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12
111화
오늘 강신의 행동은 꽤 이상했다.
먼저 나서서 작전을 계획하고 현장을 주관했던 것과는 달리,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따르며 혼자 무엇인가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도 처음부터 위장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단지, 소은이가 도망 다니는 이유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다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백소은이 요원들로부터 도망치는 이유가 자신을 찾는 요원들 사이에 첩자가 숨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제가 요원들 중에 첩자가 있다고 말하면 최부장님이 크게 화를 낼 것이 분명했기에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습니다.”
“그랬었군…. 하지만 그것만으로 어떻게 위장자가 있다는 사실을 확신한 건가?”
최승회가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저는 소은이가 오라 때문에 사람들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백소은이 얼굴을 보진 못하지만, 성신 그룹의 요원들과 광신도의 오라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리고 강신이 지금까지 봤던 소은이는 사람들을 분명히 구분할 줄 알았다.
“소은이는 얼굴을 보지 못해도 상대방을 정확하게 판별하는 방법을 터득했을 겁니다. 그치 소은아?”
강신이 거기까지 설명하자, 간이침대에서 누워있던 백소은이 상체를 일으키며 말했다.
“하하핳, 제가 바보도 아니고 회사 사람들을 못 알아볼 것 같아요?”
“아니, 그럼 제가 제시했던 작전에 대해서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어요?”
김대리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했다.
“요원들 사이에 숨어있을지 모르는 첩자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엔 뚜렷하지 않았던 자신의 생각이 백소은의 편지와 백운학의 정보를 토대로 더 선명해졌다.
첩자가 한 명인지 다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첩자가 요원들 사이에 들어온 시점.”
“그게 뭐가 중요한가?”
“만약 오래전부터 회사에 침투해있었던 첩자라면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 것이고, 색출하기 어려울 겁니다.”
“…….”
“그런데 만약 오늘 현장에서 모종의 방법으로 첩자가 스며들었다면, 저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겠죠. 예를 들자면, 울프팀의 편성 같은 거 말이죠.”
“아…!”
그때, 김대리가 강신의 말을 듣고 무엇인가 떠오른 듯했다.
“그래서! 요원들에게 굳이 자기소개를 하고, 브리핑을 받으신 거군요!”
최승회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다급하게 물었다.
“자, 잠깐만요! 강선임은 어째서 첩자가 이번 작전을 진행하는 와중에 스며들었다고 생각한 겁니까?”
강신이 요원들에게 했던 행동은 첩자가 이미 오래전에 침투했다는 첫 번째 가설을 완전히 배제한 방법이었다.
“반쯤은 도박이었습니다.”
“뭐라고요? 도박?”
“그래도 근거가 없는 도박은 아니었습니다만….”
도박이라는 말에 주변의 시선이 따가워졌다.
사실 강신은 첩자가 높은 확률로 이번에 침투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예전부터 광신도가 요원의 자리에 있었다면, 비밀 종교 집단에서 강신의 존재를 모를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강신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
“어찌 되었든 100퍼센트 확신할 수 없었기에 다른 분들에게는 이야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강신은 백소은의 흔적이 발견된 곳으로 이동하는 중에 만나는 요원들에게 브리핑을 받았다.
요원들 속에 숨어 있는 첩자는 백소은과 가까이 있을 확률이 굉장히 높았기 때문이다.
사실 브리핑의 내용은 상관이 없었다.
강신이 요원들에게 확인한 건 브리핑 내용이 아니라 브리핑을 하는 요원들의 태도였다.
이곳에 있는 요원들은 대부분 특수 부대 출신이다.
보통 브리핑을 하는 사람은 브리핑을 받는 사람들 중 직위가 가장 높은 사람에게 시선이 가게 된다.
그래서 척준신이 부장이라는 직위를 가지고 있지만, 울프팀에서는 강신이 팀장이라는 걸 이용했.
즉, 강신이 울프팀 팀장이란걸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강신에게, 모르는 사람이라면 직위가 높은 척준신에게 시선이 향한다는 소리였다.
“그렇게 첩자를 구분해냈죠.”
“허어, 이 무슨….”
“그게 구분이 갑니까?”
사람들의 탄성과 김대리의 질문이 돌아오자, 강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선이 계속 느껴지거든요.”
하지만 강신은 그때까지만 해도 첩자가 위장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위장자라는 사실을 몰랐다.
일단 첩자라고 생각한 사람을 그저 잡은 것이었다.
보통 사람들이었다면 첩자를 잡고 긴장을 완전히 풀었겠지만, 강신은 조금 달랐다.
한 가지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오늘 외부에서 유입이 됐는데, 우리 회사의 보호 장비를 입고 있다고?’
단순히 변장을 한 게 아니라 현장 요원의 장비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이상했다.
첩자=외부인이라고 생각했던 강신은 먼저 확인해야 할 게 생겼다.
그래서 척준신에게 산에서 내려가면 첩자를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내려달라고 이야기했다.
척준신은 강신의 말대로 철수 준비 중인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제압된 첩자를 내려놓았다.
그 모습을 본 2팀 요원들과 최승회가 첩자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그들은 첩자를 2팀 소속의 이권용 요원이라고 말했다.
강신은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했다.
자신이 잡은 요원이 사실은 첩자가 아닐 가능성부터 U.M.A일 확률까지…….
그렇게 생각해낸 것들을 현재 상황에 대입하고, 필요한 정보를 더 했다.
강신은 지금 상황에 맞는 유력한 용의자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 위장자가 포함되어 있었다.
“카밀라는 자신을 감시하는 사제가 둘이라고 했지만, 다른 사제가 없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간 강신이 현장에서 마주친 비밀 종교의 광신도들은 어떤 일이 되었든 평사제만을 작전에 투입하는 경우는 없었다.
숫자만 다를 뿐 적어도 한 명 이상의 사제들을 내보내 평신도들을 통제했다.
그런데, 공동 외부 병력을 통제하는 사제가 없다는 건 조금 이상한 일이었다.
“저희가 제압한 둘 말고도 사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첩자가 사제급의 광신도일 확률이 높았고,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을 게 분명했습니다.”
다들 이어질 강신의 말을 듣기 위해 집중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으로 위장하는 재능은 제가 아는 것만 몇 종류가 있었고, 가장 쉽게 정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그…. 얼굴을 불로 지졌던 거 말입니까?”
“네, 안전한 거리까지만 가져가 보고, 아니면 다른 방법을 사용해보려고 했죠. 그런데 다행히도 얼굴에 하얀색의 액체가 맺히는 게 보였고, 위장자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허어….”
“흠….”
강신이 설명을 마무리하자, 자리를 채우고 있던 사람들의 입에서 감탄성이 튀어나왔다.
“정말 대단하군요.”
아까까지만 해도 강신에게 불만이 가득했던 최승회마저 강신을 칭찬했다.
“내가 죽을 때가 되었나, 아무리 봐도 저 친구는 이런 관상이 아닌데….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단 말이지.”
“관상이 지표가 되긴 해도 완벽하지는 않다는 거지. 우리도 땅을 잘못 볼 때가 있으니, 말일세.”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강신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백운학에게 지효원이 말했다.
백운학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
“그렇군, 그럴 수도 있겠어.”
그렇게, 실종된 백소은을 찾는 임무는 마무리되었다.
추후, 위장자를 심문해서 알아낸 결과.
흙을 다루는 여사제가 카밀라 모르게 위장자에게 백소은을 추적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백소은은 광신도들을 피해 도망 다니느라, 산속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위장자가 위장했던 이권용 사원은 광신도들이 입는 장비가 입혀진 채로 수감소에서 발견됐다.
그는 자신의 상사로 위장한 위장자에게 제압되었다고 진술했다.
마지막으로 지하의 다른 공동들에서 사람들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회사에서는 그들의 유전자를 분석해서 신분을 확인하고, 가족들에게 사체를 인도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모든 걸 사실대로 이야기해 줄 수는 없었기에, 사망원인은 사고를 인한 실족사나 익사로 꾸며질 예정이었다.
* * *
현장에서 모든 일이 끝나고 회사로 돌아가기 전.
김대리와 강신, 그리고 척준신이 함께 같은 차를 타고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백소은이 강신과 함께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결국 척준신대신 조수석에는 백운학이, 뒷좌석에는 강신과 백소은이 앉게 되었다.
백소은은 피곤했는지 차에 타자마자, 강신의 허벅지를 베게 삼아 그대로 잠이 들었다.
잠이 든 백소은을 배려한 것인지, 차량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적으로 가득한 차량 내부, 갑자기 잠든 백소은은 악몽이라도 꾸는지 괴로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으으…. 안돼. 도망가야 해…….”
당황한 강신이 백소은을 깨우려고 하자, 조수석에 있던 백운학이 조용히 강신을 말렸다.
“내버려 두게나.”
“네? 어째서….”
“그렇게라도 괴로웠던 것을 흘려보내야지.”
“……?”
강신이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짓자, 백운학이 백미러로 강신을 보며 입을 열었다.
“자네는 오늘 소은이를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 없었나?”
“글쎄요….”
백소은이가 또래 아이들보다 의젓하다는 건 이미 모든 사람들이 아는 사실이었고, 그걸 이상하다고 여기긴 힘들었다.
“다른 곳에서는 눈치가 빠른 편이더니…. 소은이의 문제는 마음의 병일세.”
“……소은이가 마음의 병이 있다고요?”
항상 밝아 보였던 백소은에게 마음의 병이라니, 강신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잠깐…. 항상 웃고 있었다고?’
그제야 강신은 백소은과 만났던 상황들을 떠올렸다.
백소은은 기분이 좋을 때도, 오늘처럼 위급한 상황에서도 항상 웃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걸 어린 나이 때부터 보아왔네. 완전히 미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지. 소은이는 어느 순간부터 슬픔과 괴로움이라는 감정을 내보이지 않는다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본다는 건 차별의 대상이 된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백소은은 유년 시절에 꽤나 심한 차별을 받았다.
자신이 괴로워하거나, 우는 모습을 보면 더 심하게 괴롭힌다는 걸 깨달은 백소은은 어떤 순간에도 웃음으로 넘기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야, 자신을 더 괴롭히지 않았으니까.
“그런….”
“다 내 잘못일세. 제대로 돌봐주지 않고 일에만 빠져살았으니……. 손녀가 나를 믿지 못하게 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구나….”
회한이 가득한 눈으로 지난날을 후회하는 백운학의 얼굴에는 주름이 깊게 파여있었다.
그런 백운학의 모습을 본 강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 백소은이 백운학의 말을 듣고 잠에서 깼는지,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니에요!! 할아버지를 믿지 못한 게 아니에요! 나는 할아버지가 다치지 않았으면 했을 뿐이에요!”
백소은이 화를 내는 모습을 오랜만에 본 백운학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소은이 너….”
“나는 할아버지를 단 한 번도 원망한 적이 없어요. 할아버지가 내가 웃는 게 좋다고 해서 좋을 때도, 힘들 때도 웃었던 것뿐이에요!”
백소은의 말을 들은 백운학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이번에도 그래요. 나는 도망칠 자신이 있지만, 할아버지는 저처럼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잖아요. 그러다가 할아버지가 잡히면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될까 봐…. 엄청 무서웠단 말이에요. 흐어어엉….”
쌓아둔 속내를 모두 털어낸 백소은은 닭똥 같은 눈물을 계속 흘려댔다.
“소은아….”
“흐어어엉….”
강신은 옆에서 우는 백소은을 아무 말 없이 달래주었다.
달리는 차가 회사에 도착했다.
백운학은 백소은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지, 함께 회사에서 준비해 준 수면실로 향했다.
그런 그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김대리가 강신에게 물었다.
“이대로 둬도 괜찮을까요….”
“그럼요. 가족이라고 해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으니까요. 단둘이서 대화할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그래도 소은이가 조금이지만 속내를 털어놨으니, 이후는 어렵지 않겠죠.”
한 번으로 부족할지 모른다.
그러나 계속 대화를 하다 보면, 그동안 속에 숨겨 두었던 이야기를 모두 털어낼 수 있을 거라고 강신은 생각했다.
“가족이니까요. 자, 그럼 저희도 남은 일을 처리하러 가볼까요.”
“으으…. 작전은 끝났지만, 아직 할 일이 많네요.”
김대리가 아직 끝내지 못한 일들을 떠올리며 울상을 지었다.
그래도 무사히 작전을 완수해서일까, 이동하는 강신과 김대리의 발걸음은 가볍기 그지없었다.
* * *
며칠 뒤, 김대리가 강신의 개인 큐브로 찾아왔다.
그리곤 강신에게 뜬금없이 꿈을 자랑했다.
“오늘 제가 용꿈을 꿨습니다.”
김대리는 그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 곧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