 분노를 터트렸다.
그 모습이 마치 ‘이 새낀 또 뭐야? 나도 어찌하지 못한 정신에 네 까짓 짭퉁이 감히? 이게 뒤질라고···.’ 소리치는 듯 해보였다.
그런 분노(Ira)의 위압에 주술은 찍소리도 못하고 있었다.
엘리안이 사출하는 정신의 힘이 분노에서 파생된 힘이라면,
서준에게 내재된 힘은 분노(Ira), 그 자체였으니까.
끄어어어어어어─!
분노(Ira)는 자신의 영역에 침투한 짝퉁에 심히 분노하며 날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분노(Ira)를 지켜보던 석가모니.
[분노와 증오는 다르다. 분노 속에는 때로 자비로움이 있는 법. 아이가 위험한 행동을 하면 부모는 이에 불같이 화를 낸다. 허나, 이를 어찌 증오라 할 수 있겠는가. 사랑하기 때문이다. 하여, 적당한 분노에는 자비가 포함되어 있으니···.]하면서 분노(Ira)의 날뜀을 허락했다!
어딘가 편파적인 것 같았지만···.
뭐 아무튼.
끄어어어어어어─!
분노(Ira)는 침투한 짝퉁 분노를 짐어삼키고는 그것도 모자라 이 짝퉁을 만들어낸 당사자.
엘리안의 정신에까지 침투하기 시작했다.
“허헉···!”
엘리안은 정신을 잠식하는 분노(Ira)에 적잖은 당황을 느꼈다.
이어 엘리안은 황급히 마력을 끌어 정신을 보호했다.
하지만.
끄어어어어어어─!
날뛰는 분노의 힘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건··· 이건 격이 다르다.
단순히 파생된 힘이 아니라 마치 근원에 닿은···!
“끄아아아악!”
털썩.
엘리안은 분노(Ira)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정신을 잃어버렸다.
끄어억. 끄억.
분노(Ira)는 그때서야 만족을 한 듯.
다시 제 보금자리인 마냥 서준의 정신으로 돌아왔다.
결국 저 혼자 발광하고, 저 혼자 쓰러진 엘리안.
“······ 뭔데?”
서준과 멘토는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간만에 어이가 승천할 지경이었다.
“폐, 폐하!!!”
그런 엘리안의 곁으로 칼스가 황급히 다가가 엘리안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분노에 잠식당해 기절한 것일 뿐 다른 곳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그러게 제가 개기지 말라고 했잖습니까!”
칼스는 엘리안을 질책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이어진 아렌의 말.
“죄송합니다 김서준님. 엘리안이 평소에는 냉철하고 이성적이지만, 저만 관련되면 저렇게 앞뒤 안 가리는 터라.”
아렌은 칼스와 같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제가 뜯어말렸어야 했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 것치고는 적극적으로 말리지는 않으시던데요?”
물론 엘리안이 급발진을 하긴 했지만,
아렌이 반응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자 아렌은 들켰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 제가 백 번 말해봤자 한 번 당해보는 것만 못하니까요. 김서준님 차원에서는 이걸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요?”
그러면서 아렌은 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기사, 추천장의 내용을 미루어 애초에 엘리안의 성향을 생각해 그렇게 작성한 듯 싶었다.
그보다 저런 건 대체 어디서 주워들은 건지.
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건 그렇고.”
서준은 다시 시야를 바로하며 아렌에게 말했다.
갑작스러운 엘리안의 등장으로 끊긴 물음.
다름 아닌 아렌이 어떻게 최초의 초월자와 관련한 이야기를 알고 있는가, 에 대한 질문이었다.
아렌은 그런 서준의 의도를 파악한 듯 쉽사리 답을 해오지 않았다.
표정만 봐도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서준은 그런 아렌은 기다렸고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그건 조금 나중에 말씀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말씀드리는 건 어렵지 않지만··· 괜시리 선입견이 생기실까 두렵습니다.”
아렌은 끝내 답을 회피하는 선택을 했다.
음···.
“그러시다면야.”
서준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아렌의 사정이 궁금한 것은 변함 없었다.
그러나 말 그대로 궁금하다일 뿐.
꼭 알아야 할 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무엇보다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비밀은 있는 법이었다.
그리고 말해주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말해주겠다고 하니 굳이 여기서 캐묻는 것도 이상했다.
지금 서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힘을 되찾고, 지구로 돌아갈 인과를 모으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 있어 아렌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괜히 아렌과 틀어지면 서준으로서도 곤란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준의 말에 아렌이 깊은 감사를 표했다.
서준은 살짝 손사래를 쳐보이며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엘리안님을 빨리 찾으셨네요?”
그러자 아렌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엘리안도 엘리안 나름대로 여러가지 단서를 남겼더군요.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아렌은 그간 발견했던 단서들을 하나 둘씩 보여주었다.
동시에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었는데···.
솔직히 귀담아 듣지는 않았다.
찾았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지 그 과정은 딱히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대강의 설명이 끝나고.
“그래서 대체 어떻게 된 일이랍니까?”
서준은 그와 관련된 사정을 물었다.
다름 아닌 베세르크를 토벌하러 간 뒤 실종된 엘리안의 사정.
아렌은 잠시 뜸을 들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엘리안을 찾고 거처에 돌아오자마자, 김서준님을 발견한 것이라서요. 저도 자세한 건 엘리안에게 들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만···.”
이윽고 아렌의 시선이 한 쪽으로 향했다.
자연스레 따라간 시선.
그곳엔 바닥에 널브러진 엘리안이 비쳐보였다.
“아···.”
서준은 멋쩍게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엘리안이 깨어나기 전까지 딱히 할 일이 없는 상황.
모르긴 몰라도 분노(Ira)에 당한 터라 꽤 시간이 걸릴 터였다.
“일단 최초의 초월자께서 사용하신 이 지팡이와 관련된 것부터 먼저 연구를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아렌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계획을 수정했다.
하지만 서준은 마침 잘 되었다는 듯 손바닥을 짝, 쳐보이며 말했다.
“아, 그럼 잠시 제국에 다녀와도 괜찮을까요?
그도 그럴 것이 다름 아닌 베텔과 약속한 돈을 받기 위함이었다.
일단 칼스의 과외 비용.
시간 당 500억 골드로서 한화로 약 500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칼스를 가르친 시간을 계산하면···.’
못해도 수천 조는 뚝딱일 것 같았다.
또한 베텔이 내건 건당 1,000억 골드에 달하는 일거리까지.
어둠의 숲 소탕.
그리고···.
“혹시 엘리안님은 제가 데려가도 괜찮을까요?”
“그거야 상관없습니다만··· 그럼 김서준님이 직접 엘리안에게서 이야기를 들으시죠. 다시 오실 때 제게 말씀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다 문득.
“그런데 무엇 때문에 그러시는 거죠?”
아렌은 궁금하다는 듯 서준에게 물어왔다.
“피해보상을 청구하려고요.”
“네? 피해보상이요?”
아렌은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방금 엘리안이 서준에게 행한 일을 떠올렸는지 금방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무슨 피해를··· 받으신거죠?”
“어···.”
아렌의 말에 서준은 순간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받은 피해라고는 일절 없었으니까!
서준은 딱히 둘러댈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퍼뜩, 떠오른 생각에 서준이 소리쳤다.
“저, 정신이요!”
“정신이요?”
“네 정신이요! 그렇네요! 정신적 피해보상을 청구할 생각입니다.”
갸우뚱.
아렌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오직.
“제가···! 제가 차라리 저를 죽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아 폐하!”
칼스의 절규 섞인 외침만이 공허히 울려퍼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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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텔은 지금 상황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다름 아닌 그 정신 나간 이방인··· 아니, 놈팽이와 관련 보고 때문이었다.
“지금··· 이걸 나보고 믿으라는 건가?”
베텔은 세드릭을 서늘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베텔의 보좌관인 세드릭.
세드릭은 지금 이 보고서를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세드릭이 내민 보고서.
그 보고서 안에는 어둠의 숲 전체가 거의 아작이 나다시피···
아니, 거의 박살이 나다시피···.
아니, 그냥 개변(開變)해버렸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으니까.
역시나 베텔은 믿지 않았다.
뭐, 당연했다.
세드릭 본인조차 믿기질 않았으니까.
그도 그럴 것이 어둠의 숲이 당최 어떤 곳이란 말인가.
마수가 득실거리는, 제국조차 감히 어찌하지 못한 최악이자 최흉의 공간이었다.
따라서 이건 애초에 돈을 줄 생각이 없다는 것.
그리고 행여 시도라도 한다면 거기서 서준이 죽었으면 하는 심정에서 내건 조건이었다.
그런데 뭐?
그런 어둠의 숲을 뒤집어 놓았다고?
말이 안되었다.
말이 되어서도 안되었다.
하지만···.
사락.
넘기는 보고서의 내용마다 그 말이 사실임을 입증하고 있었다.
그리고 개변(開變)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듯.
어둠의 숲에 기거하는 마수가 거의 씨가 말라버린 수준이었다.
심지어 그 과정까지 걸린 시간이 고작 며칠이 채 되지 않았다!
물론 어둠의 숲은 주기적으로 마수가 태어난다.
어둠의 숲 자체를 밀어버리지 않는 이상.
이곳에서 튀어나오는 마수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다.
그래도 당분간… 아니, 한동안은···.
“······”
아니, 아마 이번 생에는 어둠의 숲으로 인해 골머리를 썩는 일은 없을 터였다.
“그리고 이방인이 할 말이 있다고 귀족들을 불러달라했습니다.”
이어진 세드릭의 보고에 베텔은 이를 까득, 깨물었다.
감히 이방인 따위가 제국의 귀족들을 오라가라 한다니.
당연히 얼토당토 않는 요구였고,
그렇기에 들을 가치도 없이 내쳐버릴 요구였다.
“이에 칼스 전하께서 서둘로 회의장으로 모이라는···.”
하지만 황태자, 칼스가 그런 이방인을 적극 지원하고 있었다.
실권이 없는 칼스였지만 그래도 황태자는 황태자.
베텔은 황태자의 부름에 답을 해야만 했다.
이방인을 끼고 도는 황태자라···.
하여간 멍청한 황태자가 아닐 수 없었다.
“······ 가지.”
베텔은 분노를 삭히며 회의장으로 향했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