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ll the Dragon RAW novel - Chapter (201)
* 201화 *
“움직이자. 4조로 나뉘어서 행동할 거야. 우린 개개인은 교관들보다 강하지만, 집단전투에서는 교관들보다 미숙해. 절대 자신의 조에서 떨어지지 마. 각개격파를 당하면 끝장이야.”
리벨이 명령을 내렸다. 조장은 리벨이 미리 뽑아둔 아이들이었다. 리벨만큼은 아니지만 머리가 좋은 녀석들이다. 그들은 곧장 숙소를 벗어났다.
‘불침번과 경비도 없어. 교관숙소만 환하다.’
리벨은 의아했다. 오늘따라 교관들의 경비가 허술했다. 그것은 아이들에게 천운이었다.
내일은 기존교관들이 떠나는 날이었다. 새로운 교관역들이 도착한다. 교관들은 자신들의 숙소에 모여서 마지막 날을 기리며 송별회를 하고 있었다. 이제 끝났다는 안도감에 교관들은 마음껏 술을 마시며 놀았다.
콰-앙!
교관의 숙소에 아이들이 들이닥쳤다. 전투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리벨의 선두로 아이들이 자신들의 사이킥 능력을 사용했다. 교관들의 무기를 뺏고, 사물들을 내던져서 교관들을 죽였다. 불꽃과 전기가 도망치는 교관의 뒤를 강타했다.
“우리는 강해. 저 사람들보다 훨씬.”
살인경험은 생각보다 충격이 없었다. 오히려 위에서 군림하던 교관들의 비명소리가 짜릿했다. 쌓인 분노와 증오가 죄책감을 지워버렸다. 아이들은 쓰러진 교관들을 확인사살까지 했다.
‘돌이킬 수 없어. 여기서 그만둔다고 말하면 리벨이 나를 죽일 거야.’
아이들은 공포와 쾌락이 떠밀렸다. 이제 돌아갈 길은 없었다. 여기서 그만두면 리벨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리벨 혼자서 다섯 명을 죽였어.’
선두에 섰던 리벨이 교관들을 가차 없이 죽였다. 그런 리벨이 앞에 있었기에 아이들도 싸울 수 있었다. 만약 리벨이 없었다면 막상 쳐들어가서도 눈치를 보며 망설였을 터다.
리벨은 타고난 살인자였다. 사람을 죽여도 마음속의 동요가 일지 않았다. 그런 차가운 마음이 아이들 사이로 전염되듯 퍼져나갔다.
“장비와 무전기를 챙겨. 나와 1조, 2조는 병동으로 간다. 3조, 4조는 선착장을 점거해. 아직 경보가 울리지 않았으니까 시간이 있어.”
리벨이 선택한 거사일은 길일이었다. 다음단계로 넘어가는 훈련변동 때문에 아크는 어수선했다. 아직 인공섬 아크는 최소 경비인원만 배치된 상태다. 아크의 손과 발이 될 군인들은 내일이 되어서야 도착한다. 오늘은 진짜 아크 프로젝트의 시작을 하루 앞두고 있는 날이다.
“하아.”
리벨이 숨을 가다듬고 병동 방향을 바라봤다. 밤이 깊어서 벌레 우는 소리가 종종 들렸다.
‘내가 모두를 데리고 나간다. 레베카도.’
리벨이 단호하게 결심을 굳혔다. 그조차 긴가민가했지만 지금 전황을 보고 확신했다.
‘우린 탈출할 수 있어.’
리벨은 아이들을 이끌고 병동으로 향했다. 그는 아이들의 시선을 느꼈다. 리벨을 향한 두려움이 아이들을 지배했다.
‘두려워하지 않으면 따르지 않아.’
아이들은 리벨을 존경하면서도 두려워했다. 그 두 가지 감정이 상하관계를 만들었다.
“병동에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그 말을 들은 리벨이 뒤를 돌아봤다.
“전부 죽여.”
명령은 짧았다. 그들은 병동으로 진입했다. 병동의 경비 시스템이 가동했다. 침입자를 향해 경보가 울렸다.
“2조의 절반은 입구에 남아서 자리를 지킨다.”
리벨이 차분히 명령을 내렸다. 아이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교관들에게 뺏은 장비로 무장한 아이들은 무시무시할 살인병기였다. 병동의 의사들과 경비병들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사이킥 재능을 따져서 고르고 고른 아이들이다. 사이킥 능력만으로도 사람 하나 둘은 우습게 죽인다.
탕! 콰직!
총격과 충격이 뒤엉켰다.
“나이타가 죽었어!”
아이들 사이에서도 피해가 나왔다. 아무리 강해도 총알이 머리를 관통하면 죽는다.
“으아아아―!!”
눈앞에서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소녀가 분노를 토해냈다. 여자아이들은 사이킥 컨트롤과 안정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사이킥 최대능력은 남자아이들보다 대체로 강한 편이었다.
“우리가 죽기 전에 죽여 버려!”
전투가 고조됐다. 광기가 아이들 사이에서 휘몰아쳤다. 아군의 피해가 나오자마자 아이들은 더 거칠어졌다. 어른들을 철저하게 적으로 인식하고 배제했다. 사이킥 파워가 벽을 부수고 사람을 으깼다. 사이킥 불꽃이 통로를 몰아치며 경비병들을 모조리 불태웠다.
“크아아아아!”
경비병들은 온몸이 녹아내리는 통증에 비명을 질렀다. 방출계 사이킥 능력은 대인전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전기, 불꽃, 동결 같은 방출계 공격을 보통 사람이 막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키이이이잉!
아이들의 눈동자에서는 형형색색의 빛이 타올랐다. 병동 안의 무장병력들은 이미 전멸했다.
“몇 명 당했지?”
“둘.”
“앞으로 5분. 각 병동에서 동료들을 구출한다. 움직여.”
리벨이 명령을 내렸다.
저벅, 저벅.
리벨은 핏발자국을 남기며 복도를 걸었다. 통로 구석에서 벌벌 떠는 여의사가 보였다. 리벨은 인상을 찌푸리며 총구를 겨누었다.
탕.
여의사가 인형처럼 무너져 내렸다. 생명이 허무하게 사라졌다.
‘여기서 나간 다음에는?’
리벨조차 그 이후의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도 분노로 무작정 탈출 계획을 세웠을 뿐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여기에 있을 수는 없어.’
여기저기서 총소리와 비명이 들렸다. 아이들은 생존자들을 과감하게 죽였다. 짙은 광기가 아이들 마음속에 몰아쳤다. 막다른 절벽까지 밀린 아이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더 이상 돌아갈 곳이 없다는 걸 알기에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어쩌면 아크의 훈련목적은 훌륭하게 맞아떨어졌다. 아이들은 극한의 상황에 몰리고도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움직였다. 교관과 아크라는 높은 벽을 넘어서려는 시도했다. 문제는 아크가 아이들을 통제할 무력을 미처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레베카의 병실은 여기로군.’
리벨이 레베카의 병실을 찾아갔다. 레베카는 뛰어난 능력자다. 그런 인재가 리벨에게는 필요했다.
“위험해요.”
“괜찮단다. 잠깐 바깥 상황을 보고 오는 것뿐이야.”
레베카의 병실에서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군지 몰라도 제거하고 진입한다.’
리벨은 차분히 벽에 달라붙어서 누군가가 나오길 기다렸다. 그가 총구를 정확히 머리 위치로 겨누었다. 하얀 가운을 입은 중년 사내가 걸어 나왔다.
바이판은 레베카의 방에서 총격전을 들었었다. 그는 바깥 상황을 살피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그는 방문에서 나오면서 레베카를 바라봤다. 억지로 인자하게 웃으며 레베카를 안심시키려 했다.
“괜찮다. 별 일은 없을….”
타-앙!
총성에 묻힌 바이판의 마지막 말이었다. 바이판의 머리가 옆으로 기울어졌다. 핏물이 비현실적으로 흘러내렸다. 바이판은 바닥에 쓰러져서 경련하다가 죽었다.
“아….”
그 광경을 바라본 레베카는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짧은 탄식과 함께 짙은 적의를 불태웠다. 도대체 누가 바이판을 죽였단 말인가? 누가 아크의 병동까지 쳐들어온 걸까? 레베카는 주위에서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았다.
‘포크.’
식사에 쓰던 포크가 전부였다. 레베카는 소매 안으로 포크를 숨겼다. 적이 모습을 드러내길 기다렸다.
“레베카.”
리벨이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병실로 들어갔다. 레베카의 눈동자가 커졌다.
“왜? 네가?”
레베카가 말했다. 리벨이 슬쩍 창문 바깥을 살폈다.
“시간이 없어. 나와 함께 가자. 레베카. 우리는 여길 탈출할 거야.”
“무슨 소리야? 그게? 왜 바이판을 죽인 거야?”
“우리 말고 다른 인간들은 모두 적이야.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우리 동료들뿐이라고.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저자도 너를 이용하려고 했을 걸.”
리벨은 방금 자신이 죽인 사람 때문에 레베카가 동요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이건 옳지 않아. 지금 네가 저지르는 짓은 …살인이잖아. 저항도 못하는 사람을 죽였어.”
“그런 무른 소리가 지금 입에서 나와? 저 놈들이 우리를 사육하고 있었어. 나도 너도 이렇게 사육 당하려고 태어난 게 아니야. 우린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뿐이라고.”
레베카는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리벨의 말은 그녀가 이해하기에 어려웠다.
‘바이판이 죽었어. 리벨이 바이판을….’
레베카가 리벨을 바라봤다. 리벨의 몸은 피투성이였다. 타인의 피가 몸에 덕지덕지 묻어있었다.
“넌 잘못됐어. 리벨.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겠지만 이건 잘못된 일이야.”
레베카가 말했다. 리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는 너와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왔는데….’
리벨이 눈을 잠시 감았다. 냉정함을 되찾았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냉혹한 살인마의 눈빛이었다.
‘죽일까?’
리벨이 잠시 갈등했다. 지금까지 사람들을 거침없이 죽인 것과는 달랐다.
스륵.
리벨은 레베카의 소매 사이로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날카로운 강철이 얼핏 보였다. 그와 동시에 리벨은 갈등을 멈추고 행동했다. 잽싼 손놀림으로 레베카의 머리에 총을 쐈다. 레베카가 블링크를 사용하기도 전에 총알이 머리를 관통했다.
“…실수하는 거야. 리벨.”
레베카가 소매 사이로 포크를 흘리며 말했다. 그녀의 머리에 총알구멍이 났다.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의식이 아득하게 어두워졌다.
“난 잘못되지 않았어.”
리벨이 권총을 재장전하며 말했다. 피를 흘리는 리벨을 뒤로 하곤 병실을 빠져나왔다.
“합류를 거부하는 인원은 모두 죽여. 동지가 아니면 적이다.”
리벨이 통신기에 대고 말했다. 통신기 너머로 총소리가 연거푸 들렸다.
‘잘못된 게 있다면 이 세상이겠지.’
리벨은 복도 창문을 바라봤다.
휘우우우웅!
하늘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처음 보는 비행기가 낮게 떠있었다. 비행기 아래로는 무언가가 빠르게 쿵하는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리벨은 불안했다.
비행기에서 떨어진 이들은 예정보다 하루 빨리 도착한 ‘사이킥 병사’들이었다. 앞으로 아크의 소년병들과 팀을 이뤄 실전경험을 도와줄 군인들이다. 그들은 긴급지원요청을 받았기에 완전무장한 상태였다. 몇몇은 사이코프레임까지 갖춰 입은 상태다.
-상대는 훈련받은 사이커다. 어린애라고 방심하지 마.
-아무리 그래도 우리에게 사살허가까지 내줄 정도인가?
-놈들이 죽인 사람만 해도 수십 여 명이다. 그것도 1시간 남짓한 시간 만에.
-그 꼬마들이 무장폭동이라니…. 어떻게 운영하면 이런 지경까지 이른 거야?
-군바리들이 일처리 개판인 거 하루 이틀인가. 자, 가자고.
사이킥 병사들도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사태가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건 안다. 그들은 천천히 어린 소년소녀들이 벌인 전장을 수습하러 나아갔다. 그들이 진압에 걸린 시간은 10여 분,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항은 거셌고 필연적으로 사상자가 많이 나왔다. 포위된 아이들과 리벨 아키마는 반항적인 눈빛과 함께 항복했다.
시타델의 오메가-1은 숨을 거칠게 뱉으며 깨어났다. 몸이 무거웠다. 그의 이름은 리벨 아키마, 시타델의 총통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자이며 시타델의 사회를 구축한 천재이기도 하다. 뛰어난 지략과 강렬한 카리스마,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는 뛰어난 리더십을 증명했다.
“괜한 꿈이로군.”
리벨은 부들거리는 손을 뻗어서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의 손과 얼굴은 상처투성이다. 그는 뛰어난 리더이지만 전장에서는 최전방에서 싸웠다. 리벨을 좋아하지 않는 강화병들도 그의 용맹함과 능력만큼은 인정한다.
‘오메가-1이 아니었다면 시타델 통치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것만큼은 모두가 똑같이 생각했다. 오메가-1, 리벨은 천재였다.
“이제 몇 명이나 그 일을 기억할까.”
리벨과 동지들은 진압 당했다. 그 과정에서 절반이 죽었다. 나머지 절반은 강화신체 시술 중에 또 다시 사망했다. 초창기 강화신체 시술은 부작용이 더 심했다. 개조내역도 비윤리적인 요소가 많았다. 현재 강화신체는 시행착오 끝에 부작용이 심했던 시술을 빼버렸다. 리벨과 오메가 분대원들은 다른 강화병들보다 더 강했다.
‘결국 시간이 지나고, 반란을 일으킨 녀석들 중에 살아남은 것은 나를 비롯해 4명. 우습게도 팀 하나를 만들기에 적합한 인원이었어.’
반란의 여파는 아주 컸다. 사령관을 비롯해 상부가 책임을 지고 모조리 옷을 벗었다. 만장일치로 뽑힌 것은 2대 사령관은 유르겐 텔러, 정신감응 사이커였다. 사이커를 위한 사이커 무력집단이 만들어질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많았다.
아크 프로젝트는 골자만을 남기고 모든 부분에서 바뀌었다. 기존의 실패를 바탕으로 육성방식이 변화했다. 소수의 우수한 후보를 뽑아서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후보를 뽑아서 소수를 남기는 식으로 변했다. 후보가 많아진 만큼 당연히 초창기보다 몇 배나 많은 예산이 필요했다. 인류의 사활을 건 프로젝트지만 참여국들의 지원금은 인색하기 짝이 없었다. 많은 갈등과 충돌 속에서도 아크 프로젝트는 조금씩 나아갔다.
‘알렉산더 참모장은 내게 충실한 개가 된다면 전쟁 이후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했지만… 그거야 말로 개소리지. 날 사회에 그냥 풀어둘 리가 있나.’
리벨은 알고 있었다. 전쟁이 끝나면 자신은 죽는다. 운이 좋아도 평생 감금생활이다.
‘나는 내 손으로 모든 걸 쟁취했다. 이겨내고 잡아내서 놓치지 않았어.’
세상과 싸워 승리했다. 리벨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지금 시타델의 주인은 리벨 아키마다.
‘그 때의 나는 지금보다도 더 어렸다. 세상을 보는 눈이 작았지.’
당시의 리벨 아키마는 자신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단순히 감정이 앞서서 무모한 반란을 일으킨 것에 불과해.’
반란은 영리한 선택이 아니었다. 만약 아크를 탈출하는데 성공했어도 결국 잡혔을 터다.
‘동지들이 합류를 거부했다고 죽인다는 바보 같은 판단도… 당시 나는 끔찍하게 멍청했군.’
살인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진 않았다. 단지 그게 가장 효율적인 판단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을 뿐이다.
“일말의 양심이라고 생각하면 좋겠군.”
리벨 아키마는 막대한 자원을 빼돌려서 사일런스를 보관했다. 냉동수면은 아직 보급된 기술이 아니다. 냉동수면의 실시와 유지에 들어가는 지출은 매우 컸다. 전성기의 아크조차 오라클과 같이 귀한 능력자를 위해서만 냉동수면을 사용했을 뿐이었다. 사이킥 피폭으로 죽어가는 시한부 인생이 하나둘이었을 리가 없다.
리벨 아키마는 사일런스의 맨얼굴 사진을 바라봤다. 완전한 어른이 되어 많이 변했지만 그는 알아보았다.
“레베카.”
리벨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안색이 새파랗고, 점점 말을 하는 게 힘들었다. 그는 자신의 흉부를 바라봤다. 피가 철철 흘러넘쳤다. 비상호출을 했는데도 아직까지 의료진이 오지 않았다. 아마도 중간에 방해공작이 있는 것 같다. 꽤나 제대로 준비한 암습이었다.
리벨은 5분 전에 크누트의 창에 가슴을 찔렸다. 치명상이었다. 덕분에 가사상태에 빠졌다가 간신히 의식을 되찾았다.
‘두 개의 심장.’
오메가 분대원은 모두 초창기 강화신체 시술을 받았다. 그들은 심장이 파괴되고도 보조심장을 통해서 짧은 시간동안 활동이 가능하다. 죽더라도 드래곤을 죽이고 죽으라는 의미였다. 이제는 시술 위험에 비해 효용성이 떨어져서 폐기된 수술이다.
서서히 생명활동이 멈춘다. 천천히 찾아오는 죽음을 느꼈다.
‘침대에서 곱게 죽을 거라곤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이건 예상보다 더 끔찍하군.’
리벨은 웃었다. 가슴이 떨려와 아팠다. 핏물이 목구멍을 타고 넘쳐흘렀다. 그는 창가 너머로 시타델의 풍경을 바라봤다.
‘나의 것. 내가 쌓아올린 것. 나의 삶.’
리벨 아키마는 죽었다. 그는 남을 이해하지도 못했으며, 이해받지도 못했다. 역설적으로 친구라는 의미에 가장 근접한 사람은 다름 아닌 이한이었다. 두 사람이 가진 차이는 아주 작을 지도 모른다. 그 작은 차이가 사람에겐 중요했다.
-외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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