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0
40화
“여기서 먹자고?”
여자 한 명이 의아한 듯 가게를 둘러보는 것에 최미나가 웃으며 말했다.
“너네 먹어보면 깜짝 놀랄걸.”
“강남에서 보자고 해서 근사한 레스토랑 갈 줄 알았는데.”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먹을 돈들은 있어?”
“네가 맛있는 것 먹게 해 준다면서.”
“웃겨. 내가 맛있는 것 먹게 해 준다고 했지 사 준다고 했어?”
“그래서 여기가 맛집이라고?”
“맞아. 깜짝 놀랄걸?”
“그런데…… 왜 손님이 하나도 없어?”
“숨겨진 맛집이라 그래.”
홀에서 여자들이 나누는 대화에 강진이 고개를 내밀었다.
“오셨어요?”
“제 친구들이에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쪽은 여기 사장님이자 우리 회사 인턴 하시는 이강진 씨야.”
“안녕하세요.”
여자 중 한 명이 인사를 했고, 한 명은 의아한 듯 강진을 보았다.
“직업이 두 개시네요?”
“요즘 세상에 직업 하나만 해서 밥 먹고 사나요. 앉으세요.”
강진의 말에 여자들이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최미나가 강진을 보았다.
“강진 씨 준비됐어요?”
“앉으세요. 일단 머랭 튀김하고 그라탕부터 나갈게요. 아! 그리고 소스가 달콤한데 괜찮으세요?”
“그럼요.”
최미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세 개의 그릇에 머랭 튀김을 각 두 개씩 올렸다.
그리고 오미자와 설탕으로 만든 시럽을 그 위에 뿌리고는 쟁반에 올려 내갔다.
“머랭 튀김입니다.”
“머랭 튀김?”
여자 한 명이 튀김을 보자 강진이 그릇을 사람들 앞에 놓았다.
“계란 흰자를 저으면 생크림처럼 변합니다. 부드럽고 몽글몽글한 식감을 가지고 있는데 그 안에 해산물과 육류를 넣었습니다. 일종의 머랭 만두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럼 어느 것이 해산물이고 육류에요?”
“조금 연한 색이 해산물이고 진한 색이 육류입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최미나를 보았다.
“입맛에 맞는지 드셔보세요.”
강진의 말에 최미나가 머랭 튀김을 젓가락으로 집어 소스를 묻히고는 입에 넣었다.
바삭!
입에 넣자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최미나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쓰읍!”
하지만 곧 최미나가 급히 입을 다물었다. 미소 때문에 입이 열리는 순간 육즙이 흘러나온 것이다.
급히 입을 닫고 티슈로 입을 닦은 최미나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친구들을 보았다.
그 모습에 친구들도 젓가락으로 머랭 튀김을 들어서는 입에 넣었다.
바사삭! 바사삭!
입에서 터지는 바삭함과 함께 곧 부드러운 머랭의 식감이 입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와 혀가 더 깊게 들어가자 이번에는 달콤하고 고소한 육즙이 입안에 감돌았다.
거기에 오미자 시럽이 그 맛들과 섞이자 달콤새콤한 것이 입안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 같았다.
“음! 음!”
“으음!”
육즙을 삼키며 여자들이 고개를 연신 끄덕이자 강진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라탕은 잠시 기다려 주세요.”
강진의 말에 최미나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안에 있는 것을 삼켰다.
“고마워요.”
최미나의 답에 주방으로 들어간 강진이 그라탕이 들어가 있는 오븐을 보았다.
오븐 안에 있는 그라탕의 표면을 잠시 보던 강진이 장갑을 끼고는 그것을 꺼냈다.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그라탕 표면을 보는 강진의 귀에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박! 완전 맛있어.”
“내가 맛있는 것 먹게 해 준다고 했잖아.”
“근데 이거 어떻게 만든 거야? 안에 있는 고기 완전 촉촉하게 잘 익었어.”
“그렇지. 육즙 빵빵 터지지?”
“고기가 이렇게 잘 익었는데, 머랭은 타지도 않고 완전 부드럽다.”
“이 소스 먹어 봐. 완전 새콤해.”
여자들이 나누는 대화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대단하기는 하지.’
머랭 안에 들어간 고기는 따로 먼저 조리를 한 고기다. 계란 흰자로 만든 머랭은 금방 익고 금방 타 버리니, 생고기를 넣으면 고기가 익기도 전에 머랭이 숯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먼저 고기와 해산물을 조리하고 그것을 머랭으로 감싸 기름에 살짝 튀겨 내는 것이다.
머랭만 살짝 익을 정도로 말이다. 물론 머랭을 맛있게 튀기는 것과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조리하는 것이 실력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 같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요리 연습장이 요물이기는 하지.’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그라탕에 칼을 대려다가 힐끗 홀을 보았다.
‘여자들이 치즈를 좋아하던데…….’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잠시 있다가 냉장고에서 모짜렐라 치즈를 꺼냈다.
지금 오븐에서 꺼낸 그라탕은 완성품이라 더 뭘 넣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강진은 그라탕 위에 모짜렐라 치즈를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강진의 머릿속에는 배용수가 한 말이 떠오르고 있었다.
-김복래 여사님 음식도 대단하기는 하지만…… 해장국은 오순영 여사님이 최고야.
즉 김복래 여사님이 만든 요리 레시피가 가장 맛있는 것은 아니었다. 완벽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김복래 여사가 만든 음식보다 더 맛있게 하는 사람도 있고 레시피도 있다.
그렇다면 거기에 뭘 추가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음식이라는 것에는 어디까지나 취향이 있다. 내 입에 맛있다고 다른 사람의 입에도 맛있다 장담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요리사는 그 취향의 중간을 잘 찾는 사람일 뿐이다. 적당히 맵게, 적당히 짜게…… 그 적당히를 아주 잘하는 사람이 요리사인 것이다.
그에 강진이 토치를 꺼내 가스통에 연결하고는 버튼을 눌렀다.
촤아악!
토치에서 불꽃이 솟구치자 강진이 그 불길을 조절하고는 그라탕 위에 있는 치즈를 녹이기 시작했다.
그라탕 항목에 토치로 치즈를 녹이는 내용은 없었지만, 요리 연습장에는 있는 다른 요리 중에는 그런 내용이 있었다.
볶음 요리에서 불 맛을 내기 위해 사용을 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치이익! 치이익!
치즈가 녹고 조금씩 갈색으로 타들어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불을 끄고는 젓가락으로 치즈를 슬쩍 눌러 보았다.
쭈우욱!
치즈가 길게 올라오는 것을 확인한 강진이 그것을 그릇째 들고 나왔다.
“그라탕입니다. 그릇이 뜨거우니 만지지 마시고 덜어서 드세요.”
강진이 그라탕 그릇을 내려놓자 최미나 입에서 감탄성이 나왔다.
“와! 치즈 부글거리는 것 봐.”
“대박.”
여자 한 명이 핸드폰으로 그라탕을 찍기 시작하자 다른 여자들도 사진을 같이 찍었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이 그릇들을 보았다. 처음 내놓은 머랭 튀김 그릇은 소스까지 삭삭 닦은 것처럼 깨끗했다.
그에 강진이 웃었다.
내놓은 음식 그릇이 비워져 있다는 건 손님이 맛있게 먹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맛이 없었으면 남겼을 테니 말이다.
‘할머니 귀신이 빈 그릇에 집착할 만하네.’
비어져 있는 그릇을 보니 요리를 한 사람으로서 기분이 좋아진 강진이 다음 요리를 만들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갔다.
“완전 촉촉해.”
“그라탕이 아니라 케이크 같아.”
홀에서 들려오는 여자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강진이 다음에 낼 스테이크를 불에 올렸다.
촤아악!
홀에는 최미나와 여자들이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1차로 맛있는 음식을 먹은 여자들은 닭발과 육개장으로 2차를 하고 있었다.
“그 대머리 부장 여직원들 지나갈 때마다 힐끗거리는데…… 기분 완전 더럽다니까.”
“고소해 버려.”
“마음 같아서야 그러고 싶지. 그런데 힐끗거린다고 고소하기도 그렇잖아.”
“그나저나 해미 다음 달에 결혼한다고 전화 왔더라.”
“너한테도 왔어? 미친 것 아니니? 대학 졸업하고 한 번 연락 없다가 결혼한다고 연락을 해?”
“그러게. 그래서 일단 알았다고만 했어.”
“보자고는 안 해?”
“보자고 하더라. 아! 너희 이야기도 하던데.”
“우리는 왜?”
“한 번 같이 보면 좋겠다고.”
“그래도 양심은 있네. 우리한테까지는 전화를 안 한 것을 보면.”
주방에서 여자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강진이 시간을 보았다.
‘곧 11시인데…….’
여자들의 이야기는 시간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었다. 11시가 되면 귀신들이 들어온다.
그리고 배용수의 말대로 귀신들이 들어오면 서로 불편할 것이다.
그에 강진이 홀로 나왔다.
“어떻게, 식사는 마음에 드셨어요?”
강진의 말에 최미나가 살짝 달아오른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강진 씨, 정말 맛있어요.”
최미나의 말에 같이 온 친구들도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한 집에서 스테이크에 닭발을 먹을 줄은 몰랐어요.”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미나 말이 먹고 싶은 걸 말하면 해 준다고 하던데……? 그럼 먹고 싶은 것 주문하면 다 되는 건가요?”
“없는 재료는 어쩔 수 없지만, 재료가 있는 한에서는 대부분 다 해 드립니다.”
“좋네요. 여러 군데 갈 필요 없이 한곳에서 다 먹을 수 있고.”
“게다가 맛도 있지.”
여자들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다음에 또 찾아주세요.”
“알았어요.”
웃는 여자를 보며 강진이 최미나에게 살며시 말했다.
“대리님.”
“왜요?”
“죄송한데 11시에 예약이 있어서요.”
“11시?”
“시간이 이렇게 될 줄 몰라서 예약을 잡았는데…… 죄송합니다.”
강진의 말에 최미나가 시계를 보고는 웃었다.
“아니에요. 우리가 오래 앉아 있기는 했네요.”
그러고는 최미나가 잔을 들었다.
“막잔 하고 가자.”
“오케이!”
여자들이 잔을 들어 단숨에 원 샷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마에요?”
최미나의 말에 강진이 테이블을 보았다. 테이블에는 소주가 여덟 병, 맥주가 여섯 병이 놓여 있었다.
“14만 2천 원입니다.”
“14만 2천 원요?”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생각을 했는지 최미나가 당황스러워하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술을 많이 드셨네요.”
강진의 말에 최미나의 눈에 그제야 빈 술병이 보였다.
“아…… 안주가 맛있다 보니 정신없이 먹었네요.”
최미나가 조금 쑥스러워하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소주와 맥주만 5만 6천 원입니다. 거기에 닭발, 육개장, 머랭 튀김, 그라탕, 스테이크, 시금치 수프가 9만 원이니…… 제가 비싸게 받는 것 같지는 않네요.”
강진의 말에 최미나가 테이블에 놓인 술병을 보았다. 말을 들으니…… 싼 가격이었다.
‘하긴 스테이크만 해도 5만 원은 받아야 할 텐데…….’
생각을 해 보니 비싼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이 쌌다. 다만 1차에서 이런 금액이 나온 적이 없어서 놀란 것이다.
“6만 원씩.”
최미나가 손을 내밀자 여자 중 한 명이 물었다.
“왜 6만 원이야? 14만 2천 원이면…….”
“너희들은 양심도 없냐? 이강진 씨가 내 얼굴 봐서 싸게 준 것 아냐. 6만 원씩 내.”
최미나의 말에 여자들이 힐끗 강진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돈을 꺼내 내밀었다.
돈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나름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들이 이 정도쯤이야.
친구들에게 걷은 6만 원에 자신도 6만 원을 보태 18만 원을 만든 최미나가 돈을 내밀었다.
“여기 18만 원요.”
“이렇게 안 주셔도 되는데…….”
“좋은 아이템은 좋은 가격에 사고팔아야 하는 거예요. 그게 샐러리맨의 기본자세예요.”
최미나가 돈을 주자 강진이 웃으며 돈을 받았다. 확실히 싸게 받는 감이 있기는 했는데 알아서 챙겨 준다고 하니 감사할 뿐이다.
“그럼 내일 봐요.”
최미나가 웃으며 여자들과 밖으로 나가자 강진이 배웅을 하러 같이 나왔다.
그리고 강진은 문 앞에 모여 있는 귀신들을 보았다. 다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9월밖에 안 됐는데 왜 이렇게 춥지?”
여자 한 명의 중얼거림에 최미나가 동감이라는 듯 몸을 살짝 떨었다.
“여름 가니 바로 겨울인 것 같다.”
“그러게, 이상하게 춥네.”
물론 날이 추운 것이 아니라 귀신들 한가운데에 와 있으니 춥게 느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