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62
161화
강신은 건물로 들어온 뒤 잠시 주변을 살펴보았다.
생각보다 넓은 건물 내부를 살펴보다 프로네시스에게 말했다.
“네시스, 여기 건물 도면을 3D 단면도로 띄어줄 수 있겠어?’
-물론이지.
프로네시스가 강신이 착용하고 있는 만능렌즈를 통해 마치 증강현실을 보는 것처럼 건물의 3D 도면을 보여주었다.
“설야.”
강신이 설야를 부르자,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오색 빛의 가루를 뿌려댔다.
“스읍….”
강신은 지체없이 흩날리는 가루를 흡입했다.
건물로 들어온 것까지는 좋았지만, 훼손된 건물 내부를 뛰어다니는 건 건물의 붕괴를 가속시킨다는 걸 강신은 잘 알고 있었다.
‘움직이기 시작하면 지체할 시간은 없어.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야 해.’
강신은 날개 가루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건물의 내부 구조를 확인하며 이곳에서 501호까지 가는 최단 거리를 확인했다.
“네시스, 내가 501호까지 가는 길을 헷갈리지 않게 보조 부탁할게.”
-어렵지 않지.
강신의 부탁에 네시스는 만능렌즈 제일 하단 부분에 작게 화살표를 띄웠다.
시간이 조금 흘러 강신의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고, 입에서는 하얀 수증기가 흘러나왔다.
“후우…. 좋아, 그럼 가볼까.”
강신은 마음의 준비를 하며 크게 심호흡했다.
그리고 자신이 봤던 도면의 길과 렌즈에 나타난 화살표 방향을 보고 빠르게 움직였다.
건물 내부의 상태는 강신의 예상보다 더 불안정한 상태였다.
지면을 박찰 때마다 건물에 충격이 누적되는지 흙먼지가 떨어져 내렸다.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이런….’
강신이 계단을 찾았는데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다.
심지어 중간중간 이미 끊어진 부분도 눈에 들어왔다.
‘이제 와서 멈출 수는 없어.’
강신이 발을 내디딜 때마다 계단에 금이 가는 게 보였다.
처음 달릴 때보다 더 많은 흙먼지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내려갈 때는 계단을 이용하면 안 되겠군. 눈에 조금 띄더라도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뛰어내리는 편이 더 안전하겠어.’
강신은 계단을 오르면서 자신의 계획을 수정했다.
5층 높이였지만 자신이 입고 있는 보호 장비와 강화된 육체, 그리고 초코의 도움을 받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계획이었다.
강신은 순식간에 불안정한 계단을 뛰어올라 5층에 도달했고, 501호 앞에 도착했다.
이제는 건물이 조금씩 흔들리는 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강신이 501호의 문을 열려고 했지만, 야속하게도 문은 굳건하게 잠겨있었다.
철컥, 철컥.
어쩔 수 없이 강신은 힘을 써서 문을 강제로 뜯어냈다.
콰직!
아주 쉽게 문이 떨어져 나왔다.
문제는 집 안에 있던 아이가 그 비현실적인 모습을 목격했다는 것이었다.
건물이 흔들려 불안해하던 상황에서 갑자기 피부가 붉고 하얀 입김을 내뿜는 사람이 문을 부수고 들어왔다.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라도 기겁할 상황이었다.
“히극….”
아이가 강신과 눈을 마주치자, 놀란 듯이 딸꾹질을 했다.
결국, 아이는 겁에 질려 그대로 다른 방으로 도망갔다.
“잠깐!”
강신이 아이를 불렀지만, 겁에 질린 아이에게 강신의 말이 들릴 리가 없었다.
바로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뛰어내리려고 했던 강신의 계획에 차질이 생겨버렸다.
어쩔 수 없이 강신은 아이를 쫓아갔다.
아이는 방 안에 있는 침대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상태에서 강신을 바라보았다.
“……아저씨는 누구예요?”
아이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강신은 아이를 억지로 잡아서 데리고 나갈 건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아이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줘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강신의 선택은 후자였다.
위급한 상황에서 강신이 후자를 선택한 건 효율적이지 못한 선택이었지만, 그럼에도 강신은 아이가 조금이라도 안정을 찾길 바랐다.
‘어렸을 때 남은 트라우마는 한 사람의 미래에 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까….’
“아저씨는 강신이라도 해.”
“강씬?”
아직 아이에게는 한국식 발음이 조금 어려워 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 강신. 네 이름도 알려줄래?”
“……케이트.”
서로 통성명을 하는 데 성공했지만, 아이는 쉽게 경계를 풀지 않았다.
“그래, 케이트. 혹시 강아지 좋아하니?”
“…….”
케이트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 아저씨가 신기한 강아지를 보여줄게. 초코야.”
강신이 초코를 부르자, 강신의 그림자에서는 앙증맞은 새끼 골든리트리버가 나왔다.
-멍!
어린 초코를 본 아이가 눈을 반짝였다.
“우아아…. 멍뭉이….”
초코는 아이가 있는 침대로 올라가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아이에게 애교를 부렸다.
아이는 뒤집어쓴 이불 안에서 나와 초코에게 조심히 손을 뻗었다.
“귀엽지?”
“네!”
“그 아이의 이름은 초코야.”
“초코….”
아이가 경계를 풀었다는 걸 느낀 강신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케이트, 나는 너희 부모님의 부탁을 받고 이곳에 왔단다.”
“아빠랑 엄마가요?”
강신의 입에서 아빠와 엄마 이야기가 나오자 케이트는 반색했다.
그러다 갑자기 풀이 죽은 모습을 보였다.
“그치만…. 엄마는 절대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한 걸요….”
밖에서 커다란 소리가 나고 집이 흔들렸을 때, 케이트는 굉장히 무서웠다.
하지만 엄마가 했던 말을 지키기 위해 꾹 참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던 것이다.
“아빠랑 엄마는 집 앞에서 케이트를 기다리고 있어.”
“…….”
케이트가 고민하는 사이, 초코가 강신 옆으로 가자 아이는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아저씨와 이곳에서 나가면 초코와 실컷 놀게 해줄 수도 있어.”
“정말요?”
아이는 눈을 빛내며 강신을 바라봤다.
“물론이지.”
“좋아요!”
강신은 최대한 몸에서 힘을 빼고 조심스럽게 케이트를 두 손으로 안았다.
강화된 자신의 몸이 아이를 다치게 할 수도 있었으니까.
‘좋아, 이제 나가기만 하면….’
그런데 그 순간, 건물이 크게 출렁였다.
몸에 중심이 흐트러질 정도의 흔들림과 함께 강신이 있던 바닥이 아래층으로 꺼졌다.
“꺄악!”
갑작스러운 추락에 강신의 품에 안겨있던 아이가 비명을 질렀다.
억지로 벽을 부수고 빠져나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강신의 품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아이를 보고 그 생각을 접었다.
‘벽을 부수다가 아이를 안고 있는 몸에 힘이 들어간다면 아이가 위험할 수도 있어.’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른 무엇보다 아이의 안전이었다.
강신은 아이를 안은 채 걸치고 있는 보호 장비를 요령 있게 벗어 아이의 몸을 감싸 주었다.
“으읍…?”
“괜찮아. 조금 답답할 뿐이야.”
아이를 안심시킨 강신은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설야에게 말했다.
“설야야! 너는 먼저 탈출해!”
현재 상황에서 아이와 겨울 나비 모두를 챙기긴 힘들었다.
크기가 작고 빠른 날개를 가진 설야라면 충분히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설야가 강신의 말을 알아듣고 이곳에서 벗어났다.
-보호 장비를 왜 벗었어? 차라리 장비를 변형해서 너와 저 아이, 둘 다 보호하면 되잖아?
프로네시스의 목소리에 강신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네시스. 혹시나 하는 말인데, 절대로 아이가 입고 있는 옷은 의태 시키지 마.”
그 말을 끝으로 건물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조심해!
강신의 몸이 휘청거렸고, 부서지는 건물에서 떨어져 나오는 잔해가 강신의 몸을 때렸다.
강신은 안고 있는 아이에게 떨어지는 건물의 잔해가 부딪히지 않도록 신경 썼다.
강신이 입고 있는 셔츠에도 기본적인 보호 기능은 있다.
그러나 강신이 두르고 있던 겉옷에 비하면 그리 큰 차단력을 갖추고 있진 못했다.
잔해가 강신의 몸을 때릴 때마다 충격이 느껴졌지만, 강신은 그 어떤 신음도 낼 수 없었다.
자신이 안고 있는 아이의 몸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신음을 내면 아이가 더 불안해할 수도 있어. 버텨야 해.’
으득.
강신이 이를 악물며 아이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아저씨가 꼭 아빠와 엄마를 만나게 해줄게.”
강신은 길을 찾기 위해서 최대한 집중했다.
설야의 날개 가루의 효과일까, 아니면 강신이 모르는 뭔가가 있던 것일까.
일순 강신의 주위가 슬로우모션처럼 움직였다.
건물의 잔해들이 떨어지는 곳에서 강신은 머릿속으로 수많은 길을 만들었다.
하지만 대부분 중간에 막혀 갈 수 없는 길이었다.
수십, 어쩌면 수백에 가까운 길을 머릿속에서 그린 끝에 강신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하나뿐인 길을 발견했다.
머릿속으로 많은 길을 그렸지만 실제로 흐른 시간은 찰나에 가까웠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스스로 의문이 느껴질 만도 했지만, 강신은 현재 상황에 집중했다.
그는 지체하지 않고, 그대로 불안정한 바닥을 박찼다.
탕!
강신이 박차는 힘을 이기지 못해 바닥이 부서졌지만, 이미 그곳에서 강신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그렸던 길을 기억하고 그대로 움직였다.
신기하게도 자신의 몸이 아닌 것처럼 평소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아이를 안고 있는 몸에는 힘을 최대한 빼고, 오로지 하체만을 이용해 장애물들을 피했다.
그리고 이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창문이 보였다.
‘붕괴에 휘말릴 수도 있으니. 최대한 건물에서 멀리 떨어져야 해.’
강신은 4층 높이에 있었지만, 아무런 두려움 없이 강하게 디딤발을 디뎠다.
강신의 육체가 쏘아지듯이 창문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갔다.
4층 높이에서 아이를 안고 뛰어내리는 위기의 순간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강신은 불안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강신이 바닥에 부딪히기 직전, 강신의 그림자에서 초코의 검은 안개가 흘러나왔다.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초코의 몸은 마치 트램펄린과 비슷한 탄성을 갖고 있었다.
투웅!
초코의 몸에 부딪힌 강신이 크게 한번 튀었다가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바닥을 구르던 강신은 김대리와 아이의 부모 앞에서 극적으로 멈추었다.
온통 먼지투성이인 강신을 내려다보는 김대리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표정으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일단…. 고생하셨습니다.”
그런 김대리를 보고 긴장이 풀렸는지, 강신이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웅크리고 있던 몸을 대자로 뻗었다.
“후아…. 진짜 죽는 줄 알았네….”
김대리가 손을 내밀자, 강신은 고개를 저었다.
“탈진 상태라 어차피 일어나지도 못해요. 아이부터 부탁드립니다.”
김대리는 보호 장비로 감싸 보호 중이던 아이를 부모에게 안겨주었다.
먼저 건물 밖으로 도망쳤던 설야도 강신 곁으로 날아왔다.
“다행이다.”
요원들은 탈진 상태의 강신을 그대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미 병원은 테러 현장에서 구조된 사람들로 인해 북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강신에게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도 있었다.
치료를 받아 멀쩡하게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니, 강신의 가슴이 조금 따뜻해졌다.
병원에 도착한 강신은 정밀 검사를 받았고, 그에겐 개인 병실이 배정됐다.
* * *
다음 날, 김대리가 누군가와 함께 강신의 개인 병실로 들어왔다.
“이것 참…. 이런 곳까지 오게 해놓고 상당히 험한 꼴을 당하게 했군. 미안하네.”
스스럼없이 말을 던진 이는 바로 이경석 의원이었다.
“자네가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 무너지는 건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르네.”
이경석은 강신이 어째서 그리 무모하게 움직였는지,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강신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손에 닿는 사람을 구조하지 않으면 양심의 가책이 느껴져서요.”
“양심이라….”
키퍼들은 이제 마모되어 얼마 남아있지 않은 것이었다.
‘키퍼 중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낄 만한 사람은 딘 정도인가.’
“그렇군. 그건 그렇고 자네가 성신 그룹 요원들에게 내린 명령은 선의를 갖고 한 행동이겠지만…. 상황은 썩 좋은 편은 아니네. 그건 당연히 알고 있겠지?”
강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알아주길 바라고 지시한 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 했던 행동이고, 동시에 선의로 한 지시였다.
그리고 그 지시가 자신에게 해가 될 것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었다.
“네, 알고서도 지시했어요.”
“그래, 자네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고 있었지. 내가 우선 자네들이 사용한 물건들에 대해 언론이 떠들지 못하게 막아는 두었네 만은….”
“그것도 잠시겠죠.”
지금 당장이야 도심 속에서 일어난 테러에 이목이 집중이 되어있는 상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그 관심은 사람들을 구조한 요원들이 사용한 정체불명의 장비들로 이동될 것이 분명했다.
“아무래도 세상에 나온 적이 없었던 독특한 장비들이니…. 내가 봐도 신기한 물건들이더군.”
큰 언론사들은 키퍼들의 도움으로 억누를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한 전파는 프로네시스의 도움을 받으면 대응이 가능했다.
그러나 세상엔 언론의 자유를 위해서 일하는 기자들이 있었다.
가짜 뉴스를 양성해내는 기자들과는 달리 외압에 굴하지 않았기에 쉽게 막을 수 있는 이들이 아니었다.
“아마 사람들이 알게 되면 국가적 차원으로 자네에 대한 징계가 있을 확률이 높네.”
강신의 지시로 인해 U.M.A의 기술이 들어간 장비들이 노출됐다.
성신 그룹은 강신을 보호하려고 하겠지만, U.M.A 국제회의에서는 그냥 흐지부지 넘기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다.
“어쩌겠습니까. 제가 선택한 일인데.”
포기에 가까운 강신의 대답에 이경석이 씨익하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병실 문을 열었다.
“거봐, 내 말이 맞지?”
병실 앞에는 다수의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중 중년의 사내 하나가 병실로 들어오며 이경석에게 대꾸했다.
“그래, 자네 말대로 저 사람이 선인이라는 것에는 동의하네.”
캐주얼한 복장을 한 배가 나온 중년의 백인이 병실로 들어오며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었다.
“반갑군. 이번에 내 아들이 자네에게 폐를 끼쳤다고 해서 사과를 하기 위해 찾아왔네.”
“아들이요?”
“나는 아서 스펜서라고 하네. 자네를 습격했던 헨리의 아비 되는 사람이지.”
강신은 그때야 자신을 공격했던 비밀 로지의 단원 헨리 스펜서를 떠올렸다.
그는 잭의 지시를 받은 비밀 로지 단원에게 끌려갔다.
이후 헨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강신은 전혀 몰랐다.
“음, 도망가던 비밀 로지 단원들은 키퍼들이 발견해서 한 명도 빠짐없이 포획했지. 그중에는 헨리도 있었네.”
“그 아이가 큰 잘못을 했다는 건 알고 있네. 손속에 자비를 둔 자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왔네….”
아들을 다치게 만들었지만, 헨리가 한 행동을 생각하면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강신에게 고마워할 수밖에 없었다.
스펜서 가문은 영국의 귀족 가문으로 대대로 프리메이슨에 소속된 집안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런던 로지의 그랜드마스터, 마스터를 맡은 이들도 여럿 있었다.
그들은 키퍼가 정확히 어떤 존재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키퍼들이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스펜서 가문은 키퍼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했고, 아서와 이경석이 친한 것처럼 아들인 헨리 또한 잭과 친해지려고 하다 이 사달이 난 것이었다.
“방금 대화를 들어보니, 조금 곤란한 상태인 것 같더군. 사죄의 뜻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최대한 내 인맥을 통해서 사람들의 입을 막아보도록 하지.”
영국의 귀족 중 하나라면 상당히 많은 인맥을 가지고 있을 테니,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감사합니다.”
“아닐세. 아들 교육을 잘못해서 오히려 미안하지. 아들은 자신의 죗값을 정당하게 치르고 나올 테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아들놈도 정신을 차리면 좋겠군.”
아서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스펜서 가문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투철하게 지키는 사람으로 아들을 빼낼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서가 할 말을 끝내자, 눈치를 보고 있던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들 중에는 강신이 구조한 6살 소녀인 케이트가 있었다.
소녀는 건강한 모습으로 활기찬 웃음을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