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18
820화
통장 밑에 있는 작은 글씨를 발견한 문지혁은 놀란 눈으로 강상식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걸 어떻게?”
그러나 강상식은 그를 볼 수도,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었다.
다만…….
“형님이 보고 싶어 할 것 같아서 그 사람에게 받아 왔습니다.”
강상식의 작은 목소리에 문지혁이 일어나 그 통장을 보았다.
“정말…… 제 통장이군요.”
물론 강상식은 그 목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으응!”
문지나의 작은 신음소리에 문지혁이 급히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빠르게 고무장갑을 벗었다. 허공에 고무장갑이 두둥실 떠다니면 문지나가 기겁을 할 테니 말이다.
작은 신음소리와 함께 눈을 뜬 문지나는 강상식을 보았다.
“누구하고 이야기해요?”
“아니야. 잘 잤어?”
강상식의 말에 문지나가 미소를 지었다.
“좋은 꿈을 꿨어요.”
“그래요?”
“꿈에…… 오빠가 머리를 쓰다듬어 줬어요.”
문지나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상식이 옆에 놓인 고무장갑을 보았다. 고무장갑이 홀쭉하게 말라 있는 것을 보니 문지혁이 팔을 빼낸 모양이었다.
그에 강상식이 그녀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술 많이 마셨는데 괜찮아요?”
“피곤해서 잔 거지, 술 먹어서 잔 건 아니에요.”
말을 하던 문지나는 문득 자신의 입을 가렸다.
“저 입 냄새 나죠?”
술 마시고 바로 잤으니 입 냄새가 걱정이 된 것이다. 그에 강상식이 웃으며 그녀의 손을 내리고는 그녀의 입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많이 나네요.”
강상식의 말에 문지나가 웃었다.
“이빨 닦고…….”
이를 닦고 오겠다는 말을 하려던 문지나가 방을 보았다.
“어? 여기 어디에요?”
“강진이 가게 이 층이에요.”
“여기 강진 씨 가게 이 층이에요?”
“편히 좀 자라고 여기 이 층으로 옮겼어요.”
“강진 씨 불편하겠다.”
“가족끼리 뭐가 불편해요.”
강상식의 말에 문지나가 그를 보다가 미소 지었다.
“상식 씨 옆에 강진 씨와 민성 씨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래요?”
“두 사람이 있어서 외롭지 않잖아요.”
“그러게요. 정말 다행이에요.”
강상식은 문지나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말했다.
“그리고…… 이거 좀 볼래요?”
강상식은 들고 있던 통장을 내밀었다.
“뭐예요?”
아직 잠이 덜 깨서 그런지 통장이라는 것만 확인한 문지나가 웃으며 말했다.
“월급 통장 주는 거예요?”
문지나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보세요.”
문지나는 눈을 비비고는 통장을 보았다. 그러다 밑에 쓰인 글자를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동생…… 결혼자금?”
글을 읽은 문지나가 강상식을 보았다.
“형님께서 지나 씨 결혼할 때 쓰려고 적금을 들었나 봐요.”
강상식은 문지나에게 통장을 건넸다. 그에 통장을 받은 문지나는 그것을 잠시 보다가 한 장 넘겼다.
통장 맨 위에는 문지혁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오빠.”
통장을 가만히 보던 문지나는 종이를 한 장 넘겼다. 통장 안에는 십만 원씩 입금이 된 내역들이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14일에 입금한 것이었다.
“14일…… 내 생일이네.”
달은 다르지만 날짜는 문지나의 생일이었다. 내역을 가만히 보던 문지나가 종이를 한 장씩 넘겼다. 빼곡하게 십만 원씩 입금이 되어 있었다.
“오빠…… 돈도 없을 텐데…….”
통장을 보며 미소를 짓는 문지나를 보고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형님이 지나 씨를 정말 많이 사랑했어요. 이렇게 매달 돈을 입금하고 지나 씨 결혼할 때 쓰려고 돈을 모은 것을 보면요.”
“자기 결혼할 돈도 없는 주제에…….”
문지나가 한숨을 쉬며 통장을 보자, 문지혁이 미소를 지었다.
“오빠도 결혼할 돈은 모았어. 그리고 작지만 전셋집도 있는걸. 오빠는 거기서 시작하면 돼.”
말을 한 문지혁이 피식 웃었다.
“지금은 그것도 안 되겠지만.”
물론 강상식과 문지나는 그 이야기를 듣지 못하지만 말이다.
통장을 보며 강상식이 말했다.
“우리 이 돈으로 소파를 사요.”
“소파요?”
“지나 씨 다리 내 무릎에 올리고 소파에 누워서 TV도 보고, 핸드폰도 하고 이야기도 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나중에 지나 씨 아이 낳으면 소파에서 애 우유도 주고 기저귀도 갈고요. 그럼 형님도 저희하고 함께 있는 것 같을 거예요.”
강상식의 말에 문지나가 통장을 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우리 소파 사요. 그것도 크고 넓은 걸로 사요.”
문지나가 강상식을 보며 웃었다.
“그래야 애 많이 낳아도 거기에서 뛰고 놀죠.”
“우리 애기 많이 가지는 거예요?”
“우리 애 많이 낳아요. 당신도 외롭고 나도 외로운데 우리 애들은 북적거리면서 형제들하고 서로 의지하면서 행복하게 살게요.”
“그래요. 우리 애들 정말 많이 낳아요.”
그러고는 문지나가 강상식을 보았다.
“우리 결혼 빨리 해요.”
“결혼……요?”
“왜, 하기 싫어요?”
눈을 찡그리는 문지나를 보며 강상식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빨리 하고 싶어요.”
“그럼 우리 빨리 해요.”
“정말 빨리 해요?”
“네.”
문지나는 통장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빠가 이렇게 제 혼수도 준비를 해 줬잖아요.”
문지나의 말에 문지혁이 머리를 살짝 긁었다.
“얼마 안 되는데…….”
“그럼…… 최대한 빨리 결혼 준비할게요.”
“그래요. 그리고…… 혹시 부를 사람 많아요?”
“왜요?”
“사업하는 사람이니 부를 사람이 많겠죠?”
문지나의 말에 강상식이 그녀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으며 문지나가 살며시 말했다.
“괜찮으면…… 우리 친한 사람들만 불러서 경치 좋은 곳에서 했으면 해서요.”
“그렇게 하고 싶어요?”
“모르는 사람들 많이 와서 정신없이 하는 것보다, 저희 좋아하고 잘 아는 분들만 모셔서 이야기하면서 했으면 좋겠어요.”
문지나의 말에 강상식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우리 서로 좋아하는 분들만 모셔서 결혼해요.”
옛날이었다면 거창하게 했을 것이다. 결혼식에 오는 사람들을 통해서도 인맥을 넓힐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강상식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문지나의 말대로 친한 사람들과 좋은 곳에서 좋은 날…… 축복을 받으며 미래를 약속하고 싶었다.
“날씨 좋은 날 예쁜 옷 입고…… 우리 결혼해요.”
“그래요.”
문지나는 손에 들린 통장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오빠…… 고마워. 오빠가 사 준 소파로 우리 가족 행복하게 살게.’
***
저승식당 영업시간, 강진은 귀신들에게 음식을 내고 있었다.
“여기 양념 삼겹살하고 김밥입니다. 상추에 싸서 드시면 맛있어요.”
“고맙습니다.”
정장을 입은 귀신이 고개를 숙이고는 상추에 고기와 김밥을 올려 입에 넣었다. 그렇게 한 입 크게 먹은 그는 미소를 지었다.
“맛이 좋네요.”
“저희 가게가 맛집입니다. 자주 오세요.”
정장을 입은 손님은 오늘 처음 본 손님이었는데, 죽은 지 얼마 안 된 귀신은 아니었다. 죽은 지 오래됐지만 저승식당에는 처음 온 손님인 것이었다.
“자주 와야 할 맛이네요.”
웃는 손님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다른 손님들을 살폈다. 하지만 이미 귀신들의 앞에는 음식들이 모두 세팅되어 있었고, 다들 맛있게 먹고 있었다.
오늘 기본 메뉴는 양념 삼겹살에 김밥이었다. 그리고 그 외에 귀신들이 먹고 싶다는 것을 해 주고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귀신들도 강진이 준비해 놓은 음식들을 자주 먹고 따로 메뉴를 주문을 잘 하지 않았다.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매일 그것을 먹는 건 별로이니 말이다.
손님들을 살펴보던 강진은 이혜미를 보았다.
“혜미 씨, 올라가서 문지혁 씨도 좀 내려오라고 해 주시겠어요?”
“그러고 보니 지혁 씨도 저승식당은 처음이네요.”
“그렇죠. 아!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방 밖에서 소리치세요.”
2층에 강상식이 올라간 지 시간이 꽤 됐는데 내려오지 않는 것을 보면…… 혹시 남이 보면 안 될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눈치를 챈 이혜미가 웃으며 말했다.
“에이! 남의 집에서 사랑을 하겠어요?”
“사랑하는 연인이 밀폐된 공간에 있으면 남의 집이 무슨 상관이겠어요. 그 순간은 거기가 내 집이지.”
“모솔인 강진 씨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요?”
“TV가 괜히 있나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웃으며 2층으로 올라갔다.
이혜미를 올려 보낸 강진은 주방에서 음식들을 가져다가 자신들의 자리에 세팅을 하며 말했다.
“오늘 주방은 내가 볼 테니까, 너는 움직이지 말고 먹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았다.
“너는?”
“나는 아까부터 많이 먹어서 더 먹으면 터질 것 같아.”
강진은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런데 나 술배 나온 것 같지 않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고는 웃었다.
“배가 조금 나온 것 같네.”
“요즘 술을 많이 먹나?”
사람 장사 할 때는 술을 먹지 않지만, 귀신들과 있을 때는 술을 마신다.
귀신들이야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간이 나빠질 일도, 숙취로 고생할 일도 없지만 강진은 사람이니 영향이 안 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귀신 손님들 접대하고 직원들하고 이야기하면서 한 잔 두 잔 하다 보니, 거의 매일 술을 마시게 되었다.
그러니 배도 나오고 몸이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왜, 몸에 이상 있어?”
말을 하며 배용수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말했다.
“허 선생님 오늘은 안 오셨네. 다음에 오시면 진맥을 좀 해 봐.”
“몸이 나쁜 건 아닌데 요즘 좀 많이 먹는 것 같아서 말이야.”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했어?”
“평소엔 취할 때까지 마시진 않는데…… 오늘 낮에는 좀 많이 마셨잖아. 그래서 취하고 머리 좀 아프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그리고 지금 보니 배도 좀 나온 것 같고.”
“며칠 금주해야겠다. 안 좋다 싶으면 줄여야지. 아! 내일부터 간에 좋은 음식들을 좀 해야겠다.”
둘이 이야기를 나눌 때, 이혜미가 문지혁과 함께 밑으로 내려왔다.
화아악!
계단에서 내려오는 순간 현신을 한 문지혁은 놀란 눈으로 자신의 손과 몸을 보았다.
“제가…… 사람이 됐네요?”
얼떨떨함이 묻어나는 문지혁의 목소리에 이혜미가 웃으며 말했다.
“저승식당 영업시간에는 맛있게 먹으라고 사람이 돼요. 여기 있는 분들도 다 귀신이지만 지금은 사람하고 같아요.”
이혜미의 말에 문지혁이 2층을 보았다.
‘지금 이 모습으로 동생을 만날 수 있을까?’
그 시선에 이혜미가 고개를 저었다.
“올라가시면 현신이 풀려요. 여기 이 공간에서만 현신이 가능해요.”
“아…… 그렇군요.”
아쉽다는 듯 2층을 보는 문지혁을 보며 이혜미가 말했다.
“이쪽으로 오세요.”
이혜미는 문지혁을 자리로 안내했고, 강진은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저승식당 시간에는 처음이시죠?”
“네.”
한끼식당 시간에는 자주 왔지만, 저승식당 시간에는 문지나가 이곳에 있을 수 없으니 말이다.
신기한 듯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문지혁에게 강진이 맥주를 따라주었다.
“시원한 맥주 한 잔 드셔 보세요. 귀신일 때 먹는 것하고는 다를 겁니다.”
강진의 말에 맥주잔을 잡은 문지혁의 얼굴에 놀람이 어렸다.
“촉감이 다르죠?”
“아주…… 시원하네요.”
손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에 문지혁이 미소를 지었다. 이런 느낌 정말 오랜만이었다.
“드셔 보세요. 기분 좋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목구멍 열고 한 번에 쫘아악! 하세요.”
배용수의 말에 문지혁이 침을 한 번 삼키고는 잔을 입에 가져다 댔다. 그러고는 단숨에 맥주를 마셨다.
꿀꺽! 꿀꺽!
목울대를 크게 움직이며 맥주를 마시는 문지혁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크으윽!”
작게 신음을 토하며 잔을 내려놓는 문지혁에게 강진이 마른 오징어를 주었다.
“씹는 즐거움입니다.”
강진의 말에 문지혁이 웃으며 오징어를 받았다. 그러고는 앞에 놓인 소스에 오징어를 찍었다.
“가끔 여기서 민성 씨하고 상식이가 오징어 소스에 찍어 먹을 때 저도 먹어 보고 싶더군요.”
“그럼 드시고 싶다고 말을 하시지.”
강진의 말에 문지혁이 작게 웃으며 오징어를 입에 넣고는 씹더니 미소를 지었다.
“씹는 즐거움…… 정말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