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46
247화
맛있게 통닭을 먹는 정대령을 보던 강진이 잔에 따라진 맥주들을 버렸다. 정대령이 이미 세 잔 다 마셔서 버려야 했다.
귀신이 마셨다고 해서 바로 상하는 것이 아니니 자신이 마셔도 상관은 없지만, 손님들이 많아서 술을 마실 수 없다.
그래서 정대령이 먹은 건 버려야 했다.
맥주를 버린 강진이 다시 폭탄주를 따라주었다.
“고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폭탄주가 먹고 싶었던 듯 환하게 웃으며 정대령이 잔을 들고는 입에 가져갔다.
꿀꺽! 꿀꺽!
시원하게 맥주를 먹는 정대령을 보며 강진이 양념에 프라이드를 반절 넣어 섞고는 그릇에 담았다.
양념 통닭까지 만든 강진이 정대령을 보았다.
“그릇에 몇 개 덜어 주실래요? 저기 친구 분 드시게 가져다드리게요.”
강진의 말에 정대령이 그릇을 하나 집어서는 그 위에 닭을 올렸다. 몇 조각을 그릇에 담는 정대령을 보던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더 안 드셔도 되겠어요?”
“지금도 배불러요.”
정대령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통닭을 양손에 들고는 홀로 나왔다.
그러고는 왕소령이 있는 테이블에 통닭을 슬며시 올렸다.
“통닭을 좀 만들었습니다.”
강진의 말에 왕소령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앞에 있던 남자가 슬며시 말했다.
“누나, 한국 통닭 좋아하잖아.”
남자의 말에 왕소령이 슬쩍 고개를 숙여 통닭을 보았다. 멍하니 통닭을 보는 왕소령의 모습에 강진이 그녀의 밥그릇을 보았다.
다른 사람들의 밥그릇은 제법 비워져 있고 먹은 흔적이 있었는데, 그녀의 밥그릇은 살짝 손만 댄 흔적만 있을 뿐이었다.
‘안 먹었네.’
그런 왕소령의 밥그릇을 보던 강진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혹시 한국 드라마 보셨어요?”
강진의 말에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한류라고 해서 한국에서 하는 드라마 많이 유행해요.”
남자의 말에 강진이 잠시 기다리라 하고는 맥주와 소주를 가져왔다.
“그럼 이거 가지고 온 이유도 아시겠네요?”
“소맥이죠?”
남자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에 왔으면 통닭에 소맥 정도는 드셔 보셔야죠.”
웃으며 강진이 글라스를 여럿 챙기다가 힐끗 왕소령을 보았다.
‘기운이 없어 보이네.’
그리고는 힐끗 정대령을 보았다. 정대령은 어느새 왕소령의 뒤에 서 있었다.
‘하긴 수호령이 될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으니…… 활기찬 것도 이상한 일이지.’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글라스를 가지고 왔다.
“한국 음주 문화인 소맥을 말아 드릴 테니 한 잔씩들 해 보세요. 통닭하고 같이 먹으면 맛이 좋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맥주병의 뚜껑을 따서 한 잔 따르고는 소주병을 그 위에 꽂았다.
꿀렁! 꿀렁!
소주가 맥주병에 쏟아지며 거품이 오르는 것을 중국인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았다.
그 시선들 중에는 왕소령의 것도 있었다. 식욕이 없는 것처럼 의욕도 없었지만 강진이 하는 퍼포먼스는 신기했던 것이다.
멍하니 맥주병에 소주가 섞여 들어가는 것을 보는 왕소령을 보던 강진이 소주병을 단숨에 꺾어 치우고는 엄지로 입구를 막았다.
그러고는 강하게 위아래로 한 번 튕긴 강진이 주르륵 놓인 잔을 향해 엄지를 치웠다.
치이익! 치이익!
물총처럼 소맥이 뿜어지며 잔에 하얀 거품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우와!”
“멋져요.”
“누나, 이거 봐! 정말 멋지다.”
강진에게 말을 걸었던 남자가 왕소령의 기분을 풀어 주려는 듯 크게 환호를 질렀다.
그리고 왕소령의 눈동자도 흔들렸다.
촤아악! 촤아악!
거품이 많기는 하지만 네 잔에 골고루 폭탄주를 따른 강진이 병을 내려놓았다.
그 모습에 중국인들이 탁자를 손으로 치며 웃었다.
타타탁!
“하오! 하오!”
“대단해요!”
젊은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듯 탄성을 토하는 것을 보며 강진이 웃었다.
자신도 처음 이 기술을 봤을 때 깜짝 놀랐으니 외국인들은 더 놀랐을 것이다.
게다가 맥주병에서 분수처럼 뿜어지는 술이 잔에 따라지며 거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자기가 봐도 멋졌다.
특히 아주 맛있게 올라오는 거품은 예술이다.
“맛있게 드세요.”
강진이 맥주잔을 사람들 앞에 하나씩 놓자 젊은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폭탄주를 보았다.
폭탄주를 먹어 보지 못한 중국 젊은이들에게는 이건 생소한 경험일 것이다.
게다가 맥주 색깔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황금색이라 더 좋았다.
중국인들이 잔에 담긴 맥주와 거품을 구경할 때, 말없이 멍하니 있던 왕소령이 잔을 들어 그대로 입에 가져갔다.
꿀꺽! 꿀꺽!
단숨에 원 샷을 하는 왕소령의 모습에 젊은이들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누나?”
“괜찮아?”
젊은이들의 모습에 왕소령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맛있네.”
왕소령의 말에 젊은이들이 서로를 힐끗 보고는 웃음을 터뜨리더니 서로 잔을 단숨에 비웠다.
“하오!”
“좋다!”
젊은이들이 웃으며 크게 외치는 것을 보던 정대령이 강진을 보았다.
“고마워요.”
뭐가 고맙냐는 듯 그녀를 힐끗 본 강진이 다시 잔에 소맥을 따르며 말했다.
“통닭도 드셔 보세요.”
강진의 말에 왕소령이 젓가락으로 프라이드를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바삭! 바삭!
바삭함이 눈과 귀를 통해 느껴졌다. 프라이드의 맛에 미소를 짓던 왕소령이 문득 통닭을 보았다.
그렇게 가만히 통닭을 보던 왕소령이 다시 한 입 씹었다.
바삭!
통닭을 먹던 왕소령이 강진을 보았다.
“저기, 한국 치킨은 보통 이런 맛인가요?”
작은 왕소령의 목소리에 젊은이들이 모두 강진을 보았다. 그에 강진이 의아한 듯 왕소령을 보았다.
“맛이 없으세요?”
“아뇨. 맛있어요.”
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을 한 왕소령이 통닭을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전에 친구하고 야영 갔을 때, 닭에다 한국 매운 라면 스프 발라서 튀겨 먹은 적이 있는데 그 맛이 나는 것 같아서요.”
왕소령의 말에 강진이 힐끗 정대령을 보았다. 정대령은 자신의 손에 있는 통닭을 지긋이 보고 있었다.
아마도 통닭에서 왕소령과 자신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그런 정대령을 보던 강진이 왕소령을 보았다.
“그럼 맛이 비슷할 겁니다. 저도 튀김 가루에 스프를 섞어서 튀김옷을 입혔거든요.”
“한국은 원래 그렇게 하나요?”
왕소령이 의아한 눈으로 묻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저희 가게가 전문 통닭집이 아니라서, 튀김 가루에 양념할 겸 스프를 좀 섞었습니다.”
강진의 말에 왕소령이 통닭을 보다가 한 입 먹고는 미소를 지었다.
“친구가 해 준 것처럼 맛있어요.”
왕소령의 말에 앞에 있던 남자가 웃으며 통닭을 집었다.
“누나가 한국 드라마 팬이라 한국 음식 이것저것 많이 먹어요.”
말을 하며 남자가 통닭을 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네요.”
남자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그럼 한국 음식 뭐 드셔 보셨어요?”
“김치찌개, 제육볶음, 떡볶이, 김밥…….”
왕소령이 자신이 먹었던 한국 음식들을 말하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많이 드셨네요.”
“대령…….”
정대령의 이름을 말하던 왕소령이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에 남자가 잠시 그녀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누나 친구가 요리를 잘해서 한국 음식을 자주 해 줬어요.”
“동생 분도 아시는 분이신가 보네요?”
“저도 북경에서 청화대화교 나왔는데 누나하고 대령…….”
말을 하던 남자가 힐끗 왕소령의 눈치를 보았다. 통닭은 하나 집어 먹던 왕소령은 대령이라는 이름에 잠시 멈칫했지만 다시 통닭을 먹었다.
“흠! 누나하고 자취하면서 많이 먹었어요.”
남자의 말에 왕소령이 통닭을 내려놓았다.
움찔!
그 모습에 남자가 자신이 말실수를 했나 싶어 그녀를 볼 때, 왕소령이 잔을 들었다.
“한 잔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왕소령이 잔을 들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냉장고에서 맥주를 두 병 다 가져다가 폭탄주를 말아주었다.
폭탄주를 몇 잔 더 말아 준 강진이 사람들이 먹은 빈 그릇들을 챙겨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런 강진을 슬쩍 본 남자가 슬며시 그 뒤를 따라 주방으로 들어왔다.
“저기…….”
남자의 모습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뭐 필요하세요?”
강진의 말에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뭐가요?”
“저…… 누나가 몇 년 전에 친한 친구를 잃어서 그 후로는 좀 무기력하게 지냈습니다.”
“그러셨어요.”
“평소 식사도 잘 안 하는데…….”
말을 하던 남자가 웃었다.
“이렇게 통닭을 맛있게 먹고 맥주까지 마시는 것……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야 맛있는 음식을 만든 것밖에 없는데요, 뭘.”
“그게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남자는 강진에게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한국 드라마에서 이렇게 고개 깊이 숙여서 인사하던데, 맞나요?”
남자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강진의 말에 남자가 웃고는 주방을 나섰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손님들이 먹을 음식들을 다시 차리기 시작했다.
가게 안에 북적이던 사람들은 많이 빠져나갔다. 왕강신의 술자리가 길어질 것 같자 식구들에게 쉴 사람은 쉬고, 볼 일 볼 사람은 볼 일 보라고 한 것이다.
그 말에 식구들이 우르르 일어나 식당을 벗어났다. 한국까지 와서 식당에서 계속 죽치고 있기는 싫었던 것이다.
젊은 애들은 한국에 왔으니 놀고 싶어 했고, 나이 있는 사람들은 쇼핑을 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식당엔 왕강신을 챙길 왕대문과 왕소령, 그리고 그녀의 동생이 남았다.
왕소령은 여기 음식이 마음에 든다고 좀 더 먹겠다고 남았고, 동생은 그녀를 챙기려고 또 남은 것이다.
북적거리던 가게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강진은 상황을 보다가 그릇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왕소령이 슬며시 일어나서는 그릇들을 같이 치워주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동생도 일어나 같이 그릇들을 치우자 강진이 말했다.
“제가 해도 되니 편히 드시고 계세요.”
“좀 움직이고 싶어서요.”
왕소령의 말에 동생이 강진에게 웃으며 말했다.
“저희가 할게요.”
동생은 왕소령이 평소와 달리 뭐라도 하겠다고 움직이는 것이 기분이 좋은 듯싶었다.
그 모습에 강진은 더 권하지 않고 같이 그릇들을 정리했다.
왕소령과 동생이 그릇들을 쟁반에 담아 주방으로 옮겨주자, 강진이 감사한 마음에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정리를 마저 하기 시작했다.
“이 사장, 우리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고생하는 것 같습니다.”
오자명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정리 좀 하고 안주 새로 만들어 드릴게요. 깔끔하게 상 한 번 갈고 시작하세요.”
“하하하! 그러면 좋지요.”
말을 한 오자명이 옆에 있는 보좌관들을 보았다.
“자네들은 그만 들어가 봐.”
“아닙니다.”
한명현의 답에 이유비가 웃으며 말했다.
“술자리가 오래 갈 것 같으니 이만 들어가세요. 연말인데 가족하고 보내야죠.”
“그래. 제수씨한테 나 또 나쁜 사람 만들지 말고 그만 가 봐.”
두 사람의 말에 한명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의원님 집에 모시는 것까지가 제 일입니다.”
그러고는 한명현이 도영민을 보았다.
“자네는 들어가. 내가 어르신들 집에 모셔다드릴 테니.”
한명현의 말에 할머니 귀신이 급히 도영민의 옆에 가서는 말했다.
“영민아, 그러면 안 돼. 의원님을 끝까지 모시는 것이 네 일이야.”
할머니 귀신의 말을 듣지 못하는 도영민이지만, 그의 생각도 그녀와 같은지 고개를 저었다.
“보좌관님 말씀대로 저 역시 의원님을 집까지 모시는 것이 제 일입니다.”
도영민의 말에 한명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원들을 보았다.
“이런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말에 이유비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그럼 대리 불러서 가고, 두 사람도 소주 한잔해요.”
이유비의 말에 한명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술자리가 계속 이어지자 한명현도 조금 지루했다.
술자리에서 술 안 먹는 것만큼 지루한 것도 없으니 말이다. 그것도 술 좋아하는 사람인 만큼 더더욱.
그에 한명현이 도영민을 보았다.
“한잔할까?”
“그러시죠.”
도영민이 소주와 잔을 가져오자 한명현이 술병을 받아 따라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