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29
831화
TV를 보던 강진이 핸드폰을 꺼내는 것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하지 말지.”
“뭐가?”
“검색해 보려는 거 아니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하지 마?”
“하지 마. 전에 네가 말한 대로 그냥 연 끊고 살아. 그게 정신 건강에 좋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마누라 말 들어야지.”
강진은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말했다.
“드라마 틀어라.”
“그래. 드라마나 보자, 요즘 재밌는 거 많이 하더라.”
배용수는 메뉴에서 다시 보기를 선택하고는 요즘 하는 드라마를 틀었다.
“요즘 정말 좋아. 녹화하거나 다운로드하지 않아도 이렇게 검색하면 바로 볼 수 있으니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TV를 보았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방금 본 이강섭이 계속 떠올랐다.
‘25살…… 강섭이가 스물다섯이구나.’
자기 나이 먹는 건 알아도 동생들 나이 먹는 건 잘 모르는 것이 형이다.
그러다 보니 뒤늦게 이강섭의 나이가 25살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이강섭이 자신하고 다섯 살 차이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이제 서른이네.’
서른이면 계란 한 판이라고 해서 뭔가 좀 특별할 줄 알았는데 그냥저냥 지나간 느낌이었다.
‘그런데 왜 버스를 몰지?’
버스 모는 직업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버스를 모는 분들이 있어 국민들이 가고 싶은 곳으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다만…… 25살이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는 잘 하지 않는 직업이라 의아했다.
‘강섭이 공부도 좀 했던 것 같은데.’
이강섭에 대해 강진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배용수가 핸드폰을 그의 앞으로 내밀었다.
스윽!
“검색해 봐.”
“하지 말라며?”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이 얼굴에 가득한데 뭘. 안 찾아보는 게 더 신경 쓰이겠다. 그냥 봐. 보고 더 신경 쓰지 마.”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신경 쓰이느니 그냥 보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강진은 핸드폰으로 포털 사이트를 켜고 ‘25살 도로를 달린다.’를 검색했다.
강진은 사진 밑에 작게 달린 글들을 읽었다.
‘어렸을 때부터 큰 차를 좋아해서 운전병으로 군대 제대 후 버스를 몰기 시작했다, 라…… 그럼 군대 가기 전에 대형 면허를 딴 건가?’
글을 읽던 강진이 피식 웃었다.
“큰 차를 좋아하기는 했지.”
어릴 적에 이강섭이 장난감 버스를 좋아했던 것이 떠오른 것이다.
강진은 어릴 적…… 친척 동생과 형들이 좋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강진은 외아들이라 형제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한 다리 걸친 친척 형제들이지만, 그들과 놀면서 형이라고 부르는 것도 좋았고 동생들이 자신을 형이라고 부르는 것도 좋았다.
그래서 보육원에 있을 때는 친척 형도 동생들도 보고 싶었다. 그로부터 10년이 넘어서야 친척 동생을 본 것이다.
‘얼굴이 많이 안 변해서 다행이네. 일도 하고 장하네.’
방금 얼핏 보고 알아봤을 정도로 옛 얼굴이 남아 있었으니 말이다. 아니었으면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잊어 먹었을 것이다.
이강섭의 어릴 때를 떠올린 강진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강섭을 봐서 반가운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 부모님과 함께 있던 때의 기억이 같이 떠오른 것이다.
잠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웃던 강진이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잘 살아라.”
좋았던 기억은 좋았던 기억이고…… 이제 남이니 말이다.
핸드폰을 내려놓은 강진은 자신을 힐끗힐끗 보는 배용수를 보았다. 배용수는 TV에 시선을 둔 채 곁눈질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에 강진이 그 어깨를 한번 쥐어 주고는 말했다.
“뭘 그리 신경 쓰냐?”
“누가 신경을 써.”
“그러다가 사팔 되겠다.”
웃으며 배용수의 어깨를 툭 친 강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나 올라가서 한 시간만 자고 내려올게.”
“그래. 좀 자라.”
“한 시간 있다가 깨워라.”
배용수가 알았다며 손을 들자 강진은 2층으로 올라가 가볍게 세수를 하고는 방에 들어가 누웠다.
이불에 몸을 눕힌 강진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핸드폰을 꺼내 인간 이야기를 검색했다.
강진이 올라가는 것을 보던 배용수는 TV를 보고는 말했다.
“저 채널 좀 돌릴게요.”
배용수의 말에 이혜미가 그를 보았다.
“인간 이야기 보려고요?”
이혜미가 눈치를 채고 하는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사는지 보려고요. 보통 인간 이야기 보면 가족들하고 있는 모습도 보여주니까.”
배용수는 검색 창에 인간 이야기를 치며 중얼거렸다.
“강진이 보육원에 두고 얼마나 잘 사는지 한번 봅시다.”
얼굴을 찡그린 채 TV를 보는 배용수의 모습에 귀신들이 모두 화면을 보았다. 그들도 강진은 힘들게 한 그 가족들이 얼마나 잘 사는지 보고 싶었다.
***
자고 일어난 강진은 1층으로 내려와 주방에 들어갔다.
“왜 안 깨웠어?”
“더 좀 자라고. 그래서 잘 잤어?”
“뒤적거리다가 좀 자고 일어났어.”
강진은 목을 비틀었다.
우두둑! 우우둑!
우두둑 소리를 들으며 몸을 푼 강진은 손을 씻고는 재료를 보았다.
“육개장?”
“왜, 싫어?”
“선지 해장국 내는 거 아니었어? 많이 끓였잖아.”
강진이 한쪽에 놓인 선지 해장국을 보았다. 오래 끓이면 맛있지만 그래도 너무 오래 끓이면 내장 식감이 죽어서 지금은 바닥에 놔둔 상태였다.
“상식 형한테 연락이 왔어.”
“상식 형이?”
“저승식당에 오면 안 되겠냐고.”
“영업시간에 오고 싶다고?”
“현신을 한 나하고 혜미 씨, 선영 씨, 정숙 씨 보고 싶대.”
그러고는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손님들 향수 뿌리면 상식 형도 들어와도 될 것 같아서 오라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홀을 보았다.
저승식당 시간에 사람 손님이 오지 않는 이유는 귀신들이 몰려 있기 때문이었다. 진한 귀기에 사람들은 가게를 보지도 못하고 들어오지도 못하는 것이다.
그런 귀신들에게 향수를 뿌린다면 강상식도 가게 안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었다.
JS 직원들이 귀신들이 몰려 있는 장례식장에 방향제를 뿌려서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형만 괜찮다면 괜찮지.”
그러고는 강진이 육개장을 보았다.
“그래서 육개장 끓이는 거야?”
“평소에 빠르게 끓이는 육개장만 드셨으니 이번에는 내가 끓인 육개장 맛 좀 보여 주려고. 어머니 손맛도 좋지만, 내 손맛도 좀 보시게 말이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음식 먹어 보는 것 좋지.”
강진이 웃으며 파를 꺼내 썰기 시작하자,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말했다.
“위에서 동영상 봤냐?”
동영상이라는 말에 강진이 잠시 손을 멈췄다가 웃으며 말했다.
“궁금하더라고. 궁금하면 풀어야지.”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끓고 있는 국을 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잘 살고 있더라.”
“그러게. 잘 살고 있더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뭐야? 너도 봤어?”
“보라고 TV에서 틀어 준 건데 봐야지.”
그에 강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보라고 TV에서 방영한 건데…… 자! 음식 준비하자.”
강진이 재료를 손질하자, 배용수도 음식 재료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저승식당 영업시간이 되자 귀신들이 하나둘씩 입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귀신들 앞에서 강진이 향수를 든 채 서 있었다.
“오늘은 사람 손님 한 분 오셔서 죄송하지만 향수를 좀 뿌릴게요.”
“사람 손님? 황 사장 오는 건가?”
황민성이 가끔 저승식당 시간에 온다는 걸 아는 귀신이 묻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하고 친하게 지내는 형 한 분 오시는데 민성 형은 아니에요.”
“그래?”
고개를 끄덕인 귀신이 손을 내밀자, 강진이 향수를 손목에 뿌려주었다.
치이익!
귀신이 손목에 묻은 향수를 귀밑에 바르며 안으로 들어가자, 강진은 다른 귀신들에게도 향수를 뿌렸다.
그렇게 손님들을 하나씩 받고 있을 때, 강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에 화면을 보니 강상식의 전화라 강진은 웃으며 배용수에게 핸드폰을 던졌다.
“상식 형 전화다.”
배용수는 핸드폰을 받아서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저 용수요. 가게 근처세요? 아! 지금은 가게가 안 보일 거예요. 귀신들이 많이 몰려 있으면 사람들 눈에 그곳이 안 보이거든요.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강진이가 향수 뿌리고 있거든요. 향수 다 뿌리면 가게 보일 거예요. 가게 보이면 들어오시면 돼요.”
향수를 뿌리며 귀신들에게 말을 하던 강진은 배용수가 통화를 끝내자 그를 보았다.
“가게 안 보인대?”
“지금 핸드폰 가게 앞이라는데 황당해하신다. 가게 안 보인다고.”
“그러실 테지.”
강진은 웃었다. 핸드폰 가게는 정말 바로 옆 가게다. 식당에서 나와서 몇 걸음 걸으면 바로 도착하는 위친데, 거기서 한끼식당이 안 보이니 정말 황당할 것이었다.
“어서 오세요. 향수를 좀…….”
강진은 웃으며 현신을 한 귀신들에게 향수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귀신들이 가게 안으로 모두 들어오자, 강진이 가게 앞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핸드폰 가게에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강상식에게 손을 들었다.
“여기요.”
강진의 손짓에 강상식이 황당한 눈으로 한끼식당을 보았다.
“와…….”
여러 의미가 담겨 있는 탄성을 토하는 강상식을 보고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놀라셨죠?”
“놀라기보다는…… 황당하기도 하고 뭐 좀 그러네.”
강상식은 주위를 둘러보고는 말했다.
“나 여기 한 열 번 왔다 갔다 한 것 같아.”
강상식은 핸드폰 가게와 옷 가게 쪽을 번갈아 가리켰다. 아마도 한끼식당이 안 보이니 그 사이를 계속 왔다 갔다 한 모양이었다.
“저승식당 시간에는 단골들 눈에만 보이거든요.”
단골이라는 말에 강상식이 가게 안을 보았다.
“그럼 지금 이 안에는…….”
“다 귀신 손님이죠.”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침을 삼키며 가게를 보았다.
“살짝 긴장된다. 간 파 먹히는 거 아니겠지?”
“간 파먹는 건 구미호고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문득 그를 보았다.
“혹시 너 구미호 본 적 있어?”
“구미호요?”
“귀신도 있는데 구미호도 있지 않을까?”
살짝 두려워하는 강상식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구미호 보게 되면 형 간은 맛없다고 꼭 이야기해 드릴게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너 구미호 본 적 있어?”
“없어요.”
“없어?”
고개를 끄덕이던 강진이 문득 말했다.
“구미호는 본 적 없는데 영수는 본 적 있어요.”
“영수?”
“그 사람 말 알아듣는 짐승요.”
“영수도 있어?”
“강원도에 저희 김치 담그는 산이 있는데 거기 사는 멧돼지 가족이 있거든요. 사람 말도 알아듣고 정말 머리가 좋아요.”
“멧돼지가 사람 말을 알아들어?”
“나중에 같이 가요. 재밌을 거예요.”
강상식이 돼랑이 가족들 타고 달리는 모습을 떠올려 본 강진이 웃었다.
“이거…… 네 덕에 멧돼지하고도 친하게 지내게 생겼네.”
“돼랑이라고 착한 가족이에요.”
“이름도 있어?”
“그럼요.”
웃으며 강진이 가게 문을 열었다.
“저승식당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긴장 어린 눈으로 가게 안을 보았다. 가게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는데, 제각기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가게 입구에 배용수가 웃으며 서 있었다.
“오셨어요?”
배용수가 웃으며 맞이하자 살짝 굳어 있던 강상식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이렇게 보니 좋네.”
말을 하며 강상식이 손을 내밀자, 배용수가 그 손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