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56
657화
가게를 나서며 오진섭이 정복립의 어깨를 툭 쳤다.
“역시 대장을 따라다니면 늘 재밌어.”
“그래서 내가 따라오라고 했잖나. 그럼 어디 점이나 보러 갈까?”
얼큰하게 취한 두 노인이 핸드폰 가게로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그 뒤를 배웅하고는 정복남을 보았다.
“핸드폰 가게 사장님은 정말 귀신을 보는 무당이세요. 그분에게 사연 이야기해 주고 유골이 있을 곳을 알려 주세요.”
“정말 귀신을 보는 겁니까?”
“귀신 보는 제대로 된 무당 보신 적 없으세요?”
“복립이가 무당을 안 좋아해서 볼 일이 없었습니다.”
“사장님은 정말 보시니 가시면 됩니다.”
“그렇군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두 노인이 핸드폰 가게에 들어가는 것을 보던 정복남에게 강진이 문득 물었다.
“그런데 동생분이 존댓말을 입에 달고 사시네요?”
분명 아까는 편하게 지내자고 했는데, 마지막에 가서는 정색을 하며 다시 존대를 하니 말이다.
정복남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예전에 제가 동생한테 말에 요 자만 붙여도 사람들이 욕을 안 한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강한 사람은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닌, 낮은 목소리로 존대를 하는 사람이라고도 이야길 해 주었고요. 그래서 복립이는 친한 사람이 아니면 욕이나 반말을 하지 않습니다.”
“아.”
“힘든 시기를 살아온 복립이의 삶의 철칙입니다.”
정복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말했다.
“가 보세요. 상담 잘 받으시고요.”
강진의 말에 정복남이 고개를 숙이고는 핸드폰 가게로 가더니 유리벽 안을 보다가 가게로 들어갔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어느새 여자 직원들이 나와서 홀을 정리하고 있었다.
“소 사장님 가게에 가셨어?”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유골은 이미 진토 돼 사라졌을 테고…… 형 죽은 곳이라도 알면 제사라도 지낼 수 있겠네.”
“그럼 좋겠는데…… 정복남 씨도 자신이 정확히 어디에서 죽었는지는 모르시더라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그건 그리 걱정할 필요 없을걸.”
“왜?”
“귀신은 자신이 죽은 곳을 멀리 못 떠나는 것 알지?”
“그건 알지. 하지만 그분은 수호령이잖아.”
“수호령이라고 해도 자신이 죽은 땅과는 연결이 되어 있을 거야. 자신이 죽은 장소와 귀신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까.”
“하긴, 그럴 수 있겠네.”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배용수가 말했다.
“지금이야 거리가 멀어서 못 느끼겠지만, 가까이 가면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러면 가장 좋지.”
“근데 죽은 곳을 찾아도 승천할 것 같지는 않던데?”
강진이 보자 배용수가 말을 이었다.
“동생 죽으면 그 앞에서 웃으며 맞이하고 싶다고 하더라고.”
“아…….”
“같이 승천하는 것이 소원이라더라. 이승에서 못 다한 시간 저승에서 같이 있고 싶다고.”
“같이 승천하시면 가장 좋기는 하겠다. 힘든 저승 생활 서로 의지하며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뭐 그래도 형 기다린다고 일찍 죽으라고 할 수는 없지.”
“후! 설마 내가 그런 걸 빌겠어. 그리고 형님 분도 동생이 살 만큼 사시다가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원하시겠지.”
강진은 웃으며 TV를 틀었다. 그러고는 채널을 돌리던 강진은 문지혁 사건에 대한 뉴스가 나오자 리모컨을 내려놓았다.
방송에서는 오성화학이 민사를 넣었다는 소식을 다루며 변호사들이 판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오성화학에서 충분히 승소할 수 있고, 위약금도 받아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그 사람이 인터넷에 악성 댓글을 단 사람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했다는 내용도 언급이 되었다.
“고소를 했네?”
“악성 댓글 다는 애들 고소하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어쨌든 저 사람도 대단하다. 욕먹을 짓을 했으면서 사람들이 욕한다고 고소를 하고.”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조금은…… 조금 그러네.”
“왜?”
“욕먹을 짓을 한 사람이기는 한데…… 악성 댓글 다는 놈들한테 면죄부를 준 것 같아서. 저 사람은 욕을 해도 되니 그동안 너희가 달고 싶었던 악성 댓글을 막 써라, 하고 말이야.”
“신경 쓰지 마. 저 일이 아니더라도 악성 댓글 쓰는 놈들은 그냥 쓴다. 그놈들이 뭐 생각하고 쓰냐? 오늘 기분 안 좋으면 쓰고, 누가 나 쳐다봤다고 쓰고. 그놈들은 자기가 악성 댓글을 쓰는 놈인지도 몰라. 그냥 데헷! 데헷! 하면서 댓글을 달지.”
“데헷? 어디서 그런 단어를 배웠어?”
“인터넷에서.”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너도 인터넷 좀 끊어야겠다. 어디 이상한 것만 배워 오냐?”
“안 돼! 요즘 이거 없으면 살 수가 없어.”
핸드폰을 급히 품에 안는 배용수를 보고 강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악플은 달지 말아라. 잔고 빠진다.”
“악플은 무슨. 난 선량하고 건전한 댓글들만 달아. 파이팅! 이런 것들 말이야.”
“그래. 그런 것만 달아라.”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뒤졌다.
“황태수.”
황태수의 번호를 찾은 강진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전화를 걸었다.
“오랜만에 전화를 하네.”
[이 번호는…….]전화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강진이 의아한 듯 핸드폰을 보다가 번호와 저장된 이름을 다시 확인했다.
“응?”
“왜?”
“태수 핸드폰 정지됐는데?”
“왜?”
“글쎄.”
핸드폰을 보던 강진은 황태수의 아버지인 황희승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이 번호는…….]황희승의 번호도 없는 번호로 뜨는 것에 강진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게 무슨?”
보통 사람들은 번호를 잘 바꾸지 않는다. 정말 특별한 경우가 있지 않은 이상은 말이다.
거기에 황태수는 아이라서 더더욱 번호를 바꿀 이유가 없었다.
그에 조금은 심각해진 강진의 얼굴에 배용수가 그를 보았다.
“왜 그래?”
“태수 아버님 전화도 없는 번호라는데.”
“태수 아버님도?”
“응.”
강진의 말에 배용수도 얼굴이 심각해졌다.
“이거 무슨 일 있는 것 아니야? 한번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은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그 황희승 씨가 올 때 끌고 온 트럭…… 회사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청진공업!”
배용수가 소리를 지르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청진공업. 확실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인터넷 창을 열어서는 청진공업을 검색했다.
같은 회사 이름이 몇 개나 있을지 모르지만, 전화하다 보면 황희승이 있는 회사가 나올 테니 말이다.
검색이 완료되자 스크롤을 주르륵 내리던 강진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뉴스를 본 강진이 작게 침음을 토했다.
“아…….”
그에 배용수가 급히 다가왔다.
“왜 그래?”
강진은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눈을 감았다.
그러다 가게 앞에 쭈그려 앉아 식당 안을 들여다보던 황태수와 황미소의 모습을 떠올렸다.
동생 생일이라고 맛있는 것을 사 주겠다면서 꿈나무 카드와 컵라면 다섯 개를 들고 가게 앞에 서 있던 황태수와 그런 오빠의 옆에서 웃고 있던 황미소를 떠올린 강진은 가슴이 너무 아팠다.
‘이건 좀 너무한 것 아닙니까? 운명이라는 게 없고 사람 죽고 사는 것도 인과의 결과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하잖습니까. 그냥 애들인데…… 작은 방에 살더라도 아빠하고 살면 행복해하는 애들인데.’
“왜 그 마지막 남은 행복까지 가져가야 합니까…….”
강진은 저승식당을 하면서 죽음에 대해 많이 무감각해진 편이었다. 사람이 죽어서 저승으로 간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죽은 황희승도 안쓰럽지만 남은 아이들이 너무나도 안쓰러운 것이다.
강진의 중얼거림에 배용수가 의아한 듯 그를 보다가 핸드폰을 보았다.
그러고는 그의 얼굴도 굳어졌다.
“제기랄…….”
자기도 모르게 욕설을 토한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잠시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던 강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가게 문을 잠시 보다가 아크릴 판에 글을 적었다.
아크릴 판을 가게 앞에 세워두고 온 강진이 이혜미를 보았다.
“혜미 씨, 저희 오픈 톡에 오늘 저녁 장사 휴업한다고 적어 주세요.”
“알겠어요.”
강진과 배용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에 이혜미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숨을 잠시 고르고는 말했다.
“태수하고 미소, 기억들 하시죠?”
“강진 씨, 불안하게 왜 그래요.”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이혜미가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태수 아버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아…….”
“어떡해.”
여자 귀신들이 놀란 얼굴로 강진을 보았다. 그녀들도 아이들이 기억에 생생했다. 분명 아이들에게 남은 가족이라고는 아버지뿐인데…… 아버지가 돌아가시다니.
게다가 황태수는 아직 초등학교 2학년 정도밖에 안 되고, 황미소는 아직 학교도 안 가는 어린아이인 것이다.
“저 애들에게 다녀올게요.”
“주소 아세요?”
“다행히 애들이 주소를 보내 준 것이 있습니다.”
말을 하던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애들이 가고 초반에는 몇 번 연락을 했었다. 다행히 학교생활을 잘 하는 것 같아서 연락이 줄기는 했는데…….
‘내가 자주 연락을 했어야 했는데.’
속으로 한숨을 쉰 강진이 불을 끄고는 여자 귀신들을 보았다.
“같이 가실래요?”
“그래요. 저희도 같이 가요.”
여자 귀신들의 말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가자.”
배용수가 앞장서서 뒷문으로 향하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뒤를 따라 지신의 차에 올라탔다.
***
부웅!
내비게이션이 가리키고 있는 빌라 단지 근처에서 강진은 세부 주소를 확인했다.
“여기인 것 같다.”
강진이 좀 낡은 빌라를 보며 말을 하자 배용수가 건물을 보다가 차에서 내렸다.
“나 차 주차하고 올게. 네가 근처 귀신들한테 수소문 좀 하고 있어.”
“그럴 거면 호철 형 좀 불러. 그런 건 형이 잘하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최호철을 불렀다.
화아악!
모습을 드러낸 최호철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는 어디야?”
“용수한테 사정 좀 들으시고요. 저 차 좀 주차하고 올게요.”
강진은 주차할 만한 곳을 찾아 차를 세우고 빌라로 돌아왔다. 빌라 앞에 이혜미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분들은?”
“주위 귀신들한테 알아보러 갔어요.”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
강진이 귀신들에게 아이들 행방을 수소문하게 한 것은…… 애들이 집에 없을 확률이 커서였다.
어린이집 다니는 여자아이와 초등학교 저학년인 남자아이가 어른이 없는 집에서 둘이서만 생활하고 있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만약 집에 두 아이가 그대로 있다면 대한민국 복지가 정말 문제 있는 것이다.
1층에 있는 집 번호를 확인한 강진은 잠시 있다가 벨을 눌렀다.
띵동! 띵동!
그러고는 잠시 기다렸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다. 그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이혜미를 보았다.
그 시선에 이혜미가 고개를 저었다.
“남의 집은 못 들어가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은 빌라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황태수 집 우편함을 보았다.
우편함에는 여러 고지서들이 들어 있었다.
‘아직 이사는 안 간 건가? 아니면 주소지 변경을 안 한 건가?’
고지서에 있는 이름이 황희승인 것에 조금 안도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했다.
사람이 죽었는데…… 고지서는 여전히 날아오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