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72
273화
보육원은 경기도 작은 도시 외곽에 위치해 있었다. 보통 보육원들이 땅값이 저렴한 곳에 위치하는 만큼 당연한 것이었다.
어쨌든 한마음 보육원에 들어서는 강진의 차를 축구공을 차고 있던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어? 저거 푸드 트럭이다.”
“진짜네.”
“나 저거 전에 학교에서 본 적 있는데.”
“한끼식당?”
푸드 트럭에 적힌 상호를 본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을 할 때, 보육원 건물에서 백발의 할아버지가 나오더니 푸드 트럭을 향해 다가왔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내린 강진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궁문을 보고는 급히 고개를 숙였다.
“원장님.”
“그래. 이렇게 보니 진짜 강진이구나.”
반갑게 웃으며 남궁문이 손을 내밀자 강진이 공손히 손을 잡았다.
“그런데 이건 웬 푸드 트럭이니?”
남궁문이 푸드 트럭을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요즘 음식 장사를 해서요.”
“아…… 그럼 푸드 트럭 타고 다니면서 장사하는 거니?”
“그런 셈이죠.”
사람이 아닌 귀신들을 상대로 푸드 트럭 영업을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동생들에게 음식 해 주러 온 거구나.”
“네. 그리고…….”
강진이 주머니에서 조심스럽게 봉투를 꺼내 내밀었다. 많지는 않지만 강상식이 준 수표에 돈을 보태서 봉투를 만든 것이다.
“작지만 애들 필요한 곳에 써 주세요.”
황민성이 전에 말을 해 준대로 줄 것은 미리 주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봉투를 주면서 강진은 조금 민망했다. 혹시 안 받으시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었다.
강진이 주는 봉투에 남궁문이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이럴 때가 가장 좋더구나.”
남궁문이 봉투를 받으며 말을 이었다.
“어떠한 후원자보다 이곳을 나간 아이들이 이곳을 잊지 않고 돌아와서 해 주는 후원은 금액에 상관없이 정말 기분이 좋아.”
“그러세요?”
“이런 봉투 가져오는 것 보면 어느 정도는 기반을 잡았다는 것이니 기분이 좋고, 집 잊지 않고 생각해서 왔으니 그것 역시 기분이 좋고.”
잠시 말을 멈춘 남궁문이 강진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어디서 객사하지 않고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왔으니 그것이 가장 좋지.”
자신을 보고 정말 기분이 좋은 듯한 남궁문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일찍 인사드리러 왔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이렇게 왔으니 된 것이지.”
웃으며 남궁문이 가볍게 강진을 안았다.
“잘 왔다.”
“반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진의 말에 남궁문이 웃으며 몸을 떼고는 푸드 트럭을 보았다.
“그나저나 푸드 트럭이라…… 애들이 재밌어하겠어.”
“그럴 것 같아서 푸드 트럭을 끌고 왔습니다.”
강진의 답에 남궁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들은 이런 것 좋아하지.”
남궁문과 이야기를 하던 강진은 강상식이 멀뚱히 서 있는 것을 보고는 말했다.
“여기는 강상식 씨입니다. 저하고 같이 오늘 봉사 활동 하겠다고 해서 왔습니다.”
강진의 말에 남궁문이 강상식에게 손을 내밀었다.
“한마음 보육원 남궁문입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궁문의 인사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잡았다.
“반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희처럼 작은 보육원은 늘 사람의 손길이 많이 필요합니다. 오신 김에 여러 힘 좀 써 주십시오.”
“힘요?”
“저희 보육원이 변두리에 작게 있어서 봉사 활동을 오시는 분이 적어서 일이 많습니다. 그럼 오늘 수고 좀 해 주십시오.”
웃으며 말을 한 남궁문이 슬며시 강상식이 타고 온 차를 보고는 말했다.
“혹시 사진 촬영 필요하십니까?”
“네?”
“거실에 보육원에서 아이들과 찍은 사진 하나 있으면 폼이 좀 나십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가진 분들이 베풀면서 살아야 사회가 더 잘 돌아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고는 남궁문이 말을 이었다.
“혹시 자제분 있으십니까?”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요즘은 학생들 봉사 점수나 그런 것이 대학 갈 때 도움도 되고 좋다고 하더군요. 언제 시간 되실 때 아들 분하고 같이 오세요. 제가 봉사 시간 같은 것 좀 넉넉히 챙겨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되묻는 강상식을 보며 남궁문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건 제 명함입니다.”
남궁문이 주는 명함을 받아 든 강상식이 그것을 볼 때, 남궁문이 말했다.
“보육원에 기부하는 후원금은 모두 소득공제가 됩니다.”
“아…… 네.”
소득 공제야 딱히 신경을 쓰면서 살아 본 적이 없는 강상식이 입맛을 다시며 명함을 주머니에 넣을 때, 강진은 살짝 놀란 눈으로 남궁문을 보았다.
‘원장님이 이런 분이셨나?’
자신들에게는 인자하고 좋은 모습만 보이던 분이라, 이렇게 사람에게 대놓고 돈을 요구할 줄은 생각을 못 했던 것이다.
그 모습에 남궁문이 웃었다.
“내가 영업을 잘해야 애들 용돈이라도 올려 줄 수 있지 않겠니?”
“용돈요?”
“요즘은 물가도 많이 올라서 애들 용돈도 꽤 많이 든단다. 학용품은 또 왜 이리 비싼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남궁문이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그럼 뭐 필요한 것 있니?”
“여기서 음식 할 건데 혹시 애들 추워하면 안에서도 먹게 하려고요.”
“음식은 뭐 할 건데?”
“애들 좋아하는 어묵 꼬치하고 떡볶이 그리고 닭 좀 튀기고요, 점심에는 삼겹살하고 소고기 뭇국으로 했습니다.”
“이야! 애들 좋아하겠네.”
“그럼 저는 음식 좀 준비하겠습니다.”
“물이나 그런 것 필요 없어?”
“필요한 건 다 챙겨 왔어요.”
웃으며 말을 한 강진이 캡을 열자, 남궁문이 강상식을 보았다.
“강상식 씨도 요리 하십니까?”
“안 합니다.”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보육원 안내해 드리고 오늘 하실 일 몇 가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러고는 남궁문이 앞장서서 걸어가자 강상식이 당혹스러운 얼굴로 강진을 보다가 그 뒤를 따라갔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캡을 마저 열을 때, 최호철이 작게 중얼거렸다.
“원장님은 여전하시네.”
“그래요?”
“지금 강상식이 데리고 들어가서 여기저기 사진 찍어서 줄 거다.”
“사진요?”
“추억 되라고 하는 것도 있고, 사진 주면서 후원 부탁하고 그러는 거지.”
말을 한 최호철이 강상식이 타고 온 차를 보며 웃었다.
“하여튼 원장님 돈 냄새 맡는 건 귀신같다니까.”
웃으며 말을 하는 최호철의 모습에 강진이 물었다.
“예전에도 후원자들에게 저러셨어요?”
“우리 보육원 규모가 작아서 후원 규모도 작잖아. 그렇다고 들어가는 돈까지 적은 것은 아니지.”
잠시 말을 멈춘 최호철이 말을 이었다.
“애들한테 들어가는 돈이 어디 한두 푼이냐? 학용품도 사야지, 애들 용돈도 챙겨 줘야지. 먹여야지 입혀야지.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것으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지. 그래서 원장님이 후원자들에게 저렇게 영업을 하는 거야. 저렇게라도 뜯어내야 애들이 좀 편하게 살지.”
말을 한 최호철이 강진을 보았다.
“원장님 돈 밝히신다고 나쁘게 생각하는 것 아니지?”
“안 해요. 다만 살짝 놀랐을 뿐이에요.”
“개 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는 말이 딱 원장님을 두고 하는 말이지. 저렇게 후원자들에게 지원받아서 애들은 풍족하게 키우고 싶어 하시니까.”
그러고는 최호철이 강진을 보았다.
“너도 후원금 소득 공제 받을 수 있도록 서류 받아.”
“저는…….”
“너도 오월에는 세금 신고해야지. 그리고 후원금 소득 공제 받는다고 해서 보육원에 해 되는 것 없어.”
“그래요?”
“나도 후원금 보내고 꼬박꼬박 소득공제 영수증 받았어. 그리고 그걸 받아야 원장님이 마음 편해하신다.”
최호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강진이 푸드 트럭에 올라가며 말했다.
“보육원 한 바퀴 돌아보시겠어요? 도시다 수호령 말고 귀신들 있으면 잘 타일러서 밖으로 내보내 주세요.”
강진의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팔을 앞으로 쭈욱 폈다가 목을 비틀었다.
“잡스러운 놈들 있으면 내가 알아서 싹 보내야겠다.
살아 있었으면 우두둑! 우두둑 소리가 났을 것 같은 액션을 취한 최호철이 보육원으로 뛰어갔다.
그런 최호철을 보던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쪽에는 축구공을 쥔 아이들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 주면에는 수호령으로 보이는 귀신들도 몇 있었다.
아이들과 귀신들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응은 행복 보육원하고 같네.’
행복 보육원이나 한마음 보육원이나 다 같은 보육원이고 사는 아이들은 비슷한 것이다.
아이들을 보던 강진이 어묵 통에 육수를 붓고 튀김 통에도 기름을 부었다.
그리고 불판에도 불을 켜고는 그 위에 프랑크 소시지를 부었다.
아직 판이 달아오르지 않았지만 강진이 아이들을 향해 소리쳤다.
“얘들아! 이리 와!”
강진의 외침에 아이들이 서로를 보다가 하나둘씩 다가왔다. 아이들이 오자 강진이 웃으며 소시지를 가리켰다.
“소시지 좋아해?”
“네.”
아이들이 프랑크 소시지를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은 차가우니까 따뜻해지면 먹자.”
그러고는 강진이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형 여기 출신이니까 어렵게 생각하지 마. 같이 사는 형이라고 생각해.”
“어? 형 여기 출신이세요?”
“형 9년 전에 여기에서 퇴소했어.”
웃으며 강진이 프랑크 소시지를 휙휙 저으며 말했다.
“원장님 좋으시지.”
“네.”
아이들의 답에 강진이 말했다.
“형이 통닭하고 어묵, 떡볶이 준비했거든? 이따 맛있게 먹자.”
“고맙습니다.”
아이들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토치를 꺼냈다. 아무래도 너무 추운 날이라 불을 올려도 쉽게 열이 오르지 않았다.
일단 철판이 크기도 하고 말이다.
토치를 꺼낸 강진이 불을 댕겨서는 프랑크 소시지를 직화로 굽기 시작했다.
화르륵! 화르륵!
소시지 겉면이 살짝 타들어가면서 익어가는 것을 아이들이 멍하니 보았다.
보육원 아이들이라고 소시지 한 번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이렇게 직화로 구워 주는 야외 음식이 맛있어 보이는 것이다.
그런 아이들을 힐끗 본 강진이 집게로 햄을 잡고는 나무젓가락으로 꽂아 하나씩 주었다.
“이거라도 하나씩 먹고 있어.”
“고맙습니다.”
아이들이 고개를 숙이며 햄을 받아 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키가 꽤 큰 학생을 보았다.
“몇 살이야?”
“19살요.”
“이제 고3 올라가는 거야?”
“네.”
학생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이제 너도 사회로 나가겠네.’
만 18세 이후에는 퇴소가 되니 앞으로 1년 후면 이 아이도 사회로 나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힘든 사회생활을 하겠지. 잠시 학생을 보던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키 많이 크네.”
“감사합니다.”
햄에 나무젓가락을 꽂아 주며 강진이 힐끗 학생의 신발을 보았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학생은 축구화를 신고 있었다.
“축구 좋아하나 보네?”
“네? 아…… 네.”
학생의 입가에 어린 씁쓸함을 본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축구부야?”
“후보예요.”
학생의 말에 강진이 힐끗 그의 뒤로 시선을 주었다. 학생 뒤에는 건장한 체격의 중년의 남자 귀신이 서 있었다.
‘몸 좋네.’
중년의 남자 귀신은 반바지에 하얀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옷 사이의 근육이 단단해 보였다.
강진의 시선에 중년의 남자 귀신이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다. 강진이 뭘 보나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주위에 강진의 시선이 닿을 만한 것은 자신의 뒤로 있는 건물밖에 없었다.
“설마 나를 보나?”
의아한 얼굴로 강진을 보던 남자 귀신이 슬쩍 옆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남자의 움직임을 강진이 시선으로 좇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쪽 보는 거예요.”
강진의 중얼거림에 남자 귀신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나를요?”
남자 귀신의 놀람에 찬 말에 강진이 슬며시 중얼거렸다.
“배용수, 배용수, 배용수.”
스윽!
배용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강진이 슬쩍 남자 귀신을 가리켰다.
남자 귀신은 놀란 듯했다. 강진의 옆에 귀신이 모습을 드러내니 말이다.
“가서 저분한테 설명 좀 드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내가 설명충도 아니고 이럴 때만 나를 부르더라.”
“가 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푸드 트럭에서 뛰어내리고는 남자 귀신에게 다가갔다.
“설명해 드릴게요.”
배용수가 남자 귀신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며 강진이 햄을 마저 볶아 한쪽에 넣고는 떡볶이를 만들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