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61
160화
이경석의 등장은 놀라웠지만, 그와 길게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는 강신 일행과 간단히 인사만 나누고 곧바로 딘과 함께 현장을 수습했다.
이런 경험이 많았는지 그의 지시는 간결하고 정확했으며, 사람들은 그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강신은 이곳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걸 깨닫고, 프리메이슨 홀에서 일어난 일들은 모두 키퍼들에게 맡겼다.
사람의 손이 더 필요해 보이는 폭탄 테러 현장을 돕기 위해 일행들과 움직였다.
성신 요원들이 빠르게 인명 구조에 나섰지만, 그들이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비밀 로지와 대치하느라 신경 쓰지 못한 테러 현장은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무너진 건축물들의 잔해는 흉물스러웠고, 사람들을 구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지쳐있었다.
피해가 없는 구역엔 다친 사람들을 응급처치하기 위한 천막이 세워져 있었다.
사람들은 부상자들을 천막으로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먼저 투입되었던 성신의 요원들도 있었다.
한 현장 요원이 강신을 알아보고 말을 걸었다.
“강선임님? 괜찮으십니까?”
구조한 사람을 천막으로 옮기고 나오던 강민수였다.
그는 1팀의 막내 요원이며, 강신과 김대리의 트레이닝을 도와주었다.
강민수는 강신을 발견하자마자, 그에게 다가왔다.
“갑자기 통신이 끊겨서 걱정했습니다. 안쪽 상황은 마무리 됐나요?”
비밀 로지 단원들을 상대하고 있을 때, 강신이 김대리에게 재머를 작동하게 만들어서 일어난 일이었다.
적들의 통신을 막기 위함이었지만, 프리메이슨 홀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인명 구조에 나선 요원들이 동요하는 걸 막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저희 쪽은 다 해결됐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 이쪽 상황은 어떻습니까?”
“일이 잘 풀렸다니, 다행이네요. 이곳 상황은 아직 정신없지만…. 그래도 처음보다는 상황이 나아진 편입니다.”
요원들만 움직일 때와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구조 작업에 참여했기에 구조되는 사람들을 늘어갔다.
“테러 자체도 도로를 막기 위해서 저지른 짓이다 보니, 피해 범위가 그렇게 넓지 않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죠”
강민수가 강신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하는 동안 멀리서 다른 요원이 그를 불렀다.
“막내야! 설마 벌써 지친 건 아니겠지!?”
“앗…. 아닙니다! 금방 가겠습니다! 그럼, 저는 계속 사람들을 구조하러 가보겠습니다.”
강민수가 급하게 자신을 부른 선배에게 가자, 강신은 척준신을 바라봤다.
척준신은 강신의 시선을 느꼈다.
아무런 대화를 하지 않았음에도 그는 강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듯했다.
“후우…. 알겠네, 알겠어. 그런 눈으로 보지 말게.”
척준신이 허리춤에 달고 있는 두 개의 검집을 풀어 김대리에게 넘겨주었다.
강신이 미소를 지으며 건틀릿을 벗어 똑같이 김대리에게 건네주었다.
“에? 두 분 갑자기 왜 무기를….”
“김대리님은 여기서 장선임에게 연락해서 런던 지부에 추가로 장비 지원을 요청해 주세요. 구조에 유용한 물건들로요.”
김대리는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된 모습이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쉽게 내주지는 않겠지만, 회사에서 아직 공개하지 않은 물건까지 최대한 요청해 보세요. 필요하다면 제 이름을 팔아도 좋습니다.”
“하지만 강선임님….”
김대리는 강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이미 강신은 성신 그룹의 요원들을 구조 임무에 투입시키면서 시민들이 보면 안 될 장비까지 사용 허가를 내린 상태였다.
회사에서 쓰는 장비들은 시중에서 유통되지 않는 오버 테크놀로지의 장비들이었다.
가격도 가격이었지만 이런 물건들이 대중에게 알려져서 그 출처를 추적당하면, U.M.A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노출될 수도 있었다.
만약 대중들에게 U.M.A가 노출된다면….
그건 단순히 성신만의 문제가 아니게 될 가능성이 컸다.
“괜찮습니다. 이미 현장요원들이 가지고 있던 장비들을 사용했습니다. 장비 한두 개 더 사용한다고 해서 다를 건 없을 겁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보다 제가 책임지는 편이 나아요.”
다른 사람이었다면 회사에서 가차 없이 내쳐져 U.M.A 국제 협력 기구에 처벌을 받았겠지만, 강신만은 달랐다.
성신으로서 강신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귀한 자원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징계가 없진 않을 것이다.
‘감봉이나 근신. 최악의 경우에는 울프 팀의 해체 정도겠지.’
감봉, 근신은 상관없었지만, 울프 팀의 해체는 강신에게도 조금 뼈아픈 징계였다.
하지만 강신은 자신의 결정에 일말의 후회도 없었다.
테러 현장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할 수 있다면 그 정도 징계는 달게 받을 수 있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자, 가시죠. 척부장님.”
“음…. 그러지.“
강신은 그대로 척준신과 함께 구조가 필요한 사람을 찾기 위해 구조 현장으로 향했다.
* * *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사람을 찾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었지만, 강신에게는 방법이 있었다.
“초코야, 사람들을 찾아줘.”
-멍!
그에겐 그림자 속에서 움직이는 초코가 있었다.
자유롭게 건물들의 잔해 속을 돌아다닐 수 있는 초코는 매몰된 사람들의 위치를 빠르게 찾아냈다.
물론 초코와 아주 멀리 떨어질 순 없어서 강신도 계속 움직여야 했다.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초코를 드러낼 수는 없었기에 중간에서 초코와 소통하는 역할을 설야가 맡았다.
설야는 자신의 더듬이로 초코에게 전해 받은 위치를 강신에게 알려주었다.
“여기 이 밑에 사람이 있습니다! 의식이 없어서 빨리 구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강신은 고립된 사람들을 혼자서 구하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알려 도움을 받아 더 빠르게 사람들을 구출했다.
사람들은 강신이 어떤 방법을 쓴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기가 막히게 고립된 사람들을 찾아내는 걸 보고 놀랐다.
막무가내로 사람들을 찾고 있던 다른 사람들은 강신을 돕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걸 깨닫고는 강신을 쫓아다녔다.
그렇게 얼마나 사람들을 찾아다녔을까.
건물이 무너진 곳에서 초코가 고립된 사람을 발견했고, 강신은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현재 척준신은 거대한 건물 잔해를 치우는 곳에 투입되어 강신 곁에 없었다.
강신이 다음으로 발걸음을 멈춘 곳은 건물에 균열이 생긴 5층 건물 앞이었다.
폭발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건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었다.
그 건물의 상태가 불안하다고 느낀 건 강신뿐만이 아니었다.
건물 외곽에는 폴리스 라인이라고 불리는 노란색 테이프가 둘러져 있었으며,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경찰들이 그곳을 봉쇄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신이 걸음을 멈춘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건물이 언제 붕괴될 지 몰라 굉장히 위험한 상태입니다. 폴리스 라인 안으로 들어오지 마십시오!”
“제발 부탁입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게 해주세요. 안에는 아직 제 딸이 남아 있어요!”
“어흐흑….”
폭발의 충격이 주변을 덮쳤을 때, 건물 안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밖으로 피신했다.
그런데 집에 있던 아이 하나가 제때 탈출하지 못한 듯했다.
아이의 아버지로 보이는 남성은 건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경찰에게 애원했고, 어머니는 바닥에 주저앉아 나라를 잃은 것처럼 울고 있었다.
경찰들의 표정엔 안타까움이 가득했지만, 그들이 건물로 들어가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죄송하지만 너무 위험합니다.”
부모를 막고 있는 경찰들도 당연히 아이를 구하고 싶었다.
그러나 함부로 들어갔다가 건물에 충격을 주면 아이는 물론 부모까지 위험할 수 있었다.
경찰들도 마음이 아팠지만, 부부를 말릴 수밖에 없었다.
“부탁입니다. 경관님 그 아이가 잘못되면 저희 부부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닐 겁니다…. 차라리 죽더라도 같이 죽게 건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아이의 아버지는 속이 타들어 가는 심정으로 진심 어린 부탁을 했다.
“곧 구조대가 올 겁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그러나 경찰은 아이를 살릴 수 있는 조금의 희망이 남아 있는 한 그것을 허락할 수 없었다.
“도대체 언제요! 저 건물이 무너지고 나서요?”
계속되는 실랑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강신은 통신 패치로 요원들에게 말했다.
“혹시 근처에서 붕괴 직전의 건물이 보이시는 요원들이 있으면 지원 부탁드립니다. 프리메이슨 홀을 기준으로 동쪽입니다.”
-알겠습니다.
-붕괴 직전 건물이라…. 아, 저기 보이네요.
요원들의 통신을 들으며 강신은 아이의 아버지로 보이는 중년의 남성에게 물었다.
“아이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5층, 501호입니다. 계단으로 올라가면 바로 보이는 문이에요!”
갑자기 등장한 동양인이 갑자기 물어봤음에도 중년의 남성은 자신의 아이가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아이의 걱정에 제대로 사고가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아이를 구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라도 부탁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잔뜩 흥분한 중년 남성의 등을 살짝 토닥여주며, 강신이 미소를 지었다.
“아이는 제가 책임지고 구조하겠습니다. 당신은 이곳에서 지켜야 할 사람이 하나 더 있잖아요?“
강신은 중년 남성 옆에 있는 실신 직전인 여성을 보며 말했다.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경찰이 강신을 만류했다.
“전문 구조팀이 올 때까지는 아무도 이 안으로는 들어가게 할 수 없습니다!”
강신은 경찰의 단호한 모습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힘든 역할을 맡으셨네요.”
“…….”
그 누가 악역을 자처하고 싶겠는가.
하지만 인명 사고를 막기 위해 이곳의 경찰들은 스스로 악역을 맡았다.
저 건물이 무너지면 아이의 부모가 자신들을 평생 원망할 것임을 안다.
하지만 건물에 들어갔다간 그들도 목숨을 잃을 수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다.
“평소라면 경찰분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설득했겠지만…. 지금 제게는 시간이 없어서요. 요원분들, 제가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네, 알겠습니다.”
어느새 강신의 요청을 듣고 나타난 성신 그룹의 요원들이 경찰들을 붙잡았다.
“어, 어…. 이거 놔요! 이 건물은 정말 위험하단 말입니다! 잘못하면 아이를 구할 기회도 갖지 못하게 됩니다!”
“괜찮아요. 언제 올지 모르는 구조팀을 기다리는 것보단 저분이 들어가는 게 아이를 구할 확률이 높을 겁니다.”
만약 최악의 상황으로 건물이 무너진다고 해도 강신이라면 아이를 무사히 보호할 수 있다는 걸 요원들은 알고 있었다.
요원들이 강신을 막으려는 경찰을 살살 달래며, 몸을 붙잡았다.
그렇게 건물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자, 강신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붕괴 직전의 건물로 뛰어갔다.
조금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 강신의 행동이었지만, 그에겐 믿는 구석이 있었다.
성신 그룹의 최첨단 장비들과 네시스, 그리고 초코와 설야가 구조를 도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