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64
163화
더운 날 아무런 성과없는 출동이 이어지면서 요원들의 불만이 쌓여갔다.
권영식은 이례적으로 컨퍼런스 용으로 사용하는 큐브에 현장 요원들과 지원팀을 소집했다.
항상 넓다는 생각이 들었던 큐브가 현장 요원들과 지원팀으로 채워지자, 비좁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이 착석하고 권영식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요원들의 입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후…. U.M.A의 U자도 안 보이는데, 도대체 뭘 찾으라는 건지….”
“내가 갔던 곳은 사람들이 득실대서 U.M.A를 찾아도 문제겠던데?”
“심지어 나는 우리 지부 담당 구역도 아닌 곳으로 나갔다 왔어.”
김한수 수석이 요원들에게 주의를 주었고, 그때야 요원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권영식이 강단에 올랐다.
“흠흠, 다들 반갑군. 비밀 연구소 소장인 권영식일세. 요즘 현장 요원들뿐만 아니라 지원팀 인원들까지 불만이 많은 것 같더군.”
권영식도 요원들의 불만을 알고 있는 듯했다.
“아무래도 계속 이어진 출장 때문이겠지. 불만은 충분히 이해하네. 그런데 그것 때문에 유언비어가 퍼지는 것 같아, 현재 상황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려고 이 자리를 만들었네.”
권영식은 중앙에 홀로그램으로 거대한 지도를 띄우며 말을 이어갔다.
“이 빨간 점들이 요즘 자네들의 출장 원인이 되는 U.M.A들이지.”
권영식이 말하기 무섭게 지도에는 수많은 빨간 점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각 지역에 있는 지부에서 대처하기에는 너무 많은 숫자일세.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우리 수원 지부에서 지원을 보낼 수밖에 없었지.”
지도에 표시된 빨간 점은 강신이 보기에도 과할 정도로 많았다.
“그리고 감지기가 고장 났다는 헛소문이 도는 것 같더군. 몇 번이고 감지기를 점검했지만, 기계의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어. 우리뿐만 아니라 비밀 연구소를 가지고 있는 다른 기업들과 정부도 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특수 대처팀을 만들었다네.”
별거 아닌 일이라고 여겼는데,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된 요원들의 표정이 모두 굳어졌다.
“그럼, 상황의 심각성은 이제 제대로 인지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겠네. 이번 U.M.A의 특이성은 굉장히 수가 많고, 출몰 지역이 광범위하다는 점. 그리고 아직 그 누구도 실체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네.”
권영식이 홀로그램에 양손을 대고 좌우로 밀자, 지도가 확대됐다.
네모난 격자가 들어간 확대된 지도가 보였고, 빨간 점들이 산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성신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과 정부에서 움직였음에도 현재 U.M.A의 실체는커녕, 어떠한 단서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감지기에 감지되는 등급이 낮다는 점이겠지.”
많은 수가 감지기에 걸렸지만, U.M.A 하나하나가 가진 힘은 미약하기 그지없었다.
“이대로 계속 작전을 진행하는 건 효율이 떨어지지. 그걸 느낀 건 자네들만이 아닐세. 정부에서 기업들과 협의한 끝에 기업마다 구역을 나눠 대응하기로 합의를 했지.”
각 기업들은 평소 U.M.A를 포획하기 위해 경쟁한다.
허나 이렇게 많은 개체가 존재한다면 굳이 서로 싸우면서 전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U.M.A들이 감지되는 문제를 해결하길 바랐다.
특히 요즘같이 불쾌지수가 높은 날에 다른 기업의 요원들과 부딪히면 다툼이 커질 수도 있었다.
여러 사항들을 감안한 정부가 내놓은 방안이었다.
“우리가 맡은 구역은 이곳에서부터….”
권영식은 지금처럼 U.M.A가 감지된 구역에 요원을 투입하는 게 아니라, 팀별로 움직일 수 있도록 순서를 정했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끝나고 나서야 회의는 마무리됐다.
처음과 달리 큐브를 나가는 요원들의 얼굴에서 불만이 사라져 있었다.
그들은 각자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갔고, 강신이 포함된 울프 팀은 강신의 개인 큐브로 모여들었다.
“그래서, 자네 생각은 어떤가?”
앞뒤 꼬리를 다 자른 두서없는 질문이었지만, 그곳에 모인 팀원들은 권영식이 강신에게 무엇을 묻는 건지 알고 있었다.
“글쎄요…. 항상 똑같은 말을 하는 것 같아서 죄송하지만……. 정보가 너무 부족해요.”
강신은 솔직히 대답했다.
대한민국을 덮을 정도로 많은 숫자, 그리고 여름에 나타났다는 정보만으로 U.M.A의 정체를 밝혀내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강신이 쓴 데이터베이스에도 검색되는 U.M.A가 없습니다.
프로네시스가 대화 도중 끼어들어 강신의 말에 덧붙였다.
“흠…. 그런가….”
권영식은 턱을 쓸며 인상을 찌푸렸다.
믿었던 강신마저 아직 아무것도 떠오르는 게 없다면, U.M.A의 정체를 파악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게 분명했다.
“아무래도 저도 직접 현장으로 나가봐야겠네요.”
강신은 지난번 프리메이슨 사건 이후 안전이 보장되는 현장만 나갈 수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극성 때문에 몸을 사리고 있었던 그였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강신을 말리지 못했다.
울프 팀은 현장 요원들과는 달리 독자적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 * *
그런데 울프팀에게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
이번엔 척준신이 함께 행동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가 평소 강신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1팀의 부팀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팀장에게 갑작스러운 사정이 생겨 척준신이 현장 1팀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척준신뿐만이 아니었다.
카밀라는 뱀파이어의 약점으로 알려진 태양에 저항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종족 특성상, 본능적으로 태양을 기피했다.
이런 뙤약볕에서 활동하면 오히려 자신이 방해가 될 거라며 이번 작전에서 빠졌다.
결국 강신은 김대리와 장웨이, 그리고 프로네시스와 함께 움직이게 되었다.
“어디부터 가시겠습니까?’
장웨이가 던진 질문에 강신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어디든지요.”
강신의 말이 조금 무책임하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현재 상황을 아는 일행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사실 목적지를 정할 이유도, 멀리 나갈 것도 없었다.
전국에서 감지되는 U.M.A는 바로 회사 근처에서도 감지됐으니까.
강신은 기본 장비를 갖추고, 자신의 건틀릿을 네모난 모양의 각 잡힌 백팩에 넣었다.
그리고 장웨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현장을 돌기 시작했다.
회사 앞, 공원, 아파트 단지, 등산로 등등….
쉬지 않고 돌아다녔지만, 아쉽게도 강신은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U.M.A가 출몰한 지역에 그 어떠한 공통점이 없었고, 때문에 작전은 난항을 겪었다.
결국 아무런 진척 없이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흘러갔다.
“이번에도 꽝이네요.”
작은 공원을 둘러보고 차로 돌아온 김대리가 에어컨을 강하게 틀었다.
“후우…. 덥다 더워. 강선임님, 올해 여름은 유독 더운 것 같지 않습니까?”
시원한 바람을 쐬는 김대리가 강신에게 질문했는데, 프로네시스가 대신 답했다.
-최근 10년 여름 평균 기온과 비교해봤을 때, 약 0.2도 정도 높아졌군요. 0.2도를 체감하시다니, 대단합니다.
“그래, 고마워. 그렇게까지 자세한 통계치를 알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프로네시스의 정확한 통계를 들은 김대리가 의자에 녹아내리듯이 축 늘어졌다.
“기운 빠지는 소리는 그만 하고,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죠. 강선임님 다음 목적지는 이곳으로 괜찮겠습니까?”
장웨이가 실없는 소리를 하는 김대리의 말을 자르고 지도에서 다음 목적지를 찍었다.
강신도 더위를 먹었는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습니다.”
장웨이는 곧장 차를 몰아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그들이 탄 차는 이동하는 도중에 잠시 멈춰야 했다.
도로가 정체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앞에서 사고가 났나 보군요.”
도로 상황을 보고 장웨이가 말하자, 뒷좌석에서 쉬고 있던 강신이 사고가 난 지점을 확인했다.
경미한 접촉사고였는지 차들의 파손상태는 잘 보이지도 않았다.
운전자로 보이는 두 남성이 서로 언성을 높이고 싸우느라, 길을 비켜주지 않는 모습이었다.
“쯧쯧. 별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냥 보험처리 하지. 뭘 저렇게 싸운데. 괜히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네.”
김대리가 그들을 보며 혀를 찼다.
한참 욕하며 싸우던 이들은 결국 폭력 사태로까지 변했다.
결국 사고 조사를 하기 위해 나온 경찰들에 의해 제압되었다.
경찰들과 보험사 직원들이 다른 차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조치했다.
교통 체증이 풀리자, 강신 일행은 다시 이동했다.
그들의 목적지는 근처에 고등학교가 있는 주택가였다.
차를 근처 상가에 주차하고, 일행들은 주택가를 둘러봤다.
시간은 오후를 지나고 있었지만, 골목에 사람의 통행이 많지 않았다.
-이 지역은 CCTV도 많지가 않네.
큰길에는 방범용 CCTV가 있었지만, 골목에는 CCTV가 보이지 않았다.
골목을 돌아다니는데 강신의 발길을 잡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 씨XXX야 내가 그 지X 하면 죽여버린다고 했지?”
“뭐? 이 XXXX이. 누가 죽나 해볼까?”
살벌하게 육두문자가 난무하는 소리였다.
하지만 정작 그런 살벌한 말을 내뱉는 목소리들은 상당히 앳되게 느껴졌다.
강신은 장웨이와 김대리를 두고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뛰어갔다.
“천천히 따라서 오세요.”
강신이 욕설이 들린 곳에 도착하자 아니나 다를까.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편을 나눠 서로 쌍욕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강신은 바로 통신 장비로 프로네시스에게 말했다.
“네시스, 나 좀 도와줄래?”
-뭘 도와줄까?
“그러니까….”
강신은 프로네시스에게 부탁하기 무섭게 싸움을 말리기 위해 아이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자, 그만!”
갑작스럽게 나타난 강신을 보고 아이들은 겁을 먹기는커녕,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아저씨, 뭐예요?”
“아, 저희 일에는 신경 쓰지 말고 그냥 가실 길 가세요.”
착해보이는 강신의 얼굴 때문인지, 아이들은 강신을 얕보고 위협했다.
평소 목숨이 오가는 현장에서 일하기 때문일까.
강신을 위협하는 고등학생들의 모습이 그냥 귀엽게 느껴졌고, 자신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그러나 아이들은 강신이 자신들을 비웃는다고 생각했다.
갈라져 싸우던 고등학생들이 강신에게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날렸다.
“씨X, 우리가 우스워? 꼰대 XX 어디서 나대!”
“허, 웃어? 고딩한테 맞고도 계속 웃을 수 있나 보자!”
아이들의 표적은 강신으로 옮겨졌고, 왠지 과하게 흥분한 상태였다.
그런 아이들을 강신은 찬찬히 살펴봤다.
아이들과 눈을 마주친 강신은 뭔가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원하던 걸 얻은 강신은 화가 난 아이들을 말리기 위해 움직였다.
애들을 때릴 수는 없었기에 강신은 주먹을 쥐고 담벼락을 후려쳤다.
쾅!
푸스스….
주먹과 부딪힌 담벼락에서 큰 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떨어졌다.
그리고 주먹에 닿은 벽은 깨져있었다.
그 모습을 본 고등학생들은 침묵했고, 마른 침을 삼켰다.
“철우야. 그만해라.”
“…아저씨, 누구예요? 절 어떻게 알아요?”
방금까지 화를 내던 고등학생 중 한 명이 당황해 강신에게 대꾸했다.
교복을 입고 있지 않았는데, 자신의 이름을 불렀으니 철우가 동요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네 이름만 알고 있는 건 아니지. 기철이, 민준이, 영수….”
아이들은 갑자기 자신들의 이름을 부르는 강신을 질린 표정으로 바라봤고 이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 아저씨.”
“야야…. 그냥 가자.”
강신에게서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낀 아이들이 각자 다른 길로 흩어졌다.
“고마워, 네시스.”
-별 말씀을.
당연히 아이들의 이름은 프로네시스가 알려준 것이었다.
뒤늦게 도착해 상황을 보고 있던 김대리와 장웨이가 다가왔다.
“굳이 아이들의 싸움을 말린 이유가 있습니까?”
누가 괴롭힘을 당한 것도 아니고, 서로 시비가 붙어 싸우게 된 아이들이었다.
물론 싸움은 나쁘지만, 굳이 강신이 개입할 이유는 없었다.
“아, 따로 확인할 게 있었거든요.”
“확인할 게 있었다고요?”
그냥 아이들의 싸움을 말린 것처럼 보였지만, 강신은 일부러 아이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관찰했다.
“덕분에 이번 U.M.A가 무엇인지 대충 알 것 같아요.”
강신이 그동안 정체를 알 수 없었던 U.M.A의 실마리를 잡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