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01
202화
열 시가 되기 전에 한끼식당 앞에 도착한 강진은 아이스박스를 꺼내고는 황민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수고했어.”
“어머니하고 식사해서 좋았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 정신 차린 상태에서 같이 밥 먹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네 덕인 것 같아서 고맙다.”
그러고는 황민성이 주머니에서 봉투를 하나 꺼냈다.
“이건 오늘 수고비. 돈으로 줘서 미안하기는 한데…… 이것밖에는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봉투를 받았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강진이 순순히 봉투를 받자 황민성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한 번은 사양할 줄 알았던 것이다.
사양하면 ‘형이 주는 건 받아도 돼.’라는 멘트를 하려고 미리 준비까지 했었는데 말이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돈을 받아야 형이 앞으로 어머니 음식 해 드리고 싶을 때 편하게 말씀하실 것 아니겠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돈을 안 받으면 다음에는 미안해서 또 말하기 어려울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돈을 받으면 미안해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공짜로 사람 쓰는 것도 JS 잔고 마이너스니까.’
“그래. 고맙다. 다음에 올게.”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김이슬에게 말했다.
“형수님, 언제 한번 식사하러 오세요. 제가 맛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형도 혼자 오지 말고 형수님하고 같이 오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김이슬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그럼 간다.”
황민성이 손을 들어 보이곤 차에 오르자 김이슬이 살며시 고개를 숙이고는 그 뒤를 따라 차에 올랐다.
강진이 손을 흔들자 황민성이 창밖으로 손을 내밀고 마주 흔들었다.
부릉!
차가 출발하는 것을 보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형수님 좋은 분이신 것 같은데…… 사이가 왜 안 좋으시지?”
강진이 보기에 김이슬은 좋은 여자로 보였다. 예쁜 것이 가장 큰 호감의 원인이기는 하지만…… 김이슬의 행동을 보면 단아하고 교양이 있었다.
게다가 조순례를 옆에서 살피는 것이나, 황민성이 챙기지 못했던 동영상 촬영을 하는 것을 보면 마음 쓰는 것도 착하고 섬세했다.
그런데 둘의 사이가 약간 좀 거리가 있는 느낌이었다.
-누워도 편하지 않고,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고, 짝을 만나나 그 짝은 너의 것이 아니니…… 안쓰럽고 또 안쓰럽구나.
김소희가 했던 말을 떠올린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짝을 만나나 그 짝은 너의 것이 아니니라……. 설마 바람을 피우시나?”
거기까지 생각을 하던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분으로는 안 보였는데…….’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아이스박스를 들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아이스박스를 들고 오는 강진의 모습에 안에 있던 귀신들이 일어나 인사를 했다.
최호철과 같이 있는 여자 귀신들과 자동차 지박령들의 인사에 강진이 웃었다.
갑자기 웃는 강진의 모습에 최호철이 그를 보았다.
“왜, 기분 좋은 일 있어?”
최호철의 물음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반겨주니 좋아서요.”
“뭐가?”
“집에 오니 반겨주는 가족들 같아서 좋네요.”
“미친놈…… 귀신들한테 반김 받아서 좋냐?”
“귀신이면 어때요. 반겨 주니 너무 좋네요.”
웃으며 강진이 아이스박스를 주방으로 들고 가자 최호철이 비닐장갑을 끼고는 다른 아이스박스를 들고는 주방으로 옮겨 주었다.
“그래. 잘 다녀왔어.”
“잘 다녀왔죠.”
“엄마가 치매면 황민성 씨 마음고생 좀 많이 하겠어.”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치매에 대해 아세요?”
“경찰 할 때 치매 때문에 일어난 사건들이 몇 개 있었는데…….”
잠시 말을 멈춘 최호철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좋지 않더라고.”
“치매 사건요?”
최호철이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어떤 병이든 다 괴롭고 힘든 건 마찬가지지만 치매는 특히 괴롭지.”
그러고는 최호철이 주방을 나가자 배용수가 들어와서는 고무장갑을 끼고는 아이스박스 뚜껑을 열었다.
아이스박스 안에는 빈 반찬통들이 들어 있었다. 강진이 가지고 간 반찬들과 김치들은 모두 그곳에 주고 오고 빈 통만 챙겨 온 것이다.
“그래도 사람들 센스 있네.”
“뭐가?”
“설거지 깨끗하게 해서 넣어 놨다. 아이스박스도 닦은 것 같은데.”
배용수의 말대로 반찬 통과 아이스박스도 깨끗하게 설거지가 되어 있었다.
“고맙네. 뒷정리하기 귀찮았는데.”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빈 통들을 꺼내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런 배용수와 함께 정리를 마무리한 강진이 어깨를 돌렸다. 일을 많이 한 것은 아니지만 차를 타고 강원도 갔다가 돌아오는 것이 피곤하기는 했다.
스트레칭을 하던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위에 올라가서 샤워 좀 하고 내려올게.”
“그렇게 해.”
배용수에게 뒷일을 부탁한 강진이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왔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내려온 강진은 가게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가게 밖에는 귀신들이 바글바글하게 모여 있었다.
“메뉴 받을게요.”
늘 그렇듯이 귀신들이 들어오면 바로 먹을 수 있도록 메뉴를 먼저 받은 강진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메뉴가 적힌 메모지들을 주방에 붙인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위에서 여섯 개 네가 하고 아래에서 여섯 개는 내가 할게.”
“오케이. 시작하자.”
배용수가 냉장고에서 식재들을 꺼내자 강진도 자신이 할 음식들의 재료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메뉴는 12개지만 같은 메뉴를 주문한 귀신들도 두셋 있기에 만들 음식의 총 분량은 12개가 넘었다.
그래서 지금부터 준비해야 귀신들이 들어왔을 때 차곡차곡 먹을 수 있었다.
타타탓! 타탓!
강진과 배용수의 칼질 소리가 주방에 울려 퍼질 즈음, 허연욱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스륵!
문을 뚫고 들어오는 허연욱의 모습에 최호철이 고개를 숙였다.
“오셨어요?”
“안녕하십니까.”
서로 친하게 지내던 귀신들은 아니지만, 한끼식당 그리고 강진과 엮이다 보니 지금은 서로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선생님은 무엇으로 해 드릴까요?”
“저는 잔치국수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잔치국수. 알겠습니다.”
“아! 국수 양 좀 많이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강진이 재료 준비를 하는 것을 보며 허연욱이 말했다.
“오늘 종훈 학생 집에 다녀왔습니다.”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다녀오셨어요?”
“그래도 제가 진맥을 한 환자인데 몸이 어떤지 싶어서 오늘 들렀습니다.”
그리고는 허연욱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초대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집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창밖으로 보기만 했는데 안색도 좋고, 방에서 계속 움직이려고 하는 것을 보니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허락을 받지 못하면 들어갈 수 없으니 창밖으로만 본 모양이었다.
“그래요? 잘 됐네요.”
“종훈 학생이 요즘도 오지요?”
“퇴근하고 집에 갈 때 들렀다가 갑니다.”
종훈이 가게에 들를 때면, 강진은 반찬 같은 걸 하나둘씩 챙겨서 보내주었다.
그는 처음엔 안 받으려 했지만 어머니 건강해지려면 잘 먹어야 한다는 말에 감사해하며 지금은 잘 챙겨가고 있었다.
“어머니 스쿼트 운동을 좀 하시게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스쿼트요?”
“허벅지가 튼튼하면 당뇨에 좋습니다.”
“그런가요?”
“허벅지가 두껍고 튼튼한 사람 중에는 당뇨가 없고, 당뇨가 있는 사람은 대부분 허벅지가 얇고 근육이 떨어집니다. 그만큼 허벅지 건강과 당뇨는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스쿼트는 하체 운동으로 아주 좋습니다.”
그러고는 허연욱이 강진을 보았다.
“이 사장님은 허벅지가 좋으니 최소한 당뇨는 안 올 것 같습니다.”
허연욱의 말에 강진이 자신의 허벅지를 보았다. 옷으로 가려져 있기는 하지만 사실 강진의 허벅지는 말벅지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파트 공사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모래를 짊어지고 계단을 끝없이 올라가니 허벅지가 약할 수가 없었다.
“노가다 근육이죠.”
“노가다 근육이든 뭐든 근육이 있으면 좋은 겁니다. 그리고 남자는 허벅지가 중요하죠.”
뭔가 의미가 있다는 듯 미소를 짓는 허연욱의 모습에 강진이 자신의 허벅지를 손으로 눌러 보았다.
단단한 근육이 느껴지자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허연욱을 보았다.
“뿌듯하네요.”
“뿌듯할 만합니다.”
웃으며 허연욱이 말했다.
“그래서 스쿼트에 대해 아십니까?”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러고는 허연욱이 의자를 잡고는 말했다.
“근력이 떨어지니 스쿼트를 몇 번만 해도 힘들 겁니다. 처음에는 의자를 잡고 이런 식으로 허리를 펴고 앉았다가 일어나는 겁니다.”
허연욱이 의자를 잡고 스쿼트를 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몇 번이나 하면 되는 겁니까?”
“지금은 체력이 약하니, 너무 무리하게 하지 말고. 다섯 개나 열 개 사이로 조금씩 하면서 조금 힘이 든다 할 때까지 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당뇨는 고혈당보다 저혈당이 더 무섭습니다. 그러니 어디 나갈 때는 꼭 사탕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라고도 전해 주십시오.”
강진이 메모지에 그 내용을 적자 허연욱이 시계를 보고는 가게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다른 귀신들도 시계를 보고는 가게 밖으로 같이 따라 나갔다.
가게 안으로 들어올 때 현신하는 기분은 귀신들에게 최고의 즐거움이었다.
그런 귀신들을 보며 강진이 서둘러 음식을 불에 올리고 볶고 끓이기 시작했다.
띠링! 띠링!
풍경 소리와 함께 귀신들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겨울이라 그런지 추워.”
“귀신이 무슨 추위를 느낀다고 그래.”
“그건 그런데…… 사람들이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는 것 보면 이상하게 춥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아! 그리고 사람들 입에서 나오는 입김 봐도 추운 것 같고.”
귀신들이 잡담을 나누며 자리에 앉다가 문득 한 귀신이 말했다.
“그나저나 공원에 처녀귀신 밤마다 와서 그 주위를 못 가겠어.”
“평소 이 근처에 있지도 않으면서 요즘 왜 거기서 죽치고 있는 거지?”
음식을 만들던 강진은 홀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내밀었다.
“처녀귀신요?”
“이 사장도 아는 귀신일 겁니다. 그 기운 센 처녀귀신 있잖아요.”
“소희 아가씨요?”
“이름이 뭔지는 모르죠. 저희야 처녀귀신하고 이름 나누는 사이가 아니니까요.”
“아…… 그건 그렇겠네요.”
처녀귀신이 있는 곳에는 귀신들이 가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 공원에 처녀귀신이 있는 줄만 알지, 어떤 처녀귀신인지는 몰랐다.
다만 그 기운으로 어떤 처녀귀신이 있는지 짐작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기운이 세요?”
“살벌하죠. 그래서 멀찍이 돌아서옵니다.”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살벌할 정도면 소희 아가씨가 맞나 보네. 그런데 공원? 혹시 흰둥이하고 놀려고 가시는 건가?’
황구를 쓰다듬으며 즐거워하던 것을 떠올리니 공원에 있는 것이 김소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가게 와서 식사 좀 하시지.’
공원하고 가게가 가까우니 말이다. 하지만 김소희가 오지 않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김소희는 처녀귀신들과 같이 왔을 때에도 늘 적당히 먹고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자주 오지 않는다. 처녀귀신이 매일 오면 다른 귀신들은 가게에 오지 못한다.
그래서 가게 근처 공원에서 흰둥이와 놀아도 식당에는 오지 않는 것이다.
‘도시락이라도 하나 싸다 드릴까?’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일단 귀신 손님들이 먹을 음식들을 만드는 데 집중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