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93
795화
자신의 눈치를 보는 이운찬의 모습에 강상식이 웃으며 말을 했다.
“자, 그럼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뭔지 이야기 좀 들어 보고 싶습니다. 필요한 것이나 부족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 주십시오.”
선생님들이 서로를 보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편하게 이야기들 해 주세요. 말씀하신다고 다 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강상식의 말에 선생님들이 하나둘씩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강상식은 종이를 하나 받아서는 건의사항들을 적기 시작했다.
강상식이 성의 있게 이야기를 듣자 선생님들은 정말 학교에 필요한 것들을 여럿 이야기했다.
이것저것 종이에 적던 강상식이 이제 됐다는 듯 웃으며 말을 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여기 있는 것 모두 다 해 드릴 수 있다고는 못 하겠지만…… 일단 운동장의 녹슨 놀이기구는 빠른 시일 내에 공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운찬이 감사 인사를 하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건 몰라도 녹이 슨 놀이기구는 아이들 안전에 문제가 되니까요.”
“알아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강상식이 웃으며 말을 했다.
“놀이기구 공사하는 거 저희 광고로 쓰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공익 광고요?”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 우리 오성화학이 함께 합니다.’라는 광고 하나 찍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 그런 것이라면 서로 좋은 일이니 괜찮습니다.”
이운찬의 말에 강상식이 미소를 지었다. 따로 광고를 만들 생각은 아니었지만, 놀이기구와 아이들을 함께 생각하다가 갑작스레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제품 광고 효과는 없더라도 회사 이미지에는 좋을 것 같았다.
“그럼 그건 저희 담당자가 따로 서류 가지고 찾아오게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저희가 이번에 참 스승이라는 콘텐츠로 유트브 방송을 하나 준비 중입니다.”
“참 스승요?”
“괜찮으시면 같이 봤으면 좋겠는데. 같이 보시겠습니까?”
“그렇게 하시죠. 참 스승 콘텐츠라는 말을 들으니 저도 한 번 보고 싶군요.”
그러고는 이운찬이 선생님들을 보았다.
“그렇지 않나?”
“저희도 보고 싶습니다.”
선생님들의 말에 강상식이 주위를 보다가 한쪽에 있는 커다란 TV를 보았다.
“저걸로 틀면 되겠군요.”
강상식이 오 비서를 보자, 그가 태블릿과 TV를 연결했다.
그리고 영상을 틀자, 사람들이 자신이 존경하는 선생님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영상을 보는 선생님들은 미소를 지었다. 같은 선생님으로서 이런 영상을 보고 있으니 뿌듯하기도 하면서 기분이 좋은 것이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슬쩍 황미소의 담임을 보았다. 홍유정도 미소를 지으며 영상을 보고 있었다.
영상이 끝이 나자, 오 비서가 강상식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상식이 선생님들을 보며 말했다.
“어떠세요?”
“좋은 동료 선생님들입니다. 저도 참…… 저렇게 일을 할 때가 있었는데. 저도 세상의 때를 많이 탄 모양입니다.”
이운찬은 쓰게 웃으며 살짝 눈가를 손으로 눌렀다. 그냥 하는 행동이 아니라 정말 감동을 많이 받은 모양이었다.
“저 젊을 때는 급식도 없어서 점심때 수돗물로 배 채우는 학생들이 있었죠. 그때는 제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열심히 살라는 이야기도 자주 했는데…… 저도 참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그러고는 이운찬이 선생님들을 보았다.
“자네들도 처음 선생님이 됐을 때의 초심을 잘 생각들 해 보게나.”
이운찬의 말에 선생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처음 선생님이 되었을 때 가졌던 꿈이 있었고, 지금 영상을 보니 머릿속을 스치는 것들이 많았다.
그 모습을 보며 강상식이 말했다.
“이번에 참 스승에 대한 이미지 광고를 만들면서 그에 반대되는 선생님의 인터뷰도 좀 만들었는데 보시겠습니까?”
“반대되는 선생님?”
“학생들을 위한 선생님들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더군요.”
의아해하는 이운찬을 보며 강상식이 오 비서를 보았다. 그에 오 비서가 다음 영상을 플레이했다.
또 다른 학생들의 인터뷰 내용에 선생님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방금 전의 것과는 전혀 다른 인터뷰 내용이니 말이다.
그것을 보던 강진은 힐끗 홍유정을 보았다.
“어쩜 저런 사람이 다 있지.”
“그러게요. 제가 다 미안하네요.”
“정말…… 저런 선생님 때문에 우리 같은 선생님들 욕먹는 거라니까요.”
홍유정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어이없다는 듯 그녀를 보았다.
‘자기 더러움은 모른다고 하더니…….’
그런 강진의 시선을 느꼈는지 홍유정이 그를 보았다.
“왜 그러세요?”
첫만남 때 일이 있어서 조금은 조심스럽게 말을 하는 홍유정을 보며 강진이 물었다.
“선생님은 교직에 몇 년 계셨어요?”
“내년이면 이십 년 되는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아까 있었던 일은 죄송해요. 교실에서 도난 사건이 몇 번 있어서요. 서로 조심하자는 의미였어요.”
“그렇습니까?”
“그런 일 있을 때마다 애들끼리 오해도 생기고 해서 애들 마음에 상처가 생기거든요. 그래서 그런 일 없게 조심하는 편이에요.”
그녀는 슬쩍 미소를 지으며 황미소에게 말했다.
“미소야, 선생님 마음 알지?”
“네…….”
작게 답을 하는 황미소의 모습에 홍유정이 눈을 찡그렸다. 잔뜩 주눅인 든 얼굴로 작게 답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하여튼…….’
속으로 중얼거린 홍유정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강진이 계속 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 그동안 선생님이 가르치신 제자들이 아주 많으시겠네요?”
“그렇죠. 매년 한 학급씩 담임을 했고, 클럽 활동에서 가르치는 아이들도 있고.”
말을 하던 홍유정이 미소를 지었다.
“그 아이들은 다 잘 지내는지 모르겠네요. 녀석들 지금은 다 커서 어른이 됐겠네요.”
제자들 생각이 난다는 듯 미소를 짓는 홍유정을 보던 강진이 더는 말을 하지 않고 TV를 보았다.
‘그 제자들이 바로 저기 있는데…… 당신은 기억을 못 하는군요.’
강진은 고개를 저었다. 물론 20년이나 교직 생활을 했으면 제자들 얼굴을 다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상처를 준 제자들 얼굴 한 명 정도는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생각과 함께 강진은 TV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았다. 피부에 난 상처는 약을 바르고 시간이 지나면 언젠간 사라진다.
하지만 마음에 난 상처는 시간이 흘러도 그 상태로 계속 마음에 남아있는 법이었다.
***
학교를 나서는 강상식과 강진에게 이운찬이 고개를 숙였다.
“다시 한번 후원 감사합니다.”
이운찬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이건 태운동에 있는 고깃집 명함입니다.”
“고깃집 명함?”
“격려금을 좀 준비할까 했는데 요즘 그런 거 말이 참 많아서요.”
“그야 그렇습니다.”
“그래서 대신 회식할 곳을 좀 잡아 놨습니다. 태운동에서 꽤 좋은 곳이라고 하더군요. 태운 초등학교라고 말을 하면 준비를 해 줄 겁니다. 메뉴는 제가 제일 좋은 걸로 준비하라고 해 놨으니 그냥 말만 하고 가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들이 좋아들 하겠습니다.”
이운찬이 명함을 받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회식하는 걸로 부탁하기는 그렇지만 저희 애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런 말씀 하지 않으셔도 학생들이야 다 저희가 잘 보살피고 있습니다.”
이운찬의 말에 강상식이 그를 보다가 말을 했다.
“태어나면서부터 다른 애들과는 다른 선에서 시작하는 애들입니다. 부디 학교에서라도 같은 라인에서 다른 애들하고 같이 시작할 수 있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상식의 말에 이운찬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초심으로 돌아간 마음으로 아이들을 잘 살피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인사를 마치고 발걸음을 옮기던 강진과 강상식은 차 옆에 모여 있는 아이들을 보았다. 황태수에게 기다리라고 했더니…… 그뿐만 아니라 보육원 아이들도 모두 기다리고 있었다.
“얘들아.”
“형!”
“형!”
강진과 강상식이 다가오는 것에 아이들이 반갑게 소리를 치자, 두 사람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고는 강진이 웃으며 강상식을 보았다.
“바로 보육원에 가면 안 되겠는데요?”
“그러게.”
“학교 앞에 문방구하고 작은 분식집 있던데 거기 가서 애들 간식 좀 사 주죠.”
학교 앞에 있는 작은 문방구를 떠올린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지갑을 꺼냈다.
“오늘은 형이 쏜다.”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딜 닭 잡는데 도끼를 꺼내고 그러세요.”
“응?”
“이 정도는 제가 살 수 있어요.”
“내가 사도 되는데?”
“형은 애들 놀이기구 사 주는 걸로 하고…… 나는 떡볶이 사는 걸로 하고.”
강진은 웃으며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분식집에 떡볶이 팔지?”
“네!”
“그래. 우리 가서 간식 먹자.”
강진이 학교 앞 분식집으로 뛰어가자 아이들이 그 뒤를 쫓아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며 웃던 강상식도 서둘러 그들에게 뛰어갔다.
한편, 멀찍이서 지켜보던 이운찬 교장은 잠시 있다가 피식 웃으며 임상우 교감을 보았다.
“대기업 사장이라고 해서 뭐 좀 대단한 사람일 거라 생각을 했는데…… 그냥 좋은 사람이구먼.”
이운찬의 말에 임상우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미소를 지었다.
“보육원 아이들이 형이라고 부르면서 잘 따르는 것을 보니 보육원에 한두 번 간 것이 아닌 듯합니다.”
“그러게. 게다가 같은 동네에 사는 우리도 모를 정도면…… 언론에 알리지도 않고 가는 것 같은데.”
“그러게 말입니다. 보통 저런 사람들이 보육원 갈 때는 직원들 많이 대동하고 언론에 알리기 마련인데.”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온 것도 저 둘뿐이군.”
“그러게 말입니다. 말 그대로 그냥 온 것 같습니다.”
임상우의 말에 이운찬이 미소를 지었다.
“아직 세상에 좋은 사람들이 많구먼.”
이운찬의 말에 임상우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그나저나 아까 그 유트브 나가면 저희 선생님들에 대한 인식이 좀 좋아지겠습니다.”
“화제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대기업에서 하는 유트브인데 화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강상식 사장 말하는 거나 생각하는 거 보니 쉬운 인물도 아닌 것 같고…….”
“하긴, 그건 그렇더군.”
웃으며 말을 한 이운찬이 문득 임상우를 보았다.
“우리 학교 다니는 태운 보육원 아이들이 몇이나 되나?”
“그건 봐야 알겠지만…… 한 사십 명 되지 않겠습니까?”
“선생님들한테 잘 해 주라고 해. 강 사장 말이 아니더라도 태어날 때부터 출발선이 다른 아이들인데 학교에서라도 같은 선에 서게 해 줘야지.”
“알겠습니다.”
임상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학교로 걸음을 옮기던 이운찬이 말을 했다.
“그런데 홍유정 선생…… 아직도 그런가?”
이운찬의 말에 임상우가 난감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작년에 어머니 한 분이 오셔서 항의를 한 적이 있기는 합니다.”
“왜?”
“왜 아버지 없는 이야기를 애들 앞에서 계속 하느냐고요.”
“쯥!”
작게 혀를 찬 이운찬이 고개를 저었다.
“홍 선생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뭐 어릴 때 트라우마라도 있대?”
“…….”
말이 없는 임상우를 보던 이운찬은 문득 고개를 갸웃거리며 학교를 보았다.
“아까…… 그 나쁜 선생님들 영상 있잖아.”
“네.”
“그거…… 설마 홍 선생 이야기 아니야?”
이운찬의 말에 임상우가 고개를 저었다.
“설마요.”
“그렇겠지?”
“그리고 그거 보면서 홍 선생도 기분 많이 나빠 보였습니다. 선생님들 체면 다 망치는 사람이라고 하면서요.”
“그렇……겠지?”
“그리고…… 그 영상에 나온 사람들 재연배우도 아니고 본인 경험을 이야기하는 건데…… 설마하니 자기 제자 얼굴도 기억 못 하겠습니까?”
임상우의 말에 이운찬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만 들으면 기억을 하기 어렵지만, 얼굴을 보면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것이 제자들이니 말이다.
‘설마하니 자기 제자들 얼굴을 못 알아보겠어?’
속으로 중얼거린 이운찬은 교내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