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heirs RAW novel - Chapter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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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거리던 클로에는 이를 뿌득뿌득 갈더니 곧 작약을 안고 반대편으로 사라졌다. 그녀가 간 후 리엘라는 몸을 일으켰다.
조금 전 모리스 경을 향해 중얼거리던 클로에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리엘라의 머릿속에 어제 모리스 경이 신난다는 듯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여름은 역시 장미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꽃 중에 왕!”
평소의 점잖음은 어디로 가고 신이 난 목소리로 모리스 경은 쉴 새 없이 말했다. 장미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장미가 얼마나 위대한가, 장미란 얼마나 다양한가, 장미란 얼마나 향기로운가 등…. 꽃에 대한 이야기라면 저 역시 어디 가서 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계속해서 말을 쏟아 내는 모리스 경에게는 이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분명히 그 사람들….’
아침에 클로에와 그쪽의 사람들과 함께 차를 마셨을 때 나눴던 대화의 내용이 생각났다. 아무래도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의 자리이니 대화의 주제는 금세 식물에 대한 것들로 흘러갔다. 그러다 보니 결국은 뻔한 이야기로 분위기가 뜨거워졌었다. 서로 자신이 키우는 뭐가 제일 예쁘다, 아니다 내가 기르는 뭐가 더 예쁘다….
그때 들었던 말들을 기억해 낸 리엘라는 생각에 잠겼다.
장미라면 좋아 죽는 모리스 경, 장미만 남는 정원을 보면서 가만 안 둔다고 이를 갈던 클로에. 그리고 클로에를 따라갔던 사람들이 좋아하는 꽃은….
“왜 싸웠는지 알 것 같은데….”
제 생각이 맞다면 정말 사소한 일임과 동시에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이유로 싸운 것이 분명했다.
***
마틴은 요즘 기분이 좋았다. 계속해서 제가 만든 것들이 왕궁으로 가고 있는 데다가 클로에의 평가도 좋았기 때문이다. 오늘 보낸 것들도 마찬가지였다. 리엘라의 노트에서 베껴 온 것을 그대로 만들었더니 통과였다.
‘좀 고쳐 보려고 했더니.’
노트에 그려져 있던 것보다 좀 더 제 취향을 넣어 더 완벽하게 만들어 보려고 했다. 그래서 꽃의 종류와 소재의 종류, 색감을 아주 살짝 바꾸었을 뿐인데 클로에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서 포기하고 베껴 왔던 그대로 만들자 곧바로 통과되었다.
‘들킬 일도 없지.’
리엘라의 작업실과 이곳은 무척이나 떨어져 있다. 일부러 작정하고 보러 오지 않는 한 서로가 바쁜 날에 이곳까지 올 이유가 없다. 게다가 리엘라 테니어는 알아차린 기색도 없었다. 저번에 많이 베껴 왔기에 몇 번 더 만들 수 있다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베껴 오긴 힘들다.
‘몇 번 하다 보면 클로에도 알아서 하라고 할 줄 알았는데….’
다른 플로리스트들은 클로에가 몇 번 보더니 더 이상 검사를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저에게도 그럴 줄 알았는데 클로에는 애매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었다.
“이상하게 마틴은 실력이 좀 들쭉날쭉 한다니까요. 그래도 잘 만들 때는 잘 만드는데 혼자서 연습하는 거 보면 이상할 때가 많고…. 게다가 손질도 전날에 미리 해 두는 건 괜찮은데 작업실에서 할 때는 엉망인 게 보일 때도 있고. 사실 마틴이 두 사람인 거 아니지요?”
웃으면서 손을 내젓긴 했지만 클로에가 그 말을 했을 때 얼마나 식은땀이 흘렀던가. 정말 쓸데없이 예리한 여자였다.
‘좀 더 편하게 구해야 해.’
리엘라 테니어가 작업실에 항상 노트를 두고 다니는 것은 확인했다. 하지만 매번 가서 베껴 오는 것도 언젠가는 들키고 말 것이다. 그러니 좀 더 편하고 확실하게 그것을 손에 넣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마틴은 복도에 있는 거울 앞으로 다가가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잘될 것 같은데.’
최근 마틴은 리엘라에게 말을 걸려 노력했다. 워낙 모리스 경을 따라다니느라 정작 그럴 시간은 아침에 꽃을 찾아올 때 정도였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여자, 나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
처음에는 그냥 인사만 했었는데 요즘 제가 인사를 하면 한마디씩 말을 더 붙인다. 게다가 언제나 먼저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시선이 자주 마주쳤고 그럴 때마다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
‘싫어하면 꼬박꼬박 꽃 손질해 둘리도 없고.’
어쩌면 제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열심히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니 신경 쓰이는 것들이 있었다. 다른 직원들과 함께 지나가고 있을 때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한참이나 바라보지 않았고. 부끄러워하는 걸까?
한번 시작된 마틴의 망상은 끝이 없었다. 어느새 그의 머릿속에는 제가 잘되는 것이 제 기쁨이라며 알아서 노트를 가져다 바치는 리엘라의 모습이 있었다.
‘주말에 한번 만나자고 하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할지도. 처음부터 식사를 사고 커피값을 다 내면 당연하게 받아들일 테니 절반은 내게 해야지. 아니, 그 여자가 돈이 훨씬 많은데 다 내도 되잖아?’
하지도 않은 데이트의 식사 비용을 두고 마틴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 쿵쿵거리며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누구인가 하고 인상을 찌푸리며 바라본 계단에는 모리스 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리스 경?”
직원들이 바라보자 그가 외쳤다.
“클로에는 안에 있나!”
저도 모르게 귀를 막게 되는 노성에 다들 놀란 얼굴로 모여들었다. 마틴 역시 마찬가지였다. 언제나 조용하고 점잖은 척하는 노인네가 무슨 일이지? 오늘 진짜로 클로에와 크게 싸우나?
사실 그동안 두 사람은 갈라섰을 뿐 크게 부딪히는 일은 없었다. 어쩌다 마주쳐도 서로가 보이지 않는다는 듯 무시하고 지나갔을 뿐.
다들 어떻게 하냐며 망설이고 있을 때 소리를 들었는지 작업실에서 클로에가 나왔다.
“이게 무슨 소란….”
이냐 물어보려 했던 클로에는 노기 가득한 모리스 경의 모습에 보란 듯이 팔짱을 끼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지?”
그나마 오늘은 말을 섞기라도 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무슨 문제? 뻔뻔하긴. 네가 내 밑을 나가고 나를 배신하긴 했지만 이런 짓까지 할 줄은 몰랐다.”
“그러니까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목소리 높이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클로에의 태도에 모리스 경의 목에 핏대가 솟았다.
“이런 짓을 하고 발뺌을 할 정도의 인간인지는 몰랐다!”
“아, 그러니까 무슨 일이냐고욧! 설명부터 하라고 이 영감ㅌ… 아니, 모리스 경.”
지금 클로에 양이 모리스 경에게 영감탱이라고 했지? 응, 분명히 그랬어.
직원들의 수군거림 속에 모리스 경은 부들부들 떨며 소리쳤다.
“그렇지 않아도 발뺌할 것 같아서 가져오라고 했지. 어서 가지고 와 보게!”
모리스 경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에서 몇몇의 직원들이 꽃 장식을 들고 들어왔다.
“이건 왜…? 어제 우리가 5왕궁으로 보낸 장식들인데?”
“너희들 쪽에서 만든 것은 부정하지 않는군.”
“왜 부정해요? 밑에 우리 팀 표시 다 해 놨고 5왕궁이면 우리 구역인데. 문제없이 만들어진 걸 왜 가져와서 이렇게 소리치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모리스 경.”
두 사람이 노려보고 있을 때. 마틴은 뒤에서 잘 보이지 않아 이리저리 고개를 들이밀며 조금이라도 앞으로 가기 위해 노력했다. 싸움 구경이라니. 이 재미있는 것을 놓칠 순 없지. 그사이에도 모리스 경과 클로에의 언쟁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나저나 배신이라니. 누가 누굴 배신했다고 하시는 건지요?”
“뭐? 지금 네가 그걸 몰라서 물어?”
“배신은 믿었던 사람에게 당하는 거지요. 그렇게 따지면 배신은 내가 당했지!”
클로에는 억울하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클로에의 말에 모리스 경은 입을 떡 벌리고 어이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제가 배신을 당했다니. 갑자기 사람들을 이끌고 당신 밑에서 일 안 하겠다 나간 사람이 클로에가 아니던가.
“표정 보아하니 아직도 뭘 잘못했는지 모르시는 모양인데 부끄러운 줄 아세요!”
“내 명예를 걸고 나는 부끄러운 일 한 것 없다!”
그 말에 클로에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여름 정원을 저렇게 만들어 놓고 그 소리가 나와요!”
두 사람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을 때 마틴은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며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제일 앞에 도착한 순간.
“……!”
마틴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모리스 경의 사람들이 가져온 것은 전부 제가 만들었던 장식들이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리엘라의 노트를 보고 만든 장식들.
‘어떻게 딱 내 것만?’
그가 얼어붙은 채 서 있는 사이 뒤에서 다른 누군가가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손에 들려 있는 것을 모리스 경에게 건넸다.
“일단 이걸 보고도 네가 뭐라 할 수 있나 보자! 거기 날짜를 보면 알겠지. 내가 몇 달 전에 구상해 놓은 디자인이다!”
“도대체 뭘 보라고…어?”
종이를 건네받은 클로에의 눈이 커졌다. 그녀는 종이와 장식을 번갈아 보더니 중얼거렸다.
“똑같아…?”
“모르는 척하지 마라. 적당히 비슷하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너희 쪽에서 만든 것이 전부 이렇게 똑같을 수 있겠느냐! 당연히 내 걸 보고 만든 거겠지!”
“그럴 리가…? 잠깐.”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던 클로에는 그 장식들의 공통점을 깨달았다.
“이거 전부 마틴이 만든 것인데?”
그녀가 말한 순간 모두의 시선이 앞에 나와 있던 마틴에게 쏠렸다. 그 탓에 마틴은 뒤로 숨지도 못한 채 그대로 얼어붙은 것처럼 가만히 서 있어야 했다.
“마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클로에는 인상을 찌푸렸다. 어쩐지 요즘 마틴의 작품이 이상하리만큼 제 옛 스승의 것과 비슷한 풍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비슷한 게 아니라 똑같은 것이었다니. 게다가 펄쩍 뛰기는커녕 얼어붙은 채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모습을 보니 분명 모리스 경의 것을 베낀 것이 틀림없었다.
‘어떡한다.’
꽤 곤란한 문제였다. 누가 만들었든 최종 확인은 자신이 한다. 그 말은 무슨 일이 생겼을 때는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소리였다.
‘곤란하게 됐네.’
이건 꽤 예민한 문제다. 남의 디자인을 마음대로 도용했다. 그것도 모리스 경의 것을.
‘마틴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아무래도 안에 중요한 서류가 많기 때문에 모리스 경의 사무실은 꽤 문단속이 철저한 편이다. 그런 곳을 마틴이 들어가서 이것들을 보고 똑같이 만들어 제출했다? 그건 좀 이상한 일이다. 아무래도 좀 더 확실하게 따져봐야겠다고 생각한 클로에는 들고 있던 종이를 돌려주며 말했다.
“경의 사무실에 아무나 드나들 수 없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마틴이 들어가서… 그걸 보고 와 나에게 만들어 제출했다? 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네가 어떻게든 손을 썼겠지!”
“점점 더 정말 기분 나빠지는데 사람 도둑으로 모는 것 작작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모리스 경과 클로에의 시선이 이글이글 불타오른 채 서로를 향했다. 그러다 두 사람은 동시에 마틴에게 소리쳤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귓가를 때리는 노성에 마틴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뭐라고 하지? 어떻게 해야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지? 혼미한 정신 속에서 마틴은 어떻게든 이것을 제 잘못이 아니라고 해야 한다 생각했다.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이 모든 것을 떠넘기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마틴은 허겁지겁 입을 열었다.
“나, 난 잘못 없습니다! 리엘라! 리엘라 테니어가 나에게 보여 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