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30
331화
“어머니, 음식 잘 먹었습니다.”
강진의 말에 조순례가 웃으며 따뜻한 보리차를 내밀었다.
“보리차 마셔.”
“고맙습니다.”
강진이 보리차를 받아 마시고는 조순례를 보았다. 조순례의 눈동자는 초점도 잘 잡혀 있고 멀쩡했다.
지금 조순례는 정신이 든 상태인 것이다.
보리차를 마시는 강진을 보며 조순례가 미소를 지었다.
“장사는 어떻게, 잘 돼?”
“강진이 가게 점심에는 손님들이 줄을 서서 먹어요.”
황민성의 말에 조순례가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가게 잘 되니 좋네.”
조순례가 재차 웃더니 말했다.
“나도 예전에 음식 장사 했었는데…….”
“민성 형한테 이야기 들었어요. 분식집 하셨죠?”
“학교 앞에서 분식집 오래 했었지.”
그 당시를 회상하며 미소를 짓던 조순례가 말을 했다.
“음식 장사 할 때는 음식 아끼면 안 되는 것 알지?”
“그럼요. 민성 형도 제가 주는 음식 서비스에 반해서 저하고 친해진 거예요.”
“그래?”
조순례가 황민성을 보자, 그가 웃었다.
“강진이 손님들한테 반찬도 챙겨주고 음식 아끼지 않아요.”
“그럼 다행이네.”
조순례가 미소를 지으며 황민성을 보다가 김이슬을 보았다. 김이슬은 반찬들을 정리해 치우고 있었다.
그런 김이슬을 보던 조순례가 강진을 보았다.
“강진이도 결혼해야지?”
“저 이제 스물아홉이에요.”
“스물아홉이 뭐 어때서? 결혼하기 딱 좋은 나이지.”
“요즘은 서른 중반에도 많이들 가요.”
“그건 너무 늦다. 남자든 여자든 서른 넘어서 좋을 것이 없어.”
조순례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 좀 만나 볼래?”
“여자요?”
“음…….”
강진을 보던 황민성이 말했다.
“원하는 스타일 있어?”
“괜찮아요.”
“괜찮기는. 너도 연애하고 그래야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작게 웃었다.
‘이강혜 사장님도 나한테 여자 붙여 주려고 하시던데…… 내가 외로워 보이나?’
그런 생각을 할 때 황민성이 김이슬을 보았다.
“이슬 씨 후배들 중에 참한 여자 없어요?”
“있죠.”
김이슬이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어떤 스타일 좋아하세요?”
김이슬까지 나서자 강진이 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자만추를 원해서요.”
“자만추?”
황민성이 묻자, 김이슬이 웃었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다는 말이에요.”
“그래요?”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자만추 하다가 혼자 산다. 그냥 형수가 소개해주는 여자 만나 봐.”
강진이 그저 작게 웃으며 보리차를 마시자, 황민성이 더는 그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았다.
“어머니, 거실로 가시죠.”
“그래.”
황민성이 부축해주자 조순례가 그 손에 의지해 소파에 가서 앉았다.
강진이 같이 주방을 정리하려 하자, 김이슬이 웃으며 그를 거실로 밀었다.
“들어가세요.”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김이슬이 과일을 가져다주자 강진이 말했다.
“사과는 제가 깎을게요.”
“그래 주실래요?”
웃으며 김이슬이 주방으로 가서 장 여사와 함께 정리를 했다.
황민성은 옥난을 들고 조순례의 옆에 있었다. 점심을 먹고 잠시 동안 정신을 차리고 있던 조순례는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 정신 줄을 놓아 버린 것이다.
그리고 지금 조순례는 멍하니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그런 조순례를 보던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황민성은 옥난을 조심히 들고 조순례의 옆에 붙어 있었다.
아무래도 옥난을 가까이 둬서 조순례의 정신에 좋은 영향을 주려 하는 모양이었다.
“매일 그러고 있으세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한테 도움이 되는 거니까. 늘 어머니 옆에 두고 있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옥난을 보았다. 아까 밥을 먹을 때에도 조순례의 옆에는 옥난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옆에 두고 가까이하면 더 효과가 좋기는 하겠네요.”
“우리 집에서 가장 귀한 대접 받는다.”
조심히 옥난을 쓰다듬은 황민성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렇게 안고 있으면 불편할 텐데요.”
“불편한 것이 대수겠어?”
웃으며 말을 하던 황민성이 어머니를 보았다.
“어머니한테 도움이 된다면 이거 머리에 이고 서 있을 수도 있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옥난 몇 개 더 구해다 드릴게요.”
“그럴 수 있어?”
“돈만 있으면 못 사는 것 없어요.”
“그래? 그럼 형이 돈 줄게.”
황민성이 지갑에서 돈을 꺼내려 하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됐어요.”
“돈을 주고 사야 형 마음이 편해서 그래.”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거기서 쓰는 돈하고 여기에서 쓰는 돈하고 좀 달라요.”
“거기서는 무슨 돈 쓰는데?”
“저승 돈 같은 거죠. 그래서 이승 돈은 거기서 못 써요.”
“그럼 뭐 엽전 같은 것 쓰나?”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그렇게까지 구식은 아닙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눌 때, 김이슬이 따뜻한 차를 가져다주었다.
황민성이 조순례 옆에 조심히 옥난을 놓고는 몸을 일으켰다.
“날씨 따뜻하다. 햇볕이나 쬐자.”
그리고 황민성이 거실에 있는 커다란 유리문을 열고는 밖으로 나가자 강진이 찻잔을 들고는 그 뒤를 따라갔다.
유리문 너머에는 인조 잔디가 펼쳐져 있었고, 동그란 티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의자에 앉은 황민성이 따스한 햇살을 느끼다가 말했다.
“겨울이 얼마 전인데 이제는 봄이다.”
“며칠 있으면 여름이라고 할걸요?”
말을 하며 강진이 손으로 햇살을 받으며 말했다.
“이게 어떻게 봄 날씨예요?”
“따뜻하기는 하지.”
그러고는 황민성이 잔디를 보았다.
“여름 되면 잔디도 푸릇푸릇하니 예뻐지겠다.”
황민성의 말에 어느새 다가와 있던 이원익과 장춘심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당연하지. 내가 여기 잔디에 얼마나 공을 많이 들였는데.”
“지금이 겨울이라 그런데 봄 되고 여름 되면 집 경계로 꽃이 펴요. 내가 꽃을 심어 놨거든요.”
두 귀신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집 경계 쪽에 꽃을 심어 놔서 예쁘게 펼 거래요.”
“그렇다고 하…….”
말을 하던 황민성이 슬쩍 주위를 둘러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오셨어?”
“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다시 한 번 주위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두 분에게도 말을 드려야 한다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 앉으세요.”
황민성의 말에 두 귀신이 의아한 듯 그를 보다가 자리에 앉았다.
그런 둘을 보지는 못하지만, 그들이 앉아있는 자리를 본 황민성이 입을 열었다.
“제가 이 집을 구매했지만…… 두 분도 이 집에 살고 계시니 알고는 계셔야 할 것 같아서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무슨 이야기인데요?”
오원익이 불안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혹시 자신들을 쫓아내려 하는 건가 싶어서였다.
“혹시 자네 지박령 내쫓는 거 할 수 있나?”
오원익이 묻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그런 것 할 줄 모릅니다.”
“저는? 그럼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다는 건가?”
“사람은 아니고…… 제가 아는 귀신 한 분이 할 수 있기는 합니다.”
“헉! 그럼 우리 내쫓기는 건가?”
“여보!”
장춘심이 놀라 손을 내밀자, 오원익이 그 손을 잡고는 강진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무슨 일인데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저희 집에 아이를 입양하려고 합니다.”
“입양?”
“입양?”
“아이요?”
세 사람…… 아니, 한 사람과 두 귀신이 황민성을 보았다.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거실 창문을 통해 조순례와 앉아 있는 김이슬을 보았다.
김이슬은 딸기를 어머니 입에 넣어주고 있었다. 황민성의 시선을 따라 김이슬을 본 강진이 물었다.
“형수님도 아세요?”
“이슬 씨가 먼저 이야기했어.”
“아…….”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잠시 그를 보다가 말했다.
“보육원에 음식 봉사 하시면서 든 생각이신 것 같은데…….”
“음식 봉사 하면서 애들하고 놀아주다가 든 생각인 것은 맞아.”
“충동적으로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겠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가족을 들일 정도로 형이 충동적인 사람은 아니야.”
“그래도 생각 많이 하셔야 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 많이 했어.”
“그런데 왜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잠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나하고 이슬 씨 결혼을 한 지 십 년이 넘었는데…… 애가 안 생겨.”
“그…….”
강진이 잠시 말을 멈췄다. 강진이 하려는 질문은 남자에게는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니 말이다.
강진이 말을 멈추는 것에 황민성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형은 아무 이상 없다. 형 정자왕이야.”
“그럼 혹시…….”
강진이 김이슬을 보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형수도 몸에 이상 없어.”
“아…… 그럼 혹시 안 주무세요?”
처음 황민성을 봤을 때, 그와 형수 사이에 금슬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친하게 잘 지내는 것 같지만 부부와 같은 정은 그리 안 느껴진다고 할까?
서로 존대하며 존중하기는 하지만, 부부로서는 약간 서먹해 보이기도 했다.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문제가 아니야. 그냥 애가 안 생겨.”
“아…….”
강진이 작게 탄식을 토하자 황민성이 김이슬을 보다가 말했다.
“소희 아가씨가 나한테 한 말이 생각이 나.”
-누워도 편하지 않고,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고, 짝을 만나나 그 짝은 너의 것이 아니니…… 안쓰럽고 또 안쓰럽구나.
김소희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황민성이 말했다.
“예전에는 그냥 무당이 한 말이라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잖아.”
작게 속삭인 황민성이 입을 열었다.
“내가 죄인이라고 하셨는데…… 아마 내가 나쁜 짓을 많이 해서…….”
황민성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아이가 안 생기는 것 같다.”
“그럴 리가요.”
“그것 말고는 다른 이유가 없어. 나하고 네 형수 둘 다 건강하고 밤에 잠도 같이 잘 자는데도 애가 안 생기잖아.”
“그래서 입양을 하시려고요?”
“나는 사실 애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는데…… 이슬 씨가 원하기도 하고, 가끔 어머니가 정신 차리면 애 이야기도 하시고.”
황민성이 조순례를 보며 하는 말에 강진이 잠시 그를 보다가 말했다.
“저도 형이 생각을 많이 하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강진이 말했다.
“하지만 입양을 하려는 이유가 어머니를 위해서라면…… 저는 반대입니다.”
“왜?”
“어머니께 두 분이 아이 키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가장 크기는 하지.”
어머니에게 뭐든 해 주고 싶은 황민성이다. 하지만 어머니가 가장 원하는 것이 자신의 아이다.
하지만 그것이 안 되니 입양까지 생각을 한 것이다.
“더 생각을 해 보세요. 어머니를 위해서가 아니라 형과 형수님을 위해서요.”
그러고는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그렇게 하고도 결심에 변함이 없으면 입양을 하세요. 형은 좋은 아빠가 될 거예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듯한 황민성을 보고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못 할 거예요.”
“좋은 아빠가 될 거라며?”
“형 애 키워 봤어요?”
“안 키워 봤지.”
“그런데 처음부터 잘하려고 하면 어떻게 해요. 배워 나가야죠.”
“그럼 왜 내가 좋은 아빠가 될 거라고 했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답했다.
“가족의 소중함을 아시니까요.”
그러고는 강진이 찻잔을 들며 말했다.
“좋은 아빠가 되어 주세요.”
그에 황민성이 피식 웃고는 찻잔을 마저 들어 부딪혔다.
“술을 마실 걸 그랬다.”
황민성의 말에 웃은 강진이 두 귀신을 보았다.
“이 집에 아이가 살 것 같네요.”
“아이?”
강진의 말에 두 귀신은 서로를 보며 당혹스러워 했다.
그들은 생전에 아이를 낳지 못했다. 그래서 아이가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