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04
103화
강신은 공동 입구에서 몸을 숨기고 시계를 조작했다.
자신이 착용하고 있는 다용도 렌즈를 이용해 공동 내부를 살피기 위함이었다.
거대한 공동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두 분류로 나뉘었다.
옷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넝마가 된 옷을 입고, 안쓰러울 정도로 마른 몸으로 물건을 나르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감시하는 사람들이었다.
감시하는 사람들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복장을 하고 있었다.
방독면으로 보이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단단해 보이는 검은색 보호 장비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허리춤에는 진압봉으로 보이는 물건도 걸려있었다.
그들의 보호구에는 크툴루를 믿는 자들을 상징하는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그 문양을 본 강신이 결국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광신도들이네요.”
강신의 입에서 저들의 정체가 나오자, 척준신과 김대리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요원들이 작은 소리로 한마디씩 불평을 터트렸다.
-또 광신도 들이라고?
-뭔 문제만 생기면 쟤들이네.
-진짜 바퀴벌레도 아닌데, 어디서 저렇게 끊임없이 나오는 건지….
“조금만 더 살펴볼게요.”
강신은 이번엔 사람들이 아닌 지형들을 자세히 살펴봤다.
공동은 중심부를 제외하면, 난잡하기 그지없었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는 모르겠지만, 곳곳에 건설 자재로 보이는 파이프나 상자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다.
그리고 공동 중앙에는 지금까지 보았던 플라스틱 관과는 조금 다른 크기의 관들이 박혀있었다.
밖에서 보았던 관들의 크기가 고작 사람의 주먹만 한 크기였다면, 공동 중앙에 있는 관의 크기는 사람이 들어갈 정도로 넓었다.
해진 옷을 입고 있는 일꾼들은 리어카를 이용해 검은 액체들을 나르고 있었다.
‘저건 무슨 액체지?’
그들이 나르는 검은 액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진 강신은 그들의 행동을 말없이 계속 지켜봤다.
그들은 리어카에 담겨있던 액체를 플라스틱 관 속으로 부어버렸다.
치이익~
마치 화학반응이 일어난 것처럼, 관에서 회색 기체가 흘러나왔고, 그와 동시에 강신과 일행들은 일제히 코를 막아야 했다.
-으윽!! 이거 아까 그 냄새 같은데요.
김대리가 질색하며 인상을 구겼다.
강신도 김대리처럼 코를 막고, 인상을 찌푸렸지만, 시선을 돌리지 않고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냄새에서 어떻게 저렇게 멀쩡할 수 있는 거지?’
비위가 약하면 속을 게워낼 정도로 강한 악취였다.
그런데 액체를 부었던 일꾼들은 냄새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리어카를 묵묵히 끌고 하던 일을 반복했다.
그 이후로 강신은 그들이 검은 액체를 몇 번이나 붓는 모습을 살펴보았고, 추가로 몇 가지 사실을 더 알 수 있었다.
그들이 검은 액체를 다른 입구들보다 조금 더 큰 입구에서 가지고 온다는 것.
그리고 그걸 나르고 있는 일꾼들의 눈이 삶을 포기한 것처럼 죽어있다는 점이었다.
꽤나 혹사당하고 있었지만, 일꾼들은 반항의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털썩!
일꾼 한 명이 쓰러지자, 그들을 감시하고 있던 감시자가 큰 목소리로 화를 냈다.
“아씨…. 또 쓰러졌네. 야! 야!”
그는 쓰러진 사람의 상태가 걱정되지 않는지, 발로 툭툭 건드리기만 할 뿐 제대로 상태를 확인하지도 않았다.
쓰러진 일꾼은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는데 정신을 잃은 건지, 죽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 이번 달만 벌써 48명째네. 일꾼이 더 줄어들면 대사제님이 뭐라고 하실 텐데….”
불평을 하던 감시자 옆에 있던 다른 감시자가 그의 말에 대꾸했다.
“이미 쓰러진 걸 어떻게 하겠냐. 거기 너희들! 이거 용액 합성 실로 가지고 가!”
감시자가 신경질을 내며, 다른 일꾼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감시자의 지시대로 움직이지 않는 일꾼을 들었다.
그리고 검은 액체를 가져오던 입구로 쓰러진 일꾼을 데리고 가버렸다.
현대판 노예 광산이 이러할까?
강신이 보고있는 광경은 정말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저들을 제압하고, 착취당하는 사람들을 구하고 싶었다.
강신은 일단 뜨겁게 달궈진 머리를 차갑게 식혀 이성을 유지했다.
저들을 더 확실하고, 효율적으로 제압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다.
“입구가 많으니, 도망칠 수도 있고….”
강신은 이곳에서 적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입구를 봉쇄시킬 방법을 생각했다.
자신과 팀원들은 아직 저들에게 발각되지 않았으니, 기습의 이점까지 고려해 계획에 녹여냈다.
“2조는 보이는 방향에서 북서쪽 입구를….”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계획을 일행들에게 철저하게 주입시켰다.
“이렇게 움직일 겁니다.”
강신이 계획한 작전을 들은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 맡은 일을 하기 위해 천천히 흩어졌다.
다행히도 일꾼들은 자기가 하는 일 말고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감시자들은 나태했다.
정리가 되지 않은 상자들과 건설자재들, 그리고 잡동사니가 공동에 널려있어서 강신과 요원들이 이동하는 동안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강신은 공동 외각으로 이동하는 일행들과 다르게, 공동 내부로 진입해야 했다.
보호 장비를 카모플라쥬로 형태로 변환시키고 들키지 않도록 천천히 움직였다.
강신은 미리 계획했던 지점으로 이동해, 김대리에게 받았던 장비들을 품속에서 꺼내 조심스럽게 작동시켰다.
달칵, 웅웅….
위이잉~
아주 작은 소음이었지만, 그래도 강신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강신이 작동시킨 기계는 권영식이 만든 재머였다.
재머를 사람들이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곳에 숨겨놓고, 강신은 다시 움직였다.
‘외부의 연락을 차단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범위가 그렇게 넓지 않네.’
강신은 재머의 적용 반경을 고려해서 총 5개의 지점에 재머를 설치했다.
그렇게 강신이 재머의 설치를 끝내는 동안, 다른 요원들은 이미 강신이 지정했던 위치에 도달할 수가 있었다.
강신은 다용도 렌즈의 확대 기능으로 일행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리고 작전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공동의 중앙으로 이동했다.
강신이 작동시킨 재머는 피아를 구별하는 기능이 따로 없었다.
따라서 통신패치가 아닌 고전적인 방법으로 일행들에게 신호를 보내야 했다.
‘그럼 시작해 볼까.’
“초코야. 크게 휘둘러!”
-멍!!
강신의 그림자에서 커다란 초코의 앞발이 튀어나와, 설렁설렁 움직이는 관리자들과 주변의 물건까지 한 번에 날려버렸다.
퍼억!
와장창!
“으악!!”
이것보다 더 확실한 신호는 없었다.
일행들은 초코가 소란을 피우는 모습을 보고, 계획했던 대로 입구를 막아 감시자들을 하나둘씩 제압하기 시작했다.
“이, 이 녀석들 뭐야!”
“적이다!”
“공격해!!”
감시자들 대부분이 패닉에 빠졌지만, 그중에서도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이들이 있었다.
“사제님들에게 연락해!!”
“아오! 무전기를 꺼놨나 봐. 통신을 안 받으셔!”
감시자들의 수는 강신과 일행보다 많았지만, 요원들은 자기들보다 배가 되는 인원들을 보고도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하는 행동을 봤기 때문인지, 요원들 손에 자비가 없었다.
각자 들고 있는 무기로 빠르게 감시자들을 제압했고, 강신은 일행들과 합류하기 위해 조용히 중앙에서 외각으로 이동했다.
감시자들과 요원들의 전투로 정신없는 와중에, 일꾼들이 나르던 검은 액체가 강신이 입고 있는 보호 장비에 살짝 튀었다.
치익….
검은 액체가 보호 장비에 닿자마자, 보호 장비에서 연기가 올라왔다.
마치 산성으로 된 액체에 닿은 것 같았는데, 보호 장비의 카모플라쥬 기능이 불안정해졌다.
그리고 운이 나쁘게도 근처에 있던 감시자 하나가 그 모습을 발견했다.
“여, 여기에도 이상한 게 있다!!!”
“칫.”
의태 기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자, 강신은 가볍게 혀를 차며 보호 장비의 카모플라쥬 기능을 풀었다.
그러자, 강신의 주위에 있던 감시자들이 강신을 둘러쌌다.
“뭐 하는 놈들이냐? 왜 우리를 공격하는 거지?”
겁에 질린 사람은 그나마 나았다.
“우리의 대업을 방해하다니! 몸 성히 이곳에서 나갈 생각은 하지마라!”
아직도 자기들이 우위에 있다고 착각하는 멍청이도 보였으니까.
강신은 감시자의 말을 듣고는 피식하고 비웃었다.
“대업은 무슨…. 있지도 않은 신에게 빠져 강제로 다른 사람들을 착취하는 사람들이 과연 대업을 논할 수 있을까?”
강신이 노골적으로 신과 광신도들에 대한 비판을 하자, 감시자들은 거품을 물고 화를 냈다.
“뭐?”
“이 새끼가!!”
“감히 우리의 신에게!!”
앞뒤 가리지 않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감시자들을 척준신에게 배웠던 호신술을 이용해 제압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호신술을 실전에서 사용하는 건 처음이라, 동작이 딱딱하게 끊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허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움직임이 부드러워졌다.
정말로 크게 화가 났는지, 감시자들의 분노가 담긴 공격은 단순하기 그지없었다.
자신의 얼굴로 날아오는 진압봉을 몸을 틀어 가볍게 피하고, 상대방의 중심이 실려 있는 왼발을 가볍게 찼다.
그것만으로도 자신에게 달려든 감시자를 간단히 넘어트렸다.
그리고 이어서 공격해오는 다른 감시자의 공격을 피하면서, 넘어진 관리자의 머리를 발로 차버렸다.
퍽!
“크엑.”
강신에게 달려드는 감시자들의 수가 늘어갔다.
혼자라면 힘들었겠지만, 현재 강신은 혼자가 아니었다.
강신의 사각에서 진압봉을 휘두른 감시자는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초코가 처리했다.
초코에게 물린 채, 좌우로 휘둘리다가 뒤쪽에 있는 다른 감시자에게 날아가 부딪혔다.
설야의 가루가 없었지만, 강신은 능숙하게 감시자들을 하나둘 제압해 나갔다.
시간이 흐르고 강신의 주위에는 서있는 감시자들보다 쓰러진 감시자들의 수가 더 많아졌다.
“후우….”
강신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감시자가 많아서 완벽하게 공격을 회피하지 못했지만, 그들이 휘두르는 진압봉은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했다.
강신이 입고 있는 보호 장비가 모든 충격을 흡수했기 때문이다.
많은 수의 감시자들을 상대한 강신은 지쳤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허나 그는 호흡만 조금 거칠어졌을 뿐, 처음과 크게 달라진 모습은 아니었다.
강신에게 압박감을 느낀 것일까.
남은 감시자들은 강신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뒷걸음질 쳤다.
“놓치지 않는다!”
강신이 도망치려는 감시자들을 향해 몸을 날리자, 감시자 중 한 명이 크게 외쳤다.
“우리의 신을 욕보인 자를 잡아라!!”
그 소리는 같은 감시자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감시자의 목소리를 듣자, 눈이 죽은 채로 착취를 당하던 일꾼들의 표정이 흉흉하게 변했다.
“우리의 신을!!”
“아아, 누가 감히….”
반응은 각자 달랐지만, 그들의 시선은 감시자가 가리킨 강신에게 고정되어있었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
강신은 여기에서 착취당하는 일꾼들이 잡혀와서, 마지못해 일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상태를 확인하니, 그것뿐만이 아니라 광신도들에게 지독한 세뇌까지 당한 듯했다.
강신에게 달려오는 일꾼들을 보고 반응하지 않는 강신을 본 초코가 일꾼들을 향해 발톱을 세웠다.
그리고 거대한 앞발을 휘두르려고 하자, 강신이 다급하게 외쳤다.
“초코야, 다치지 않게!”
강신의 외침에 드러냈던 발톱들을 집어넣고, 접근하는 이들을 멀리 날려보내기만 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이 넘어지거나, 피를 흘리는 것도 상관하지 않았다.
그저 미친 듯이 강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젠장…. 떨어져!”
감시자들보다 배는 많은 사람들이 강신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의 공격은 대응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약했지만, 문제는 그들이 다치지 않게 제압하는 일이 꽤나 까다로웠다.
‘어떻게 하지!’
기절을 시켜도 숫자가 줄지 않는 일꾼들의 모습을 보며, 강신은 머리를 굴려야 했다.
‘잠시 뒤로 몸을 뺄까.’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일꾼들이 도저히 자신을 놓아주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순간….
촤악!
후드득….
갑자기 하늘에서 피가 뿌려졌다.
“어?”
갑자기 피를 본 강신이 살짝 당황했다.
그걸 시작으로 외각에서 강신을 지켜보던 감시자들이 하나둘씩 빠른 속도로 쓰러졌다.
그리고 이내 세뇌당한 일꾼들까지 쓰러지기 시작했고, 곧 피를 뒤집어쓴 척준신의 모습이 나타났다.
척준신이 뒤집어쓴 피가 그의 피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척부장님!”
강신의 외침에는 무장을 하지 않은 이들을 과잉 진압한 척준신에 대한 질책이 들어가 있었다.
“걱정말게. 이 피는 이들을 감시하던 자들의 것이지. 일꾼들은 모두 칼집으로 쳤네.”
척준신이 그렇게 말하며 칼집을 들어서 보여주었다.
“죄송합니다.”
오해한 강신이 사과하자, 척준신이 피식 웃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보다 이곳의 상황은 끝났군.”
강신은 주변을 둘러봤고 어느새, 요원들보다 수가 많았던 감시자들은 모두 제압되어 있었다.
그리고 1팀 요원들은 한 명도 쓰러진 사람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본 강신은 자신과 함께하는 요원들이 든든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