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14
113화
“이번에 자네들이 구해온 이 액체 말인데…. 조사해보니, 조금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더군.”
권영식이 시험관에 들어있던 검은 액체를 분홍빛의 물체가 들어 있는 비커에 부었다.
강신이 알기로 비커에 들어있던 분홍색 물체는 U.M.A의 부산물이었다.
쪼르륵….
치이익~
비커 속에 있는 분홍색 물체는 죽은 피가 닿자마자, 부글부글 끓으며 지독한 악취를 내뿜었다.
“욱…. 이 냄새는….”
김대리는 소은이를 찾으러 갔던 현장에서 맡아 본 적이 있었던 냄새에 인상을 찌푸렸다.
“보기에는 그냥 검은 액체고, 장비를 통해 분석한 결과도 일반적인 사람의 피와는 다를 게 없어. 그런데 산소를 투입해봐도 검은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하지 않더군.”
피는 헤모글로빈 속에 철(Fe) 성분에 산소분자가 붙어 산화되면서 붉은색을 띄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산소를 주입해서 산화를 일으켜도, 카밀라가 만든 죽은 피는 붉은색은커녕 색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카밀라에게 자문을 구했지, 그녀의 말로는 생명력이라는 것이 모두 소모되어서 그렇다고는 하는데…. 그 생명력이라는 게 너무 추상적인 의미라서 말이지.”
“생명력이라….”
“그걸 증명하는 건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었네. 일단 강선임의 보고서에서 언급되었던 내용이 영 찜찜해서 그것들을 먼저 실험했지.”
“강선임님의 보고서요?”
그간 일이 바빴던 것일까, 강신의 현장 보고서를 보지 못했던 김대리가 되묻자, 권영식이 강신의 보고서에 대한 설명했다.
“죽은 피라 불리는 이 액체가 용맥에 닿자, 방금 저것처럼 화학 반응이 일어나면서 지독한 악취가 났다고 들었네.”
“그리고 제가 입고 있던 보호장비에 묻었을 때, 의태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었죠.”
카모플라쥬 기능을 켜고 숨어있던 강신에게 검은 액체가 튀었을 때, 장비에 이상 반응이 생겼었다.
“나와 연구원들이 연구한 결과, 이 액체가 특정한 힘이 작용하는 물체에서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네.”
“특정한 힘이요?”
“U.M.A가 암흑물질을 가공해서 사용하는 특수한 힘들…. 그리고 그런 힘을 이용해서 만든 물건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만든다네.”
“잠깐…. 그럼 그거 엄청 위험한 거 아닙니까?”
김대리의 걱정은 당연했다.
저 액체만 있다면 U.M.A를 무력화시키는 게 굉장히 쉬운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U.M.A의 부산물이 들어간 물건들 또한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위험하지. 그래도 이 액체에는 한계가 있네. 우선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 그리고 감지기에서 나타나는 수치가 높은 U.M.A에게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더군.”
“…….”
“다행히 청동 돼지에게서 나오는 금속들에는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하더군. 요원들이 입고 있는 보호 장비의 차단력을 떨어트리진 않았다네.”
강신이 부글거리며 악취를 내뿜는 실험 샘플을 보고 말했다.
“용맥에서도 이런 반응을 보였다는 건, 용맥도 결국 암흑 물질이 가공된 에너지라는 거네요.”
강신은 용맥을 오염시키기 위해 대량의 죽은 피를 사용했던 광신도들을 떠올렸다.
“나와 연구원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네. 자세한 건 더 연구해봐야겠지만….”
“아…. 참고로 팰로우님, 그 용맥의 기운을 어떻게 해볼 생각은 하지 마세요. 그거 잘못 건드리면 정말 큰일 납니다.”
강신은 혹시나 권영식이 용맥에 흥미를 느끼고 위험한 실험을 할까 봐 경고했다.
“이미 자네가 정리한 정보를 확인해서 알고 있네. 안 그래도 지효원 씨한테 당부를 받았지. 용맥보다는 이 죽은 피를 더 연구해볼 생각이네.”
용맥을 잘못 건드렸다가 어떤 피해가 생길지, 상상도 가지 않았던 강신은 안심했다.
“일단 남은 죽은 피들은 현장 요원들에게 비상용으로 지급될 예정이네. 이것만 있으면 위험한 순간에 U.M.A에게서 도망갈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벌어주겠지. 이건 강선임 자네 것이네.”
권영식이 허리띠에 장착할 수 있는 작은 포켓을 꺼내 강신에게 건네주었다.
그 포켓 속에는 죽은 피가 들어 있는 5개의 밀폐 용기가 있었다.
“감사합니다.”
항상 자신이 만든 물건을 강신에게 지급한 권영식은 뿌듯한 미소를 보였다.
“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일세. 다른 사람들도 할 말들 있으면 어서 하게나.”
“저는 좋은 소식만 가지고 오신 팰로우님과는 다르게 나쁜 소식도 있습니다.”
자신이 연구한 것들을 공유한 권영식이 다시 자리에 앉자, 이번에는 임상무가 입을 열었다.
“좋은 소식부터 말하자면, 보호의 목적으로 이곳으로 모신 카밀라 씨를 모두 기억하시겠죠?”
애초에 카밀라를 회사로 보낸 것이었고 모르는 게 이상했다.
작전이 끝나고 B3층에 준비된 외부인 휴식공간에 머무는 카밀라와 종종 이야기를 나눴다.
“카밀라 씨의 거처를 오늘부로 B3층에서 B20층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외부인이라고 판단되는 사람들이 지내는 B3층에서 H들이 머무는 B20층으로 거처를 옮겼다는 건 한 가지 의미였다.
“신입 사원이 됐군요.”
H들은 하는 일이 모두 달라 과연 신입이란 말이 의미가 있나 싶지만, 강신의 농담을 들은 일행들은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그보다 카밀라는 유럽의 성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까?”
광신도들에게 험한 꼴을 당하고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은 카밀라의 결정에 강신이 의문을 던졌다.
“매일 정상적인 헌혈로 들어오는 일반인들의 혈액 팩을 제공, 일주일에 세 번 건강한 요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흡혈을 허가할 예정입니다.”
임상무가 카밀라와 했던 계약 내용의 일부를 읊었다.
“흡혈 당하는 요원은 어디까지나 지원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한 달에 한 번으로 횟수를 제한했습니다. 지원자에게는 회사에서 특별수당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카밀라 씨가 보유 중인 고성의 유지비용도 모두 회사에서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하긴…. 피 때문에 광신도들에게 잡힌 거니까, 성까지 보수해준다면 그녀에게 이보다 좋은 조건은 없겠네요.”
강신은 카밀라의 사정을 떠올리고, 입사 결정에 대해 납득했다.
카밀라의 입사는 그들에게 있어서 충분히 좋은 소식이었다.
현장에서 많은 양의 죽은 피를 수거하긴 했지만, 죽은 피는 소모품이었다.
권영식에게 죽은 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카밀라의 존재는 크리스마스의 선물과도 같았다.
강신은 이렇게 좋은 소식이 있음에도, 계속 표정이 좋지 않았던 임상무를 바라봤다.
“그럼 좋지 않은 소식은 뭔가요?”
강신의 말을 들은 임상무의 표정이 순식간에 구겨졌고, 어렵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후우…. 이번에 저희가 잡은 세 명의 광신도 사제들이 특수 수감소에서 탈출했다고 하더군요.”
“뭐라고요?”
김대리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더 큰 문제는 세 명이 탈출하면서 그들과 함께 수감소에서 있던 몇몇 특수 범죄자들도 함께 탈출했다는 겁니다.”
“에잉…. 세금만 받아쳐 먹지. 하여튼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다니까.”
권영식이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댔고, 척준신의 표정은 살짝 굳어졌다.
김대리는 현재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척준신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아니…. 수감소에는 특수부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정부라고 해서 마냥 무능한 건 아니었다.
전투능력만으로 치자면 오히려 성신보다 정부 쪽 요원들이 강할 수도 있었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일어났다.
“흥, 그쪽 특수 부대가 아무리 강하면 뭐하나, 정부에서 주는 지원에 한계가 있고 행정 쪽은 개판인데.”
권영식이 비판적인 시각으로 말하자, 김대리가 그의 설명에 덧붙여서 설명했다.
“저희가 잡아넣은 사제들의 정보를 늦게 넘기는 바람에 위장자에게 당했다고 합니다.”
“아니…. 그 정보가 얼마나 된다고.”
그냥 말로 전해 주었어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이었다.
“현장과 사무실이 서로 반목을 했나 보네요.”
“정확합니다.”
강신이 뭐가 문제였는지, 정확하게 진단해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과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사이가 좋지 않은 건, 어딜 가나 종종 있는 일이었다.
같은 일을 해도 현장과 사무실에서 서로 느끼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누가 더 잘했고 누가 못했고의 차이가 아니라, 단지 입장의 차이일 뿐이었다.
이게 쌓이고 쌓이다 보면 이번처럼 문제가 크게 터지는 경우도 생겼다.
하지만 이번 일은 누가 봐도 사무실 쪽의 잘못이었다.
“하필이면 시기가 좋지 않았네요.”
이번 현장에서 위장자를 잡은 건 강신의 추리가 빛을 발한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운이 따라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 위장자가 숨어버리면 강신이라도 위장자를 구별할 방법은 없었다.
“공과 사는 잘 구분해야 하는데…. 뒤늦게 정보를 알려준 행정관은 어떻게 됐습니까?”
“잘못을 했으니, 당연히 징계를 받아야죠. 듣기로는 중징계에 근무지 변경, 심하면 옷을 벗을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때, 굳어 있던 척준신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특수 부대 쪽 사람들중에 부상자는 없습니까?”
“다행히도 크게 다친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임상무의 대답을 들은 척준신이 그제야 굳은 얼굴을 풀었다.
강신은 권영식에게 그에게만 들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척부장님과 특수부대가 무슨 관계라도 있습니까?”
잡아넣은 사제들이 도망갔다고 하기에는 척준신의 행동은 이상했다.
“아아…. 그러고 보니, 자네는 아직 모르고 있던가?”
“어떤걸요?”
“척부장의 가문은 대대로 국가의 녹을 먹고 사는 집안이지. 대통령 경호는 물론이고, 707공수여단 같은 곳에서 교관을 맡고 있는 사람들도 있네. 아마 수감소를 지키는 특수부대에도 척부장의 가족이나 친척들이 있었을 것이네.”
“그랬군요….”
강신은 납득이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후우…. 문제는 탈출했다고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상황을 설명하던 임상무가 길게 한숨을 내뱉으며 정부에서 요청한 내용을 추가로 이야기했다.
“정부가 탈출한 범죄자를 잡는 일에 총력을 가하겠다고는 했습니다만, 비밀 연구소를 운영 중인 기업들에 요원을 지원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내렸습니다.”
“결국, 스스로 뒤처리가 힘드니까 우리에게까지 손을 벌렸다. 이건가? 쯧쯧….”
권영식은 정부에서 하는 행동이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계속 투덜댔다.
“어쨌든, 그들이 풀려나면 저희 쪽에서도 좋지 않으니까요. 아마 그들이 다시 광신도들과 접촉했다면 강선임에 대한 정보가 그들에게 들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강신이 인상을 찌푸렸다.
광신도들에게 이름이 알려지는 건 좋은 일이 아니었다.
“강선임과 가족분들을 보호하는 요원을 지금의 두 배로 충원할 테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임상무는 강신이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정부의 요청에 다른 지부의 요원들을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곳은 걱정하시지 말고 중국에 다녀오시면 되겠습니다.”
임상무는 자신의 이야기를 끝내고 자리에 앉았다.
“응? 척부장도 뭔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 보였는데?”
“아…. 그게 말입니다. 두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별로 중요한 내용은 아닌 것 같군요.”
권영식의 연구 결과와 임상무의 수감소의 이야기를 생각하면, 척준신이 말하고 싶었던 건 정말 별것 아닌 이야기였다.
“별것 아니더라도 괜찮아요. 어차피 시간은 충분하니까, 이야기해 주세요.”
강신이 웃으며 말하자, 척준신은 큰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어렵게 말을 꺼냈다.
“크흠, 그게…. 자네가 매혹에 내성이 생겼다고 한 말이네만….”
“아, 릴리스에게 매혹을 당해서인지, 내성이 생긴 것 같다고 한 말이요?.”
“맞네. 혹시 저번과 비슷한 일이 또 생길 수도 있으니, 카밀라 양에게 도움을 받아서 내성을 길러 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나는 내성이 생기지 않는 것 같더군.”
“저는 거의 거부가 불가능한 정도로 강력한 릴리스의 매혹에 걸렸기 때문에, 카밀라의 매혹엔 저항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은데요.”
“음, 그렇군….”
“그래도 계속 매혹에 당해보면 조금씩 내성이 생기지 않을까요?”
강신의 이야기를 들은 척준신이 살짝 고민하며 혼자 중얼거렸다.
“…그 꼴을 계속 당해야 한다는 말인가.”
도대체 카밀라에게 어떤 꼴을 당했길래, 척준신이 저리 싫어하는 것일까.
어쨌든 강신의 의견도 일리가 있었기에 척준신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 어쩔 수 없지. 이번 현장에 다녀와서도 당분간은 내성을 올리는 훈련을 해야겠어. 김대리는 따로 할 말이 있나?”
그러자 김대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전 이미 이곳에 오기 전에 강선임님에게 자랑을 해서 괜찮습니다.”
일행들은 중국으로 떠나기 전에 준비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각자 흩어졌다.
그날 늦은 저녁.
울프팀은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 공항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