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13
112화
정말 뜬금없이 꿈 자랑을 하는 김대리.
막 운동을 끝내고 와서인지, 김대리의 머리는 물기가 가득했다.
“용꿈은 대부분 길몽이죠. 조만간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안 그래도 오늘 퇴근할 때, 로또나 사려고요.”
“음…. 죄송하지만 그건 조금 힘들 수도 있겠네요.”
“네? 어째서요?”
강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김대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세한 내용은 회의실에서 말해드릴게요.”
강신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울프팀을 회의실로 소집했다.
울프팀 인원들은 항상 그랬듯이 하던 일들을 멈추고 회의실로 모였다.
회의실에 모인 인원들은 상반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권영식과 김대리는 기분이 좋아 보이는 반면, 임상무와 척준신은 뭔가 안 좋은 일들이 있었는지 표정이 어두워 보였다.
그들의 사정은 나중에 묻기로 하고, 우선 울프팀을 소집한 이유를 설명하기로 했다.
강신은 준비해 두었던 자료를 홀로그램으로 띄웠다.
“제가 오늘 팀을 소집한 이유는 이것 때문입니다.”
강신이 띄운 홀로그램에는 회사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미확인 생물 감지지역이 표시되어 있었다.
“중국 대련(다롄, 大連)?”
감지기가 미확인 생물을 감지한 곳은 중국 대련이었다.
수치는 신단수와 비견될 정도로 굉장히 높았지만, 범위는 그리 넓지 않았다.
그런데 자세히보니 감지기는 두 곳에서 미확인 생물을 감지했다.
대련의 진푸신구와 둥강 근처에 있는 보하이 해안 쪽이었다.
“수치가 높은데…….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임상무가 감지기 수치를 확인하고는 걱정스럽게 말을 꺼냈다.
“수치는 높지만, 위험한 상황은 생기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음? 마치 이곳에 어떤 U.M.A가 있는지 아는 것처럼 말하는군?”
척준신이 위험하지 않을 거라 확신하는 강신에게 말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이 가는 U.M.A가 있습니다.”
“현장으로 가서 보지도 않았는데 벌써요?”
“자네가 이렇게 바로 알아차릴 정도라면, 연구원들이 놓칠 리가 없었을 텐데….”
김대리와 권영식이 의문을 던졌다.
강신이 쓴 소설은 이미 정보화되어 보안 등급을 매겨서 보관 중이었다.
U.M.A를 연구하고 분석하는 연구원들은 대부분의 자료를 열람할 수 있었다.
강신이 대련에 있는 U.M.A의 정체를 이렇게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면, 이미 연구원들도 U.M.A의 정체를 알아차렸어야 했다.
하지만 조사를 했음에도 U.M.A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고, 울프팀에게까지 넘어간 것이었다.
설명을 요구하는 권영식의 표정에 강신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이건 부끄러워서, 말하기가 좀 그런데요….”
강신이 대답하기 꺼려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권영식뿐만 아니라 다른 울프팀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자, 강신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해당 U.M.A의 정보는 아마 회사 데이터베이스에 없을 거예요.”
“그게 무슨 소린가?”
“이 U.M.A를 다룬 글은 제 흑역사 같은 것이라서요….”
현재 강신이 쓰는 소설을 그럭저럭 봐줄 만 했다.
그런데 강신이라고 처음부터 그렇게 글을 작성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제가 처음으로 글을 쓰겠다는 결심을 하고, 작성했던 10개의 소설 중 하나에 나오는 U.M.A라서요.”
처음 글을 쓸 당시 강신은 어린 마음에 그냥 마음 가는 대로 글을 썼다.
맞춤법, 띄어쓰기뿐만이 아니라 내용의 오글거림까지…….
글을 쓴 자신이 봐도 도저히 못 봐줄 흑역사와 같은 글들이었다.
강신은 완성한 글들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고, 지독한 혹평을 듣고 나서 모두 삭제했다.
“그래서 그 정보는 회사에 없다고 한 것이군.”
성신에서 강신의 글을 확인한 건 성신 그룹에 대한 음모론을 올린 이후였다.
그전에 삭제된 정보는 회사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강신도 삭제한 글들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이번에 미확인 생물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그래서, 강선임님이 생각하고 계신 U.M.A는 어떤 존재입니까?”
“아직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라고 불리는 U.M.A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무기?”
상상 속의 생물인 이무기.
거대한 뱀의 형태를 한 이무기는 수천 년 동안 도를 닦는 수련을 하고 나면, 용이 되어 승천하는 전설의 생물이었다.
“이무기가 승천하기 위해서는 땅에서 천년, 산에서 천년, 물에서 천년의 도를 닦아야 하죠.”
강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울프팀 인원들은 감지기가 감지한 U.M.A의 위치를 확인했다.
“물이군.”
“물이네요.”
“그럼 승천을 준비하는 이무기라는 거군. 그런데 자네는 어떤 정보를 가지고 이 U.M.A들이 이무기라고 생각한 건가?”
“이것들을 확인했습니다.”
강신은 홀로그램 옆에 새로운 자료들을 띄웠다.
그가 띄운 건 기간별 감지기 측정 수치 데이터와 그 주변의 기후와 날씨, 위성 데이터였다.
거기에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그 근방에 사는 어부들의 어획량이 표시된 자료까지 있었다.
“자료를 보시면 U.M.A가 감지된 날짜와 중국의 대련 방향으로 감지기를 설치한 날짜가 동일합니다.”
그 말은 감지기가 설치되기 이전부터 U.M.A가 그곳에 존재했다는 뜻이었다.
“자세히 보시면 시간이 지날수록 감지기에서 감지되는 수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걸 볼 수 있죠.”
“정말 꾸준히 상승하고 있군.”
강신이 이번에는 위성사진을 크게 키웠다.
“그리고 이 위성사진을 보시면 U.M.A가 있을 거라고 추정되는 지점에서 급격한 날씨 변화가 일어나는 걸 종종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오오, 확실히 이상하네요.”
“마지막으로 그 근처에서는 어획량이 다른 곳보다 적게는 1.5배에서 2배 정도까지 차이가 있죠.”
이무기와 용은 농업과 어업의 풍요를 가져다주는 신수였다.
권영식이 강신이 띄운 자료들을 흥미롭게 보면서 강신에게 물었다.
“감지기에서 잡히는 수치가 높아지는 건, 자네 말대로 도를 닦으면서 승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일 테지. 그런데 자네 말을 들어보면 이무기가 꼭 ‘인간’을 도와주고 있는 것 같은데…. 이무기가 그럴 이유가 있나?”
“승천의 유리함 때문입니다.”
“승천의 유리함?”
전설에 따르면 이무기가 승천하는 모습을 본 사람이 구렁이라 부르면 승천에 실패하고, 용이라 부르면 승천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때 승천에 실패해 땅으로 떨어진 이무기는 원한만이 남아, 그 지역에 흉작과 기근이 생긴다고 한다.
반대로 용이 승천에 성공하면 풍작과 풍요로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했다.
“전설과 사실은 조금 다릅니다.”
“다르다고?”
“네, 인간이 승천하는 이무기를 보고 뭐라고 떠들어 대도 승천에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다만 승천하는 미리에게 도움을 받고, 진심으로 은혜를 갚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아지면 승천이 쉬워지는 것뿐입니다.”
이무기의 승천을 인간의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전문의, 판사, 세무사 시험을 한 번에 보고, 항공 조종사, 복요리 기능장, 선박 운항 조종사의 실기를 한 번에 치르는 것과 같이 어려웠다.
이때 용에게 은혜를 받은 인간이 많을수록 풀어야 하는 문제가 하나씩 삭감되는 개념이었다.
“예를 드신 게, 묘하게 리얼하네요. 그런데 강선임님, 제가 알기론 이무기들이 꼭 착한 이무기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김대리의 말대로 설화에서 착한 이무기만 나오는 건 아니었다.
가끔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마을로 내려와 가축을 잡아먹거나, 인간을 해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 질문도 예상했죠. 이 자료를 보시죠.”
강신은 서울에 나타났던 신단수의 감지기 수치와 이무기의 수치를 비교할 수 있도록 나란히 띄었다.
“보면 이무기 쪽이 높죠? 물론 신단수는 구역 속에 있어서 제대로 측정이 안 된 것이긴 하죠.”
구역 안에 있는 신단수의 힘까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구역에 있는 신단수의 수치보다 높다는 건 이무기들이 곧 승천할 때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승천 전에 이무기가 악행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승천 전에 이무기가 악행을 하는 건, 경찰시험을 보기 전에 범죄를 저지르는 것과 비슷했다.
“아하…. 그렇군요.”
“그럼 자네 말대로 이곳에 있는 U.M.A가 이무기라면 굳이 우리가 갈 이유가 없지 않나?”
이어지는 권영식의 질문은 예리했다.
이무기는 거대할 뿐만 아니라 기후를 다루는 능력이 있는 신수였다.
포획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했고,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건드릴 필요도 없었다.
물론 혹시나 신체 샘플을 얻을 수 있다면 굉장히 좋겠지만, 그것 또한 쉽지 않은 일임을 권영식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신단수님처럼 말이 통하는 상대라서 거래가 가능할 수도 있죠. 그게 아니더라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득이 됩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이득이 된다고?”
“네, 이무기나 용은 봤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복이 깃들게 해주는 존재들이니까요.”
“흠, 거래라……. 거래해도 그곳에서 얻은 물건들은 한국으로 가지고 오지 못할 텐데….”
국제 조약에 의해서 해당 국가에서 포획하고 얻은 U.M.A와 부산물들은 그 국가 밖으로 가져가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권영식은 벌써 강신이 거래에 성공한 것처럼 걱정했다.
“데이터를 모으는 것 자체도 유익하니,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겠군.”
권영식이 강신의 중국행을 찬성했고, 그곳에 있던 다른 울프팀 인원들도 모두 찬성했다.
“그럼 지금부터 준비할 게 있습니다.”
강신은 이무기를 만나기 위해 필요한 물건들을 적어둔 메모장을 열었다.
메모장을 본 임상무가 몇 가지 물품을 보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강신에게 물었다.
“보리 개떡? 밀 개떡? 이건 뭡니까?”
“저희가 신단수 작전을 할 때, 썼던 청주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물건들입니다. 청주처럼 까다로운 공정은 필요 없지만, 그래도 최고급으로 준비할 수 있을까요?”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여기 소, 돼지, 닭 같은 가축들은요?”
“그걸로 이무기와 거래를 할 겁니다. 물속에서 몇백 년을 수행한다고 굶주렸을 텐데, 그 큰 몸이 고작 떡으로 배가 차겠습니까?”
“아…. 그러면 이무기들이 충분히 배를 채울 수 있도록 많은 양을 준비해야겠군요.”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임상무가 물건들을 현지에서 조달하기 위해서 여러 곳으로 전화를 돌리는 동안 김대리가 강신에게 물었다.
“강선임님, 중국으로 가는 대련 항공편 가장 빠른 것이 오늘 저녁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괜찮습니다.”
“그럼 저는 장비 반출 승인을 받아야겠네요.”
김대리도 임상무와 마찬가지로 어디론가 전화를 이어갔다.
그렇게 준비가 거의 끝나가자, 강신이 일행들에게 말했다.
“회의는 여기까지 하죠. 비행기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 다들 아까 이야기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하시죠.”
강신은 회의실에 처음 들어올 때, 일행들의 표정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각자 하고 싶은 말들이 있는 듯했다.
“커흠…. 그럼 나부터 시작하지.”
권영식이 기다렸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밀봉되어있는 시험관을 꺼냈다.
그 시험관 안에는 검은 액체가 찰랑거렸다.
광신도들의 요청으로 카밀라가 만들었던 죽은 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