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heirs RAW novel - Chapter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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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비볐다.
하루 종일 그녀가 조금이라도 옮겨 보려고 난리를 쳤던 운석이다. 하지만 운석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고, 결국 체력만 바닥난 채로 포기하고 터덜터덜 마차로 돌아왔는데 잠시 들어갔던 하운이 옮겨 놓다니?
“자, 잠깐만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네아는 벌컥 마차의 문을 열고 날듯이 운석에 다가갔다. 그리고 다시 있는 힘껏 운석을 밀어 보았지만 역시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안 움직이잖아! 으아아아아아!”
다시 마차로 돌아온 네아는 하운을 향해 소리쳤다.
“저거 어떻게 한 거야!”
하지만 하운은 싸늘한 눈빛으로 문을 툭 닫아 버리더니 마부에게 말했다.
“출발하도록.”
“야! 멈춰! 멈추라고!”
마부가 낄낄거리며 마차를 출발시키는 가운데 분에 찬 네아의 목소리가 저택에 울렸다.
***
다음 날 아침, 리엘라와 하운은 아침을 먹자마자 서둘러 공작저를 나왔다. 네아는 드물게 두 사람을 조용히 보내 주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두 사람보다 먼저 파르멜 저택으로 가 버린 것이었다.
리엘라가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정원석 몇 개가 원래의 자리와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 놓여 있었다. 아무래도 밤새 네아가 열심히 이것저것을 굴려 본 모양이었다. 식당으로 가도 보이지 않길래 멜다 부인과 집사에게 네아의 행방을 물었더니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은 그거 옮기고야 만다.”라며 출발했다고 했다.
‘게다가 아일리 언니는 아직 자고 있고….’
전날 밤, 공작저에 있는 술을 보더니 조금씩만 맛보겠다며 홀짝이던 아일리는 이내 주방에 가서 치즈와 소시지를 종류별로 잔뜩 잘라 오더니 응접실에 앉아 리엘라를 앉혀 두고 혼자 마시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는 도중에 몇 번이나 한숨을 푹푹 쉬더니 취기가 돌자 술이 끝내준다며 결국에는 병으로 갖다 마셨다.
아침에 응접실에 다시 가 보니 여전히 그곳에 누워 자고 있길래 하녀들에게 부탁해 그녀를 방 침대에 던져 놓고는 재빨리 하운과 식사를 끝냈다.
“그럼 다녀올게요, 점심때 잘 부탁드려요!”
멜다 부인에게 인사를 한 리엘라는 하운과 함께 마차를 타고 수도의 외곽 지역으로 향했다.
“오늘 파르멜의 저택 쪽은 흙 엎기를 할 거예요.”
“흙 엎기?”
“오래 방치되어 있던 땅이라서 잡초 뿌리들도 많고, 무엇보다 흙이 단단해진 상태거든요. 그래서 전부 파서 밑에 있는 흙과 위에 있는 흙이 섞이게 해 줘야 해요. 그래야 공기가 잘 들어가서 식물들이 뿌리를 잘 내릴 수 있게 되니까요. 그 과정에 퇴비도 섞으면서 흙을 비옥하게 만들죠.”
리엘라는 신이 나서 마차가 달리는 내내 하운에게 정원을 꾸미는 과정에 대해서 설명했다. 덕분에 하운은 땅의 성질, 퇴비를 만드는 법부터 정원사들을 가장 속 썩이는 잡초의 종류까지 들을 수 있었다.
리엘라의 설명이 계속되고 있을 때, 마차의 속도가 느려졌다. 밖을 바라보자 어느새 큰 건물들이 사라지고 넓은 평야가 나타났다. 그리고 유리로 만들어진 큰 온실들이 보였다.
“여기가 유명한 화원들이 모여 있는 곳이에요. 꽃들은 온도가 중요한 데다가 따뜻해야 피는 것들이 많아서 대부분 온실 안에 있고, 정원수들은 저기 온실 뒤쪽의 넓은 땅에 심겨 있어요.”
온실을 지나던 리엘라는 마부에게 멈춰 줄 것을 부탁했고, 곧 그들은 나무로 만들어진 아치 형태의 문 앞에 도착했다.
“에릴다의 정원?”
“오래전부터 자주 오던 농원이에요. 이렇게 정원처럼 예쁘게 꾸며 놓은 것으로 유명해요. 큰 농원들은 이렇게 자신들의 능력과 감각을 자랑하기 위해서 정원을 만들어 두거든요. 하지만 정원 안에 있는 나무들은 예쁘긴 한데 좀 비싸서 같은 수종의 나무들은 뒤에 있는 농원에 가서 사면 좀 더 싸요. 일단 이거 받으세요.”
리엘라는 가방을 뒤적이더니 하운의 손에 노트와 연필을 쥐여 주었다.
“이건 왜?”
“왜긴요? 마음에 드는 나무가 있으면 적어 둬야지요.”
리엘라 역시 다른 노트 한 권을 꺼내더니 빈 종이의 위에 ‘에릴다의 정원’이라고 적어 넣었다.
“그럼 가요!”
하운은 신나서 달려가는 리엘라의 뒤를 따랐다. 예쁘게 꾸며 놓았다는 리엘라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왕궁과 공작저의 정원을 보았던 하운인지라 잘은 몰라도 눈은 높아져 있는 그였다.
하지만 그런 하운이 보기에도 지금 제가 서 있는 이 정원은 정원사들이 자신의 역량을 한껏 뽐낸 자리였다. 도대체 어떻게 키웠나 싶을 정도로 신기한 형태를 한 나무라거나, 분명 소르디아에서 보았던 더운 지역의 나무인데 잎이 반짝거릴 정도로 튼튼하게 자라고 있는 나무라거나.
그 외에도 온갖 동물 모양으로 다듬어진 나무부터 창세 신화를 모티브로 했는지 온갖 색의 꽃이 핀 관목들까지.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책을 한 권 보는 것 같은 느낌에 하운은 열심히 걸었다.
“이건 어때요? 이건요? 저것도 예쁜데!”
하운을 데리고 돌아다니며 리엘라는 쉴 새 없이 하운에게 여러 나무를 추천하고 또 골랐다.
‘원하는 형태는 골랐으니….’
어제 그는 리엘라가 정리해 두었던 정원의 형태 중, 자신이 생각하기에 저택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을 골랐다. 그러자 리엘라와 담당자들이 꽤 오래된 양식이긴 하지만 아마도 이 저택이 지어졌을 때 이런 양식의 정원이 여기에 있었을 것이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양식을 결정하고 나자 담당자들은 여러 장의 시안이 완성되는 사이, 자신들은 정원의 흙을 엎는 작업을 할 테니 하운과 리엘라에게는 농원을 돌아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나무나 화초가 있다면 골라 오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리엘라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 있게 맡겨 달라고 했다.
하운은 자기 전에 보았던 책을 떠올렸다. 자신이 골랐던 정원 양식이 그려져 있던 책을 빌려 와 어젯밤 잠들기 전까지 보았다. 덕분에 그 양식에 어울리는 품종은 대강 알고 있는 상태였다.
‘고르려면 빨리 고를 수야 있겠지만….’
생각해 보면 서두를 이유가 없다. 이렇게 며칠간 리엘라와 함께 네아도, 아일리도 없는 나날을 즐기면 좋겠다 생각하며 하운은 리엘라가 예쁘다고 하는 나무의 번호를 재빠르게 노트에 적었다.
어울리든 말든 알 게 뭐야. 리엘라가 좋아하면 그게 어울리는 거지.
하운과 리엘라는 점심이 가까워 질 때까지 주변의 농원들을 돌아다녔다. 점점 해가 높아지고 기온이 올라가자 더 이상 걸어 다니는 건 무리겠다 싶어 두 사람은 농원들 사이에 하나 있는 카페에 앉아 음료수를 시킨 다음 오늘 본 나무들을 정리했다.
“음… 이거랑 이건 비슷한 수종인 데다가 수가 너무 많으니 둘 중에 하나만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하지만 각각 높이 차이가 꽤 있으니 앞뒤로 심어 단차를 주는 방법도 괜찮을 것 같은데.”
“하지만 이 양식은 그렇게 단차를 강조하는 형태가 아니라서요.”
둘은 서로 의견을 내놓으면서 근처 농원에서 길렀다는 허브로 만든 차를 마셨다. 한참이나 서로 의견을 내면서 이야기를 한 두 사람은 슬슬 파르멜 저택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때 마침 조금 전 두 사람이 둘러보던 농원의 주인이 와서 차는 자신이 살 테니 좋은 나무들 많이 골라 가 달라며 연신 허리를 숙였다.
리엘라와 하운이 돌아가고 나서 자리에 앉은 농원 주인이 자신도 음료수를 주문하려고 할 때 카페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어이, 멜라니아.”
“영감님, 오랜만입니다. 좋은 일 있어요? 얼굴이 아주 피셨네.”
“비싼 녀석들이 다 예약이 걸렸거든.”
“무슨 일이래. 그걸 다 사는 사람이 있다니. 어디서 멋진 저택을 새로 짓나 봐요.”
“응. 하운 대공이 수도 근처에 살 저택을 새로 꾸미나 보더라고. 그 호슨 공작님의 상속인이라던 리엘라 테니어도 같이 왔는데….”
“리엘라 테니어요?”
멜라니아는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왜 그래?”
“그게… 아니, 아닙니다.”
생각해 보니 꽃 축제에서 있었던 부정 사건은 대외적으로 비밀에 부쳐졌다. 그러니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쉽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때 농장 주인이 말했다.
“그보다 너, 우리 육묘장 뒤에 놔둔 그거 언제 가져갈 거냐? 그때 꽃 축제 끝나고 가져다 두었던 거 말이야.”
그 말에 멜라니아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대답했다.
“잘하면 곧 치울 수 있을 것 같네요.”
***
하운과 리엘라가 저택에 도착했을 때는 점심 준비가 한창이었다. 짐마차 한 대를 가득 채운 큰 냄비와 통에는 멜다 부인의 지휘하에 공작저의 주방에서 아침부터 열심히 만든 빵과 수프, 구운 고기와 야채들이 가득 실려 있었다.
야외용 테이블이 착착 놓이고, 하인들이 재빨리 그 위에 천을 깔고 음식들을 올려 두었다. 챙겨 온 접시와 식기들이 테이블 가장자리에 쌓이자 파르멜 저택의 정원은 어느새 훌륭한 야외 식당이 되었다.
“모두 식사하세요!”
멜다 부인의 외침에 저택 여기저기에서 허기진 자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었다. 다들 먼지와 땀으로 엉망이었던지라 하운이 보석을 이용해 물을 끌어온 우물가에서 손과 얼굴을 씻은 다음에 행복한 얼굴로 줄을 섰다. 그 사이에는 리엘라가 아주 잘 아는 얼굴도 끼어 있었다.
“빵 네 개 가져가도 되나요?”
아일리가 접시 한쪽에 버터나이프로 아이 주먹만큼 버터를 떠 올리면서 물어보자 뒤에서 리엘라가 도끼눈을 뜨고 소리쳤다.
“언니! 양심 어디에 버리고 왔어? 일도 안 한 사람이 뭘 그렇게 많이 먹어?”
리엘라의 외침에 아일리는 혀를 차며 빵 한 덩이만을 접시에 올린 채 뒤돌아섰다.
“어허, 일을 안 하다니. 아침부터 이 언니가 얼마나 바쁘게 움직였는지 넌 몰라.”
“아직까지도 술 냄새가 풀풀 나는데 일은 무슨 일.”
그때 아일리의 뒤에 서 있던 네아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정말이에요. 아침에 우리 쪽 말 한 마리가 벌에 쏘여서 날뛰다가 근처 목장의 울타리를 부쉈거든요. 그 틈으로 양들이 전부 들판으로 나왔는데, 아일리 님께서 엄청난 솜씨로 그 양들을 몰아 다시 농장으로 돌려보냈어요.”
“언니 혼자서?”
“말 한 마리와 개 한 마리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뭐어, 나 혼자 한 건 맞지.”
아일 리가 턱을 들어 올리며 으쓱거리자 리엘라는 입술을 쭉 내밀더니 자신의 몫으로 받은 빵을 아주 조금 떼어서 아일리의 접시 위에 올려 줬다.
“이거면 됐지?”
“리엘라, 너! 언니를 공경하는 법을 배우라고! 이게 뭐야!”
리엘라와 아일리가 티격태격 말싸움을 하는 사이 멜다 부인이 차려 온 음식은 빠르게 동이 났다. 그러자 줄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것은 멜다 부인도 마찬가지였다.
“어머 이걸 어째. 넉넉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모자랄 줄은 몰랐네요.”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을 사람들을 위해 평소의 두 배를 준비했건만 저택에 와 있는 사람의 수가 멜다 부인이 들었던 수보다 많았던 것이다.
“제가 공작저에 다녀올게요!”
네아가 번쩍 손을 들었다. 그 옆에서 아일리도 손을 들었다.
“말은 내가 제일 잘 몰아! 나도 갈래!”
그러자 리엘라가 두 사람을 보고 말했다.
“그런데 사람이 들어 봤자 얼마나 많이 들겠어. 아예 마차를 몰고 가는 게 낫지 않아?”
“그건 그런데….”
“차라리 근처 마을에서 어떻게 좀 얻을 수 없을까?”
리엘라는 예전에 이곳에 왔을 때, 언덕 위에서 보았던 작은 마을이 생각났다. 공작저에 다녀오느니 좀 모자라더라도 그곳에서 음식을 사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때였다.
“멍! 멍!”
갑자기 큰 개가 짖는 소리에 리엘라는 고개를 돌렸다. 아일리 역시 소리가 들려온 곳을 보더니 반가운 얼굴이 되었다.
“아침에 도와준 그 양치기 개네! 야! 여기야!”
개가 자신을 찾아왔다고 생각한 아일리가 크게 손을 흔들었다. 개는 신나게 꼬리를 흔들며 사람들에게 달려오더니 그대로 리엘라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뭐야, 리엘라 네 개야?”
“그럴 리가 없잖아.”
얼굴을 핥으려는 개를 말리던 리엘라는 이 개를 언젠가 한 번 본 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설마 너… 하운이니?”
“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