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cover Professor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388
◈ 388화 외나무다리 (2)
저건 좀 위험해 보이는구나.
림레이는 루드거를 향해 석장을 겨누었다.
푸화악!
그리고 쏘아지는 푸른 마력포.
마력포는 루드거가 도망갈 퇴로까지 차단하며 그를 집어삼키려 들었다.
그 순간 황금빛이 무언가로 변했다.
그것은 사람의 형상을 취하고 있었는데, 뒤에는 무수한 황금색 손이 가득했다.
그 손들이 움직이며 림레이의 마력포를 막았다.
마력포를 한 번에 막아 낼 수 없는지 손들이 연달아 소멸했지만, 숫자가 워낙 많았다.
결국, 마력포는 루드거에게 닿기도 전에 힘을 잃고 사라지고 말았다.
“처음 보는 마법이구나. 정령도 마법수도 아니야. 그야말로 일반적인 마법의 범주에 없는 거로군.”
“제 오리지널 마법입니다.”
“직접 창조한 건가?”
“선조의 지혜를 보고 따라 한 미천한 결과물일 뿐입니다.”
“내 책 고르기를 어떻게 단번에 분석해서 사용했는지 이제야 납득이 가는구나.”
림레이는 그렇게 말하며 술식을 짜기 시작했다.
루드거는 그런 림레이에게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자리를 박차며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등 뒤의 불상이 찬란한 광채를 내뿜었다.
림레이는 그 눈부신 빛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멈추는 일 없이, 차분하게 술식을 구성했다.
그때 발목을 붙드는 감각이 느껴졌다.
고개를 내려보니, 루드거의 몸에서 길게 이어진 그림자가 넝쿨처럼 일어나 그의 발목을 속박한 것이었다.
등 뒤의 강한 빛을 받으며 그림자가 길어진 덕분이었다.
‘저 빛은 이것을 위한 수단에 불과했나.’
림레이는 다리에 마력을 두르고 그것을 가볍게 끊어 냈다.
그가 가진 강대한 마력은 이런 속박 따윈 가볍게 풀어 버렸다.
그사이에 루드거는 그림자의 망토 안쪽에서 여러 시약병을 꺼내 들었다.
시약병은 그림자에 휘감기더니 이윽고 마술처럼 자리에서 사라졌다.
시약병이 다시 나타난 것은 림레이의 머리 위, 넓은 홀의 천장이었다.
루드거는 영리하게도 꽤 먼 거리에 전송시켜 림레이의 마력이 일으킨 좌표 왜곡의 오차를 최대한 줄였다.
머리 바로 위가 아니더라도, 높은 천장에서 뚝 떨어뜨리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흥. 같잖은 장난을.”
림레이는 콧방귀를 뀌며 석장을 흔들었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더니 루드거가 투척한 시약병을 휘감으며 반대로 루드거를 향해 날렸다.
딱.
림레이가 손가락을 튕기자 마력의 선들이 주르륵 그어지며 시약병을 깨뜨렸다.
내부의 내용물이 루드거의 몸에 끼얹어졌지만, 루드거는 그것을 무시하며 달려들었다.
‘시약이 아니었다고?’
림레이는 쯧 하고 혀를 차며 루드거의 정면에 마력의 장벽을 둘렀다.
이윽고 달려드는 루드거가 방벽과 충돌했다.
루드거의 등을 두른 새까만 망토가 좌우로 갈라졌다.
그것은 거대한 짐승의 손으로 변하더니 방벽의 중심으로 파고들어 그대로 좌우로 찢어 버렸다.
평범한 방벽이 아님에도 저런 것이 가능한 것은 그림자 자체에 공간을 왜곡시키는 힘이 깃들어 있어서가 분명했다.
‘저 그림자, 아니 마법수의 특성인가.’
생각해 보면 루드거는 공간을 뛰어넘을 때도 전부 그림자를 매개체로 해서 움직였다.
방벽을 좌우로 찢어 버린 루드거가 이윽고 팔로 변한 망토를 사방으로 흩날렸다.
마치 만개한 꽃이 바람을 따라 꽃잎을 휘날리듯.
허공에 불씨처럼 날리던 검은 조각들이 이윽고 악령의 형상으로 변해 림레이를 포위했다.
솔로몬의 작은 열쇠 그 첫 번째 서.
강마의 술.
아르스 게티아(Ars Goetia).
림레이는 두 손으로 석장을 쥐고 그대로 바닥을 찍었다.
촤자자자작!
동시에 사방으로 마력의 실이 화살처럼 쏘아지며 72마리의 악령을 모조리 꿰뚫었다.
“꽤 재미있구나. 악마를 닮았지만 악마는 아니고, 소환 같지만 구현계에 가까워.”
팽팽하게 당겨진 실이 서로 엉키더니 이윽고 72마리의 악령을 한곳에 묶어 버렸다.
악령들은 발버둥 쳤지만, 실이 더 강력했다.
그때 루드거의 등 뒤에 나타난 불상이 림레이를 향해 팔을 뻗었다.
빠르게 내질러지는 손은 그대로 림레이의 머리를 노렸으나 허공에서 나타난 또다른 거대한 손에 붙들리고 말았다.
림레이의 등 뒤로 거구가 상반신을 일으켰다.
“그건…….”
“나라고 소환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림레이의 마법수는 비대한 상체를 지닌 거신병(巨神兵)이었다.
새하얀 피부의 거신병은 두 팔을 들어 올려 내질러지는 황금의 손을 받아 냈다.
파지지직!
불상과 거신병, 두 존재가 힘겨루기에 들어가며 주위에 마력으로 이루어진 스파크가 연달아 튀었다.
그 충돌의 속에서 림레이와 루드거는 지척의 거리에서 서로를 응시했다.
루드거가 소드스틱을 내질렀고, 림레이가 석장으로 그것을 막아 냈다.
림레이는 석장을 휘리릭 돌리며 소드스틱을 흘려내고 루드거의 관자놀이를 노렸다.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봉술.
림레이는 마법사임에도 근접전 경험이 풍부했다.
고개를 숙이며 가까스로 석장을 피한 루드거가 왼손을 뻗었다.
피슉.
그의 손목 아래에 숨겨져 있던 칼날이 튀어나와 림레이의 미간을 노렸다.
세리단이 만들어 준 아대에 탑재된 히든 블레이드였다.
그러나 림레이는 루드거가 손을 내민 시점에서 무언가가 오리란 걸 짐작하고 있었다.
림레이는 회수한 석장을 미간 앞에 세웠다.
채앵 하고 숨겨진 칼날은 석장에 막혔다.
그 순간 숨겨진 와이어가 쏘아지며 석장을 촤르륵 휘감았다.
루드거가 왼팔을 당겼고, 림레이는 석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힘을 주어 버텨야 했다.
찰나의 힘겨루기 속에서 림레이가 말했다.
“재미있는 온갖 무구를 숨기고 있었구나.”
“그건 피차일반 아닙니까?”
루드거의 말에 림레이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림레이의 왼팔에 착용하고 있던 팔찌가 빛을 냈다.
빛은 루드거의 와이어를 때려 중간에 끊어 냈다.
그 타이밍에 루드거가 소드스틱을 찔러 넣었지만, 림레이의 가느다란 실이 검날을 이미 휘감은 뒤였다.
림레이의 주특기인 마력의 실이었다.
림레이는 석장의 끝에 마력을 모아 그것을 창날처럼 만든 뒤 루드거의 심장을 향해 찔렀다.
그러나 석장은 루드거의 몸에 닿지 못했다.
이쪽도 마찬가지로, 의미한 실이 석장을 휘감고 있었기 때문이다.
빛을 받아 은색으로 반짝이는 그것은 자신이 사용하는 마력의 실과는 다른 물건이었다.
“은사?”
“저도 비슷한 건 쓸 줄 압니다.”
루드거는 [흐르는 은]으로 이루어진 실을 당기며 말했다.
“게다가 제 건 더 좋죠.”
직후 은사의 형태가 바뀌더니 석장의 위로 무수한 가시가 돋아났다.
아무리 림레이라 하더라도 이건 어찌할 수 없는지 석장을 쥔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석장을 빼앗은 루드거는 그것을 저 멀리 집어 던졌다.
“무기도 잃으셨는데, 이제 어쩌시겠습니까?”
“어쩌긴.”
림레이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이윽고 자세를 취했다.
몸을 낮추고 팔을 뒤로 뻗은 그 자세는, 무언가를 휘두르려는 것과 닮아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마력이 맺히더니, 이윽고 거대한 바스타드 소드로 변했다.
“무슨.”
검신만 2m가 넘는 대검은 보기만 해도 등골이 시릴 정도의 싸늘한 마력을 머금고 있었다.
림레이는 얼음으로 이루어진 대검을 한 손으로 힘차게 휘둘렀다.
그 궤적을 따라 무수한 얼음 송곳들이 흩어지며 허공에 서리가 내려앉았다.
피부를 아리는 냉기 속에서 루드거는 그림자를 일으켜 대검을 막아 냈다.
쩌저적!
차가운 냉기가 그림자 너머까지 느껴졌지만, 크게 위험할 것은 없었다.
그 순간 림레이가 루드거를 향해 달려들었다.
얼음의 대검을 바닥에 찍으며 지면에서 얼음 송곳을 일으키고, 동시에 다른 한 손을 뻗으며 마력을 일으켰다.
파지지직!
그것은 사방으로 따가운 전류를 흘리는 번개의 검이었다.
날 부분이 초승달처럼 휘어진 곡도는 얼음의 대검과 맞먹는, 아니 그 이상의 위력을 자랑했다.
그림자의 방벽이 손쉽게 무너졌다.
루드거는 소드스틱에 마력을 불어넣어 번개의 곡도를 막아 냈다.
콰아앙!
마력이 서로 충돌하며 거대한 충격파가 터졌다.
두 사람을 중심으로 저택의 바닥이 거미줄처럼 쩍쩍 갈라졌다.
“1인 학파로서 내가 무얼 하면서 지냈을 것 같으냐? 무기를 빼앗았다고 다 된 줄 알았나?”
“남부 파티마 왕국의 마법이로군요. 고도로 정순한 원소를 무기로 구현시켜 싸우는 기술. 근접전이 특기였습니까?”
“왕년에 많이 날렸지.”
채채채챙!
허공에서 검이 연달아 충돌했다.
림레이는 늙은 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움직임이 날랬다.
마력으로 강화를 시켰다고 해도 저 나이에 이런 움직임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평소에도 꾸준히 단련했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그에 루드거도 물러서지 않고 맞섰다.
지면의 얼음송곳은 불화살을 이용해 녹였고, 그러면서 소스코드를 통해 중간마다 허점을 찌르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림레이 또한 검을 휘두르면서 그 공격을 회피하거나 국소 부위에 마력 방벽을 펼쳐 내어 막아 냈다.
그 순간 림레이가 번개의 검을 쥐지 않은 손을 루드거에게 뻗었다.
손목에 착용한 팔찌가 지이잉 소리를 내는 것이 보였다.
아티팩트.
그것을 인지한 순간 뒤통수가 짜르르 울렸다.
루드거는 확인을 하지도 않은 채 고개를 숙였다.
직후 그가 멀리 집어 던진 석장이 머리 위를 스치듯 지나쳤다.
착.
림레이는 날아온 석장을 손에 쥐고는 거기에 화염을 둘렀다.
왼손에는 번개의 검.
오른손에는 화염의 창.
엄청난 마력을 몸에 두른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투쟁을 위해 살아가는 전사나 다름없었다.
“석장에 그런 기능도 달아 놨습니까?”
“네가 할 소리는 아니지 않느냐.”
림레이는 그렇게 말하다가 이내 얼굴을 찌푸렸다.
눈앞이 살짝이지만 흐려지고 몸이 무거워졌다.
“독?”
림레이는 까마귀 가면 안쪽의 안광이 초승달처럼 휘어지는 것을 보았다.
대체 언제?
“……그랬군. 방금 뿌린 시약.”
림레이는 자신이 무엇에 당했는지 알아차렸다.
루드거가 머리 위에 떨어뜨린 시약병.
그것을 다시 루드거에게 돌려줬는데, 루드거는 그 내용물을 고스란히 뒤집어썼었다.
멀쩡한 걸 보고 그냥 눈속임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단 말인가.
‘기화되며 대기 중에 분포되는 것을 흡입하는 거로도 이 정도의 위력이라.’
어마어마한 마력 도핑을 견뎌 내는 것도 그렇고, 저 독에도 멀쩡하다니.
독이 듣지 않는 체질.
그것이 선천적으로 주어졌을 리 없으니, 분명 그만한 일을 겪었을 터.
“네놈도 썩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구나.”
림레이는 몸에 두른 마력의 일부를 술식으로 전환했다.
숙식은 림레이의 피부를 통해 체내에 흡수되어 몸에 깃든 독소를 몰아내기 시작했다.
가빠졌던 림레이의 호흡이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 사이에 루드거가 몇 번이나 공격을 가했지만, 림레이가 휘두른 번개와 불에 의해 제대로 된 타격을 입힐 수 없었다.
“해독 마법도 사용할 줄 아십니까?”
“잊었느냐. 이 비밀의 저택에 오기 위해서는 위험한 숲을 건너야 한다는 걸. 그 숲에는 온갖 위험한 독소를 내포한 식물군도 가득하지. 그걸 위한 대비였다.”
파스스스.
기운이 다 했는지 림레이는 번개의 곡도를 거두었다.
그 대신 두 손으로 불타는 석장을 쥐었다.
석장을 두른 화염의 기세가 더욱 강해졌다.
흩날리는 불씨는 사라지지 않은 채 주변 공간을 잠식해 나갔다.
꺼지지 않는 불.
루드거는 저 불꽃이 퍽이나 인상 깊으며 동시에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력에 감정을 구현하셨군요.”
“그래. 이 불길은 나의 분노의 현현이다. 내 의지를 꺾지 않으면 절대로 꺼지지 않지.”
“그래서 이런 일을 벌이신 겁니까? 진리학파 복수를 위해서?”
“복수는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어느덧 림레이의 주변 공간이 불길로 일렁였다.
그 열기와는 정반대의 차가운 눈빛이 루드거를 응시하고 있었다.
림레이는 한 치의 방심도 하고 있지 않았다.
루드거를 자신과 동등한 강자로 대하며 싸움에 임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그렇게 싸우십니까.”
“그런 걸 물어보면 솔직하게 대답해 주리라 생각했느냐? 네놈도 정체를 숨겨 가며 남들 몰래 활동하는 주제에.”
“굳이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그래도 가기 전에 선물로 말 정도는 해 주마. 내가 싸우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림레이는 불길의 석장을 크게 휘둘러 화염을 뿜어냈다.
그것이 아직도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황금빛 불상을 타격해 뒤로 밀어냈다.
“구원.”
두 팔이 멀쩡해진 거신병이 허공을 향해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쩌저적.
파지지직.
거신병의 양손에 각기 얼음으로 이루어진 대검과 번개로 이루어진 곡도가 쥐어졌다.
각 무기는 자신의 원소를 뽐내며 주변 공간을 잠식해 나갔다.
림레이의 주위는 그렇게 차가운 혹한과 뜨거운 열기, 날카로운 전류가 넘치는 곳이 됐다.
이제는 지옥이라 부르기도 뭣한,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필드.
거기에 주눅이 들었는지 아테르 녹터누스의 그림자가 크게 일렁였다.
‘케이시 셀모어와 싸울 때도 겁먹지 않던 놈이.’
하지만 이해한다.
그만큼 림레이의 기세는 강렬했으며, 그 이상으로 그의 무력은 뛰어났으니까.
“루드거 첼리시. 나도 하나 물어보마.”
림레이는 루드거에게 네놈이라거나 애송이라는 지칭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그 행동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컸다.
“너는 대체 무엇을 위해 싸우지?”
이제 와서 그런 걸 왜 묻는 걸까.
말한다고 해서 살려 줄 것도 아니면서.
“살기 위해 싸웁니다.”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지.”
림레이는 루드거의 대답을 고스란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그이기에 루드거의 말이 완벽한 진실이 아님을 꿰뚫어 본 것이다.
“살기 위해서라면 굳이 이 위험한 곳까지 오지 않아도 됐다. 그럼에도 너는 왔지. 그 행동은 결국엔 모순이나 마찬가지야.”
“그것도 그렇군요.”
루득는 피식 웃었다.
어느덧 림레이의 원소 필드가 루드거의 주위까지 잠식해 오기 시작했다.
“그래. 다시 묻지. 너는 뭘 위해 싸우지?”
“제가 싸우는 이유는 별거 없습니다.”
“별거 없다?”
“예.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니까요.”
림레이는 그 말이 진실이라는 걸 깨달았다.
개인적인 이유로 싸우는 주제에 이렇게까지 필사적이라니.
피식.
“그래. 개인적이니 그렇게 싸울 수 있는 거겠지. 나도 마찬가지고.”
“예.”
“그래. 슬슬 끝내자. 가진 걸 모두 보여 봐라.”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루드거는 주위에 흩뿌린 푸른 마력의 안개를 끌어모아 마법을 사용했다.
솔로몬의 작은 열쇠.
「제단의 술」
아르스 알마델 살로모니스(Ars Almadel Salomon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