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heirs RAW novel - Chapter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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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보석 경매인지 아니면 시장에 가끔 보이는 시정잡배들의 멱살잡이인지 알 수 없을 만큼 격한 언사가 오고 갔지만 하운과 함께 온 카르디아의 대표들은 별일 아니라는 듯 평온한 얼굴로 테이블 위에 차려진 음식을 가끔 집어 먹을 뿐이었다.
“…원래 이런 분위기인가요?”
“응. 아무래도 원하던 것을 놓치면 다시 얻기 힘든 데다가 다들 강한 보석을 얻으려 하다 보니 다른 경매보다 좀 더 험악하긴 해.”
리엘라는 다시 카탈로그를 바라보았다. 보석의 설명을 보면 지난 주인들의 이름과 함께 그 주인들이 보석을 몇 년간 갖고 있었는지도 적혀 있었다. 대부분 숫자가 40을 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대부분의 소유자들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소중히 갖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나저나 카탈로그 앞부분에 있는 보석의 경매도 이 지경인데, 그 다이아몬드가 나오면 어떻게 되는 거지?’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진짜로 멱살을 잡는 꼴을 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과 함께 사실 등 부분이 높은 이 소파는 상대를 잘 안 보이게 해서 덜 싸우게 만들려는 목적인 건가 싶기도 했다.
경매가 진행되는 사이에 이런 소란쯤은 익숙하다는 듯, 직원들은 조용히 테이블을 오가며 간단한 다과를 놓고 갔다. 네아와 누얀과 함께 소르디아를 돌아다니면서 먹었던 이곳 전통 과자들을 하나씩 집어 먹으며 리엘라는 어서 비공개 경매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드디어 많은 분들이 고대하셨던 시간이 왔습니다.”
사회자는 처음 시작할 때와 똑같이 웃는 얼굴로 침착하게 진행을 이어 갔다. 그 사실에 리엘라는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왜냐하면 카탈로그에서 제일 중요하게 그려져 있던 그 화제의 다이아몬드 경매가 진행되자 결국 난투극이 벌어졌고, 이럴 줄 알았다는 듯 경매장 곳곳에 서 있던 직원들이 싸우는 사람들을 붙들며 “선생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외치더니 그들을 죄다 끌고 나갔기 때문이었다.
옆을 보니 하운도, 다른 보석술사들도 조금 긴장된 얼굴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리엘라 역시 마른침을 삼키며 목걸이를 만졌다.
‘잘 끝나야 할 텐데.’
리엘라는 무슨 목적으로 자신이 이것을 걸고 이곳에 와 있는지 잊지 않았다.
‘사실 빨리 끝내고 싶다고.’
소르디아에 와서 많은 것을 보고 먹으며 노는 것은 좋은데 끝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속 어딘가가 늘 불안했다. 마치 시험이 다가오는데 공부하지 않고 노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어서 빨리 에르첼라의 보석을 찾아내야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잊고 편히 잠들며 놀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첫 번째 비공개 경매 물건입니다! 저 멀리 아르켈에서 이름을 날렸던 저주받은 루비입니다. 현재까지의 소유자는 다섯 명. 전부 다 실종되었거나 의문사를 당했지요. 이 보석을 살펴본 아이디얼 컷의 감정사들과 보석술사들은 죽은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몸이 아프거나 악몽에 시달렸다는 보고가 들어와 있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감정 결과 이 루비는 아무런 힘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신이 난 것 같은 사회자의 목소리에 리엘라는 기겁하며 무대 위를 바라보았다. 위험하게 무슨 저런 물건을 팔아? 저런 거 팔아도 괜찮은 거야?
“그럼 지금부터 각 테이블에서 자세히 보실 수 있는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보기를 원하지 않는 분은 말씀해 주십시오.”
그 말에 리엘라는 안심했다. 원래 임무와 관계도 없는 저런 위험한 것을 하운과 카르디아의 보석술사들이 보려 하지는 않을 것….
“가슴이 뛰는군요, 하운 대공님. 아르켈의 저주받은 루비라니.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정말 궁금했던 보석인데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 이런 행운이 있을 줄이야. 가져오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지.”
…보려고 하잖아?
리엘라가 경악에 찬 얼굴로 바라보자 하운이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마 저주라기보다는 특별한 조건에서 발동되는 힘일 거야.”
그게 문제가 아닌 것 같았지만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고 있는 하운과 보석술사들을 보니 뭐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하필이면 그 보석은 리엘라가 있는 테이블로 제일 먼저 왔다. 어쩐지 바라만 봐도 저주에 걸릴 것만 같아 리엘라는 최대한 보석을 바라보지 않은 채 다른 곳을 보았다.
다행히 보석은 다음 테이블에도 가야 했기 때문에 오래 머무르진 않았다. 역시 꺼려 하는 사람들도 있었던 탓일까. 보석은 그 후에 몇 테이블만 더 돌고는 다시 무대 위로 돌아갔다.
“이제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서 이 루비를 보신 것 같군요. 그럼 곧바로 경매에 들어가겠습니다. 시작 가격은 5만 길더입니다.”
그러자 곧바로 하운이 손을 들고 말했다.
“10만.”
“10만 나왔습니다. 다른 분?”
리엘라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저거 사실 거예요?”
“응. 저건 보석의 힘이 아니라… 아니, 정확히는 다른 보석의 힘이 걸려 있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 여하튼 루비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 아마 과거의 누군가가 보안을 위해 걸어 놓은 힘이 잘못 고정되어서 생긴 문제 같은데, 저걸 구해서 연구하면 다른 보석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때 먼 곳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50만!”
그 목소리에 리엘라와 하운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 목소리… 익숙한데?
하운은 잠시 얼굴을 찌푸리더니 다시 손을 들었다.
“55만.”
“100만!”
“…….”
도대체 누가 이렇게 무식하게 값을 올린단 말인가. 마음에 걸리는 것은 끝을 모르고 올라가는 가격보다도 상대의 태도였다. 마치 하운이 값을 부르면 찍어 누르겠다는 듯한 저 태도. 리엘라와 하운이 동시에 중얼거렸다.
“네멘테스다….”
어쩐지 목소리가 익숙하다 싶었는데 일부러 낮게 낸 네멘테스의 목소리였다. 리엘라는 재빨리 몸을 돌려 소파 위로 무릎을 꿇고 올라간 다음 목을 쭉 내밀었다. 그러자 몇 테이블 떨어진 곳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던 네멘테스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네멘테스는 눈이 마주치자 리엘라에게 보란 듯이 콧방귀를 끼더니 소파 아래로 쑥 내려갔다.
“…….”
마치 갯벌의 게가 몸을 숨기는 것 같은 모습에 리엘라는 말을 잃었다. 분명 비슷한 나이, 아니 어쩌면 더 연상일 것 같은데 하는 짓이 이렇게 유치하다니. 리엘라는 몸을 돌려 다시 소파에 앉았다.
“뭘 봤어?”
“네멘테스요. 눈이 마주치니까 바로 숨던데요.”
“이런.”
그사이 사회자가 외쳤다.
“100만! 100만 더 없으십니까?”
“…110만.”
하운이 다시 손을 들고 대답하자 곧바로 네멘테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150만!”
물어볼 것도 없이 확실했다. 지금 네멘테스가 하는 꼴을 보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하운이 보석을 사는 것을 막으려는 생각인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이라면 불가능한 계획이겠지만 네멘테스는 가능하다. 그 역시 나름대로 대륙에서 손꼽히는 부자 중 한 사람이었으니까.
하운은 마음속으로 루비의 가치를 가늠해 보았다. 그가 생각하는 적절한 가격은 300만.
하운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저주받은 루비는 원래 사려는 계획이 없었던 보석이었다. 카르디아의 국고를 사용해도 되지만 그것은 에르첼라의 보석을 회수하는 데 쓰여야 할 돈이었기에 처음부터 개인적으로 사려고 했다. 저 저주라는 것을 연구하면 무척이나 유익하고 응용 가능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이래서야 300만은커녕, 천만이 되어도 살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네멘테스가 계속 저런 식의 태도를 고수한다면 에르첼라의 보석이 나올 때도 문제가 아닌가. 하운은 제가 들었던 정보를 떠올려 보았다.
사라졌던 것은 에르첼라의 브로치다. 하지만 그것은 원형 그대로가 아닌 세팅되어 있던 보석을 전부 빼낸 상태로 나와 있을 확률이 높다. 그 보석들이 전부 한 번에 세트로 나오면 좋겠지만 아마도 다른 보석들과 섞여 여러 개로 나누어져 다른 세트를 구성하고 있을 확률도 높고.
‘그렇다면….’
머리가 아파 왔다. 이대로라면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예산이 들어가게 될 것이다.
“골치 아프게 됐네요.”
하운이 고민하고 있는 사이 리엘라가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렸다.
“네멘테스 때문에 돈을 훨씬 더 많이 쓰게 되었잖아요.”
“…그러네.”
이번 일에 카르디아에서 배정한 금액은 2500만 길더. 평소 보석 구매에 배정되는 금액보다 뒤에 0이 하나 더 붙은 금액이었지만 에르첼라의 보석을 되찾는 일이기에 왕실도 과감히 허가를 내어 준 것이다. 그의 판단 하에 더 쓰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되도록 예산 내에서 일을 끝내고 싶었는데 네멘테스 때문에 어렵게 됐다.
“150만! 150만 이상은 없습니까?”
“…….”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묻겠습니다. 더 없으시면 이만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1, 2, 3! 아르켈의 루비는 150만에 낙찰되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리엘라가 다시 고개를 쏙 내밀어 보니 네멘테스가 서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자 자신이 이겼다는 듯 씩 웃어 보였다.
“…웃었다 이거지.”
리엘라는 다시 몸을 돌려 앉은 다음 사회자의 말을 기다렸다.
“그럼 두 번째 비공개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소유자가 신원을 밝히기 원하지 않는 보석들입니다. 색깔별로 나누어져 있으며 전부 12세트로 이루어진 보석들입니다. 이미 잠들어 버린 보석이 많아 정확한 힘은 파악하지 못했지만 깨어나면 어지간한 이름 있는 보석들 이상으로 강할 것을 아이디얼 컷의 이름을 걸고 증명합니다. 소르디아 보석 분류에 따르면 이 보석들이 갖고 있는 힘은 최소 위험 등급 이상이며, 그중 제일 강력한 것은 통제 불능급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설명을 듣자마자 알 수 있었다. 분명 이것이 에르첼라의 보석이 섞여 있는 물건일 것이다.
“그럼 각각의 세트를 테이블에 돌릴 터이니 마음껏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각 세트당 경매 시작가는 200만입니다.”
사회자가 말한 금액에 여기저기서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시작가가 200만이라니. 세트당 낙찰가가 도대체 얼마까지 올라가려는 것일까.
사회자의 말을 듣고 있던 리엘라가 하운에게 질문했다.
“네멘테스의 자금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 혹시 알고 있나요? 그러니까 오늘 경매에 그가 쓸 수 있는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요.”
하운은 그 질문에 카르디아 대사관에서 온 보석술사를 바라보았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대답했다.
“저희 대사관이 파악하기로는 5천만에서 6천만 길더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6천만 길더라….”
리엘라는 턱을 괴더니 중얼거렸다.
“얼마 안 되네.”
대륙 최고 부자의 패기가 담긴 중얼거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