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65
164화
현장에서 조금의 힌트를 얻은 강신은 곧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강신은 돌아온 회사에서 아직 부족한 퍼즐 조각을 찾기 위해 프로네시스에게 필요한 정보를 요청했다.
그리고 원하는 답을 찾아냈다.
강신은 바로 울프 팀 인원들을 소집했다.
현장에 나가 있는 척준신을 제외한 모든 팀원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개인 큐브로 모였다.
“이렇게 우리를 불렀다는 건, 이번 사태에 뭔가 짐작 가는 게 있다는 거겠지?”
가장 먼저 도착한 권영식이 기대로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강신은 그의 말에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번에 문제가 된 U.M.A의 정체가 무엇인지, 파악했습니다.”
이상하게도 U.M.A의 정체를 알아냈다고 하는 강신의 표정이 그리 좋지 못했다.
그를 보며 권영식이 의문을 던졌다.
“음? 상대하기 힘든 U.M.A인가?”
“그건 아닙니다. 우선 U.M.A에 대한 설명부터 하겠습니다. 이번에 나타난 U.M.A의 개체명은 ‘화를 돋우는 기생 벌레’입니다.”
화를 돋우는 기생 벌레.
이 U.M.A는 설탕 알갱이 하나 만큼의 크기로 아주 작아, 집중하지 않는다면 맨눈으로는 찾기 굉장히 어려운 개체였다.
크기가 작은 만큼 무게도 매우 가벼웠고, 바람에 의해 날아다니며 이동했다.
동물과 곤충, 어떤 종에서도 기생할 수 있었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생존이 가능한 특이한 개체였다.
이 개체가 특별한 이유는 숙주의 몸에 기생하며 특별한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호르몬이 숙주가 된 이들을 불쾌하고 화가 나도록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큰 피해를 주지 않는 개체라고 볼 수도 있었다.
단지 기생하는 숙주의 화를 조금 돋울 뿐, 숙주를 조종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U.M.A의 숙주가 되어도 자제력이 강한 사람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더운 날에 느낄 수 있는 약간의 불쾌함과 짜증 정도였다.
강신은 크기도 작고 능력도 대단하지 않은 이 개체들을 U.M.A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다고 여겼다.
“제가 이번에 나타난 U.M.A가 화를 돋우는 기생 벌레라고 확신한 건, 기생 당하는 숙주들에게 특징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화를 돋우는 기생 벌레가 내뿜는 호르몬에 영향을 받으면, 숙주들의 눈동자에 옅은 녹색 빛이 감돌았다.
분별법이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헷갈릴 리 없었다.
단지, 옅은 녹색이라 자세한 관찰이 필요했다.
그래서 강신은 지난번에 만난 고등학생들의 눈을 확인했던 것이다.
“강선임님. 정황과 증거가 이렇게 뚜렷한데, 바로 알려주시지 않은 겁니까?”
분명 고등학생들의 눈을 봤다면 확신을 가졌을 것이다.
그런데도 강신은 회사로 돌아와 한동안 프로네시스와 더 조사했다.
“정체를 확신했지만……. 조금 이상한 것들이 있었거든요.”
“이상한 것이라고요?”
“원래라면 화를 돋우는 기생 벌레는 싸움이 일어날 정도로 인간에게 영향을 주지 않고, 이렇게 대량으로 발생하는 U.M.A도 아닙니다.”
강신이 고등학생들을 보기 전까지 U.M.A를 특정하지 못했던 건, 날씨로 인해 사람들이 예민해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로 시간이 걸린 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더 조사할 게 있어서였다.
강신이 회사로 돌아와 프로네시스와 함께 조사한 내용을 홀로그램으로 띄웠다.
“빨간 점은 U.M.A가 출몰하는 지점이고, 파란 점은 그 시간대에 일어난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한 곳을 겹쳐 놓은 지도입니다.”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빨간 점과 파란 점이 대부분 겹쳐졌다.
“이 자료 덕분에 U.M.A의 정체가 화를 돋우는 기생 벌레라고 확신할 수 있었죠.”
“흠…. 요즘 유난히 요원들의 불만이 많았던 것도 설마….”
“네, 아마 요원분들의 몸에 화를 돋우는 벌레가 기생하고 있을 겁니다.”
현장 요원들은 계속 화를 돋우는 기생 벌레가 있는 현장으로 나갔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위험한 일이 없었음에도, 평소와 달리 불만을 표출하는 요원이 많았다.
“요원분들까지요?”
“사실 요원들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도 기생하고 있을 겁니다….”
“흐익….”
김대리가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질색했다.
“이거 그럼, 구제는 어떻게 합니까?”
자신의 몸에 있을지도 모를 기생 벌레를 한시라도 빨리 제거하고 싶은 것인지, 김대리가 강신에게 물었다.
“구제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냥 시중에 파는 구충제 한 알이면 쉽게 몸속에서 제거할 수 있습니다.”
“그건 다행이네요….”
“외부에서 날아다니는 U.M.A는 방역차를 이용해 살충제를 뿌리기만 해도 충분할 겁니다.”
“……생각보다 처리하는 방법은 간단하군요.”
장웨이가 쉽게 방제가 가능하다는 강신의 설명을 듣고도 의문이 남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권영식은 조금 아쉬운 듯이 말했다.
“방제하는 거야 좋지만, 몇 마리 정도는 살아있는 상태로 손에 넣고 싶은데….”
“크게 위험한 개체는 아니니, 방제 전에 미리 포획하면 되지 않을까요?”
강신의 반문에 권영식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정체도 알아냈으니, 포획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겠지.”
별 볼 일 없는 U.M.A였지만, 그렇다고 연구할 가치가 없다는 건 아니었다.
U.M.A가 생성하는 호르몬에 흥미를 느낀 권영식은 마치 벌써 U.M.A를 포획한 것처럼 흥분한 상태였다.
머릿속으로 어떤 실험을 진행할지,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좋아, 새로운 연구를 시작할 생각을 하니 기대되는 구만.”
“팰로우님, 더 하실 말씀없으시면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할까요?.”
“그렇게 하지.”
울프팀의 회의는 그렇게 끝났다.
* * *
일행들이 돌아가고, 개인 큐브에 혼자 남은 강신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방제와 구충제만으로 충분히 대처가 가능한 U.M.A였지만, 강신은 뭔가 찜찜했다.
‘왜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부분이 있는 거지?’
비정상적으로 개체가 많은 거야 이상 증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서로 싸울 정도로 분노를 일으키는 일은 돌연변이가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갑자기 이상 증식한 시기 또한 이상했다.
‘원래 계절과 상관없이 등장하는 U.M.A가 가장 더운 여름에 이상 증식을 시작한 것도 이상한데…. 설마, 아니겠지.’
강신은 혹시 하는 마음으로 한가지 가설을 떠올렸지만, 지나친 억측이라 생각했다.
머리를 흔들고 떠올린 가설을 애써 머릿속에서 지웠다.
강신이 알아낸 정보는 각 기업과 정부에게 제공됐다.
물론 성신에서 완벽하게 U.M.A의 정체를 알려준 건 아니었다.
성신이 제공한 정보는 어디까지나 이번 U.M.A가 일으키는 현상과 대처 방법뿐이었다.
다른 기업들과 정부는 자기가 맡은 구역에서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감지기에 자꾸 감지되는 U.M.A들을 빠르게 처리했다.
“생각이라는 게 있는 놈들이면 이번 U.M.A가 기생충과 관련되어 있다는 걸 알겠지.”
“그래도 U.M.A의 외형을 모르니, 아마 소수의 기업만이 U.M.A를 포획할 수 있겠죠.”
다시금 울프 팀이 모인 큐브에서 권영식과 김대리가 대화하고 있었다.
그들이 함께 보고 있는 지도에는 U.M.A를 나타내는 빨간 점이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러다 강신의 고민 어린 얼굴을 본 권영식이 의문을 품었다.
“왜,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라도 있나?”
“음…. 며칠을 생각해봐도 이번 일에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있어서요. 그냥 넘기려고 해봤는데, 계속 마음에 걸리네요.”
“자네가 알고 있는 정보와 다른 점이 많다는 것 때문인가?”
“……네.”
권영식은 강신이 고민하는 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냥 기분 탓으로 넘기고 싶은데,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들어가서요.”
“흠….”
권영식은 턱을 쓸며 잠시 생각했다.
강신이 꿈에서 봤거나, 영감을 받아 작성한 소설을 토대로 만든 데이터베이스의 정보는 완벽하게 맞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번에도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편하겠지만, 강신이 저렇게까지 고민하는 걸 보면 평소와 다른 상황임은 분명했다.
“마치….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이번 사태를 만든 것 같다는 기분이 듭니다.”
“인위적으로 이번 사태를 유도했다고?”
“네…. 아마도요.”
“이런 사태를 만들어서 얻을 게 뭐가 있다고?”
혼란을 초래하긴 했지만, 이 정도면 단순한 해프닝에 불과했다.
“음…. 강선임님 말대로라면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능력을 개량시켜서 많은 수의 U.M.A를 뿌렸다는 말인데…. 수는 많아도 처리하기 쉬운 U.M.A로 뭔가를 꾸미긴 조금 어렵지 않을까요?”
김대리도 권영식과 마찬가지로 강신의 말에 부정적이었다.
“그건 그렇습니다만…….”
둘의 말이 맞았다.
인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호르몬을 분비한다고 하더라도, 무언가를 노리고 특정 사고를 일으킬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진 건 아니었다.
심지어 구충제, 방역차면 쉽게 방제할 수 있었으니, 굳이 이런 U.M.A로 이렇게까지 일을 벌일 이유가 없었다.
“뭐, 자네 말대로 누군가가 일을 꾸몄다고 해도, 현재 많은 수의 U.M.A를 구제한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그것도 그렇네요.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뿌려놓은 U.M.A를 해결하는 것만으로 그들이 세운 계획을 틀어지게 할 수 있겠죠.”
권영식의 말에 동의는 했지만, 그럼에도 강신의 표정은 좀처럼 풀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흠…. 자네가 그래도 불안하다면 다른 기업과 정부에 이번 사태가 인위적으로 일어난 일일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조심하라고 당부하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강신의 예상대로 누군가 꾸민 일이라도, 상대가 움직이지 않으면 현재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일단 권영식의 말대로 각 기업과 정부에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 * *
며칠이 지나고 강신이 걱정했던 사고들이 연달아 터지기 시작했다.
-울산, (주)에코 창고에서 큰 화재가 발생해 건물이 전소되고, 중상자가 대거 발생하는 등….
-한 여성이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고, 식칼을 들고 회사로 찾아가 유혈 사태가….
-KJ 그룹 노조들의 단체 파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조와 사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결국 몸싸움으로 번져….
테이블 중앙에 띄어진 기사들을 본 울프 팀 인원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허어…. 참….”
“이건 좋지 않군요.”
권영식은 한탄을 내뱉었고, 임상무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정도였다.
기사는 평범한 내용으로 보였다.
하지만 울프 팀 인원들은 이미 프로네시스를 통해 기사들이 조작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실 기사에 등장한 3개의 기업은 작지만, 모두 비밀리에 연구소를 운영 중인 기업이었다.
“설마, 다른 기업들의 비밀 연구소 요원들이 유혈사태를 만들 줄이야.”
화재, 유혈사태, 몸싸움.
비밀 연구소의 요원들이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벌인 일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