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8
88화
끼익!
차가 멈추자 강진이 앞을 보았다. 그리고 강진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절…… 이네요?”
병원에 갈 줄 알았는데, 김봉남이 온 곳은 절이었다. 그것도 주위에는 높은 상가와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는 도심 속의 사찰이었다.
강진이 사찰을 볼 때, 김봉남이 말했다.
“이곳에 용수의 위패가 있지.”
“진료 받으러 가시는 것 아니셨습니까?”
“용수도 보고 진료도 하고…… 들어가세.”
말을 하며 김봉남이 사찰 안으로 들어가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산문을 통과하던 강진은 천왕문에 있는 무서운 신상을 보았다.
증장천왕, 다문천왕, 광목천왕, 지국천왕.
강진이 불교는 아니지만 사대천왕은 좀 알고 있었다. 전에 건설 현장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산속 사찰 공사를 하러 한 달 정도 출퇴근을 했었다.
그래서 출입구라고 할 수 있는 천왕문의 사천왕 이름 정도는 아는 것이다.
사천왕을 보던 강진이 문득 턱을 쓰다듬었다.
‘귀신들 못 들어오는 것 아냐?’
사천왕이 지키고 있고, 귀신하고는 상극이라 할 수 있는 스님들이 머무는 곳이니 못 오지 않나 싶었다.
귀신도 있는데 불가의 신이 없으라는 법도 없다. 게다가 자신은 지장보살이라는 분에게 수표까지 받았으니 말이다.
‘지장보살이 불교 신이라고 했었는데.’
사천왕을 보던 강진이 슬며시 자세를 정중하게 했다.
‘그럼 이 신들도 있는 것 아냐?’
그런 생각이 들자 강진이 슬며시 사천왕 신상을 보았다. 귀신처럼 움직이거나 하지는 않지만 조금 새삼스러웠다.
그에 강진이 슬며시 합장을 했다.
“나무아미타불.”
참고로 강진은 무교다. 강진이 사천왕 신상을 구경하는 것 같아 기다리던 김봉남이 물었다.
“불교인가?”
“무교입니다.”
“그런데 왜?”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죠.”
강진의 말에 김봉남이 사천왕상을 보다가 말했다.
“들어가세.”
김봉남이 천왕문을 나가는 것에 강진이 그 뒤를 따르다가 사천왕 신상에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작게 인사를 한 강진이 서둘러 김봉남의 뒤를 따라 사찰 안으로 들어갔다.
사찰 안에 들어가자 빗자루로 마당을 쓸던 스님이 다가왔다.
“오셨습니까.”
스님이 합장을 하며 인사를 하자 김봉남 역시 마주 합장을 하고는 말했다.
“다현 스님 계십니까?”
“오셨다 전하겠습니다.”
스님의 말에 김봉남이 고개를 숙이고는 강진을 데리고 한 전각으로 들어섰다.
전각 안에서는 짙은 향내가 맡아졌다. 그 향을 맡으며 강진이 전각 안을 둘러보았다.
전각 안은 드라마에서 보던 절의 내부와 비슷했다. 강진이 절 내부를 둘러볼 때, 김봉남이 말했다.
“이리 오게나.”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한쪽 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위패들이 주르륵 놓여 있고 앞에는 향이 있었다.
“저기 있는 위패가 용수 것이네.”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그가 가리킨 위패를 보았다. 한문으로 배용수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위패를 보던 강진이 문득 김봉남을 보았다.
‘용수가 어떻게 죽었는지 물어볼까?’
배용수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면 그를 승천시킬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입을 열려 할 때, 스님 한 분이 다가왔다.
나이가 몇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나이가 지긋한 스님이었다.
‘이분이 다현 스님이신가?’
김봉남이 찾았던 스님 이름을 떠올리며 강진이 그를 볼 때, 다현 스님이 합장을 했다.
“나무아미타불.”
불호로 자신의 인기척을 내는 다현 스님의 모습에 김봉남이 위패를 보다가 고개를 돌려서는 합장을 했다.
“스님.”
인사를 나눈 다현 스님이 강진을 보았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좋은 일 하시는 분이군요.”
“좋은 일?”
김봉남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 강진도 의아한 눈으로 다현 스님을 보았다.
‘좋은 일? 무슨 말이지?’
두 사람이 자신을 의아한 눈으로 보자 다현 스님이 웃으며 말했다.
“배고픈 이들에게 밥을 주시는 분 아니십니까?”
다현 스님의 말에 김봉남이 웃으며 말했다.
“스님께서는 이제 사람만 봐도 직업을 맞추십니까?”
“사람의 얼굴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이 담기는 법이지요.”
다현 스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김봉남이 강진에게 말했다.
“이분은 다현 스님이시네. 인사드리게.”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합장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강진입니다.”
강진의 예에 다현 스님이 미소를 지으며 마주 합장을 했다.
“나무아미타불, 다현이라 합니다.”
강진과 인사를 나눈 다현 스님이 김봉남을 보았다.
“그런데…… 저번에 오신 것이 작년 겨울이었던가요?”
“제가 뜸했습니다.”
“시주 바쁘신 것이야 한국 사람들 모두가 아는 일이니 자주 오시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지요.”
그러고는 다현 스님이 김봉남에게 다가왔다.
“손 한 번 주시겠습니까?”
다현 스님의 말에 김봉남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내밀었다. 김봉남이 손을 주자 다현 스님이 손가락을 손목에 대었다.
‘용수도 보고 진료도 받는다고 하시더니…… 이분에게 진맥을 받으러 오신 거였나 보구나. 그런데 출가하기 전에 한의사셨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다현 스님이 입을 열었다.
“몸이 안 좋으신 것은 아십니까?”
다현 스님의 말에 김봉남이 강진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
“안 좋습니까?”
“무척 안 좋습니다.”
그러고는 다현 스님이 김봉남의 몸 몇 곳을 만졌다.
“으윽!”
김봉남이 작게 신음을 흘리자 다현 스님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장과 간이 좋지 않습니다. 특히 신장이 많이 안 좋군요.”
다현 스님의 말에 김봉남이 강진을 보았다. 강진의 말이 맞는 것이다.
그에 김봉남이 자신의 몸을 보다가 말했다.
“요즘 좀 피곤하다 생각은 했습니다.”
김봉남의 말에 다현 스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 있는 생명은 살고 싶어 하지요. 인간의 몸 역시 건강하고 오래 살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몸이 안 좋으면 정신 차리라고 신호를 보내는데, 그것을 사람이 잘 알아들으면 치료가 되는 것이고, 찾지 못하면 더 큰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더 큰 신호라면?”
“작은 고통에 정신을 못 차리니 정신 차리라고 더 큰 고통을 주는 것입니다.”
다현 스님의 말에 김봉남이 입맛을 다셨다.
“그럼…… 제가 많이 아픈 겁니까?”
김봉남의 물음에 다현 스님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동안 많이 피곤하셨을 겁니다.”
“네.”
“그 피곤함만큼 몸이 아프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현 스님의 말에 김봉남이 잠시 있다가 물었다.
“그럼 치료는?”
“일주일에 이틀 정도 치료 받으면 될 것 같습니다.”
다현 스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일주일에 이틀? 그걸로 치료가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이상하십니까?”
“이틀 치료 받는다고 나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강진의 물음에 다현 스님이 웃으며 말했다.
“물론 이틀 가지고 나을 수는 없습니다.”
“그럼?”
강진의 물음에 다현 스님이 김봉남을 보았다.
“제가 나았다 하실 때까지는 매주 두 번은 저에게 오셔서 침도 맞고 처방도 받으셔야 합니다.”
다현 스님의 말에 김봉남이 살며시 물었다.
“매주 두 번입니까?”
“그렇습니다. 시간은 언제가 괜찮으시겠습니까?”
다현 스님의 물음에 김봉남이 잠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수요일과 금요일 아침 7시 괜찮으시겠습니까?”
김봉남의 말에 강진이 이번에는 그를 보았다.
“아침 7시면 너무 이른 시간이 아닐까요?”
다현 스님에게 부담이 될까 싶어 강진이 말을 한 것이다. 강진의 말에 김봉남이 아니라 다현 스님이 웃으며 말했다.
“사찰의 아침은 새벽 3시부터 시작이 됩니다. 그러니 저에게는 딱 적당한 시간입니다.”
그러고는 다현 스님이 김봉남을 보았다.
“그리고 이왕 오셨으니 오늘부터 하기로 하시지요.”
다현 스님의 말에 김봉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진은 작은 방에 있었다. 한쪽에는 김봉남이 몸에 침을 여럿 맞은 채 누워 있었고 그 옆에서 다현 스님이 진맥을 하고 있었다.
“흠…… 으으음…… 흠냠.”
김봉남은 침을 맞은 것이 편한지 잠이 들어 있었다. 잠시 김봉남의 맥을 보던 다현 스님이 손을 놓고는 강진을 보았다.
“차 한 잔 드시겠습니까?”
“감사히 먹겠습니다.”
강진의 말에 다현 스님이 방 한쪽에 있는 보온병에서 찻물을 따라주었다.
다현 스님이 주는 차를 받은 강진이 물었다.
“한의사셨습니까?”
강진의 물음에 다현 스님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도 한의사입니다.”
“그러시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강진을 보던 다현 스님이 입을 열었다.
“일은 할 만하십니까?”
“일요?”
“네.”
다현 스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뭘 좀 아시고 말씀하시는 건가?’
생각을 해 보면 아까 자신한테 좋은 일을 한다고 했던 것이나, 배고픈 이들에게 밥을 준다고 했던 것도 조금 이상했다.
특히 다현 스님은 사람이 살아온 일이 얼굴에 담긴다고 했는데…… 그렇게 따지면 강진의 얼굴에는 노가다와 아르바이트의 인생이 담겨 있어야 했다.
음식점 장사를 한 지는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그에 강진이 다현 스님을 의아한 눈으로 보았지만, 다현 스님은 그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은 채 강진을 보고 있었다.
“혹시……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십니까?”
“배고픈 이들에게 식사를 주는 일을 하시지요.”
‘아는 건가? 모르는 건가?’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다현 스님이 웃었다.
“저승식당을 하지 않으십니까?”
“어?”
다현 스님의 말에 강진이 놀란 눈으로 그를 보다가 급히 김봉남을 보았다.
김봉남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자고 있었다.
그런 김봉남을 보던 강진이 다현 스님을 보았다.
“저승식당을 어떻게 아세요?”
“불가에서 가장 중하게 생각하는, 연이 닿았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연요?”
강진의 물음에 다현 스님이 미소를 지었다.
“젊었을 적에 인연이 닿았다고만 하겠습니다.”
다현 스님의 말에 강진의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련함? 설마 여자인가?’
다현 스님의 눈빛과 입가에 어린 미소에서 아련함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노스님에게 인연이 여자냐고 묻기엔 조금 그래서 강진이 말을 돌렸다.
“그럼 저승식당에도 가 보신 적 있으세요?”
“요즘 말로 맛집이더군요.”
“혹시 저희 식당인가요?”
저승식당이 하나는 아니다. 전국팔도와 제주도까지 합치면 아홉 개는 된다.
하지만 서울에는 한끼식당뿐이다. 그래서 한끼식당에 왔나 싶은 것이다.
“식당이 어디십니까?”
“논현입니다.”
“그럼 제가 가 본 곳은 아닌 듯합니다.”
다현 스님의 말에 그를 보던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제가 저승식당을 하는 것은 어떻게 아셨어요?”
“보니 알겠더군요.”
“혹시 법력이라던가 그런 건가요?”
강진의 물음에 다현 스님이 웃었다.
“저도 법력이 있었으면 좋겠군요.”
“없으세요?”
“글쎄요.”
가볍게 웃는 다현 스님을 보던 강진이 말했다.
“저기 혹시…… 귀신을 부르면 이곳에 올까요?”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면 미쳤냐는 말을 들을 말이지만, 저승식당에 대해 알고 있어서인지 다현 스님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다현 스님이 고개를 저었다.
“저희 절에 귀신이 보이던가요?”
“못 봤습니다.”
그것으로 답이 됐냐는 듯 보는 다현 스님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밖에 가서 불러야겠네.’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다현 스님이 김봉남에게 다가가 침을 빼기 시작했다.
스윽! 스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