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40
541화
오성병원이 있는 동네의 도로변에 강진의 출장 저승식당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원래는 사람의 인적이 드문 골목에서 하려 했으나, 그런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가게들이 있는 곳에서 영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도로가에 오픈을 해 버린 것이다. 전에는 숨어서 했다면 지금은 대놓고 노점상을 하는 격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귀신들이 몰려든 탓에 사람들이 알아서 피해가고 이쪽에는 시선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지나가던 사람들이 음식 냄새에 주위를 좀 두리번거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촤아악!
맛있게 익어가는 삼겹살을 가위로 툭툭 자른 강진은 그것을 불판 앞으로 밀었다.
촤아악!
그러자 푸드 트럭 앞에 서 있던 강건희가 젓가락으로 삼겹살에 김치를 올려서는 입에 넣었다.
뜨거운 김치와 삼겹살이 입안에서 씹히며 고소한 기름이 쭈욱 흘러나왔다.
거기에 김치의 매콤한 맛이 입안에 퍼지자 강건희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좋다.”
기분 좋은 얼굴로 강건희가 삼겹살을 김치에 말아서는 다시 먹었다.
“이런 것도 잘 드시네요?”
강진의 말에 강건희가 그를 보았다.
“왜, 나는 이런 것 못 먹을 줄 알았나?”
“고급 음식만 드실 줄 알았죠.”
“후! 재벌이라고 먹는 것이 별다른 것은 아니지. 그리고…….”
강건희는 삼겹살과 김치를 들었다.
“의사 놈들이 삼겹살은 지방이 많아서 먹지 말라 하고, 김치는 염분이 많고 자극적이라 먹지 말라 하고……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먹어 보는 맛이야.”
웃으며 삼겹살과 김치를 입에 다시 넣은 강건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가장 맛있는 맛은 오랜만에 먹는 맛이야.”
기분 좋은 얼굴로 소주도 한 잔 따라 마신 강건희가 미소를 지었다.
“크윽! 좋다!”
그렇게 한참을 먹던 강건희는 힐끗 주위를 보았다.
현신을 한 귀신들이 음식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던 강건희가 옆을 보았다.
장례식장에서 본 노인이 자신처럼 푸드 트럭 옆에 서서 강진이 구워주는 고기와 김치를 소주와 함께 먹고 있었다.
현신을 해서 귀신보다는 조금 사람답지만 살짝 뿌연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강건희도 마찬가지였다. 강건희나 노인이나 장례가 끝나지 않아 완벽한 귀신이 아니었다.
그래서 저승식당에서도 현신이 완벽하게 되지 않고 반만 현신이 이뤄지는 것이다.
노인을 보던 강건희가 강진을 보았다.
“장례식장에 장례 치르는 이들 많던데 왜 나하고 이 노인네만 온 건가? 말을 안 전했나?”
장례식장에는 식을 치르는 귀신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여기에 밥 먹으러 온 것은 자신과 그 무연고자 노인, 딱 둘뿐인 것이다.
강건희의 물음에 강진이 답을 하려 할 때, 배용수가 다가오며 말했다.
“제가 식장마다 돌아다니면서 거기 귀신들한테 다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왜 안 오나? 이렇게 맛있는 걸 그들도 맛을 보면 좋을 텐데?”
강건희가 고기를 먹으며 하는 말에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그들은 상중이잖습니까.”
노인이 말을 하는 것에 강건희가 그를 보았다.
“우리도 상중이잖습니까.”
연배가 있어 강건희가 말을 높이자, 노인이 한숨을 쉬며 그를 보았다.
그러고는 노인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쪽도 참…… 딱하군요.”
노인의 말에 강건희가 눈을 찡그렸다. 그러고는 노인을 위아래로 흩어보았다.
노인이 입고 있는 패딩에는 건설사 이름이 적혀 있었다. 건설사에서 직원들에게 주는 옷이었다.
그리고 바지는 솜바지였다.
즉 완전 후줄근한 모습이었다. 그런 노인이 자신에게 딱하다고 하니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그쪽한테 딱하다는 말을 들을 사람이 아닙니다.”
강건희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그를 보았다.
‘큰일이시네.’
그는 아직 자기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있었다. 지옥 참 많이 겪겠다는 생각을 할 때,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기분이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작게 고개를 저은 노인은 소주를 한 잔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여기에 오지 않는 장례식장 귀신들은…… 상중이라서 오지 않은 겁니다.”
방금 한 말을 똑같이 하는 것에 강건희가 재차 눈을 찡그렸다
“그래서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우리도 상중인데.”
노인은 다시 소주를 따르고는 잔을 물끄러미 보다가 말했다.
“다른 장례식장에 안 가 보셨습니까?”
“남의 장례식장에 갈 이유가 있습니까?”
“하긴…… 그렇군요.”
노인은 무연고자로 이곳에 있다 보니 장례식장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밥을 얻어먹었다.
그러면서 본 장례식장은 참 슬픈 곳이었다. 장례식장에서 울며 슬퍼하는 것은 유가족만이 아니었다.
죽은 사람, 망자 역시 슬퍼하고 우는 유가족들을 보며 같이 슬퍼하고 우는 것이다.
그런 망자들을 떠올리며 노인이 입을 열었다.
“상중에 슬픈 건 유가족만이 아닙니다. 죽은 사람도 슬프지요.”
말을 하며 노인이 장례식장 쪽을 보았다.
“산 사람은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며 울고, 죽은 사람은 남겨진 자를 보며 울지요. 살아서 죽은 자를 보내든, 죽어서 산 자를 남기든…… 사랑하는 가족을 다시 보지 못하는 것은 같으니까요.”
고개를 저은 노인이 말을 이었다.
“산 자도 상중이고, 죽은 자도 상중이니…… 배가 아무리 고프다고 해도 밥 먹으러 나오고 싶겠습니까? 게다가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계속 줄어들고 있으니 조금이라도 더 가족과 있고 싶은 겁니다.”
이야기를 들은 강건희가 입맛을 다시며 장례식장을 보았다. 그 말을 들으니…… 왜 노인이 자신에게 딱하다고 한 건지 이해가 되었다.
강건희는 한숨을 쉬고는 잔을 들어 소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방금 전까지 입안에 짝하고 달라붙으며 달달하던 소주가 역하게 느껴질 정도로 쓰디썼다.
“그래서 당신도 안쓰럽다고 한 겁니다.”
“도라면 그쪽은?”
강건희가 보자 노인이 한숨을 쉬었다.
“젊어서…… 가족을 사고로 잃었습니다.”
“사고?”
강건희의 물음에 노인은 잠시 말이 없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제가 죽었다고 슬퍼할 사람도 없지요. 그리고…… 후! 제 식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노인은 씁쓸한 눈빛으로 강건희를 보았다.
“그런데 회장님은 그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손님도 많아서 식장도 제일 큰 곳을 하고, 그곳도 부족해서 다른 식장도 대절해서 쓰시고…….”
노인의 말에 강건희가 입맛을 다셨다. 그런 강건희를 보며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회장님은 여기에서 식사를 하고 계시군요.”
오성그룹 총수의 장례식인 만큼, 강건희의 장례식은 성대하게 치러지고 있었다.
오성병원 장례식 중 가장 크고 좋은 곳에서 치러지고 있고, 오는 손님들을 받기 위해 다른 식장도 두 개나 따로 잡아서 손님을 받고 있었다.
말 그대로 북적거리는 장례식이었다. 하지만 노인의 말대로 강건희는 이곳에서 삼겹살을 먹고 있는 것이다.
장례식장에서 자신의 가족들을 보고 있는 것보다 여기서 삼겹살을 먹는 것을 택한 걸 안쓰럽다고 한 것이다. 다시는 보지 못할 가족들과의 시간보다 삼겹살을 선택한 강건희의 마음이 안타까워서 말이다.
노인의 말에 강건희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분했다. 그리고…… 인생이 후회가 되었다.
“하아.”
작게 한숨을 토한 강건희가 소주를 한 잔 쭉 들이켜고는 노인에게 잔을 내밀었다.
“강건희입니다.”
잔을 보던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것을 받았다.
“도규문입니다.”
인사를 나눈 강건희가 도규문에게 소주를 따라주었다.
“안에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더군요.”
장은옥이 승천을 하고 강건희는 씁쓸함을 느꼈다. 장은옥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그래도 죽어서 아는 그녀를 보니 위안이 되었던 것이다.
참 죄 받을 생각이었지만…… 그랬다. 그러다 장은옥이 승천하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외로웠다.
장례식장이…… 강건희에게는 답답했다. 자신의 죽음에 진심으로 슬퍼하는 이는 자신이 곁을 내주지 않던 강상식뿐이었다.
그런 현실에 답답하고 미안하고…… 화가 났다. 그래서 나온 것이다.
멍하니 있는 강건희를 보며 도규문이 소주를 따라주었다.
쪼르륵!
잔에 소주를 채운 도규문이 말했다.
“들으려고 한 것은 아니고…… 상주한테 인사를 하려다가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인사?”
인사를 받지도 못할 사람에게 귀신이 인사를 하는 것이 의아한 것이다.
“상주가 우리 인사를 받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남의 장례식장에서 밥을 얻어먹는데, 염치없이 그냥 먹고 갈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밥 먹고 상주한테 인사를 하고 갑니다.”
도규문이 잔을 들자 강건희가 가볍게 잔을 부딪쳤다. 그러곤 소주를 마신 도규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자제분들끼리 말이 많더군요.”
도규문의 말에 강건희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장례식 내내 아이들은 유산 분배 문제로 다투고 있었다.
-형이 한 것이 뭔데 회장 취임이야.
-이놈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장자(長子)가 회장이 되는 게 당연하지.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무슨 조선시대 이야기 하고 있어. 형 삼 년 전에 두바이 투자한 건 날려 먹은 거 기억 안 나? 그때 날린 것이 이천억이던가?
-이 자식이! 그게 내 책임이야? 국제 유가 때문이었잖아!
-국제 유가는 무슨. 사기 당한 거면서.
첫째와 넷째는 그룹 회장 자리 때문에 다투고, 다른 애들은 자기 지분과 계열사가 마음에 안 들어서 다투고…… 손자들은 나눠 준 주식이 작다고 다투고…….
그나마 사람들 눈이 있어 큰 소리를 내지 않지는 않았지만…… 지켜보던 강건희로서는 속이 터질 노릇이었다.
아버지인 자신이 죽었는데 유산 때문에 자식들이 다투고 있으니 말이다.
작게 한숨을 쉰 강건희가 잔을 만지다가 도규문을 보았다.
“그쪽이 부럽습니다.”
도규문이 보자 강건희가 말을 이었다.
“자식이 없으니 돈 때문에 싸우는 자식들 꼴 안 봐도 되지 않습니까.”
강건희의 말에 도규문이 고개를 저었다.
“자식들이 싸우는 꼴 보기 싫어서 하는 말이라면…… 넣어 두십시오.”
그러고는 도규문이 잔을 들어 소주를 마시고는 한숨을 쉬었다.
“사고로 가족을 잃은 남자에게…… 할 말은 아닙니다.”
그에 강건희가 멈칫하다가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미안합니다.”
“사과 받겠습니다.”
그러고는 도규문이 강건희를 보았다.
“회장님도 속이 많이 상하시겠습니다.”
도규문의 말에 강건희가 입맛을 다셨다.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생각보다는 잘못 산 모양입니다.”
“돈이 최고는 아니니까요.”
도규문의 말에 강건희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살았을 때 깨달았으면 좋았을 텐데…… 돈이 최고가 아니라는 것을 지금에야 깨닫는군요.”
말을 한 강건희가 한숨을 쉬자 도규문이 멍하니 있다가 입을 열었다.
“후회는 늘 늦게 찾아오는군요.”
아내에게 사랑한다 말을 자주 해 줄 걸, 자식들이 자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볼 것을…….
도규문이 씁쓸히 읊조리자 강건희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후회가 되었다. 장은옥과의 일도 후회가 되었고, 강상식을 손자로 둔 것도 후회가 되었고, 돈을 벌겠다고 아득바득 살았던 것도 후회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번 돈을 더 좋은 곳에 쓰지 못한 것도 후회가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건희가 한숨을 쉬었다.
‘참 바보 같이 살았구나…… 인생사 다 후회라니.’
한숨을 쉰 강건희는 다시 잔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