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heirs RAW novel - Chapter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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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로테가 탄 마차가 본궁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마지막까지 준비에 소홀함이 없는지 주변을 살폈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하운은 무표정한 얼굴로 마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마차가 본궁 앞에 멈추자 앞에서 말을 타고 달리던 테티아의 수호 기사가 내려 마차의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고 마차 안에 앉아 있는 샤를로테의 모습이 보이자 하운의 뒤쪽 여기저기서 감탄의 목소리들이 들렸다.
“듣던 대로 정말 아름다운 분이시네요.”
“테티아의 국민들이 사랑하는 분이라더니 과연….”
“꽃과 함께 있으니 더욱 아름다워 보이세요.”
꽃이라는 말에 하운은 본궁과 마차의 주변을 바라보았다.
별명이 테티아의 장미라나 뭐라나. 덕분에 카르디아의 정원 관리부만 더욱 바빠졌다. 그녀의 별명에 맞게 주변을 장미로 장식해야 했기 때문이다.
모리스 경의 장미 화분이 죄다 샤를로테 공주가 머무를 궁의 주변으로 끌려 나왔고, 현재 그녀를 맞이할 본궁 역시 한 번밖에 쓰이지 못할 장미로 아름답게 장식되었다.
그래서 하운은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일 때문에 정원 관리부의 사람들이 죄다 동원되는 바람에 리엘라가 거의 일주일 내내 왕궁으로 와 일해야 했다. 아마 이곳을 꾸미는 데도 참여했으리라.
아침저녁으로 제가 데려다주는 것은 상관없었다. 하지만 잠시 점심때 시간을 내어 찾아가 봤더니 리엘라는 제 일도 아닌데 땀범벅에 흙투성이가 되어 정원 관리부 건물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걸 보고 뭘 하는 거냐 외쳤더니 마침 잘 왔다며 혹시 물건을 옮길 수 있는 보석이 있으면 저 좀 도와 달라 리엘라가 매달렸었다.
결국 도와주긴 했지만 평소라면 신나게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을 리엘라는 적잖이 피곤했는지 공작저에 도착할 때까지 곤히 잠들었었다. 도착하고 나서도 좀처럼 잘 깨어나지 못해 결국 네아가 업다시피 리엘라를 데리고 가던 모습이 하운의 눈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쓸데없이 찾아와서 여러 사람 고생시키는군.’
하운은 짜증을 누르며 샤를로테가 탄 마차로 다가갔다.
옆에 서 있던 테티아의 기사가 그런 하운의 모습에 슬그머니 뒤로 물러섰다.
‘듣던 것 이상이야.’
기사를 능가하는 보석술사라는 말을 들었을 때, 카르디아에서 일부러 하운에 대해 과장된 말을 만들어 낸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리 전쟁터를 돌아다니는 보석술사라 하더라도 극한으로 몸을 단련하는 기사와 어떻게 비교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테티아에서는 일부러 건장하면서도 너무 우악스럽게 생기지 않은 말끔한 기사들로 샤를로테의 경호를 서게 했다. 카르디아 너희들이 그렇게 잘났다 내미는 하운 대공 따위 별것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서.
하지만 하운을 본 순간 기사들은 전부 그 시도가 헛수고로 돌아갔다는 것을 알았다.
이곳에 서 있는 사람들 중 가장 기사 같은 사람을 고르라 하면 누구나 다 하운을 가리킬 것이다. 가장 잘생긴 사람을 고르라고 해도 마찬가지인 대답을 얻을 것이고.
정작 그 본인은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기사들은 서늘한 하운의 눈빛 아래 타국의 대공을 향한 예를 표하기 위해 깊게 고개를 숙였다. 카르디아의 대신들은 뒤에서 그 모습을 뿌듯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우리 대공님이 어디 가서 꿀리진 않지, 허허허. 그런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테티아의 기사들은 입술을 물었다.
하운은 마차로 다가가 살짝 고개를 숙이고 인사했다.
“카르디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샤를로테 엘 프리아니 대공.”
온전한 이름에 대공까지 붙여 부르는 하운의 말에 샤를로테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이리 환대하여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운 아렐 펜드래건 대공.”
하운은 샤를로테의 손을 잡고 그녀가 마차에서 내리는 것을 도왔다. 그리고 샤를로테가 무사히 내린 것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손을 거두었다. 그런 그의 움직임에 옆에 서 있던 사람들은 조금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대신들의 걱정과는 다르게 샤를로테는 낯빛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여전히 생글거리고 있었다.
“그럼 안으로.”
하운은 저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무시하며 앞서 걸었다.
***
“그래서 방문의 목적은 대플레노트 전선의 전후 처리와 함께 카르디아 꽃 축제 관람이라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향기로운 차와 달콤한 다과가 함께하는 자리였지만 분위기는 따뜻하지 않았다. 테티아의 사신과 카르디아의 대신들은 샤를로테와 하운의 뒤에 서서 열심히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전후 처리라는 단어에 포함된 일은 엄청나게 많았고, 또한 예민한 일들이었다.
이제 플레노트가 잠들었으니 사람들이 이주를 시작할 것이다. 땅 역시 과거의 비옥한 토지로 돌아올 것이며, 근처 산맥의 광산들 역시 다시 채굴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었다.
문제는 플레노트가 레어를 짓고 난동을 부렸을 때 근처의 지형이 바뀌며 카르디아와 테티아의 국경 또한 애매해졌다는 점이다. 국경이 걸린 문제는 복잡하다. 하운은 차와 과자에 조금도 손을 뻗지 않은 채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오래 머물겠군.’
꽃 축제 기간까지 머물겠다는 말을 그냥 한 게 아니었다. 그 논의를 하다 보면 한 달은 훌쩍 지날 터였다. 그리고 한 달이 걸리더라도 무척이나 집요하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통보이기도 했다.
하운이 입술을 물었을 때 찻잔을 내려놓은 샤를로테가 싱긋 웃더니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다들 잠시 자리를 비켜 줄 수 있나요? 조금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군요.”
샤를로테의 말에 양측의 대신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사실 이제 형식적인 인사는 끝난 상태였다. 이제 지루한 외교전의 시작을 해야 하니 차와 함께하는 담소는 더 이상 필요 없었다. 다만 양측은 열애설이 난 두 남녀를 놓고 떠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고민을 할 뿐이었다.
“나가 보게.”
그들의 고민은 차갑다 못해 냉기가 뚝뚝 흘러나오는 하운의 말에 정리되었다.
‘지금부터 대공님이 그 일에 대해 추궁을 하실 모양이군.’
카르디아의 대신들은 샤를로테를 향해 마음속으로 애도를 표했다. 보아하니 자신들의 대공은 저 연약한 공주에게도 인정사정없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주변에 있던 대신들은 물론 시종들까지 전부 물러가자 하운이 곧바로 말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테티아는 그런 기사를 낸 겁니까.”
떠볼 생각도 없다는 듯이 하는 말은 질문이 아니라 따지는 것에 가까웠다. 그 기사 때문에 제가 공작저에서 들었던 말과 받았던 대접을 생각하면 하운은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샤를로테에게 좀 더 강하게 말하려는 순간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화가 많이 나셨을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 일에 깊은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
더 따지기도 전에 돌아온 사과에 하운은 잠시 말을 잃었다. 이렇게 쉽게 인정할 줄은 몰랐는데.
“먼저 그 일을 지시한 것은 제 오라버니이신 테티아의 국왕 전하임을 말씀드립니다.”
“테티아의 국왕이 어째서….”
“이런 일이 이번 회담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반쯤은 진심으로 하운 대공께서 저와 연을 맺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으셨고요. 오는 길에 들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대공과 저의 결혼을 바라고 있더군요. 특히나 플레노트의 주변 땅에 살아야 하는 자들이 말입니다.”
그 이유는 하운도 알고 있었다. 플레노트가 잠들었다 해서 그 주변의 몬스터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양 국가가 서로 더 이득을 얻기 위해 군사를 배치하며 첨예한 대립을 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곳을 빠르고 안전하게 발전시킬 것인가. 그때 하운과 샤를로테의 열애설이 터진 것이다. 사람들은 그 기사를 반겼다. 만약 기사가 사실이라면 이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강한 보석술사 두 사람의 결합이다. 게다가 플레노트를 상대했던 사람들이고.
그렇다면 이후 플레노트 전선 지역에 두 사람이 다시 돌아와 통치를 할 가능성이 높았다.
어차피 두 사람 다 왕이 될 수 없는 자들이다. 그렇다면 공작에 변경백의 자리를 더해 두 나라 사이의 땅을 공국처럼 다스리는 것이 영지 없는 대공들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미래였다.
“저는 원하지 않습니다.”
하운은 샤를로테의 말에 재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하운의 태도에 샤를로테가 미소 지으며 물었다.
“그럼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
샤를로테가 입을 연 순간 하운은 이상함을 느꼈다. 하지만 시야는 멀쩡했고, 소리 역시 문제없이 들렸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빛도 없었기에 어디선가 누가 보석으로 힘을 쓴 것도 아니었다. 하운은 제 장갑 아래 있을 정찰의 재스퍼를 불렀다.
애초에 궁 안은 보석의 사용을 억누르는 또 다른 보석들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힘을 쓸 수 있는 것은 허가받은 보석과 파괴력 따위 없으며 위해를 가하지 못하는 신경 쓸 필요도 없는 이름 없는 보석들뿐이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허가를 받은 보석인 정찰의 재스퍼가 재빨리 제힘을 풀었다. 하지만 걸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물론 샤를로테가 보석술사인 만큼 그녀가 갖고 있는 보석들이 느껴졌지만 그중 특별히 힘을 사용하고 있는 보석은 없는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잠시 이상함을 느껴서 살펴보았습니다.”
“역시 그러시군요. 저도 순간 힘을 느낀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카르디아 왕궁이다 보니 누군가가 쓴 것이 아닌가 해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샤를로테의 말에 하운은 재스퍼의 힘을 거두고 그녀를 보았다.
생각보다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다. 곧바로 신문 기사의 일을 사과하며 진상을 말해 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지금도 망설임 없이 이상하다 싶은 것을 말해 주었다. 꽤 마음에 드는 태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하운은 샤를로테가 여전히 껄끄러웠다.
그의 직감이 아직 긴장을 풀지 말라 외치는 것을 들으며 하운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일을 인정하시고 사과하셨으니 더 이상 그 일에 대해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편히 머무시고, 내일부터 일정을 함께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하운은 대답을 듣지도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하운의 모습이 사라진 순간 샤를로테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찻잔을 붙잡는 그녀의 손이 미친 듯이 떨리고 있었다.
‘다행이다. 잘 넘겼어.’
그녀는 하운에게 거짓말을 했다. 먼저 신문의 기사에 대한 것이 첫 번째 거짓말이었다.
‘내가 낸 것이지만.’
좀 더 정확히는 그녀가 국왕에게 제안해 낸 기사였다. 일부러 하운 대공에게 공국이라는 미끼를 흔들 수 있도록. 신문의 기사는 두 사람이 결혼해 플레노트의 레어 주변의 땅을 공국으로 삼아 통치하는 계획에 대해 신나게 떠들고 있으니까.
두 번째 거짓말은 힘에 대한 것이었다. 힘을 느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힘이 제가 쓴 것이라 말하지는 않았다.
샤를로테는 문을 잠근 다음 주머니 속에 있던 작은 나무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이름 없는 가넷이 있었다. 정확히는 이름 없는 가넷들이.
‘소르디아 경매장에서 조각내길 잘했지.’
힘은 미미해졌지만 카르디아 왕궁의 감시에는 걸리지 않을 수 있었다.
‘대신 그만큼 하운 대공에게 크게 영향을 미칠 수는 없어.’
조금 전만 봐도 그랬다. 그는 잠시 이상함을 느꼈을 뿐,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것을 한 달 동안 쉴 새 없이 사용한다면 분명 보석의 힘은 언젠가 하운 대공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시작할 것이다.
샤를로테는 아직 떨림이 가시지 않은 손으로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저와 같은 처지의 하운 대공이다. 능력이 있는 자가 능력이 없는 자에게 단지 늦게 태어났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빼앗기고 살고 있다. 그러니 분명 그 역시 많은 것을 욕망하고 있을 것이다.
“그게 공국으로 끝날지, 아니면 카르디아 왕국이 될지 모르겠지만….”
샤를로테는 그가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해 보며 남은 차를 마셨다.
***
“어? 대공님?”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온 리엘라는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하운을 보고 놀란 얼굴이 되었다.
“오늘부터 못 오시는 것 아니었나요?”
“그랬지. 그렇긴 한데….”
하운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냥 여기에 와서 같이 식사를 하고 싶었어. 널….”
“네?”
“아니야. 일단 식사나 하지.”
하운은 급히 고개를 돌린 다음 손으로 제 입을 틀어막았다. 지금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 널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