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896
897화
오혁이 싸준 상추쌈을 먹은 오택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맛이 좋구나. 너희도 먹거라.”
“알겠습니다.”
오혁은 냉큼 상추를 집어 거기에 고기와 김밥을 올리고는 이강혜를 보았다.
“자!”
상추쌈을 주는 것에 이강혜가 손을 내밀려 하자, 오혁이 웃었다.
“아버지도 입으로 드셨는데 무슨 손이야. 아.”
오혁의 말에 이강혜가 눈치를 보자, 오택문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편하게 먹자꾸나.”
“네.”
이강혜는 입을 벌려 상추쌈을 받아먹었다. 그 모습을 보며 웃은 오혁이 말했다.
“그럼 식사하시죠.”
오혁의 말에 오택문은 쌈을 직접 싸서 먹어 보더니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단무지 식감이 좋구나.”
“아버님 입에 맞아서 다행이에요.”
아버님이라는 말에 오택문이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하네.’
전에는 회장님이라고 자신을 불렀는데 이제는 아버님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오택문이 미소를 짓는 것을 보던 오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들부들!
자리에서 일어날 때 살짝 몸을 떨었던 오혁은 주류 냉장고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오택문이 보자, 이강혜가 살며시 말했다.
“걷거나 할 때는 괜찮은데 앉았다가 일어날 때는 조금 불편해합니다.”
“그래. 그런 것 같구나.”
오택문이 냉장고 문을 여는 오혁을 보고 있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오혁은 냉장고에서 소주를 두 병 꺼내 들고 왔다.
“소주 두 병 꺼낸다.”
“달라고 하시지.”
강진의 말에 오혁이 고개를 저으며 테이블로 다가왔다.
“오늘은 소주 한 잔 같이 하시죠.”
“괜찮겠니?”
“몸 많이 좋아졌어요. 그리고 많이 안 마시고 조금만 할 겁니다.”
오택문이 보자 오혁이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못 믿겠으면 원장님한테 전화해 보시든가요. 오늘 돌팔이한테 조금은 괜찮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래?”
“알코올에 너무 무방비가 된 상태라서 한 잔에도 훅 갈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은 듣기는 했지만, 일단 허락은 받았습니다.”
오혁의 말에 오택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내밀었다.
“주거라. 내가 따라 주마.”
“제가 먼저 따라드릴게요.”
그러고는 오혁이 소주 뚜껑을 땄다.
드르륵!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뚜껑을 딴 오혁이 잠시 그대로 있다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술을 못 먹으면 죽는 사람이 아닌데…… 이 소리가 유난히 좋네요.”
그러고는 오택문을 향해 소주를 내밀었다. 그에 오택문이 잔을 들었다.
쪼르륵!
두 손으로 소주를 따르며 오혁이 말했다.
“아버지하고 가끔 집에서 양주 한 잔씩 마셨는데…… 앞으로는 소주로 해요.”
“그래. 그러자꾸나.”
“그리고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제가 한 번 아파 보니까 아픈 건 안 좋더라고요.”
피식 웃는 오혁의 모습에 오택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주병을 건네받아 그의 잔에 술을 따랐다.
“그래. 아픈 건 많이 안 좋은 거지. 너도 앞으로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오혁에게 소주를 따라준 오택문이 이강혜에게도 병을 내밀었다.
“너도 한 잔 받거라.”
“네.”
이전이라면 술을 거절했을 이강혜가 바로 잔을 들자, 오택문이 웃으며 그녀의 잔에도 소주를 따라주었다.
“강혜도 몸 건강해야 한다. 건강이 최고다.”
“아버님도 건강하세요.”
그렇게 서로서로 술을 따라 준 세 사람은 잔을 맞부딪혔다.
짠!
그런 세 사람의 모습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모두 다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슬쩍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할머니도 거기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시다가 어르신 오면 같이 행복하게 지내세요.’
승천을 한 오혁의 어머니를 떠올리던 강진은 식사를 하는 손님들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
아저씨는 바닐라 방향제 주머니를 손에 쥔 채 보고 있었다. 그러다 가끔 코에 대서 향을 맡으며 시간을 보낼 때, 강진이 음식을 들고 다가왔다.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강진이 멸치 김치찜을 가운데에 두고는 그 옆에 음식들을 놓았다. 하나씩 놓이는 음식들을 본 아저씨가 놀란 눈으로 말했다.
“저 김치찜만 주문했는데요.”
아저씨의 말에 강진이 식탁을 보았다. 식탁에는 김치찜 외에도 매운 닭발, 매운 돼지껍질볶음, 김밥 한 줄과 계란말이가 놓여 있었다.
“서비스입니다.”
“아니, 무슨 서비스를 이렇게 많이 주세요.”
아저씨가 황당해서 하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오택문 일가를 보았다.
“저쪽 분들도 아저씨처럼 오늘 드시고 싶은 음식을 주문했거든요. 그래서 남는 음식 조금 서비스하는 것이니 부담 가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남는 음식이라고 기분 나빠하시는 건 아니죠?”
“그럴 리가요. 그래도 이건…….”
잠시 음식을 보던 아저씨가 웃었다.
“음식을 거절하는 것도 이상하겠네요. 맛있게, 고맙게 잘 먹겠습니다.”
아저씨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의 앞에 밥그릇을 놓고는 그 옆에도 슬며시 한 그릇을 더 놓았다.
“반찬이 많아서 많이 드실 것 같아 한 그릇 더 가져왔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 그릇 더 주문하려고 했는데 고맙네요.”
“밥을 많이 드시나 보네요?”
강진의 말에 아저씨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를 먹어서 위도 줄었는지 요즘은 한 그릇만 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게다가 이렇게 먹을 것이 많으니 반 그릇이나 먹으면 많이 먹겠네요.”
“그럼 왜 한 그릇을 더 주문하시려고 하셨어요?”
“멸치 김치찜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요.”
아저씨는 수저를 꺼내 밥그릇 옆에 놓고는 자신의 옆자리로 옮겼다.
그 모습에 강진이 미소를 지으며 옆자리를 보았다. 그곳엔 아주머니 귀신이 앉아 있었다. 아저씨가 그랬는지 이미 의자가 살짝 나와 있어서 아주머니 귀신이 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상추에 김밥 올리고 여기 고추장 삼겹살을 올려서 드세요. 전주 야식인데 맛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주에서 먹어 봤습니다.”
“전주에 가 보신 적이 있으세요?”
“전주 한옥 마을에 가족들하고 간 적이 있습니다. 좋더군요. 음식도 맛있고…….”
웃으며 바닐라 방향제를 손에 쥔 아저씨가 강진을 보았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강진이 뒤로 물러나자, 아저씨가 바닐라 방향제를 옆에 있는 밥그릇 근처에 놓았다.
“당신이 좋아하던 거 시켰으니까 먹어 봐.”
“어디 맛을 볼까요?”
아주머니 귀신이 젓가락을 들었다.
화아악!
불투명한 젓가락을 든 아주머니 귀신이 김치찜을 집었다.
화아악!
역시 불투명한 김치를 든 아주머니가 그것을 반으로 갈랐다.
스르륵!
부드럽게 찢기는 김치를 보던 아주머니가 강진을 보았다.
“정말 잘 익었네요.”
아주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살짝 손을 들었다. 어서 드셔 보라는 듯 말이다.
그에 아주머니가 김치를 올린 밥을 입에 넣었다. 그러더니 곧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 모습을 보고 강진이 웃었다.
‘이 맛에 음식 장사하지.’
자신이 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손님을 보는 것만큼 기분이 좋은 것은 없었다.
물론 지금 만들어진 음식 대부분은 배용수가 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주머니 귀신이 먹는 음식의 마지막은 강진이 마무리를 했다.
어쨌든 음식점 사장으로서 음식을 맛있게 먹는 손님을 보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었다.
강진이 생각에 잠긴 사이, 김치찜을 맛본 아저씨는 웃으며 옆을 보고 뭐라고 하더니 밥을 먹기 시작했다.
강진이 그것을 볼 때, 오택문이 아저씨를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이보게.”
갑자기 자신을 부르자 아저씨가 그를 보았다.
“네?”
“식사하는데 미안하지만 잠시 이 사장 우리가 좀 옆에 둬도 되겠나?”
무슨 소리인가 싶어 아저씨가 의아한 듯 보자, 오택문이 웃으며 말했다.
“강진이한테 같이 먹자고 하고 싶은데 손님이 있다고 거절을 할 것 같아서 자네한테 미리 양해를 구하려는 거네.”
“아! 그러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아저씨의 말에 강진이 급히 오택문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저는 손님 가시고 앉을게요.”
“먹을 때 같이 먹고 싶어서 이렇게 양해를 구한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저 손님도 허락을 했으니 이만 앉거라.”
“하지만…….”
“내 마음대로 하기는 했지만, 이제 와서 네가 안 먹고 서 있으면 저 손님 마음이 불편하지 않겠나. 그리고 혹시라도 빨리 먹으려고 할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러니 앉거라. 네가 앉아야 오히려 손님도 편히 식사를 하실 게다.”
“그건…….”
강진은 입맛을 다시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택문이 조금 막무가내로 하기는 했지만, 이미 말을 내뱉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의 말처럼 괜히 아저씨가 급하게 먹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에 강진이 아저씨를 보았다.
“죄송해요.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이거만 해도 충분합니다. 그러니 사장님도 편하게 식사하세요.”
아저씨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택문의 옆에 자리를 했다. 그 모습에 오택문이 그를 보다가 웃었다.
“왜 웃으세요?”
“아니다.”
“아니라고 말 끊으면 강진이 궁금해 죽어요.”
오혁의 말에 오택문이 웃으며 말했다.
“별건 아니고, 내 옆에 앉으면서 양해 안 구하는 사람은 혁이 빼고는 네가 처음이라서 웃었다.”
오택문의 말에 오혁이 피식 웃었다.
“그게 뭐라고.”
“그러게 말이다. 그게 뭐라고…… 네 형들은 소파에 앉을 때도 말하고 앉더구나.”
오택문은 술을 마시고는 빈 잔을 강진에게 내밀었다.
“편하게 대해 주면 좋겠어.”
“지금도 편하게 대하고 있는 걸요.”
강진이 웃으며 잔을 받자, 오택문이 소주를 따라주었다. 그에 강진이 소주를 마시고는 잔을 돌려주었다.
“저는 아직 손님이 있어서 이 잔만 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라.”
그러고는 오택문이 잔을 받자, 강진이 소주를 따라주었다. 그런 강진을 보며 오혁이 물었다.
“그런데 저분하고 친해?”
“손님요?”
“말하는 거 보니 친한 것 같으면서도 친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한 그런 묘한 느낌이던데?”
오혁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형 천사족이라고 아세요?”
“천사족? 천사의 다리?”
오혁의 물음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태우는 택시 봉사 단체 이름이에요.”
“그래?”
“아침에 본 아가씨들 있잖아요.”
“오지민 씨하고 최향미 씨?”
“네. 그분들은 안내견하고 다니니 택시들이 잘 안 태워 준대요. 그런 분들을 위해 천사족 택시기사님들이 모시러 가고 모셔다 드리고 하는 거예요. 거동이 많이 불편하신 분들은 차에 태워 드리고 휠체어도 트렁크에 실어 드리고요.”
“좋은 일 하시는 분들이네.”
“그렇죠. 저런 분들 없으면 몸이 불편하신 분들은 밖에 나오는 것이 더 힘드실 거예요. 눈뿐만 아니라 다리가 불편해도 밖에 나가는 건 정말 쉽지 않으니까요.”
말을 하던 강진이 문득 앞을 보았다. 이강혜와 오혁이 앞에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사람이 이야기하는데…….”
그에 오혁이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다. 잠시 뭐 좀 보느라고.”
“처남이 이야기하는데 뭘 보시는 거예요?”
“천사족이 뭐하는 곳인지 검색 좀 해 봤어.”
“검색요?”
“어디서 후원을 받는 건지, 아니면 자기 시간 쪼개서 하시는 건지 보려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