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24
225화
“그럼 다음에 또 봐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다음에 더 좋은 식사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음식도 좋았어요. 영미 씨는 어땠어요?”
이강혜의 말에 오영미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맛있었습니다.”
“여기 음식 맛있으니 배고프면 가끔씩 와요.”
“알겠습니다.”
이강혜의 말에 고개를 숙인 오영미가 슬쩍 강진을 한 번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런 두 여자의 모습에 강진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건 이것대로 난감하네.’
오영미나 강진이나 서로 말은 안 하지만 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이강혜가 자신들을 엮어 주려고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는 것을 말이다.
오영미는 몰라도 강진은 확실히 이 상황이 조금 불편했다. 소개팅이라는 것 자체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어쨌든 이강혜도 처음부터 자리를 만들 생각은 없는 듯 웃으며 아크릴 통에 돈을 넣고는 가게를 나섰다.
이강혜가 나가자 강진이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텅 비어 있는 식당을 보던 강진이 그릇들을 치울 때 배용수가 나오며 그릇들을 치우려 했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신수호 변호사가 보낸 사람 한 명 더 올 거야.”
“그래?”
“그리고 음…… 처음 오는 사람일 것 같으니까, 일단 나가 있을래?”
신수호가 보냈다는 사람이 처음 온 손님이면 배용수 때문에 가게를 못 알아볼 수도 있었다.
“알았어.”
배용수가 가게를 나가자 강진이 그릇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띠링! 띠링!
풍경 소리에 강진이 고개를 돌리니 두 명의 남자가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깔끔한 정장을 입은 두 남자 중 한 명이 강진에게 다가왔다.
“사장님 되십니까?”
“네.”
“서울지검 박영준 검사입니다.”
박영준 검사가 명함을 꺼내 주는 것에 강진이 그것을 받았다.
“혹시 신수호 변호사님이 보내셨나요?”
“대표님께서 보냈습니다.”
박영준 검사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신수호가 걱정하지 말라고 준비한 패가 바로 검사였다.
‘하긴 양아치 상대로 검사면 차고도 남지. 그런데…… 대표님?’
신수호 변호사가 로펌 대표기는 하지만…… 검사가 굳이 변호사에게 ‘대표님’이라고 부를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아무리 로펌 대표라고 해도 검사를 이런 사적인 일로 부르다니?
강진이 의아해할 때 박영준 검사가 말했다.
“동영상이 있다고 하던데요.”
박영준의 말에 강진이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틀어주었다. 그것을 가만히 보던 박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면 됐습니다. 저에게 영상 좀 보내 주시겠습니까?”
박영준의 말에 강진이 동영상을 보내주었다. 그에 박영준이 가게를 둘러보며 슬며시 말했다.
“그런데 대표님하고는 무슨 관계이신지?”
“저하고는 먼 친척 되십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김복래가 강진의 고조부의 누님의 2대손이고, 신수호는 김복래의 양아들이니 멀고도 먼 친척이 되기는 할 것이다.
“대표님께서 이런 사적인 부탁을 하셔서 어떤 분인가 했더니 그렇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박영준이 손을 내미는 것에 강진이 어색하게 그 손을 잡았다.
“그런데…… 검사님은 신수호 변호사님하고 어떤 관계이신지?”
강진의 물음에 박영준이 웃으며 말했다.
“검사가 천직이 아닌 것 같아서요. 조만간 옷 벗을 생각입니다.”
박영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로펌으로 옮기시나 보군요.”
“옛날에는 검사하면 좋다고 하던데 요즘은 위로 못 올라가면 이쪽도 재미가 없거든요. 대표님에게 이야기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건 제가 잘 해결해서 혼 단단히 내 놓겠습니다.”
웃으며 박영준이 고개를 숙이고는 몸을 돌리다가 말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박영준이 기분 좋은 얼굴로 가는 것에 강진이 그 뒷모습을 보다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강 사장 힘들어지겠네.’
깡패에 국회의원에 이제는 검사까지…….
하지만 안쓰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딱 맞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리고 나쁜 짓을 했으면 그에 맞는 처벌을 받아야 하고 말이다.
‘그러고 보면 나쁜 일은 한 번에 몰려온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네.’
강 사장 입장에서는 나쁜 일이 우르르 몰려오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문을 보던 강진이 뒷문을 열고는 배용수와 귀신들을 보았다.
“청소하자.”
강진의 말에 배용수와 귀신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
강진은 배용수와 귀신들과 함께 가게 앞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아 있었다.
크리스마스이브라 그런지 저녁 장사 때는 손님들이 몇 없었다.
아무래도 이브인 날이다 보니 분위기 있는 가게를 선호하거나 직장인들도 일찍 집으로 돌아간 모양이었다.
그래서 일찍 저녁 장사를 접고 가게 앞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귀신들과 함께 길거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옆의 핸드폰 가게에서 틀어놓은, 징글벨로 시작해서 징글벨로 끝이 나는 이상한 캐럴을 들으며 강진은 길거리를 보았다.
길거리에는 커플들이 바글바글했다.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인가 보다.”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 쌍쌍이다.”
그러고는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아까 이강혜 아줌마하고 온 여자, 이쁘던데.”
“이쁘기는 하더라.”
“잘 해 봐.”
“글쎄…….”
“왜?”
“여자 사귀어 본 적이 없어서…….”
강진이 입맛을 다시자 선주가 그를 보았다.
“오빠 모솔이에요?”
“연애할 여건이 안 됐어요.”
“에이, 연애하는 데 무슨 여건이 있어요. 서로 좋아하면 사귀는 거지.”
“그건…….”
말을 하던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따지고 보면 선주의 말이 맞았다.
그리고 선주와 최훈도 자신만큼 사정이 안 좋기는 했다. 두 사람 모두 보육원 출신이고 가진 것 없기는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다른 것이라면 강진은 학교를 다니느라 학비와 생활비 마련이 힘들었다는 것 정도였다.
그리고 학교를 다니느라 일을 할 시간도 부족했고 말이다. 그래서 더 힘들었다.
차라리 학교 안 다니고 일만 했다면 또래들처럼 연애도 하고 보통 그 나이대의 청년처럼 살았을 것이다.
생각을 하던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그때는 마음속에 여유가 없었나 보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사람들을 구경하던 강진이 선주와 최훈을 보았다.
“크리스마스인데 케이크라도 만들까요?”
“케이크 좋아요!”
“저도 좋아요.”
“생크림 케이크요!”
“나는 초코케이크!”
여자 귀신들이 뒤이어 하는 말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케이크 만들 줄 알지?”
“네가 만드는 것 아니었어?”
“요리 연습장에 케이크는 없어.”
“빵은 있던데?”
“빵이지 케이크는 아니잖아.”
“응용을 해야지.”
배용수가 말을 덧붙였다.
“가서 생크림 우유 3리터랑 초콜릿 싸구려로 좀 사 와.”
“그것만 있으면 돼?”
“가게에 없는 재료는 그것 정도야. 아! 딸기하고 바나나 같은 과일도 좀 사 오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킬 때 여자 귀신 한 명이 슬며시 말했다.
“저…… 자두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자두요?”
“네.”
“자두가 여름에 나오는 거라…… 일단 가서 있으면 사 올게요.”
“감사합니다.”
강진이 서둘러 마트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아직 시간은 넉넉하지만 11시 되기 전에 케이크를 만들려면 어서 가서 재료를 사 와야 할 것이다.
마트에 들어간 강진은 고경하를 빠르게 불렀다.
“고경하, 고경하, 고경하.”
화아악! 화아악!
“무슨 일 있으세요?”
강진이 자신을 부른 것은 처음이라 고경하가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크리스마스라 케이크를 좀 만들려고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요. 재료 찾는 것 좀 도와주세요.”
“아…… 다행히 별일은 아니군요. 재료 어떤 것 찾으세요?”
“일단 생크림 우유 3리터, 그리고 싸구려 초콜릿하고 자두요.”
“싸구려 초콜릿이면 녹여서 쓰실 모양이군요.”
“그럴 것 같습니다.”
“배용수 씨가 만드는 건가요?”
“네.”
“일단 따라오세요.”
그러고는 고경하가 강진이 말을 한 재료들을 골라주었다.
“초콜릿은 이걸로 하세요.”
커다란 봉지에 담겨 있는 초콜릿 칩을 가리키며 고경하가 말했다.
“이거 녹여서 만들면 됩니다.”
“이거 하나면 될까요?”
“더 필요하시면 하나 더 고르세요. 유통기한도 길어서 두고 쓰시면 됩니다.”
고경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 봉지를 더 골랐다.
“자두는 제철 과일이라 지금 나온 것이 없을 겁니다.”
“그럼 자두 통조림 같은 것은 없나요?”
“자두 통조림은 따로 없고 건자두가 있기는 한데…….”
“건자두요?”
“서양 자두를 말린 겁니다. 한국 자두하고는 조금 맛이 다른데…… 쫀득쫀득하고 단맛이 조금 더 강합니다. 건포도가 커진 거라 생각하면 됩니다.”
“음…… 그럼 다른 건 없나요?”
“자두 주스가 있습니다.”
“자두 주스라…… 그럼 그거로 케이크를 만들 수 있을까요?”
“반죽할 때 넣으면 괜찮지 않겠습니까?”
고경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거하고 건자두하고 같이 좀 사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고경하가 재료들이 있는 곳으로 그를 안내했다.
강진은 고경하와 함께 가게로 돌아왔다. 그런 강진에게 배용수가 말을 걸었다.
“재료 사 왔어?”
“응. 너는?”
“밀가루 반죽 다 하고 지금 숙성 중.”
“근데 앞으로 두 시간 정도 남았는데 그 시간이면 케이크가 되나?”
“케이크가 뭐 어렵나. 시트만 만들고 생크림 바르면 끝이지.”
“시트?”
“케이크 빵을 시트라고 해.”
그러고는 배용수가 재료를 보다가 말했다.
“역시 자두가 없지?”
“없더라. 그래서 건자두 사 왔는데.”
“자두하고 건자두하고 맛이 다른데…….”
배용수가 힐끗 홀을 보았다. 그런 배용수의 모습에 고경하가 말했다.
“자두 주스하고 깔라만시 원액 사 왔습니다.”
“깔라만시?”
자두 주스를 사 온 이유는 짐작이 가는데 깔라만시는 왜인가 싶은 것이다.
“깔라만시에 건자두를 담가 놓으면 새콤한 생자두 맛이 나지 않을까 싶어서요.”
“하긴 건자두는 새콤함이 없기는 하죠. 건자두에 깔라만시…….”
잠시 생각을 하던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담가 두는 것 말고 깔라만시로 소스를 만들어서 건자두에 바르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왜?”
“건자두를 씹었을 때 깔라만시가 주우욱! 흘러나오면 레몬을 입에 넣고 씹은 느낌이 날 거야.”
“쓰읍!”
말만 들어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것 같은 시큼함에 강진이 침을 삼키자 배용수가 건자두를 뜯어 볼에 담았다.
그리고는 깔라만시 원액 뚜껑을 까서는 소스를 만들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스르륵! 스르륵!
케이크 시트에 강진이 생크림을 얇게 바르기 시작했다.
“접시 자빠지지 않게 조심히 돌려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케이크를 만들 때 돌돌 돌리는 판이 있어야 하는데, 한식당에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접시 위에 시트를 올리고 그 밑에 병뚜껑을 놓고는 돌리고 있었다.
스르륵! 스르륵!
시트에 생크림을 다 바른 강진이 허리를 펴곤 만들어진 케이크를 보았다.
“이 정도면 잘 나온 것 같은데?”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자신이 만들던 케이크에서 눈동자만 돌려 그가 만든 것을 보았다.
“잘 했네.”
그러고는 배용수가 여자 귀신들을 보았다.
“이거 장식해 볼래요?”
“저희가요?”
“장식이라고 해도 별거 없어요. 그냥 먹고 싶은 과일들 보기 좋게 올리기만 하세요.”
배용수가 옆에 썰어 놓은 과일과 초콜릿들을 가리켰다.
“우리끼리 먹는 거니까,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배용수가 귀신들을 보며 말했다.
“소원 같은 것 빌면서 올려 보세요. 누가 알아요? 저기 위에 있는 분이 소원 들어줄지.”
배용수의 말에 여자 귀신들이 서로를 보다가 비닐장갑을 끼고는 과일과 초콜릿들을 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