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68
770화
강진은 주방에서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주방과 홀을 연결하는 입구에서는 이혜미가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주방 안에서 귀신들이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하고 있는데, 혹시라도 홀에 있는 사람들이 다가오면 알려 줄 귀신이 필요하니 말이다.
“회장님 오세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일어났다. 그와 거의 동시에 귀신들이 핸드폰을 내려놓고 장갑들을 벗을 때, 오택문이 주방 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들어가도 되겠나?”
“들어오십시오.”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들어와서는 주방을 둘러보았다.
“자네 주방은 이렇게 생겼군.”
“평범하죠.”
“평범하기는 해도 정돈이 잘 되어 있군. 그리고…… 깨끗하군.”
“음식 만드는데 위생은 기본이죠.”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쪽에 놓여 있는 핸드폰과 태블릿을 보았다.
“핸드폰과 태블릿이 많군.”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저희 직원들이 쓰는 겁니다.”
“직원?”
“저희…… 직원요.”
“아!”
오택문은 강진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챈 듯 작게 탄성을 내뱉고는 말했다.
“확실히 자네의 세계는 내가 아는 세계와는 조금 다르군.”
“다르기는 해도 사람 사는 곳과 많이 다르지는 않습니다.”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놓여 있는 핸드폰과 태블릿을 보았다.
“우리 회사 제품도 괜찮은데 말이야.”
핸드폰과 태블릿 중 L전자 것은 몇 개 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제품들이 골고루 있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대부분 황민성이 자신에게 사용해 보라고 들어왔던 것들을 가져다준 것이다 보니 제조사들이 여러 곳인 것이다.
“그거 민성 형한테 들어온 제품들을 받은 거라서요. 다 중고입니다.”
“민성이면 황민성?”
“네.”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핸드폰과 태블릿을 슬쩍 슬쩍 보다가 말을 했다.
“우리 제품들로 좀 보내줄 테니 우리 거 쓰게.”
“보내 주시면 잘 쓰겠습니다.”
준다는데 거절을 할 강진이 아니었다. 기존에 쓰던 것은 보육원에 가져다줘도 되고 말이다.
쓰던 거라고 해도 문제 있는 것도 아니고 애들이 게임하거나 메시지를 보내는 용으로 쓰기엔 아직도 좋은 제품들이었다.
오택문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보던 강진이 웃으며 말을 했다.
“하실 말씀 있으세요?”
강진의 물음에 오택문이 잠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자네 친척들에 대해 원망하지 않나?”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멈칫하다가 쓰게 웃었다.
“할머니도 제 가정사에 대해 아시더군요.”
“그건…… 미안하네.”
“아닙니다. 누나 주위에 남자가 있으니 살펴보셨겠죠. 걱정이 돼서 그러신 것 알고 있습니다.”
“이해해 주니 고맙네. 그리고…… 다시 한 번 사과를 하겠네. 자네를 조사해서 미안하네.”
오택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슬며시 말을 했다.
“그래도 앞으로는 저에 대해서 살피지는 않으실 거지요?”
“걱정하지 말게.”
웃으며 강진을 보던 오택문이 주방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혹시 내 아내가 다른 것도 이야기를 하던가?”
“제 친척요?”
오택문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쓰게 웃으며 말을 했다.
“저 보내고 잘 먹고 잘 산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아내가 자네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군.”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잠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택문이 보자, 강진이 이었다.
“‘잘 못 살았으면.’하는 생각도 들고, ‘차라리 잘 됐다. 잘 살고 있으면 그쪽은 그렇게 살고 나는 이렇게 살고…… 더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겠다.’하는 생각도 들었죠.”
“못 살면 신경이 쓰일 것 같았나?”
“스스로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빠의 가족들이니까요.”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자네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을 건가?”
“그럴 생각입니다.”
“그렇군. 알겠네.”
오택문이 더는 말을 하지 않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슬며시 물었다.
“그런데 혹시 제가 신경을 쓴다고 하면…… 뭔가 변하는 겁니까?”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그들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다면…… 자네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보여주려 했네.”
“당신들이 보육원으로 보낸 내가 이렇게 잘 컸다 하는 그런 모습요?”
강진의 물음에 오택문이 그를 보았다.
“맞네. 그렇게 후회를 하게 해 주고 싶었네. 나한테 고마운 사람을 당신들이 보육원으로 보냈다는 것을 말이네.”
“그것도 꽤 기분이 좋을 것 같기는 하지만…… 저와는 이제 남인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그렇게 유치하게 나가고 싶지는 않네요. 그리고…… 사실 그건 제 힘이 아니라 아버님의 힘이고, 아버님의 위엄을 빌리는 것뿐이잖아요.”
아버님이라는 말에 오택문이 미소를 지었다.
“아버님이라는 말이 듣기 좋군.”
“그럼 앞으로 자주 불러 드려야겠네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오택문이 말을 했다.
“자네의 마음 알겠네.”
“그리고 더는 저희 친척들 살펴보지 마세요. 말씀드린 대로 그들과 저는 이제 남입니다.”
“그렇게 하지.”
몸을 돌리려던 오택문이 문득 강진을 보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또 뭘 조사하신 겁니까?”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고 내 고마움을 표했을 뿐이네.”
“고마움요?”
“자네가 보육원 여러 곳에 음식 봉사를 하더군.”
“아! 기부를 하셨어요?”
“기부라……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런 고마움의 표시라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그런가?”
“그럼요. 기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기부를 많이 하지는 않았네.”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저는 기부 금액보다 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으면 어때요. 저는 한 사람이 백만 원 내는 것보다 백 명이 만 원씩 내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생각을 하거든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강진은 오택문이 말한 ‘많이 하지 않았다.’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적은 금액과 L그룹 회장의 적은 금액은 다른 의미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꾸준히 할 생각이네.”
“단발로 하는 것보다 꾸준히 하는 것이 좋지요. 아! 한 달에 만 원씩 기부를 하는 단체가 있는데 소개해 드릴까요? 자동이체로 빠져나가서 편한데.”
실제로 강진도 한 달에 만 원씩 자동이체가 되게 해 놓았다. 다만 소개를 해 준다는 것은 농담이었지만 말이다.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웃으며 지갑을 꺼내서는 그 안에서 명함을 하나 꺼내 내밀었다.
“그건 내가 소개해 주지.”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명함을 받았다.
“이건?”
“보육원에 사는 아이들을 위한 후원 재단이네.”
“재단? 재단을 만드셨어요?”
“자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데 돈이나 물건만 보내는 건…… 내 고마움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더군. 그래서 내가 하나 만들었네.”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고맙다고 기부 단체를 만드셨어요?”
“이왕 좋은 일 하는 거 크게 해야지.”
“대단하시네요.”
오택문을 보던 강진이 물었다.
“회사도 이끄시는데 힘들지 않으시겠어요?”
“힘들겠지.”
오택문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사람들은 그룹 회장이면 편하게 일을 한다 생각하지만, 해야 할 것도 많고 만나야 할 사람도 많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에 있겠나.”
“그건 그렇죠.”
“그래서…… 나는 은퇴할 생각이네.”
“은퇴요?”
강진이 놀란 눈으로 보며 묻자, 오택문이 미소를 지었다.
“이제 물려줄 때가 되기는 했지.”
오택문은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기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 혁이와 여행도 하고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회사 일은 바쁘니.”
오택문은 강진의 손에 들린 명함을 가리켰다.
“그래도 놀면 늙는다고 하니 이 일을 하며 남은 시간을 보내려 하네. 사람이 아직 움직일 만하면 움직여야지.”
“좋은 생각이시네요.”
강진은 웃으며 명함을 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보통 회장님이 물러나면 가족끼리 난이 일어난다고 하던데…… 괜찮으시겠어요?”
강진의 물음에 오택문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자네는 드라마를 많이 봤군.”
“아닌가요?”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저었다.
“완전히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지. 요즘 사람들 말로 케바케라고 해야 하나?”
오택문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행히 우리 집은 큰 애가 회장이 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니 별 문제 없을 것이네.”
“그럼 다행이네요.”
강진의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를 보았다.
“아! 그리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오택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회장님 은퇴하는 건 비밀 엄수하겠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았나?”
“듣기로는 재벌가 회장님은 지병 문제도 비밀 사항이라고 하는데 이런 은퇴 문제는 더 큰 비밀이겠죠. 비밀 맞죠?”
“후! 맞네. 조만간 알려지겠지만 남에게 말은 하지 말게.”
“알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오택문이 주방을 나서며 말을 했다.
“이제 자네도 나와서 한잔하지.”
“알겠습니다.”
오택문이 홀로 돌아가자 강진이 명함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좋은 일 하시면 복 받습니다.”
강진은 명함을 주머니에 넣고는 배용수를 보았다.
“계란찜 하나 부탁해.”
“알았어.”
배용수의 답을 들으며 홀로 나온 강진은 의자를 하나 가져다가 옆에 놓았다.
“아버지하고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했어?”
오혁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비밀 이야기입니다.”
강진의 말에 오혁이 웃으며 소주병을 들었다.
“내가 지금은 몸 때문에 술을 못 하지만, 그래도 오늘이 너하고 처음 먹는 술자리인데 한 잔 따라줄게.”
“네. 어서 몸 나아서 좋은 곳도 데려가 주시고 하세요.”
“좋은 곳?”
의아한 듯 강진을 보던 오혁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좋은 곳 좋지.”
오혁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좋은 곳 말고요. 형 몸 나으면 누나하고 같이 경치 좋은 곳으로 놀러 갈 때 같이 가자는 거죠.”
강진의 말에 오혁이 급히 말을 했다.
“무슨! 나도 그 경치 좋은 그런 데 생각을 했어. 얘가 나를 뭐로 보는 거야.”
오혁은 말을 하는 도중에 이강혜 눈치를 봤다.
“그리고 난 그런 데 안 다녀서 몰라.”
“피이!”
오혁의 말에 이강혜가 작게 웃고는 말을 했다.
“논현에 있는 블랙 로즈 마담이 오빠 기억하던데.”
“블랙 로즈? 글쎄. 난 처음 들어보는 곳이야.”
연신 부정하던 오혁은 강진에게 급히 소주병을 들이밀었다.
“한 잔 받아라. 형이 몸 회복하면 풍수지리 좋은 곳에 같이 가서 등산도 하고 물놀이도 하고 하자. 아! 아니면 스위스도 좋아.”
“스위스라…… 제가 외국은 못 가서요.”
“외국을 왜 못 가? 너 무슨 사고 쳤어?”
“아뇨. 그런 것이 아니라…… 가게를 두고 어떻게 외국까지 가요.”
“아! 그런 거였어? 그럼 가까운 외국에 1박 2일로 다녀와도 괜찮지.”
소주를 따르며 오혁이 이강혜를 보았다.
“우리 일본에 우동 먹으러 갔던 거 기억나?”
“그때 정말 재벌은 정말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싶었어. 무슨 우동을 먹으러 일본까지 가요.”
“거기 면발이 다르거든.”
웃으며 대답하던 오혁은 강진에게 살며시 입 모양으로 말을 했다.
‘형 정말 그런 데 잘 몰라.’
그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말을 했다.
“일단 우리 형 몸 건강하기를 바라며…… 다 같이 한잔하시죠.”
강진의 말에 사람들이 잔을 들어서는 가볍게 잔을 부딪쳤다.
챙!
가볍게 부딪히며 나는 소리에 오택문이 미소를 지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소리인데 정말…… 듣기가 좋군.’
아들, 며느리와 함께 잔을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너무나도 좋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