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58
359화
토요일 11시, 한가한 한끼식당에서는 귀신들이 TV를 보고 있었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전함이 있사옵니다.]드라마에서는 이순신이 출사표를 쓰고 있었다. 내용은 일반인들도 흔히 아는, 원균이 대패한 후 복귀를 한 이순신이 12척의 배를 끌어모아 일전을 벌이는 내용이었다.
“이다음이 명량해전이지?”
배용수의 물음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혹시 직접 보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아쉽게도 그때는 경상도에 있었네.”
“경상도요?”
“의병으로 경상도에서 싸우고 있을 때였지.”
“전주에서 경상도까지 가셨어요?”
“내가 지키고 싶었던 것은 내 고향만이 아니라 조선 그 자체였네.”
김소희의 답에 그녀를 보던 강진이 TV를 보다가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곧 있으면 예약을 한 정민이 올 시간이었다.
그에 강진이 김소희를 보았다.
“이제 곧 손님 오실 시간입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눈을 찡그렸다.
“흐름이 끊기겠군.”
“죄송합니다.”
“되었네.”
김소희가 몸을 일으키자, 드라마를 보던 최호철도 같이 일어났다.
요즘 드라마에 빠져 있는 것은 최호철도 마찬가지였다.
두 귀신이 2층으로 올라가자, 강진이 여자 귀신들을 보았다. 그녀들은 심심한 듯 한쪽에 앉아서 강진의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TV로 드라마나 예능을 보겠지만, 요새엔 김소희가 TV를 독점하며 임진왜란 드라마를 보고 있으니 핸드폰을 이용하는 것이다.
“태블릿이라도 하나 사라니까.”
작은 핸드폰 앞에 다닥다닥 모여 고개를 내밀고 있는 세 귀신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점심 끝나고 옆집 가서 알아봐야겠다.”
“잘 생각했다.”
밝은 배용수의 목소리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그런데 네가 좋아하는 것 같다?”
“나도 가끔 쓰고.”
그러고는 배용수가 여자 귀신들이 잡고 있는 핸드폰을 보며 중얼거렸다.
“나도 핸드폰 갖고 싶다.”
“네가 전화할 곳이 어디에 있다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긴다는 듯 그를 보았다.
“소희 아가씨처럼 너도 조선시대에서 왔냐?”
“무슨 소리야?”
“핸드폰으로 전화만 하던 시대는 이미 옛날에 끝났다. 봐! 쟤들이 전화하고 있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러네.”
핸드폰으로 전화만 하던 시기는 끝이 났다. 지금은 핸드폰으로 뉴스도 보고 영상도 보니, 어찌 보면 들고 다니는 컴퓨터와 같았다.
‘사는 김에 두 개를 살까?’
최신 제품이 아니면 그리 비쌀 것 같지도 않았다. 그리고 배용수에게 핸드폰 정도는 아깝지 않은 강진이었다.
그런 생각을 할 때 배용수가 여자 귀신들에게 말했다.
“곧 손님 옵니다. 2층으로 올라가서 보세요.”
배용수의 말에 여자 귀신들이 2층으로 올라가려 할 때, 강진이 말했다.
“혹시 태블릿이나 노트북 같은 전자 기기 좀 아시는 분?”
강진의 물음에 여자 귀신 셋이 그를 보았다.
“사시게요?”
“아무래도 세 분이 너무 심심해하시니까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슬며시 핸드폰을 내밀었다.
“저기.”
강진이 핸드폰을 받자 이혜미가 말했다.
“핸드폰 사진란에 저희가 몇 개 캡처해 놨어요.”
“캡처?”
“그거 보시면 참고되실 거예요.”
그러고는 이혜미와 여자 귀신들이 서둘러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런 이혜미를 보던 강진이 핸드폰 사진첩을 열었다.
사진첩 안에는 어디 인터넷 숍에서 찍은 듯, 태블릿과 노트북 그리고 핸드폰의 사양과 가격들이 나와 있는 부분을 캡처해 놓은 것들이 있었다.
“싼 것도 있네.”
강진의 생각을 알아서 그런지, 가격대가 10만 원부터 30만 원까지 다양했다.
태블릿 PC라고 해서 좀 비싸지 않나 생각을 했었는데 가격대가 좋았다.
비싼 건 얇기도 하고 성능도 훨씬 좋아 보였지만, 싼 건 조금 투박하게 생겼을 뿐 쓸만한 기능은 다 있었다.
와이파이로 인터넷도 할 수 있고, 동영상도 무리 없이 볼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두 대를 사도 되겠는데?’
강진이 태블릿들의 가격을 볼 때, 문이 열렸다.
띠링! 띠링!
풍경 소리에 강진이 문을 보았다. 정민이 중년 부부와 할아버지를 모시고 들어오고 있었다.
“오셨어요.”
강진의 인사에 정민이 고개를 숙이고는 자리를 가리켰다.
“할아버지, 여기 앉으세요.”
정민의 말에 할아버지가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런 할아버지를 보던 강진이 그 뒤를 보았다.
할아버지의 뒤를 따라 이십 대 정도로 보이는 귀신이 한 명 들어오고 있었다.
‘응?’
이제는 사람을 따라 가게에 들어오는 수호령이나 귀신을 보는 것이 익숙한 강진이었다.
꽤 많이 봤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들어오는 귀신은 좀 특이했다.
일단 입고 있는 옷이…… 군복이었다. 그것도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본 적이 있는 복장이었다. 남한군이 아닌 북한 군인들이 입던 것이었다.
‘북한군?’
북한군 귀신은 본 적이 없는 강진이 살짝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강진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에 귀신이 그를 보았다.
흠칫!
차가웠다. 마치 얼음장같이 차갑고 시린 눈빛이었다. 그리고…….
‘이 집안은 뭐 이렇게 잘생겼어?’
날카롭게 뻗은 콧날과 짙은 눈썹, 그리고 차갑기는 하지만 맑은 눈동자까지…….
정민도 잘생겼지만 군복 차림의 귀신도 아주 잘생겼다. 군복 입은 장동건 같다고나 할까?
거기에 차가운 눈빛이 묘하게 매력적으로 보였다.
강진이 장동건…… 아니, 귀신을 볼 때 그 역시 강진을 보다가 슬쩍 가게를 둘러보고는 말했다.
“저승식당입니까?”
저승식당인 것을 알아보는 것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숙여 답을 하고는 손님들에게 다가갔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진의 인사에 정민의 아버지가 기분 좋은 얼굴로 말했다.
“태광무역에서 인턴을 하셨다고요?”
“들으셨습니까?”
“민이가 있던 부서에서 인턴 생활을 하셨다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앞으로 우리 민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 가게 단골이 되실 건데 제가 부탁을 드려야죠.”
웃으며 강진이 말했다.
“회사는 둘러보셨어요?”
“회사 로비에만 들어가 봤는데 역시 대기업이라 그런지 건물이 좋더군요.”
아버님의 목소리에는 기분 좋음이 담겨 있었다. 하긴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아들이 대기업에 취직을 했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태광무역 정말 좋은 회사입니다.”
“민이도 좋은 회사라고 그러더군요.”
“게다가 정민 씨가 있는 수출대행 2팀 분들 성격 좋으시고 말 그대로 가족과 같은 분위기로 일을 해서 회사 생활도 어렵지 않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아버님과 어머님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님 두 분 다 회사 생활을 했기에 가족 같은 분위기의 회사가 때로는 더 엄격하고 힘이 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요즘 악덕 업주들이 힘들 때는 가족 같은 분위기로 으쌰으쌰 일하자고 하면서, 월급 줄 때는 남의 집 자식 대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이렇게 좋게 이야기해 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아들이 들어가고 싶어 했던 회사이기도 하고 말이다.
“저희 가게에 대해서 들으셨습니까?”
“먹고 싶은 음식을 해 준다 들었습니다.”
“메뉴를 지금부터 받고 하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아, 기본적인 음식은 미리 준비했습니다. 그 외에 드시고 싶은 음식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저희는 아무것이나 괜찮습니다.”
미소를 짓는 아버님을 보던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는 없지요. 제가 태광무역 인턴을 하다가 그만두기는 했지만, 부서 분들과 아직도 가족처럼 지내는데……. 거기다 제 직속 사수였던 상섭 형의 부사수가 되는 정민 씨 가족분들께 아무것이나 드릴 순 없죠. 평소 먹고 싶었지만 손이 많이 가거나, 혹은 조리방법을 모르는 음식을 이야기해 주시면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 해 드리겠습니다.”
강진의 조금은 긴 설명에 부모님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아버님, 드시고 싶은 것 있으세요?”
“그냥 얼큰한 것이면 되었다.”
할아버님의 말에 아버님이 강진을 보았다.
“칼칼한 김치찌개 되겠습니까?”
“저희 가게가 또 김치찌개 맛집입니다. 그럼 두 분은요?”
“사장님이 준비한 음식이 있다고 하니 저희는 정말 그것이면 됩니다. 괜히 여럿 시켰다가 먹지 못하고 남기면 아까우니까요.”
아버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을 가져다주었다. 그러곤 주방에 들어오니 배용수가 음식들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오늘 준비한 음식은 손님을 대접할 때 빠지면 서운한 잡채와 제육볶음, 조개 넣은 된장찌개, 김치전과 고등어구이였다.
아무래도 정민이 아직 첫 월급도 받지 못했으니 너무 고가인 소갈비찜 같은 것은 메뉴에서 뺐다.
소갈비찜을 하면 재료비만 해도 예산을 초과하니 말이다.
그래서 집에 손님 왔을 때 먹는 수준의 밥상으로 준비를 해 놓았다.
이것 외엔 손님이 먹고 싶다는 메뉴를 추가로 만들 생각이었으니 이 정도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을 했던 강진이었다.
다만 김치찌개를 달라고 할 줄은 생각을 못 한 것이었다.
‘손님이 왕이지.’
강진은 잡채와 만들어 놓은 음식들을 쟁반에 올리고, 반조리 상태인 제육볶음과 된장찌개를 끓였다.
한편 배용수는 고등어를 구우며 김치찌개를 끓일 준비를 했다.
두 사람이 손발을 척척 맞추며 일을 할 때, 주방에 북한군 귀신이 들어왔다.
“저도 식사하고 싶습니다.”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홀로 내드리고 차려 드릴게요.”
그러고는 강진이 쟁반을 홀로 가지고 나와 상을 차리며 말했다.
“음식은 만들고 바로 먹는 것이 맛이 좋아서, 다른 음식들을 지금 조리 중입니다. 일단은 잡채와 김치전 드시고 계세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더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불러 주세요.”
고개를 숙인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가며 북한군 귀신을 보았다.
“저승식당에서 식사해 보신 적 있나 보네요?”
처음 와 본 귀신들은 자신이 밥을 준다고 할 때 놀라거나 의아해하지, 이렇게 먼저 달라고 하지 않으니 말이다.
“부산에 동생과 함께 저승식당에서 밥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부산?”
북한군 귀신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북한…… 분이 어떻게 부산에?”
북한 군인들이 남한에서 많이 죽었지만, 최소한 부산에서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군이 부산을 점령했다면 지금의 한국은 없었을 테니 말이다.
“죽기는 다른 곳에서 죽었고, 동생이 부산으로 피난을 가서 따라가게 됐습니다.”
동생이라는 말에 강진이 홀에 있는 할아버지를 보고는 말했다.
“그런데 동생분은 북한군이 아니셨나요?”
“저만 군인이었고, 동생은 어렸습니다.”
“어려요?”
“그때 10살이었습니다.”
“10살요?”
강진이 깜짝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때 저 아이가 참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혼자 어떻게든 부산까지 잘 가서 참 다행입니다.”
“혼자서요?”
“저희 부모님이 독립운동하시다가 일찍 돌아가셔서 제가 동생을 키우며 살았습니다.”
“아…….”
강진이 놀란 눈을 하는 것에 군인 귀신이 웃으며 그를 보다가 말했다.
“밥을 좀 먹었으면 좋겠는데…… 동생 식구들이 가게 되면 저도 따라가야 해서요.”
군인 귀신의 말에 강진이 “아차.”하고는 냉장고에서 JS 편의점에서 사 온 식재들을 꺼냈다.
그중 소시지 하나를 먼저 내밀었다.
“일단 이거라도 드세요.”
비닐을 까서 주는 소시지를 받은 군인 귀신이 놀란 눈으로 소시지를 보았다.
늘 그렇듯이 JS 음식을 처음 본 귀신은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드셔 보세요. 맛이 좋습니다.”
“손에 잡히는 음식…… 처음입니다.”
귀신이 소시지를 입에 넣고는 미소를 지었다.
“너무 맛이 좋습니다.”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냉장고에서 JS 소주도 한 병 꺼내 그 앞에 한 잔 따라주었다.
강진이 따라준 소주를 단번에 쭉 들이켠 귀신이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 것에, 강진이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와…… 미쳤다.’
무슨 소주 CF처럼 너무 멋있고, 맛있게 마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