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63
162화
케이트가 건강한 모습으로 웃는 걸 보니, 힘들었던 기억들이 한 번에 사라지는 듯했다.
“아저씨!”
케이트는 자신을 구해준 강신을 보고 후다닥 달려들었고, 주변 사람들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뒤에는 아이를 구해달라고 했던 부부가 고개를 숙이며 고마움을 표하고 있었다.
“아저씨, 초코는요?”
케이트는 아이답게 자신을 구해준 강신 보다 잠깐 봤던 초코와 놀 생각으로 가득했다.
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강신은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케이트를 보니 방금까지 고민했던 일들이 모두 사소하게 느껴졌다.
“하하하, 지금 초코는 피곤해서 자고 있거든. 그러니까 초코가 깨어나면 나중에 놀자?”
사실 초코가 따로 잠을 자진 않지만, 이곳에서 꺼내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히잉….”
아이는 아쉬워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떼를 쓰지는 않았다.
“저희 아이를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의 부모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것만으로 부족했는지, 아쉬워하는 케이트를 안아 들며 다시금 강신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제가 아니었어도 누구라도 그렇게 행동했을 겁니다.”
“아니요. 당신이 들어가고 나서 도착한 구조대원조차 그 건물로 들어가는 걸 꺼리더군요. 당신이 아니었다면 아이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을 겁니다.”
아이의 아빠는 확신했다.
그는 건물 밖에서 기다리던 상황이 떠올랐는지, 울컥한 모습이었다.
강신이 무사히 케이트를 데리고 나오길 기도하던 그때, 강신과 똑같은 복장을 한 사람이 다가왔다.
“괜찮습니다. 그분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아이를 구출해 주실 겁니다.”
그 청년은 바로 김대리였다.
근거 없는 믿음이었지만, 그의 눈에는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아이가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에서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했을 때, 그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내는 건물이 무너지자, 정신적으로 버티지 못해 그 자리에서 실신까지 했었다.
아이가 살아남는 일은 한없이 불가능에 가까웠고, 아이를 구하겠다고 뛰어 들어간 강신조차 생사를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김대리는 무너진 건물에서 아무도 나오지 못했는데도 슬픈 표정을 짓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한 줌의 희망을 품게 됐다.
‘제발, 어느 신이라도 좋으니. 제발….’
평소 믿는 신은 없었지만, 간절하게 빌고 또 빌었다.
그리고 그는….
무너지는 건물 속에서 아이를 안고 빠져나온 ‘영웅’을 볼 수 있었다.
높은 곳에서 떨어졌음에도 사내는 물론 아이도 어디 하나 다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케이트는 무사히 부부의 품으로 돌아왔다.
마치 미친 사람처럼 아이를 꼭 껴안으며 계속 같은 말을 반복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케이트의 부모는 수소문 끝에 강신이 있는 병실을 알아냈고, 이곳으로 찾아온 것이었다.
“몇 번을 말해도 부족하겠지만, 정말 저희 아이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케이트의 엄마가 갑자기 강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뭔가 곤란한 일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대화의 내용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구조 활동으로 아이의 은인이 뭔가 곤란한 상황임을 어렴풋이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별일 아닙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강신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냥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옆에서 그 말을 듣고 있던 김대리가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었다.
“별일 아니라니요!”
갑작스러운 그의 태도에 강신은 인상을 찌푸렸다.
“김대리님?”
김대리의 성격이 방정맞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치가 없는 건 결코 아니었다.
김대리는 강신에게만 보이도록 왼쪽 눈을 깜빡였다.
‘뭐지?’
김대리의 갑작스러운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강신은 김대리를 믿고 그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기로 했다.
“어휴, 말도 마세요. 사실 이번 테러 현장에서 저희 강선임님이 회사 직원들에게 사람들을 구조하라고 지시하셨거든요. 근데 그때 직원들이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사용한 물건들이 아직 개발 중이라 외부에 공개되면 안 되는 제품들이라서요….”
김대리는 일반인이라도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장비를 사용한 건 상관없는데 아무래도 회사 제품에 대해서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사진이나 동영상이 돌아다니면 곤란하죠.”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아무래도 다른 기업들이 바로 카피 제품들을 만들게 분명하니, 회사에서 큰 손해를 보게 되었어요. 강선임님이 그 일 때문에 큰 징계를 받을 수도 있어서 걱정되네요.”
김대리가 교묘하게 민감한 내용은 숨기고, 필요한 진실만을 말했다.
강신이 처한 상황을 알게 된 아이의 엄마가 마치 어떠한 사명감이 있는 것처럼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여보…. 설마….”
“저는 아버지에게 부탁해볼게요. 당신도 할 수 있는 한 움직여보세요.”
아내의 말에 남편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락했다.
그들에게 무슨 힘이 있을까 싶었지만, 강신은 호의를 고맙게 받아들였다.
* * *
아이의 아빠는 발 빠르게 움직여 이번 테러 사건에 휘말린 피해자 모임을 만들고, 원래 알고 지낸 이웃들을 빠르게 포섭했다.
그들은 서로 같은 아픔을 겪었기에 생각보다 큰 유대감을 갖고 있었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들을 구조해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때 사용된 장비들로 인해 그들이 곤란에 빠졌다는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성신 그룹 요원들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침묵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강신이 퇴원하기 전, 케이트의 엄마가 한 중년인을 데리고 다시 강신을 찾아왔다.
‘뭐지….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분명 처음 보는 중년인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얼굴이 익었다.
“그래, 자네가 강신이라는 사람인가?”
“아, 네. 제가 강신입니다.”
“후….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테러 때문에 바쁘지만, 큰 도움을 받은 이로써 직접 고마움을 표현해야 할 것 같아 찾아왔네.”
중년 남성이 말한 내용만 들으면 영국의 고위 공직에 있는 사람 같았다.
“설마…. 내가 누군지 모르는 건가?”
“그…. 죄송합니다.”
강신이 모른다고 하자, 당황한 건 오히려 강신 옆에 있던 김대리였다.
그의 표정은 어떻게 저 사람을 모를 수 있냐는 표정이었다.
“아니, 강선임님 어떻게 저분을 모르실 수가 있습니까. 영국 총리이신 알렉산더 보리슨 총리님이십니다.”
“허허…. 자네는 우리나라 국민이 아니니 모를 수도 있겠군.”
그때야 강신은 중년인을 어디서 봤는지 떠올렸다.
‘뉴스에서 많이 봤던 거였군.’
케이트의 엄마가 설마 영국 총리의 딸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내 손녀를 구해줘서 고맙다는 인사가 먼저겠지.”
“아닙니다….”
“자네 이야기는 국제회의에서 많이 들었네. 몇몇 단체가 자네를 묘할 정도로 감싸고 돌더군.”
성신 그룹이야 강신이 몸담은 곳이라 그렇지만 그 외에도 미국의 펜타곤, 대한민국의 정부, 심지어 프리메이슨에 소속된 높은 직책의 사람들까지 강신을 위해 움직였다.
알렉산더 보리슨은 감사를 표하기 위함과 동시에 강신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이곳에 왔다.
“뭐,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총리의 딸은 U.M.A의 존재에 대해 모르는지, 보리슨은 최대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도움을 받았으니, 돌려주는 것이 맞겠지. 자네가 걱정하는 일들이 영국 언론에서 퍼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네.”
스펜서 가문도 도움을 주기로 했지만, 그는 다른 사람도 아닌 영국의 총리였다.
분명 스펜서 가문 못지않은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감사합니다.”
“아닐세. 손녀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을 구해준 자네에게 내가 고맙다고 해야겠지.”
그는 진심을 담아 강신에게 말했다.
“혹시라도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말하게나. 이번에 도움을 받은 만큼 나도 자네를 도와주겠네.”
그 말을 끝으로 총리와 아이의 엄마는 병실을 나갔다.
강신이 바로 옆에 있던 김대리에게 물었다.
“알고 계셨습니까?”
“처음에는 저도 몰랐습니다만….”
김대리가 자신의 귀밑을 툭툭 치며 말을 이었다.
“프로네시스가 알려주더군요. 강선임님이 영국 총리의 손녀를 구했다구요.”
그 말을 들은 강신은 김대리가 어째서 케이트의 부모 앞에서 눈치 없는 행동을 했던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 * *
강신과 성신 그룹 요원들에게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은 철저하게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언론은 정부와 스펜서 가문의 힘 때문에 요원들이 사용한 장비들에 대한 기사를 내지 못했다.
성신 그룹에서 사용한 장비들이 아직 개발 중인 제품이라는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모든 일은 모두 잘 해결되었다.
강신은 납치되지 않았으며 일을 꾸몄던 이들을 모두 잡아들였다.
또한 갑작스러운 폭탄 테러로 인해 다친 이들을 대부분 구해냈다.
그리고 그 흔적들은 조용히 묻혔다.
키퍼들은 이번 일에 굉장히 만족했고, 성신과는 상호 협력 동맹을 맺게 되었다.
물론 서로 모든 패를 꺼낸 건 아니었다.
성신은 비밀 연구소를 보여주지 않았으며, 키퍼들은 이경석을 제외하면 그들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강신은 며칠 더 런던에 머물며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 * *
회사로 돌아온 강신을 기다리고 있는 건, 권영식과 임상무의 무서운 잔소리였다.
그렇게 강신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흘러 날씨는 이제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무더운 한여름이 됐다.
장마와 함께 찾아온 무덥고 습한 날씨는 사람을 신경질적으로 만들기 충분했다.
그동안 강신은 가끔 현장에 나가 요원들을 도와주기는 했으나, 울프팀이 미확인 생물 포획 현장으로 나가는 경우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강신이 마냥 놀고만 있었던 건 아니다.
여러 곳에서 받은 영감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적어내는 건 물론이고, 건틀릿을 사용하기 위한 훈련도 빼먹지 않았다.
“으아…. 역시 연구소는 시원하네요….”
강신이 개인 큐브에서 일하고 있는데, 갑작스러운 출장 명령을 받고 외부로 나갔던 척준신과 김대리가 들어왔다.
“확실히 여름이라 많이 덥네요. 그러고 보니 요즘 외부 출장이 좀 잦네요.”
강신이 김대리에게 대꾸하자, 그는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니까요. 이게 도대체 몇 번째인지 모르겠어요.”
갑작스러운 출장 명령은 처음이 아니었다.
무더운 여름이 시작된 후, 몇 번이고 출장 명령이 떨어졌다.
“감지기가 고장 난 게 아닐까 싶은데요….”
그들이 출장을 나갔던 이유는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U.M.A가 감지됐기 때문이었다.
감지되는 장소와 위치, 시간까지 모든 것이 일정하지 않았다.
심지어 U.M.A가 감지된 곳들 중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 곳도 있었다.
문제는 U.M.A가 감지된 장소로 향해도 U.M.A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성신은 울프팀을 소집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