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64
965화
정우성이 코끝을 손으로 긁었다. 그 모습에 김인아가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왜 그래?”
같이 살 부대끼며 산 세월이 있다. 정우성이 저렇게 코끝을 긁는 것은 뭔가 울적하거나 먹먹할 때의 버릇이었다.
김인아의 말에 정우성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냥 사장님 배려심이…… 어머님 생각을 나게 하네. 어머니 보고 와서 그런가? 사장님 보고 있으면 어머니가 더 보고 싶어져.”
정우성이 뼈가 붙은 갈비찜을 손으로 집는 것에 김인아가 눈을 찡그렸다.
“젓가락으로 먹어.”
“뼈에 붙은 고기는 손으로 잡고 뜯어야지. 안 그렇습니까?”
“저는 끌어들이지 마세요.”
웃으며 맞받아친 강진이 뒤로 물러났다.
“그럼 식사 맛있게 하세요.”
강진이 걸음을 옮기자 정우성이 웃으며 갈비를 입에 넣고는 뜯었다.
부드럽기는 하지만 확실히 뼈에 붙은 살이라 살짝 뜯어지는 것처럼 뜯기는 고기에 정우성이 입을 움직이다가 웃었다.
부드러운 맛도 좋지만 역시 갈비는 뜯는 맛이 있어야 좋았다.
“맛있네.”
“그렇지?”
“응. 장모님이 해 주신 것 같아. 양념도 달달하고.”
정우성이 고기를 다시 한 입 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신기하게 장모님이 해 주신 것 같네.”
웃으며 다시 고기를 씹던 정우성은 문득 갈비찜 옆에 있는 반찬들로 시선을 돌렸다. 무생채와 계란찜, 계란말이 등 여러 반찬이 있었다.
그것을 보던 정우성이 먹던 갈비를 내려놓고는 티슈로 손을 닦았다. 그러고는 젓가락으로 김 계란말이를 집어서는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김 계란말이를 먹던 정우성이 잠시 멈칫하더니 무생채를 집어 입에 넣었다.
아삭! 아삭!
방금 한 무생채라 아삭아삭하게 씹혔다. 그리고 아직 녹지 않은 굵은소금이 입에 씹히는 것을 느끼며 정우성이 계란찜을 떠서는 입에 넣었다.
후루룩!
부드럽고 몽글몽글한 계란찜을 먹은 정우성이 다른 반찬들도 입에 넣었다.
“뭘 그렇게 급하게 먹어. 천천히 먹어.”
김인아가 물을 따라주는 걸 물끄러미 보던 정우성은 다시 김 계란말이를 집어 입에 넣었다. 그 모습에 김인아가 눈을 찡그렸다.
“입에 있던 거나 좀 먹고 먹어. 이 사람 오늘 정말 왜 이래?”
김인아는 당황한 듯 정우성을 보았다. 정우성은 입에 음식이 가득한 상태에서 음식을 더 넣고 있었다.
갈비에 파김치를 둘둘 말아서 입에 넣고 다른 음식을 또 입에 넣는 정우성의 모습에 김인아가 고개를 젓고는 계란말이를 하나 집었다.
살짝 통통한 스타일에 안에는 김이 들어 있었다. 음식점에서는 보통 계란말이에 김을 넣지 않는다.
보통은 계란으로만 하던가, 조금 손을 쓴다고 하면 당근과 파를 얇게 썰어서 넣는다. 당근을 넣으면 색감이 예쁘게 나오고, 파를 넣으면 덜 느끼하니 말이다.
하지만 김인아의 어머니는 김을 넣었다.
딱히 별다른 맛은 없는데, 어머니는 김이 몸에 좋다고 계란말이에 김을 넣었다.
‘엄마가 한 것 같네.’
계란말이를 입에 넣은 김인아는 부드러운 계란의 식감과 함께 짭짤한 김의 맛을 느꼈다.
김 특유의 향과 맛이 살짝 나는 것에 김인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정우성을 보았다. 그는 정말 양 볼이 터질 것처럼 음식을 넣고 있었다.
‘엄마가 해 준 맛 같아서 그런 거야?’
김인아는 정우성을 보다가 한숨을 쉬고는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정말 엄마가 해 준 밥상 같네.’
정우성에게 할 말이 있어서 신경 쓰느라 몰랐는데, 반찬들이 모두 엄마가 자신들이 집에 가면 해 주던 그런 스타일이고 맛이었다.
아삭! 아삭!
김인아가 엄마 생각을 하며 무생채를 먹을 때, 정우성이 티슈를 뽑아 눈을 가렸다.
“왜 그래? 울어?”
정우성은 눈가를 잠시 누르고 있다가 입에 있던 것을 씹어 삼키고는 말했다.
“잠시만.”
그러고는 티슈를 몇 장 더 뽑더니 가게를 나갔다. 그 모습에 김인아가 가게 입구를 볼 때, 잠시 후 정우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코가 붉은 것이 밖에서 코라도 풀고 온 모양이었다.
“하아!”
길게 숨을 토하며 휴지를 쓰레기통에 버린 정우성이 자리에 앉으려다가 주방 쪽을 보았다.
“사장님.”
정우성의 부름에 강진이 고개를 내밀었다.
“필요하신 것 있으세요?”
“그게 아니라…… 정말 맛이 좋습니다.”
정우성이 엄지를 세워 보이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맛있게 드세요.”
그러고는 강진이 힐끗 정우성 뒤를 보았다. 정우성 뒤에는 할머니 귀신이 안쓰러운 눈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슬며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강진이 들어오자, 목욕탕 의자에 쭈그려 앉아 있던 배용수가 말했다.
“어때?”
“정말 맛있게 드시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홀을 보았다.
정우성은 다시 음식을 입에 넣고 있었다.
“우는 것 같은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홀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딸보다 사위 혀가 더 어머니를 기억하고 있었나 봐. 드시고 바로 아시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재차 입맛을 다시며 홀을 볼 때, 이혜미가 말했다.
“그건 아닐 거예요.”
강진이 보자, 이혜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강진 씨가 만든 소갈비찜을 먹고 김 사장님도 어머니 손맛을 기억하셨잖아요.”
이혜미는 홀을 한 번 보고는 말을 이었다.
“지금은 아마도…… 음식보다는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서일 거예요.”
“다른 거요?”
강진과 배용수가 의아한 듯 보자, 이혜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별요.”
“이별?”
“기일에 추모원 오지 말라고 작년에 이야기했는데, 정우성 씨가 오늘 올 것을 알고 인아 씨가 음식을 예약했잖아요.”
“그렇죠.”
강진의 답에 이혜미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아마…… 정말 다시는 오지 말라고 할 것 같아요. 그래서 따로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을 거예요. 평소 가던 오리고기 집이 아니라요.”
이혜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서 음식에 집중을 못 하는 거예요. 정식으로 이야기하려고요.”
“그 친구처럼 친하게 지낸다고 하던데, 굳이 정식으로 이별할 자리를 만들 이유가 있나요?”
배용수의 물음에 이혜미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야…… 우성 씨가 새로 시작을 하죠. 그게 인아 씨가 생각하는 우성 씨를 위한 일인 거예요. 인아 씨는 좋은 여자니까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성 씨도 좋은 남자예요. 제가 보기에는 우성 씨는 지금 기다리는 거예요. 인아 씨가 마음 정리하고 자신한테 미안해하지 않을 날을요.”
“두 사람 다 좋은 사람이라…… 서로를 너무 배려하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홀을 보았다.
‘두 사람이 다 좋은 사람이라 오히려 연결이 안 되는구나.’
한 사람은 상대방을 기다려 주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상대방이 행복해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혜미 씨와 인아 씨가 묘하게 비슷하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홀 쪽을 보았다. 홀에서는 두 사람이 말없이 음식을 먹고 있었다.
할머니는 입 안 가득 음식을 넣고 있는 정우성을 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우성아, 물도 좀 마시면서 먹어. 그러다 체할라.”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정우성은 그저 파김치에 갈비찜을 싸서 맛있게 먹을 뿐이었다.
그런 정우성을 걱정스럽게 볼 때, 강진이 홀로 나왔다. 강진의 손에는 주전자가 들려 있었다.
“정말 맛있게 드시네요.”
강진의 말에 정우성이 급히 티슈로 입가를 닦으며 입에 있는 음식을 씹어 삼켰다. 자신도 지금 얼마나 열심히 밥을 먹고 있는지 아는 것이다.
그런 정우성을 보던 강진이 주전자를 놓고는 양은그릇을 하나씩 놓았다.
“설마 막걸리입니까?”
정우성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손님이 주문도 안 했는데 술을 가져오는 건 강매죠.”
강진은 웃으며 양은그릇에 주전자에 담겨 있는 것을 따랐다.
쪼르륵!
양은그릇에 따라진 것은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숭늉이었다.
“숭늉이네요?”
“체하실까 걱정되어서 누룽지로 숭늉을 만들었습니다. 음식 드시면서 같이 드세요. 따스해서 기름진 속을 좀 편하게 해 줄 겁니다.”
강진의 말에 정우성이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숭늉을 보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뒤로 물러나 주방으로 들어가자 정우성이 따뜻한…… 아니, 조금은 뜨거운 숭늉을 들어 후후 불어서는 한 모금 마셨다.
“크윽! 좋다.”
뜨거운 것을 마시며 좋다고 하는 정우성의 모습에 김인아가 고개를 작게 저었다.
“아저씨 같아.”
“나는 아저씨고 그쪽은 아줌마죠.”
정우성은 “후.” 하고 숨을 크게 토했다. 그러고는 식탁을 보았다.
자신의 앞자리는 많이 너저분해 있었다. 폭풍처럼 식사를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잠시 배를 쓰다듬던 정우성이 밥공기를 들어서는 스테인리스 그릇에 부었다.
“더 먹게?”
“마지막은 이렇게 먹어야지.”
그는 갈비 양념을 덜어 밥에 올리고 생채도 같이 올렸다. 그러고는 슥슥 비벼서는 입에 넣었다.
“음…… 이 맛이야.”
웃으며 한 숟가락 크게 떠서 또 입에 넣는 정우성을 보며 김인아가 고개를 젓고는 숭늉을 따라 한 모금 마셨다.
많이 먹어서 더부룩한 뱃속에 따스하고 고소한 숭늉이 들어가니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좋네.’
천천히 다시 숭늉을 마시는 김인아의 귀에 정우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단…… 여기 데려와 줘서 너무 고마워.”
정우성의 말에 김인아가 그를 보았다. 정우성은 여전히 비빔밥을 떠서 입에 넣고 있었다.
스슥! 스슥!
스테인리스 그릇을 수저로 긁으며 밥을 모아 다시 입에 넣은 정우성이 입을 열었다.
“네가 오늘 왜 나를 여기로 데려왔는지 알아.”
“알아?”
“너하고 같은 이불을 덮고 산 게 몇 년이고 너와 연애를 하던 것이 몇 년인데…… 당연히 알지.”
정우성은 숟가락으로 긁어모은 밥알과 생채를 보았다. 한 숟가락이 될까 말까 한 밥을 보던 정우성이 말을 이었다.
“근데…… 나는 너하고 같이 장모님, 아니 어머니한테 가고 싶다.”
고개를 숙인 채 말을 하는 정우성을 물끄러미 보던 김인아가 입을 열었다.
“엄마 기일에 가서 인사드리고 싶으면 너하고 내가 시간을 조정하면 되잖아.”
사실 김인아가 정우성을 안 보려고 했으면 그녀가 조금 늦게 추모원을 가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김인아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늘 추모원에서 정우성을 만났다.
오늘도 그랬다. 정우성이 올 것을 알았고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면 조금 늦게 갔으면 됐지만, 김인아는 늘 가던 시간에 갔고 추모원에서 정우성을 만났다.
서로 알지만 말을 하지 않았던 일을 김인아가 언급한 것이다.
“그게…….”
머뭇거리던 정우성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 혼자 가면…… 어머니가 슬퍼하실 거야.”
“…….”
“그거 알아? 너하고 내가 결혼하는 날, 장모님이 우셨어. 너무 행복하셔서…… 그리고 너하고 내가 같이 있으면 늘 웃으셨어. 너무 좋으셔서…….”
잠시 말을 멈춘 정우성이 입을 열었다.
“나, 장모님이…… 너무 보고 싶어.”
“…….”
정우성의 말에 김인아가 말없이 그를 보았다.
“그리고 너하고 같이 가서 장모님 보고 싶어. 그러면…… 사진 속 장모님이 웃으면서 정 서방 왔……냐고 나를 불러 주시는 것 같으니까.”
정우성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에 김인아가 입술을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