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34
836화
문지나가 그린 그림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진 강상식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황민성을 보았다.
“형이 여기 좀 봐 주세요.”
“너는?”
“저 지나 씨 좀 데려와야겠어요.”
“데려와?”
“형 말대로 이사를 하는데 집 주인이 있어야죠.”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네가 데리러 가면 안 좋아할 것 같은데?”
“그럴까요?”
“곧 그만둘 거기는 하지만 일하는 곳이잖아. 조퇴시키려고 남자친구가 오면…… 난 싫을 것 같은데? 괜히 네 힘 빌리는 것 같잖아.”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럴 것 같아요. 안 가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런가?”
“형 차도 국산으로 타고 오라고 하는 거 보면…… 형이 부끄러운 거죠.”
“뭐? 이게 죽으려고.”
“농담이에요.”
강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가지 말아요. 이따가 조퇴해서 오시겠죠.”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지나의 그림을 보았다. 가만히 그림을 보던 그는 뒤늦게 입을 열었다.
“지나 씨…… 그림 공부해 보라고 할까?”
“그림요?”
“이 그림 나만 보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냐? 더 많이 그려서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겠어.”
“그림을 잘 그리기는 했는데, 화가를 하기에는…….”
강진이 작게 하는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림 그려서 돈 벌라는 것이 아니고, 취미처럼 그림을 배우면 좋지 않을까 해서 하는 말이야. 그러다가 실력 늘면 우리끼리 작게 그림 걸어서 파티도 하고.”
“그렇다면야 괜찮네요.”
“그리고 그림 그리는 것이 태교에도 좋을 것 같고.”
“태교?”
강상식의 말에 강진과 황민성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형수 임신하셨어요?”
“제수씨 임신했어?”
두 사람이 놀라 보는 것에 강상식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에이! 저도 책임감이라는 것이 있는 사람이에요. 결혼하기도 전에 임신시키고 그러지 않아요.”
“왜요? 속도위반이라고 해도 결혼을 할 사이면 양심에 걸릴 것이 없죠.”
“그렇기는 한데…….”
강상식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결혼하고 아기를 가지고 싶어.”
그는 건물에 올라가는 짐을 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 엄마…… 결혼식도 못 하고 혼인신고마저 못 했잖아. 그러니 엄마가 못 해 본 혼인신고도 하고 결혼식도 할 거야. 그리고 아이는 결혼식 하고 가질 거야.”
강상식의 말에 강진과 황민성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참을 수 있으면 결혼하고 아이 가지는 것이 가장 좋죠.”
“그래서 열심히 참고 있다.”
강상식이 웃으며 말을 하고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결혼식 하면 정말 열심히 장어도 먹고 마늘도 먹으면서 아이 가질 거야. 그리고 진짜 열심히 노력할 거야. 매일매일!”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그 노력, 아기를 가지겠다는 마음뿐이에요? 다른 의도도 있는 것 같은데?”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웃었다.
“물론 다른 의도도 있기는 한데…… 일단 아이가 먼저다.”
강상식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후딱후딱 애들 낳아라. 내년에 애들 낳으면 우리 투희하고 친하게 지내면 좋잖아.”
“투희?”
“희, 소희. 둘이 합쳐서 투희. 애칭이야.”
“투희…… 부르기는 쉽네요.”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애들은 형도 있고, 누나도 있고 좋네요. 이거 형만 아이 둘이 한 번에 생긴 것이 아니라 우리 애들도 형과 누나가 한 번에 생긴 거네요.”
“우리 애들도 동생이 생기는 거니 좋지. 특히 소희는 더 좋겠다. 몇 분 차이로 동생이 됐는데, 새로 동생이 생기니까.”
이야기를 나누며 이삿짐이 올라가는 것을 보던 강진이 시간을 보고는 말했다.
“저 장사 준비할게요.”
“그래.”
“그리고 일하시는 분들 점심 저희 가게에서 드시라고 하세요.”
“알았어. 한 12시 반쯤 가면 되나?”
“일단 전화주세요.”
“알았어.”
이야기를 마친 강진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곧 손님들 올 시간이니 강진도 음식 준비를 해야 했다.
늦은 점심 식사를 마친 이사 직원들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사 맛있게 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여기 참 맛집이네요.”
직원들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이사 깔끔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직원들은 고개를 숙이고는 가게를 나섰다. 두 명이 사는 살림이라 이사가 오전에 다 끝난 것이다.
직원들을 보내고 가게 안으로 들어온 강상식은 고무장갑들이 두둥실 떠서 그릇들을 주방으로 옮기는 것을 보았다.
강상식과 황민성 둘 다 저승식당에 대해 알고 있으니 귀신 직원들이 그릇들을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강상식이 그릇이 떠다니는 걸 살짝 놀란 눈으로 볼 때,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신기하지?”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아요.”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환상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웃으며 강진이 가게 문을 잠갔다.
달칵!
“왜 문을 잠그나 했더니…… 이것 때문이었구나.”
가끔 낮 시간에 왔을 때 문이 잠겨 있던 것을 떠올린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업시간 아닐 때는 저희 직원들이 홀에서 핸드폰도 하면서 쉬거든요. 문 안 잠가 놓고 있다가 사람들이 들어와서 저런 모습 보면 얼마나 놀라겠어요.”
허공에 떠다니는 그릇과 고무장갑들을 보던 강상식이 물었다.
“그…… 용수도 핸드폰으로 나한테 문자 보내고 하던데, 그럼 여기 직원들은 가족이나 다른 사람에게는 연락 안 해?”
“귀신들이 자유로운 것 같지만, 그들도 그들만의 룰이 있어요.”
“그래?”
“가족이나 자신을 아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할 때는 대가를 지불해야 해요.”
“대가?”
강상식이 보자, 강진이 잠시 있다가 말했다.
“일단 죽은 자식을 다시 기억에서 꺼냈을 때 부모님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해 보세요. 기쁘기도 하겠지만…… 반대로 슬픔도 크겠죠. 그리고 나아가던 상처가 다시 벌어질 수도 있고요.”
“그리고…… 귀신이기도 하고.”
황민성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가족들이나 지인들한테 연락하지 않아요.”
“그렇구나.”
강상식은 안쓰럽다는 듯 허공에 떠다니는 고무장갑을 보았다.
“핸드폰이 있는데 연락을 못 하는구나.”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직원들을 보았다.
‘확실히 그러네요. 핸드폰이 있어도 전화를 못 하고…… 문자로 안부를 묻지도 못하고.’
할 수 있지만, 할 수 없는 것이 많은 게 직원들이었다.
잠시 직원들을 보던 강진이 강상식을 보았다.
“이사 잘 됐어요?”
강상식과 황민성은 이사가 끝난 집을 봤지만, 강진은 일을 하고 있어서 안을 보지 못했다.
“청소까지 깔끔하게 잘 해 주고 가셨어.”
“요즘 이사가 정말 편해.”
두 사람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그게 다 돈 써서 그런 거예요. 저 고시원에 살 때는 얼마 되지도 않는 짐 끙끙거리며 옮기고 청소했었는데 엄청 힘들어요.”
“그래?”
“그럼요. 그 작은 고시원에 살면서도 짐이 왜 이리 많이 생기는지. 가방 하나면 되겠다 싶은데도 막상 옮길 때 되면 가방 두 개는 있어야 하더라고요.”
“지나 씨 자취방도 그렇더라. 짐 얼마 되지도 않을 것 같았는데 엄청 나오더라.”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간을 보았다.
“이제 센터에서 산 물건들만 오면 되네요.”
“이사할 때 같이 오면 한 번에 다 됐을 텐데.”
“며칠 전에 예약을 하면 일정을 잡아 주는데 저희는 이틀 전에 해서 어쩔 수가 없어요.”
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눌 때, 가게 문이 작게 흔들렸다.
띠링! 띠링!
문이 흔들리는 소리에 강진이 직원들을 보았다. 직원들은 이미 주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직원들이 모두 주방에 들어가자, 강진이 가게 문을 열었다. 가게 앞에는 문지나가 상자 하나를 들고 서 있었다.
“조퇴 성공하셨나 보네요.”
강진이 웃으며 상자를 건네받다가 의아한 듯 그녀를 보았다. 상자 안에는 사무용품들이 들어 있었다.
“이건 뭐예요? 쓰던 것 같은데?”
“조퇴가 아니라 오늘부로 퇴사예요.”
“오늘요?”
“오늘 출근하니까 저 대신할 사람 출근했더라고요.”
“갑자기요?”
“부장님 조카래요.”
“그럼 조카를 꽂은 거예요?”
강진의 말에 문지나가 웃었다.
“저희 회사처럼 작은 곳에서 꽂는 것이 어디 있어요. 그냥 조카가 지금 쉬고 있으니 와서 일하라는 거죠. 마침 자리도 생겼고. 한 몇 달 일하다가 그만두고 다른 회사 갈 거예요.”
“몇 달 일하고 그만두면 사람 다시 구해야 하잖아요.”
“그거야 그쪽에서 알아서 하겠죠. 그리고 저야 대신 일해 줄 사람 빨리 구해줘서 다행이죠.”
“그래도 말도 없이 사람 데려오는 건 너무했네요. 준비할 시간은 줘야지.”
강진의 말에 문지나가 고개를 저었다.
“정말 괜찮아요. 나는 오히려 속이 시원한 걸요.”
문지나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속이 시원하면 된 거죠. 식사 안 했죠?”
“네. 배고파요.”
“강진아.”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지나를 보았다.
“음식 어떻게 해 드릴까요?”
“라면 먹고 싶어요.”
“라면요?”
“전에 해 준 해물라면 맛있더라고요.”
“알겠습니다.”
주문을 마친 문지나가 강상식을 보았다.
“이사는 잘 됐어요?”
“센터에서 물건 오면 다 된 건데…… 일단 가서 볼래요?”
“그러세요. 라면 다 끓을 때쯤 전화할게요.”
강진의 말에 문지나가 상자를 들려 하자, 강상식이 대신 그것을 들었다.
“내가 들게요.”
강상식은 상자를 든 채 밖으로 나가려다가 황민성을 보았다.
“형도 같이 가실래요?”
“아니야. 둘이 가서 봐.”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지나를 데리고 가게를 나섰다. 두 사람이 나가자, 황민성이 주위를 보다가 말했다.
“용수야.”
“네.”
황민성의 부름에 배용수가 홀로 나왔다.
“용수 형 옆에 있어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주방 쪽을 보며 말했다.
“가서 문지혁 씨 좀 데리고 와라.”
“지혁 씨요?”
배용수의 말을 강진이 대신 해 주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자주 볼 사이인데 인사는 제대로 하게 모시고 와.”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배용수에게 말했다.
“상식 형 집에 들어가기 전에 어서 가라. 너 아직 초대 안 받아서 못 들어가.”
“아…… 알았어.”
배용수가 서둘러 가게를 나서자,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형 JS 사탕 하나 주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냉장고에서 사탕을 꺼내 식칼로 두들겼다.
툭툭툭!
사탕이 쪼개진 걸 감촉으로 확인한 강진이 그것을 들고는 나왔다.
“많이 드시지 말고 한 조각만 꺼내서 드세요.”
“알았어.”
황민성은 비닐을 뜯어 작은 사탕 조각을 꺼내 입에 넣었다. 그리고 우물거릴 때, 배용수가 문지혁과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거리는 좀 어떤 것 같아요.”
“거리요?”
“지나 씨와 멀리 못 떨어지니까요. 가게 한 번 돌아보세요.”
강진의 말에 문지혁이 가게를 한 바퀴 돌다가 한쪽에서 멈췄다.
“여기까지인 것 같네요.”
문지혁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저희 가게 안에는 들어오실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러고는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저승식당 영업시간에 자주 오세요. 상식 형이 그러라고 여기로 이사 온 거니까요.”
“저 밥 먹으라고 이사까지 여기로 오고 정말 고맙네요. 제가 매제를 잘 얻은 것 같습니다.”
문지혁은 기분 좋게 웃으며 가게를 보았다. 이제 앞으로 이곳에 자주 올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