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78
979화
누룽지를 먹은 강진이 설거지를 하고는 그릇들을 푸드 트럭에 실었다.
탓!
푸드 트럭 캡을 닫은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재료 정리하고 한 시간쯤 있다가 올게요.”
“뭐 하러 와?”
“숙취에 좋은 음료라도 가져다드리려고요.”
“됐어.”
강진의 말을 듣고 있던 배용수가 말했다.
“돼랑이한테 칡 뽑아 달라고 해서 씹어 먹으면 숙취에 좋을 거야. 너는 식당이나 잘 하고 있어.”
여기는 신경 쓰지 말라는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돼랑아!”
강진의 부름에 돼랑이와 새끼들이 달려왔다.
“형 타세요.”
“오케이.”
황민성은 능숙하게 돼랑이 몸에 올라탔다.
강진도 돼랑이 새끼의 등에 타자 다른 귀신들도 멧돼지들의 등에 올라탔다.
“가자!”
강진의 외침에 귀신과 사람을 태운 돼랑이 가족들이 빠르게 내달렸다.
두두두두! 두두두!
돼랑이 등에 탄 강진은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했다. 멧돼지 등이라 좀 거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나름 꽤 스릴이 있었다.
시원하게 내달리던 강진은 고개를 돌려 멀어지는 마을을 보았다.
‘여기도 산이 되고 마을이 사라지겠지만. 나는 잊지 않고 올게요. 만복 형 장난감은 내가 지켜줄게요.’
웃으며 강진이 하늘을 보다가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신수 형제한테도 알려줘야겠네.’
자신보다 더 할머니들과 알고 지낸 이들이 신수 형제들이니 말이다.
***
점심 장사를 준비하던 강진이 시간을 확인했다. 그런 강진의 모습에 이혜미가 웃으며 말했다.
“용수 씨가 없어서 신경 쓰이세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주방을 한 번 보고는 입을 열었다.
“제가 여기 식당 하고 나서 며칠 있다가 바로 용수가 저하고 같이 일을 했어요. 그 이후로 용수 없이 식당을 운영해 본 적이 없네요.”
“그렇게 보고 싶으시면 부르지 그러세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용수가 옆에서 말 상대라도 해 줘야 형도 안 심심하죠. 혼자 운전하면 심심하잖아요. 그리고 아직은 점심시간 되려면 시간 있어요.”
둘이 이야기를 나눌 때, 강선영이 웃으며 말했다.
“단톡방 보셨어요?”
“아뇨? 왜요?”
강진의 물음에 강선영이 자신이 보던 태블릿을 그에게 내밀었다.
그에 강진이 태블릿을 받아 보았다. 태블릿 화면에는 한끼식당 단톡방이 떠 있었다.
단톡방에는 ‘이 도라지는 진짜다.’, ‘아니다.’부터 시작해서 여러 글이 적혀 있었다.
그중에는 도라지를 알아본 사람들이 ‘이런 귀한 걸?’하는 글도 있었고, 그렇게 좋고 비싼 거면 밑반찬으로 내겠냐는 말도 있었다.
댓글들을 보던 강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긴, 저 같아도 이런 귀한 도라지를 밑반찬으로 낸다고 하면 거짓말인 줄 알겠네요.”
태광무역에서 이 도라지를 알아봤던 사람들이 몇 백만 원을 주고라도 사고 싶어 했으니 말이다.
강진이 웃으며 머리를 긁었다.
“이따가 도라지 써는 거라도 보여 드려야겠네요.”
“보여 주고 음식 하시게요?”
“음식 나올 때까지 시간이 있으니 그 시간에 바로 잘라서 양념해서 버무리죠.”
“용수 씨도 없는데 어떻게 하시려고요?”
배용수가 없으니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서 음식도 하고 서빙도 해야 하는 것이다.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주방에는 용수가 있어야죠.”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용수 씨가 오늘은 A부터 Z까지 하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용수 씨 부르시게요?”
이혜미의 물음에 강진이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혜미 씨…… 아니, 형수가 아직 용수를 잘 모르네요.”
“네?”
“제가 혼자서 장사를 다 해 보기를 용수는 바라요.”
강진은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언젠가는 자기도 승천할 테니 그때를 대비해서 저 수련시키는 거죠.”
“그렇죠.”
이혜미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용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어요.”
“그게 뭔데요?”
“손님요.”
“손님요?”
“자신의 가게에 온 손님들이 불편하지 않고 최대한 편하게 식사를 즐기고 가는 것…… 그게 용수에게는 가장 중요해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그를 보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 씨가 음식을 하고 서빙까지 하면 손님들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없다는 거네요.”
“맞아요. 용수는 그걸 잘 알아요. 여러분들 도움 없이 저 혼자 음식 하고 서빙까지 하면 손님들이 불편할 거라는 걸요.”
강진 혼자 음식을 하고 서빙하는 건 느리기는 해도 할 수는 있다. 대신 손님들이 불편하고 오래 기다려야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걸 배용수도 잘 알고 있다. 한끼식당에서 점심 장사를 몇 백 번 했으니 말이다.
그런 배용수이기에 아무리 강진을 수련시키기 위해서라고 해도 혼자 두지는 않을 것이다. 음식 연습은 자기들 먹을 것에만 하고, 손님들에게는 최고의 음식만 내야 한다고 말하는 배용수이니 말이다.
“아마도 점심시간 되기 전에…….”
띠리링! 띠리링!
말을 하던 강진이 자신의 핸드폰을 보았다.
황민성에게 전화가 온 것에 강진이 웃으며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
“이렇게 민성 형을 통해 자기 부르라고 전화를 할 거예요.”
그러고는 강진이 전화를 받았다.
“형. 경기도 들어오셨다고요. 용수요? 용수가 저 보고 혼자 하라고 했는데?”
강진이 웃으며 이혜미를 보았다. 그 모습에 이혜미도 웃었다. 강진의 생각대로 배용수가 자신을 부르라고 전화를 하게 한 모양이었다.
“알겠어요.”
통화를 끝낸 강진이 웃으며 이혜미를 보았다.
“보셨죠?”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용수 씨가 정말 요리사네요.”
“천상 요리사죠.”
강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요리사라는 직업 굉장한 것 같아요. 요리를 잘해야 하는 건 당연한 거고, 그 외에도 손님들이 가장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고민해야 하니까요.”
강진은 허공을 보고는 웃으며 이름을 불렀다.
“배용수, 배용수, 배용수.”
화아악!
배용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나한테 다 하라고 하더니 왜 불러 달래?”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고는 주방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나 없이 너 혼자 잘 하나 못 하나 보려고 했는데, 그거 보겠다고 손님들 기다리게 하고 불편하게 하는 건 아닌 것 같더라고.”
자신이 생각한 것을 그대로 말하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웃었다.
“왜, 나 잘 할 수 있는데.”
“잘 하겠지. 음식도 그만하면 잘 하고. 근데 네 몸이 두 개가 아니잖아. 홀 서빙하고 주방 음식 보고 어떻게 둘을 다 하냐.”
주방에 들어간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야, 이강진! 내가 싱크대 쓰고 나서 꼭 물기 닦으라고 했지.”
“이따가 하려고 했지.”
“이따가는 무슨 이따가. 아무리 싱크대가 늘 젖어 있는 곳이라고 해도 잘 닦아 놔야 물때가 안 낀단 말이야. 그리고 도마 순서대로 정리해 놔야지, 이거 뭐야. 왜 섞어 놨어.”
주방에 들어가자마자 잔소리를 하는 배용수의 모습에 강진이 속으로 웃었다.
사실 주방이 조금 흐트러진 건 강진이 일부러 해 놓은 거였다. 자기가 너무 잘 해 놓으면…… 혹시라도 배용수가 안심하고 떠날까 봐 말이다.
이처럼 부족한 모습을 보여서 아직 한끼식당 주방에는 자신이 더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끔 유도한 것이다.
‘용수야…… 내가 저승 가면 네 명의로 식당 하나 차려 줄게. 그러니 좀 만 더 있어 주라.’
배용수 발목을 잡는 것 같아 쓰게 웃은 강진이 주방에 들어갔다.
“그것도 이따가 하려고 했지.”
“이따가는. 아이구야……. 이래서야 너 믿고 주방을 맡기겠냐? 하여튼 내가 없으면 안 된다니까. 앞으로 십 년은 멀었다.”
투덜거리며 행주로 싱크대 물기를 닦은 배용수가 도마들을 정리했다.
고기 자르는 도마, 생선 자르는 도마, 야채 써는 도마, 김치와 같은 양념이 있는 것을 썰 때 쓰는 도마 등등을 순서대로 놓았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따가 손님들 오면 도라지 바로 썰어서 무쳐 드릴까 해.”
강진의 말에 도마를 정리하고 칼을 살피던 배용수가 그를 보았다.
“바로?”
“응. 그 자리에서 잘라서 바로.”
“도라지 쓴맛이 있어서 그거 빼려면 시간 있어야 하는데?”
도라지는 쓴맛 때문에 소금에 살짝 절여 놓은 후에 헹구거나 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양념을 해야 했다.
“그 과정은 생략.”
“그럼 써.”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지.”
강진은 싱크대에 놓인 도라지를 보며 말을 이었다.
“생각해 보니 도라지 물에 씻으면 몸에 좋은 성분도 쓴맛과 함께 씻겨 나갈 것 같아. 그래서 좀 써도 몸에 좋다 생각하고 만들려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도라지를 보다가 말했다.
“그래서 앞에서 직접 썰자고?”
“카운터에서 드실 만큼만 썰어서 내놓으려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홀을 잠시 보다가 말했다.
“하긴, 음식도 그런 퍼포먼스가 필요하기는 하지. 철판 요리처럼 말이야.”
“철판 요리?”
“철판 요리 전문점 가면 칼도 던지고, 뒤집기로 철판 두들기면서 쇼처럼 하잖아. 음식 맛하고는 하등 관계가 없지만, 보는 재미도 있고 더 맛있게 느껴지니까.”
“그럼 오케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칼을 살피며 말했다.
“이게 약인지 뭔지 알고 먹어야 약효가 더 있겠지. 그렇게 해.”
칼을 칼집에 넣은 배용수가 점심 식재들을 살폈다. 강진이 미리 손질들을 다 해 놓은 식재들을 보던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재료 손질들은 잘 해 놨네.”
“좋은 스승한테 잘 배웠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그를 보았다.
“그 좋은 스승이 분명 음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뒷정리도 중요하다고 한 것 같은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슬며시 주방을 나왔다. 그런 강진을 보며 고개를 젓던 배용수가 피식 웃었다.
그는 사실 기분이 좋았다. 처음에는 주방이 어질러져 있는 걸 보고 좀 기분이 상했는데…… 자신이 없으면 이런 모습이 된다는 것을 겪으니 자신이 꼭 필요한 존재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하여튼, 내가 없으면 이놈의 식당 돌아가지를 않아요. 돌아가지를 않아.”
배용수는 작게 흥얼거리며 주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