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92
693화
오혁을 지그시 보던 강진은 한숨을 쉬고는 휠체어에 있는 오혁의 몸을 보았다.
이강혜가 땀을 닦고 있지만, 오혁의 목과 이마에선 계속 땀이 흐르고 있었다. 장마철이라서 그런지 습해서 눅눅해서 더 덥게 느껴지는 것이다.
“날씨 더운데…… 이렇게 땀 흘려서 어떻게 해요?”
“집에 가서 씻고 자면 시원해.”
“누나는 씻으면 되지만 매형은요?”
매형이라는 말에 이강혜가 웃었다.
“나 씻을 때 같이 씻으면 돼.”
“같이요?”
강진이 살짝 놀라며 말하자 이강혜가 미소를 지었다.
“부부끼리인데 뭐 어때.”
“아니…… 그게 아니라 누나가 매형을 씻긴다고요?”
“그럼. 내가 씻겨야지.”
“안 힘들어요?”
성인 남성을 씻기는 일이니 당연히 힘들 것이다. 게다가 스스로 몸을 가누지도 못하니 일일이 신체를 움직이면서 씻겨야 해야 해서 더 힘들 것이다.
강진의 물음에 이강혜가 오혁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안 힘들어.”
“힘드실 텐데…… 제가 가서 목욕 시켜 드릴까요?”
“우리 혁 씨 자존심이 얼마나 강한데. 강진이가 씻겨 주면 정말 싫어할 거야. 그래서 내가 해야 해.”
“그래도 힘드실 텐데.”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오혁의 얼굴을 가만히 보았다.
“나는 힘들었으면 좋겠어.”
“네?”
“우리 혁씨…… 처음에 목욕 시킬 때는 힘들었거든.”
잠시 말을 멈췄던 이강혜는 오혁의 목덜미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갈수록 살이 빠져서 목욕 시키는 것이 힘이 들지가 않아. 혁 씨 목욕 시키는 일이 힘들었으면 좋겠어.”
조금이라도 회복해서 살이 좀 찌면…… 목욕시키기가 힘들 테니 말이다. 그래서 이강혜의 소원은 오혁을 목욕시키는 것이 힘이 드는 것이었다.
그런 이강혜의 말에 오혁이 작게 웃었다.
“나 결혼하고 살찌니까 살 좀 빼라고 그렇게 구박을 했으면서…….”
웃으며 말을 하던 오혁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지금은 살찌는 것이 소원이야?”
오혁의 작은 중얼거림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이강혜를 보았다.
“누나.”
강진의 부름에 이강혜가 그를 보았다.
“누나는 매형이 이렇게 누워 계신데도 매형이 그렇게 좋아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웃었다.
“너무 좋지.”
“힘들지는 않아요?”
“힘들지.”
이강혜의 말에 오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근데…… 이 힘든 일을 계속 했으면 좋겠어.”
“강혜야.”
“이렇게라도 살아 있으니 내가 옆에서 볼 수 있고…….”
이강혜가 오혁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말도 할 수 있고…… 내가 안아 줄 수도 있잖아.”
“매형은…… 모르시잖아요.”
이강혜가 이런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을 줄 알면서도, 강진은 말을 꺼냈다.
“매형은 그냥 누워만 있잖아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강진의 생각대로 듣기 거북한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강혜는 강진이 자신을 생각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라 여기고는 입을 열었다.
“혁 씨는 이렇게 누워 있지만 내가 하는 말 다 듣고 있어.”
오혁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이강혜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금 혁 씨는 잠을 자는 거야.”
“잠요?”
“사람은 늘 잠을 자. 하루에 여덟 시간, 길면 열 시간…… 지금 혁 씨는 다른 사람보다 길고 깊은 잠을 자고 있는 거야.”
이강혜는 오혁을 보며 미소 지었다.
“나는 그 꿈에서 나오고 있을 거야.”
“꿈에요?”
“나는 이렇게 혁 씨를 보고, 혁 씨는 꿈에서 나를 보고 있을 거야. 그러니 우리 두 사람은 늘 서로를 보고 있어.”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영혼 상태의 오혁을 보았다.
‘이런 데도…… 가려고 하십니까?’
그런 강진의 시선에 오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 꿈은…… 언제 끝날지 몰라. 기다리는 건…… 무척 힘든 일이야.”
강진은 오혁을 보다가 들고 있던 커피를 잠시 보았다.
“누나.”
“응?”
강진은 커피를 내밀었다.
“이거 먹을래요?”
“커피?”
커피를 보던 이강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커피 브랜드가 낯설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괴상한 이름이기도 하고 말이다.
“대초열지옥 커피? 이름 이상하다.”
“왜요? 요즘 불마왕 짬뽕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 정도면 애교죠.”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커피를 손으로 잡았다.
“이름만큼 맛도 괴상한 것 아니야?”
말을 하며 커피를 가져가려던 이강혜는 의아한 듯 강진을 보았다. 강진이 커피를 손에서 떼지 않는 것이다.
커피를 놓지 않은 채 망설이고 있던 강진은 이강혜의 눈을 보며 말했다.
“누나, 귀신 믿어요?”
“귀신?”
“네.”
“세상에 귀신이 어디에 있어.”
“귀신은 무서운 존재가 아닙니다.”
강진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하자, 이강혜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강진이는 귀신을 믿나 봐?”
“믿습니다.”
“의외네.”
강진은 이강혜와 같이 붙들고 있는 커피를 봤다가 다시 그녀를 보며 말했다.
“이걸 마시면 누나는 그리운 사람을 보게 될 거예요.”
“그리운 사람?”
무슨 말이냐는 듯 묻는 이강혜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하지만 귀신도 보게 될 거예요.”
“강진아, 너 왜 그래?”
점점 이상한 말을 하는 강진을 이강혜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았다. 그런 이강혜를 보던 강진은 주위를 보았다.
주변에는 야간 산책을 하러 나온 사람들이 몇 보였고, 귀신도 몇 명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중에는 강진에게 아는 척을 하는 귀신들도 있었다.
‘그나마…… 무섭게 죽은 귀신들은 없네.’
너무 끔찍하게 죽은 귀신을 보게 되면 이강혜가 무서워할 수 있으니 말이다.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이강혜를 보았다.
“그래도 드실래요?”
강진의 말에 이강혜가 그를 보다가 웃었다.
“이걸 마시면 그리운 사람을 보게 되는데…… 귀신도 보게 된다는 거야?”
“물론 영원히는 아니고 한 시간이나 두 시간 정도일 거예요.”
“그리운 사람이라…….”
이강혜는 오혁의 얼굴을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리운 사람 매일 봐서 안 마셔도 되는데…….”
그러고는 다시 강진을 보았다.
“내가 마셨으면 좋겠어?”
“반반이에요.”
오혁을 보기를 원하지만, 귀신에 대해 몰랐으면 하는 것도 진심이었다.
여전히 갈등 중인 강진을 이강혜는 가만히 보았다. 아침에 애들 사료 주러 왔을 때만 해도 멀쩡했는데, 저녁의 강진은 좀 많이 이상한 모습이었다.
강진이 왜 이러는지 몰라 의아해하던 이강혜는 피식 웃었다.
“반반이면 마셔야지. 동생이 주는 건데.”
이강혜는 커피를 잡아당겨 쥐고는 입에 가져다 댔다.
꿀꺽! 꿀꺽!
시원하게 커피를 원샷한 이강혜가 미소를 지으며 빈 캔을 보았다.
“이 커피 맛있네.”
“맛있어요?”
쓰디쓸 텐데 맛있다고 하자 강진은 커피를 보았다. 분명 대초열지옥 커피가 맞았다.
“향이 아주 좋네. 어디 원두 쓰는 거지?”
캔 커피를 이리저리 살피던 이강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발설지옥 설태 원두? 이게 뭐야?”
이강혜는 의아한 듯 캔 커피를 보다가 강진을 보았다. 강진은 허공을 보며 작게 말을 하고 있었다.
“이제 누나가 매형을 보게 될 거예요. 네. 물론 오래가지는 않을 거예요. 집에 가서 씻고 이야기하다가 자고 일어나면 효력이 떨어질 겁니다.”
허공을 본 채 누군가와 대화하듯 말하는 강진을 보며 이강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진이가 어디 아픈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이강혜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마시고 어디 아프거나 하는 건 아니지?”
“아프지 않아요.”
“정말?”
“그럼요.”
‘오빠 목소리?’
이강혜는 놀란 눈으로 오혁을 보았다. 하지만 오혁은 여전히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그런 오혁을 보던 이강혜의 눈이 순간 크게 뜨였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오혁의 옆에…… 익숙한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화아아악!
조금은 뿌연 모습을 하고 있지만 분명 오혁이었다.
“오…… 오빠?”
이강혜가 놀란 눈으로 자신을 보는 것에 오혁이 마주 보았다.
“어…… 안녕.”
오혁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안녕이 뭐야? 안녕이.’
강진은 속으로 중얼거리고는 뒤로 살짝 물러났다.
이강혜는 놀람과 당황이 어린 눈으로 오혁을 보았다.
“오빠…… 어떻게?”
휠체어에 있는 자신의 몸과 그 옆에 서 있는 자신을 번갈아보는 이강혜를 보며 오혁이 미소를 지었다.
“방금 강진이가 말했잖아. 그리운 사람을 보게 될 거라고.”
“강진이?”
강진이 했던 말을 떠올린 이강혜의 눈에 물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오빠…… 귀신인 거야?”
이강혜의 말에 오혁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나 안 죽었는데 내가 왜 귀신이야.”
“그럼…….”
오혁은 의아한 듯 자신을 보는 이강혜에게 웃으며 다가갔다.
“그런 것보다…….”
오혁은 한 걸음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아내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랑해.”
오혁의 말에 이강혜가 그를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의 말대로 지금은 궁금한 것보다…… 오혁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더 중요했으니 말이다.
“나도 사랑해.”
말을 하며 이강혜는 오혁에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오혁의 몸을 관통했다.
“아!”
“미안! 아파?”
자신의 손이 그의 몸을 뚫고 지나가는 것에 이강혜가 급히 손을 떼어냈다. 손이 오혁의 몸을 관통했다는 두려움보다, 그가 아플까 봐 걱정하는 마음이 더 컸다.
“아니야. 그냥 놀라서 그래.”
싱긋 웃은 오혁이 강진을 보았다.
“자기 궁금한 것 많지?”
“조금…….”
“강진이는…… 아침에는…….”
오혁의 말에 이강혜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나중에…… 강진이에게 들을게.”
“나중에? 지금 궁금할 텐데?”
강진이 준 음료를 마시고 남편을 보게 되어 놀라고 궁금할 법한데도, 이강혜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오빠 이야기 듣고 싶어.”
“내 이야기?”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나?”
“지내는 건 어때? 내가 하는 말 다 듣고 있던 거야? 아! 나 아버님하고 라면을 먹었어. 알아?”
멈추지 않고 물음을 던지는 이강혜의 모습에 오혁이 그녀를 지그시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당연하지. 그동안 네가 하는 이야기 다 듣고 있었어.”
“그럼 눈 뜨고 나를 좀 보지. 내가 몇 번이고 봐 달라고 했는데.”
이강혜의 원망에 오혁이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
“미안해?”
“그래. 정말 많이 미안해.”
“그럼…… 빨리 일어나.”
“그게…….”
말끝을 흐리던 오혁은 그녀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나 안 미워?”
“미워. 미워 죽겠어.”
말과는 달리 이강혜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머리로 손을 뻗었다. 만져지지 않는 오혁의 머릿결을 쓰다듬듯 손을 움직이던 이강혜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빨리 눈을 떠 줘. 그리고 나하고 같이 애들 아침 챙겨주러 가고…… 오빠 닮은 애도 가지고, 그 애하고 소풍도 가고…… 오빠하고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그런데 오빠가 계속 잠만 자니까 너무 미워.”
이강혜의 말에 오혁이 작지만 깊게 한숨을 토해냈다. 자신도 눈을 뜨고 싶고, 자신의 손으로 그녀의 머릿결을 쓰다듬고 싶고, 그녀의 얼굴을 만지고 싶었다. 하지만…….
말없이 이강혜를 보던 오혁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자신이 죽어야 그녀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누워만 있는 병든 자신 말고 건강하고 좋은 남자 만나서 애도 낳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다.
그래서…… 떠나려 했다. 몸에 영혼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 좋다는 말에 몸에서 최대한 떨어져서 지냈다.
그렇게 천천히 그녀와 이별을 하려 했었다. 그런데 자신을 보고 이렇게 좋아하는 그녀를 보니…….
‘너를 어쩌면 좋니. 네가 너무 욕심이 나잖아.’
다른 사람에게 주고 싶지 않은 욕심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