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64
265화
보육원에서 음식 봉사 활동을 하고 일행은 황민성의 집에 들어서고 있었다.
잠이 든 조순례를 황민성이 조심히 안아 들었다.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들어가서 저녁 먹고 가.”
“그래야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집으로 향하자 김이슬이 서둘러 집의 문을 열었다.
황민성이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에 강진이 그네가 있는 곳을 보았다.
나무 그네에는 노부부가 그를 보고 있었다.
그에 강진이 그쪽으로 다가가자 이원익과 장춘심이 몸을 일으켰다.
“봉사 활동 잘 하고 왔나?”
“아셨어요?”
“며칠 전부터 여기 며느리가 그거 준비한다고 음식 들이고 준비를 했는데 모를 수가 있나.”
이원익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푸드 트럭에서 한 음식은 분식 쪽이지 식사 쪽이 아니었다. 그래서 김이슬이 따로 음식들을 준비해서 아이들 점심을 맛있게 먹인 것이다.
“아이들 어때 잘 지내고 있어?”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강진이 슬며시 조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에 이원익이 놀란 눈으로 말했다.
“기부를 했다고? 얼마나?”
“정확한 금액까지는 모르는데 할머니가 유언으로 집을 팔아 기부를 하겠다고 하신 걸 원장님이 아시는 것을 보면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부하신 것 같았습니다.”
“정말?”
놀란 눈으로 보는 이원익을 보며 강진이 다시 말했다.
“거기에 조카 분께서 요즘도 들러서 후원금도 내시고 봉사 활동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이원익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하는 말에 장춘심이 미소를 지었다.
“그렇죠.”
“네?”
“우리 성진이가 착한 아이에요. 나는 우리 성진이가 내 부탁을 들어 줄 줄을 알고 있었어요.”
장춘심은 기분이 좋은 듯했다. 이원익이 죽고 난 뒤, 자신을 잘 살펴주고 장례까지 해 준 조카의 누명이 벗겨졌으니 말이다.
그런 장춘심을 보던 이원익이 강진을 보았다.
“그럼 정말로 성진이가 기부를 했다는 건가?”
“제가 직접 들었습니다.”
강진의 말에 이원익이 장춘심을 보았다.
“그럼 당신 왜 이러고 있는 거야?”
이원익의 물음에 장춘심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
기부를 하려던 집에 조카가 살았기에 유언이 지켜지지 않아 지박령으로 남았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그것이 아닌 것이다. 자신들은 몰랐지만 조카는 유언을 이행한 것이다.
“몰라?”
“모르겠어요.”
같은 답을 하는 장춘심의 모습에 이원익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그녀의 등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래도 우리 둘이 같이 있고 서로 의지하니 외롭지는 않으니 저승이면 어떻고 이승이면 어떤가.”
“그러네요.”
그런 두 귀신을 보던 강진이 물었다.
“혹시 다른 것은 짐작 가시는 것 없으세요?”
강진의 말에 이원익이 장춘심을 보았다. 그 시선에 장춘심이 고개를 저었다.
“딱히 한이 될 만한 것이 없는데…….”
“그러세요?”
강진의 물음에 장춘심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아침 식사는 마음에 드세요?”
강진의 물음에 이원익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며느리가 음식을 잘해.”
“형수님이 음식을 잘하시죠.”
강진의 말에 이원익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진을 보았다.
“고맙네.”
“제가 한 것이 있나요.”
강진의 말에 장춘심이 고개를 저었다.
“한 것이 없다니요. 우리 대신 보육원에 가서 애들하고 놀아줬잖아요. 그거면 감사하고 고맙죠.”
그리고는 장춘심이 말했다.
“아이들은 어때요?”
“밝고 건강해 보였습니다.”
장춘심이 아이들 이름을 말하며 근황을 묻자, 강진이 기억이 나는 대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이원익과 장춘심이 웃으며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둘씩 해 주었다.
***
수요일 아침, 강진과 배용수는 기대감이 찬 눈으로 뒷문에 나와 있었다.
바로 오늘이 출장 저승식당이 되어 줄 푸드 트럭이 오기로 한 날이었다.
잠시 후, 푸드 트럭이 골목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온다.”
“새 차라 그런지 깨끗하네.”
다가오는 푸드 트럭을 본 배용수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새 차가 좋기는 하다.”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푸드 트럭이 강진이 미리 만들어 놓은 주차 자리에 들어왔다.
차에서 신수조와 신수호가 내리자 강진이 약간 놀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오셨어요?”
차를 직접 끌고 오기로 했던 신수조는 올 줄은 알았지만 신수호도 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설명을 해 드릴 것이 있어 같이 왔습니다. 일단 차부터 보시죠.”
신수호의 말에 신수조가 어느새 푸드 트럭의 캡을 열었다.
덜컥! 덜컥!
“야외에서 영업한다고 해서 간이 식탁하고 의자도 몇 개 챙겼어요.”
신수조의 말에 강진이 푸드 트럭 내부를 보았다. 안에는 접이식 간이 식탁과 간이 의자들이 있었다.
“고맙습니다.”
“보고 고쳤으면 싶은 부분 있으면 말하세요.”
신수조의 말에 강진이 간이 식탁하고 의자들을 꺼내 놓고는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보았다.
좁은 내부의 동선과 시설들을 본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민성이 빌려온 푸드 트럭도 좋았지만, 이것은 다 새 물건들이라 더 깨끗하고 좋아 보였다.
“잘 만들어 주셨네요.”
강진의 말에 신수조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사용하시다가 불편하신 것 있으면 말씀하세요.”
“감사합니다.”
차에서 내린 강진이 캡을 닫자 신수호가 가방에서 차량 등록증을 꺼내 내밀었다.
“보험도 가입해 놨고 바로 운행하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신수호가 주는 서류를 받자, 신수조가 차 키를 주었다.
“여기 차 키요.”
강진이 차 키를 받자 신수호가 말했다.
“출장 저승식당은 언제부터 영업을 하실 겁니까?”
“매주 금요일에 다니려고 합니다.”
“금요일이라…… 장소는 생각해 놓으신 곳이 있습니까?”
“이번에는 노원 생각하고 있습니다.”
노원에서 아르바이트를 몇 곳 했었으니 강진은 처음을 그곳으로 하려 생각하고 있었다.
서울 북단에 위치한 곳이기도 하니 위에서부터 내려오면 될 것이었다.
“그럼 귀에게 노원에서 영업할 만한 위치 알아보라고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가시게요?”
“저희도 일을 해야 하니까요.”
고개를 살짝 숙인 신수호가 뒷문을 잡고는 당겼다.
덜컥!
순간 강진의 얼굴에 살짝 놀람이 어렸다. 신수호가 문을 열자 그 안에 보이는 것은 한끼식당이 아니라 JS 금융이었던 탓이었다.
“어?”
의아해하는 강진의 모습에 신수호가 그를 보았다.
“처음 보시는 것 아니지 않으십니까?”
“여기는 지하가 아닌데 어떻게 여기서 열리는 거죠?”
자신은 JS 금융 가려면 지하로 내려가서 명함을 문에 대야 열리는데 신수호는 지상에서 그냥 문을 잡고 여는 것만으로 JS에 갈 수 있는 것이었다.
강진의 물음에 신수조가 피식 웃었다.
“호 오빠가 강진 씨는 아니잖아요.”
“그건…….”
신수조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그걸로 답이 됐다는 듯 신수조가 문 안으로 들어가자 신수호가 그 뒤를 따르려다가 강진을 보고는 슬쩍 푸드 트럭으로 고개를 돌렸다.
“강진 씨가 푸드 트럭을 하시는 것을 아시면 어머니가 무척 좋아하실 겁니다. 어머니도 밥 먹으러 오지 못하는 귀신들을 안쓰러워하셨거든요.”
잠시 말을 멈춘 신수호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말씀 전해 주세요.”
강진의 말에 신수호가 작게 끄덕이고는 문 안으로 들어갔다.
덜컥!
문이 닫히는 소리에 강진이 푸드 트럭을 보았다. 푸드 트럭의 앞에는 선명하게 가게 이름이 적혀 있었다.
폼 나는 글씨와 함께 밑에는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그려져 있었다.
“그림 잘 그렸네.”
푸드 트럭을 보는 강진을 보며 배용수가 말했다.
“그럼 금요일 저녁부터 영업 시작할 거야?”
“그래야지. 금요일 날 영업하고 토요일은 쉬고, 일요일은…… 음식 봉사 활동 하자.”
보육원에서 아이들에게 음식 봉사를 하고 난 후 강진은 자신이 살던 보육원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그곳에 음식 봉사를 하러 갈 생각이었다.
“너 살던 보육원?”
전에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서 바로 짐작을 하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낸 곳이지만…… 내가 가장 힘든 시기를 버티게 해 준 곳이기도 하지. 진작에 한 번 찾아갔어야 했는데…….”
“사람이 은혜를 입었으면 갚을 줄도 알아야지. 잘 생각했다.”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푸드 트럭을 다시 자세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강진이 푸드 트럭을 살필 때, 선주가 뒷문으로 나와 말했다.
“사장님, 밖에 사람 온 것 같아요.”
선주의 말에 강진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금 전까지 띠링거렸는데.”
선주의 말에 강진이 문을 열고 나가려 할 때 핸드폰이 울렸다.
띠리링! 띠리링!
핸드폰 벨 소리에 강진이 전화를 받으며 문을 열었다.
“여보세요.”
문 앞에는 강상식이 서 있었다. 그리고 강상식도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는 것을 보니……
“전화하셨어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오라는 말도 없었는데 안으로 들어오는 강상식의 모습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그리고 그런 강진에게 장은옥이 연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장은옥의 사과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몸을 돌려 강상식을 보았다.
“오늘 점심 메뉴가 맛있어 보이더군요.”
어느새 자리에 앉은 강상식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인상 좋아 보이던 것을 바로 다 깎아 먹네.’
처음에는 재수가 없었고, 두 번째 봤을 때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에 조금은 호감이 생겼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례했다. 문이 닫혀 있다는 것은 영업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영업 시작 시간이냐는 물음 하나 없이 당연하다는 듯 주문을 하니 말이다.
“아침이라 하기에는 너무 늦고, 점심이라 하기에는 많이 이르시네요.”
“오픈톡에 올라온 메뉴 보니 배고파져서 왔습니다.”
말을 한 강상식이 강진을 보았다.
“식사 2인분 주십시오.”
너무나 당당하게 주문을 하는 강상식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런 강진과 강상식을 번갈아 보던 장은옥이 서둘러 주방에 따라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다시 사과를 하는 장은옥의 모습에 강진이 힐끗 홀을 보고는 말했다.
“배가 많이 고프신 것 같습니다.”
“도련님이 맛있는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푸시는데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으셔서요. 죄송합니다.”
“아주머니가 죄송하다고 할 것은 아니죠. 그래도…… ‘영업 시작 전인가요?’라는 말 한마디 해 주시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죄송합니다.”
다시 사과를 하는 장은옥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젓고는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오늘 점심 메뉴는 고기 많이 넣고 끓인 돼지 짜글이 찌개였다. 짜글이는 쉽게 말하면 고추장찌개에 고기가 많이 들어간 형태라고 보면 되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냄비에 파와 길쭉한 어묵 네 개를 넣은 강진이 살짝 더 끓인 뒤, 그것을 덜어내 쟁반에 올렸다.
그리고 홀로 나오자 강상식이 태블릿으로 뭔가를 유심히 보는 것이 보였다.
강진이 음식이 든 쟁반을 내려놓자, 강상식이 태블릿을 옆으로 놓고는 음식들을 탁자에 올리며 강진을 보았다.
“영업시간 전인데 저 때문에 가게 문을 여신 것 같아 죄송합니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죄송하다는 말이 조금 늦은 것 같지 않으세요?”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죠.”
그러고는 강상식이 수저로 국물을 한 번 떠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픈톡 보고 바로 온 보람이 있군요. 맛있습니다.”
어묵도 하나 집어 입에 넣은 강상식이 수저로 밥을 떠서는 서둘러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확실히…… 음식 하나는 맛있게 먹는단 말이야.’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주방으로 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