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1
10화
불길했던 강신의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가벼운 스트레칭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기준이었다.
강신에게는 이곳에서 한 스트레칭이 헬스장에서 받는 PT보다 더욱 가혹하게 느껴졌다.
“으으.”
강신은 심한 욕을 하고 싶을 정도였지만, 이들은 그런 기운조차 남기지 않고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과도한 운동으로 쓰러져 있는 강신을 보고 척준신과 옆에서 운동하던 이들이 한마디씩 던졌다.
“약하군.”
“약하네요.”
“저렇게 누워 있으면 근 손실 오실 텐데…….”
강신이 과도한 운동으로 제대로 움직일 수 없자, 척준신이 샤워실과 탈의실이 있는 곳까지 어깨에 걸쳐서 옮겨 주었다.
거부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럴 수 없는 자신의 몸 상태에 강신은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끝내고 밖으로 나오자, 드디어 기다리던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아직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강신은 권영식에게서 받은 코트형 장비를 입고 척준신과 함께 다른 요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화물용 승강기로 향했다.
방금까지 운동하고 있던 그들은 언제 갈아입었는지, 모두 정장과 코트로 복장을 통일시킨 상태였다.
운동할 때 보였던 장난스러운 모습들은 어디로 갔는지, 절도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조금 전까지 함께 있었던 사람이 맞나 헷갈릴 정도였다.
“좋아, 모두 모였군, 그럼 출동해 볼까.”
“네!”
인원 체크가 끝나자, 현장 요원들은 커다란 화물용 승강기 안에 준비된 짙은 선팅이 되어 있는 네 개의 밴에 나눠서 탑승했다.
모든 인원이 차에 타는 것을 확인한 척준신은 강신과 함께 자리가 남은 차량에 탑승했고, 밴을 실은 승강기가 지상으로 올라갔다.
현장 요원들이 탄 차량들은 물류 창고로 꾸며진 건물에서 튀어나와 그대로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달려 나갔다.
극심한 탈력감을 느끼고 있는 강신은 자신의 몸을 마사지하며 척준신에게 물었다.
“으으……. 지금 저희는 어디로 가는 겁니까?”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북문과 화성행궁 사이입니다.”
“처음 현장에 나가는 거라 그런지 긴장되네요.”
“포착된 개체 수가 조금 많은 것을 제외하면 크게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개체 수가 많다라……. 그보다 말 편히 하시죠. 척 부장님.”
“음, 알겠네. 그렇게 하지.”
척준신은 회사에서 알아낸 정보를 강신에게 알려 주었고, 강신은 정보를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맞추어 보기 시작했다.
“위험도가 낮고, 겨울밤에만 출몰하는 개체라.”
혼잣말로 방금 들은 정보를 곱씹은 강신은 해당하는 정보를 가지고 있는 U.M.A.가 무엇인지 떠올려 봤다.
하지만 U.M.A.의 종류는 강신조차 모두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많았다.
“많은 수가 모여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지만, 조금 더 정보가 필요하겠는데.”
스스로의 본능 때문인지, 아니면 음지에서 움직일 때 혼자가 편한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U.M.A.들 중 군집해서 다니는 개체는 소형종밖에 없었다.
혼자서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어느새 그들이 타고 있는 밴이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갑자기 멈춰 섰다.
끼익.
밴이 멈추자, 척준신이 품속에서 손바닥만 한 스티커 시트지를 꺼냈다.
그 시트지에는 멀미 패치처럼 생긴 원형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척준신은 그것을 떼서 자신의 귀에 붙였다.
“차멀미가 심하신 건가요?”
“그러고 보니, 강 선임에게는 통신 패치가 지급되지 않았나 보군. 오늘은 내 것을 같이 쓰는 걸로 하지.”
통신 패치로 불린 스티커를 강신의 귀에 붙여 주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치이익……. 띠릭. 띠릭…….]작은 스티커 하나 귀밑에 붙였을 뿐인데, 놀랍게도 이어폰을 끼고 있는 것처럼 귀에서 기계음이 연속적으로 들려왔다.
“통신 상태 확인한다. 1조.”
[치익……. 1조 이상 무.]“나머지 조도 확인 바란다.”
[2조 이상 무.] [3조 이상 무.]척준신이 통신 상태를 확인하자, 그의 목소리와 불린 조들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귓가를 맴돌았다.
“감도가 조금 떨어지는 것 같군.”
[지원팀에 통신 상태 확인해 달라고 전하겠습니다.]“그렇게 하도록.”
엄지손톱만 한 얇은 스티커 하나가 이어폰뿐만 아니라 마이크 기능까지 있어, 통신 장비 역할을 한다는 것은 정말로 신기했다.
척준신은 통신 패치로 현장 요원들에게 주의 사항을 전달하고 있었다.
“오늘 작전은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 진행되고, 총기 사용은 금지되어 있다. 전 인원 차량에서 내릴 때, 화기류는 모두 차량에 두고 내린다. 2조 조장은 지원팀에 통신 채널 알려 주면서 작전 시작 전에 지원 요청을 하도록. 마지막으로 각자 무장 점검 마친 후 사전에 이야기한 집합 장소로 모인다.”
지시를 받은 요원들에게서 대답이 돌아오자, 척준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타고 있던 차량에서 내려 트렁크에 미리 실어 두었던 자신의 장비를 챙겼다.
차량 바깥에는 다른 차를 타고 왔던 요원들이 각자 무기를 든 채 모여 있었고, 척준신도 자신의 무기를 찾았는지 검 한 자루를 들고 왔다.
다른 요원들이 들고 있는 검들은 하나같이 세련된 느낌의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이었지만, 유일하게 척준신이 들고 있는 검은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처럼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그럼에도 검의 날카로움은 다른 이들이 들고 있는 무기에 뒤지지 않았다.
큰 덩치들이 단체로 정장과 코트를 입고 있는 모습만으로도 상당히 눈에 띄지만, 거기에 각자 무기까지 들고 있어서 시민들이 보기에는 더욱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추운 겨울의 초저녁, 인적이 드문 골목이라서 그런지 지나가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현장 요원들의 모습을 본 사람들이 불안한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 목격자들이 있는데, 어떻게 작전을 이어 갈 생각이지?’
그런 강신의 의문을 알기라도 한 것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처음 보는 요원들이 등장했다.
[지원팀 도착했습니다.]“조금 늦었군.”
척준신이 현장 요원들보다 늦은 지원팀을 조용히 나무라자, 자신들이 늦은 이유를 설명했다.
[작전 시간이 길게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해서 이곳 통행을 합법적으로 막기 위해서 처리할 것들이 조금 있었습니다.]“쯧, 알겠네. 우선 작전 지역 내에 들어와 있는 시민들부터 피신시키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지원팀의 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통신 패치를 끄고 자신의 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지원팀 요원들이 능숙하게 각자 맡은 임무를 확인하고 작전을 위해 움직였다.
그들 중 몇 명은 특이한 복장과 무기를 들고 있는 현장 요원들을 휴대폰으로 찍고 있는 시민들에게 다가갔다.
시민들은 갑자기 접근해 온 지원 요원을 보고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다.
“무, 무슨 일이세요.”
그들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들고 있는 휴대폰으로 촬영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지원팀은 그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행동했다.
“통행에 불편을 드려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에…?”
“죄송하지만 여기서 영화 촬영 중인데 유출되면 안 되는 장면이라서요. 이곳에서 촬영한 데이터를 삭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아아……. 영화 촬영이었구나. 난 또 뭐라고. 누가 나오는 거예요? 검 비슷한 것들이 있는 것을 보니까, 액션 영화 같은데……. 제목이라도 알려 주시면 안 되나요?”
“개봉 전까지는 모두 기밀이라서요. 죄송하지만 주연배우도 알려 드릴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 촬영을 지켜보시는 것도 안 됩니다.”
“에이, 치사하게…….”
“저희가 이번 영화에 사활을 걸어서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가 보는 앞에서 영상을 모두 지워 주시면 별건 아니지만, 감사의 의미로 이걸 드리겠습니다.”
지원팀 요원이 품속에서 하얀 봉투를 꺼내 건네자, 시민은 봉투의 내부를 확인하고 곧바로 태도가 돌변했다.
그가 보는 앞에서 작전 지역을 촬영했던 것을 모두 지우고 자리를 떠나갔다.
지원 요원들은 작전 지역이 보이지 않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모두 똑같은 일을 반복해 사람들을 모두 정리했다.
그리고 행인들이 이곳에 오지 못하도록 인원을 배치했다.
만약을 대비해 실제로 영화 촬영에서 사용하는 커다란 카메라와 마이크 등, 여러 촬영 장비들도 가지고 왔다.
[지원팀장입니다. 시민들은 모두 대피시켰고 추가로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작전 지역 외곽에 인원들 배치 완료했습니다. 이제 작전을 진행해도 됩니다.]“좋아, 이번 작전은 영화 촬영으로 위장했다. 지원팀은 다시 본부에 연락해서 감지기로 U.M.A.의 위치를 알려 달라고 요청해 주게.”
[알겠습니다.]척준신의 지시대로 지원팀장은 본부에 연락을 하고 감지기 사용을 요청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본부의 답장을 받았다.
[위험 등급은 어제와 동일하다고 합니다. 위치는 지금 있는 작전 지역이 확실하다고 합니다.]“으음, 당장 수상한 것은 보이지 않는데, 눈으로 볼 수 없는 타입의 U.M.A.인가……. 지원팀 혹시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 챙겨 온 것 있으면 바로 준비해 주고, 소리가 새어 나갈 수 있으니 내부 소리 차단기 준비해.”
[알겠습니다.]지원 요원들이 소형의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를 몇 대 챙겨 오자, 현장 요원들은 장비를 인계받아 바로 주변을 훑으며 돌아다녔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던 강신은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나 찾아봤지만, 처음 현장에 나온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첫 현장부터 의욕 있는 모습은 좋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의욕만 앞서면 사고가 나기 마련이지. 신입 현장 요원들도 처음 현장에 나오면 아무 일도 시키지 않고,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기만 하니 그리 조급하게 생각할 것 없네.”
“네…….”
척준신의 말에 강신은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집중해서 관찰했다.
그러다 문득, 현장 요원들이 일정 규칙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을 깨달았다.
“3인 1조로 움직이는데 한 명은 작전 실행, 한 명은 경계. 마지막 남은 인원은 예비인가? 한 조의 인원 편성은 숙련자 두 명과 초심자 한 명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은데…….”
혼자서 중얼거리는 강신의 말을 들은 척준신은 속으로 감탄했다.
‘흐음, 상황 파악이 빠르군.’
아무도 알려 주지 않았는데 단숨에 작전에 투입된 인원들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꿰뚫어 봤기 때문이다.
그때, 무전을 통해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지금 이 지점에서 U.M.A.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합니다!]그러나 그들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