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60
159화
“컥!”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초코의 앞발에 맞은 잭이 들고 있던 검을 놓쳤다.
이어서 초코가 앞발로 그를 짓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그의 시도는 초코에 의해 쉽게 저지당했다.
“허?”
초코의 발을 본 딘은 큰 눈을 껌뻑이며, 허파에 바람 빠진 소리를 냈다.
강신의 능력이라는 걸 파악한 잭은 깜짝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다들 놀라지 마세요. 제 반려동물입니다.”
강신이 태연하게 초코를 소개하자, 딘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저런 생물을 반려동물로 데리고 다닌다니…. 정보꾼은 우리가 모르는 정보를 많이 알고 있나 보네요. 그래도 덕분에 잭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군요.”
죽음도 키퍼에게는 이곳을 벗어나는 방법이었다.
그 사실을 알았기에, 강신은 잭을 막을 수 있었다.
딘은 제압당한 잭에게 다가가 혀를 깨물지 못하도록 입안에 천을 쑤셔 넣었다.
“너도 운이 안 좋았네. 하필이면 저런 사람을 노려서 이 꼴을 당하다니.”
“읍읍….”
딘에 의해 잭이 포박당하자, 강신은 키퍼들의 구경거리가 된 초코를 다시 그림자로 불러들였다.
비밀 로지의 대장인 잭이 너무나 쉽게 잡혔다.
결국, 나머지 비밀 로지 단원들도 제대로 된 반항조차 못하고, 모두 키퍼들 손에 제압됐다.
“후….”
강신은 얼추 상황이 정리되는 걸 보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폭탄이 터져 엉망이 된 바깥을 바라봤다.
성신 그룹의 현장 요원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폭탄이 터진 현장에는 경찰, 구급대원뿐만 아니라 몸이 멀쩡한 사람들까지 건물 잔해에서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땀을 흘리며 애쓰고 있었다.
치열한 전투로 체력을 소진한 강신이 벽을 등지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손에 묻은 적들의 피 때문에 썩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난 일을 후회하지 않았다.
어느새 울프 팀 인원들도 강신의 주위로 모였다.
그들은 하나 같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강신은 일행들이 무엇을 묻고 싶어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쉽게 입을 열 수 없었다.
결국 궁금한 걸 참지 못하는 김대리가 강신에게 물었다.
“강선임님, 키퍼가 도대체 뭡니까?”
“……키퍼에 대해 제가 말하는 것보다 회사에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참조하는 편이 나으실 겁니다.”
키퍼가 있는 곳에서 그들에 관해서 설명하는 건, 그다지 좋은 행동은 아니었기에 강신은 말을 아꼈다.
김대리는 키퍼가 무엇인지 궁금하긴 했지만, 강신이 굳이 이곳에서 말해주지 않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김대리는 다음으로 궁금했던 걸 물었다.
“…그렇다면 다른 걸 물어보겠습니다. 저 사람들이 나타날 거란걸 어떻게 아신 겁니까?”
딘이 에드윈을 제압했을 때, 강신은 이미 상황이 이렇게 되리란 걸 아는 것처럼 행동했다.
“여러분은 모르시는 게 당연한 겁니다.”
강신의 대답에 일행들은 더 영문을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저쪽에서 미리 강선임님에게만 따로 계획을 알려주신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그러니까…. 작전 중간에 조금 이상한 게 있어서요….”
강신은 천천히 자신이 겪은 것들을 일행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강신도 키퍼들의 계획을 알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강신이 그들의 계획을 눈치챈 건 딘이 에드윈을 베어낸 순간, 딘이 했던 말 때문이었다.
‘딘이 자신은 끝까지 에드윈을 믿었다고 했었지.’
그 말을 곱씹어보면 다른 사람들은 에드윈이 변질자였다는 걸 알고 있었거나, 의심하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생각해보면 그전부터 이상한 점들은 꽤 있었다.
가장 먼저 이상하다고 느꼈던 건 이경석 의원의 행동이었다.
이번 작전을 세우는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먼저 도움을 요청했던 이경석은 그리 열정적이지 않았다.
‘성신 그룹의 의견을 대부분 수렴은 해주었지만, 우리가 무엇을 하든 딱히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키퍼들이 아무리 바쁘다 한들 외부인이 위험한 일을 맡아준다는데, 고작 호위로 두 명의 키퍼를 붙여준 것도 이상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애초에 이 의원님이 저에게 부탁했던 건 ‘미끼’역 하나였죠. 그 외에는 자기들이 알아서 한다고 했고요. 그 말은 빈말이 아니었어요.”
미끼 역할인 강신과 그에게 붙은 적은 수의 키퍼.
전시관에서 딘이 했던 의미심장한 말.
그리고 에드윈이 배신자라는 걸 알고 있던 것 같은 딘의 행동.
모든 퍼즐의 조각들은 하나의 답을 보여주었다.
키퍼들은 변절자들을 잡기위한 작전을 따로 짜고 있었던 것이었다.
* * *
제압당한 잭은 키퍼들의 손에 이끌려 창고로 쓰이는 방에 감금됐다.
그는 마음대로 죽지도 못하고 산 채로 붙잡힌 자신의 꼴을 보며, 비참함을 느끼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꼬인 거지.’
키퍼는 환생자들의 집합이지만, 모두 같은 시간을 살아온 건 아니었다.
고대부터 환생을 거듭해온 키퍼도 있었지만, 전생의 횟수가 적은 사람도 있었다.
그중에서 잭은 후자였다.
잭의 첫 번째 삶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상인이었다.
천수를 누리고 사망한 그는 두 번째 삶에서 자신이 전생을 기억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전생의 기억들을 토대로 빠르게 자신만의 사업을 키워갔다.
그를 눈여겨보던 프리메이슨의 키퍼들이 잭에게 접촉해 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역시 키퍼가 됐다.
잭은 자신이 선택받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프리메이슨에 가입하고, 다른 키퍼들을 보며 자신만이 특별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딱히 텃세는 없었지만, 많은 전생을 반복한 올드 키퍼들을 보며 열등감이 생겼다.
몇 번의 생이 더 흘렀을까.
죽음이 무뎌질 무렵, 잭은 비밀 로지를 만들었다.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권력자들의 아이들을 끌어들였다.
그들을 통해 권력자의 도움을 받았고, 정말 재능있는 이들은 직접 데려와 손수 가르쳤다.
잭은 비밀 로지의 사람들에게 세계를 주무르고 컨트롤하겠다는 허황된 이상을 외쳤다.
그러나 사실 잭이 비밀 로지를 만든 목적은 자신이 다른 키퍼들보다 특별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함이었다.
다른 키퍼들을 보며 느꼈던 열등감과 반복되는 환생으로 인해 잭은 비틀린 사고를 하게 된 것이다.
처음 이경석이 강신의 정보를 파악했을 때, 잭 또한 강신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됐다.
잭은 강신이 자신을 더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손에 넣고 싶었어. 저 특별함을….’
그는 꼭 강신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강신은 이미 성신 그룹의 소속이었고, 한국에서 삼엄한 경호를 받고 있었다.
잭의 입장에서 한국은 누군갈 납치하기 어려운 나라였다.
화기 반입이 어려운 건 물론이고, 외국인이 뭉쳐서 돌아다니면 눈에 띄었다.
잭은 한국에 가더라도 강신을 데리고 올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한가지 꾀를 냈다.
‘한국으로 가서 데리고 오기 힘들다면, 저쪽에서 이곳으로 오게 만들면 되지 않나?’
자신이 포섭한 또 다른 키퍼인 에드윈에게 있지도 않은 강신의 납치 계획을 키퍼들에게 흘려달라고 말했다.
에드윈은 자신이 맡은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잭은 키퍼들이 모이는 회의에서 함정을 파 변질자 키퍼를 잡자며 사람들을 선동했다.
그렇게 잭의 계획대로 강신이 미끼로서 런던 집회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잭의 주도하에 작전이 진행됐고, 키퍼들의 인원 배분도 그가 정했다.
이대로라면 다른 키퍼들의 눈을 속이고, 정보꾼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딘….’
최강의 키퍼라고 불리는 딘이 강신을 경호하는 역할에 지원한 것이었다.
그는 키퍼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오랜 환생을 이어가고 있는 자였다.
잭은 딘을 견제하기 위해 에드윈에게도 강신의 경호를 맡겼다.
거기까지는 모두 잭이 생각해둔 계획 안에 있었다.
‘완벽했는데. 분명 틀어진 곳이 없었어. 도대체 계획이 어디서부터 어그러진 건지 모르겠군.’
퍽!
생각에 너무 깊게 빠져있었던 것일까.
잭은 자신을 부르는 키퍼의 소리를 듣지 못했고, 키퍼가 그를 발로 차버렸다.
“잭, 이제 다 끝났어.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도망칠 수 없을거야.”
키퍼는 잭이 아직 도망갈 기회를 엿보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넘어진 잭의 입에 억지로 넣은 천대신 재갈을 물리고, 정신병원에서 입는 억압복을 입혔다.
잭은 어디론가 끌려가는 와중에도 뭐가 문제였는지,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 * *
사실 완벽하다고 여겼던 그의 계획을 이미 키퍼들은 눈치채고 있었다.
환생을 거듭한 키퍼들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대였다.
키퍼들은 에드윈이 비밀 로지의 정보를 가지고 왔을 때부터 이미 에드윈이 변절자가 아닐까 의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잭의 존재까지는 파악하지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를 잡기 위해 이중으로 함정을 만든 것이었다.
에드윈이 정보를 가지고 온 이후, 올드 키퍼들을 중심으로 회의가 열렸다.
의심스러운 에드윈 외에 혹시 있을지 모를 변절자 키퍼를 잡기 위한 계획이 세워졌다.
그런데 작전 당일 키퍼들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으니, 바로 도심 속에서 터진 폭탄이었다.
키퍼들은 사람들을 구조할지, 비밀 통로로 들어오는 적들을 정리할지 고민했다.
그사이 강신이 현장 요원들에게 인명 구조를 맡겼고, 키퍼들은 안도하며 원래 계획대로 봉쇄 작전을 펼쳤다.
생각보다 많은 수의 비밀 로지 단원들이 프리메이슨 홀의 비밀 통로로 몰려왔다.
하지만 키퍼들에게는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그들을 모조리 제압하고, 키퍼들은 바로 강신과 대치중인 잭에게 향했다.
그런데 이동하는 중에 전시관에 설치된 폭탄을 발견한 것이다.
폭탄이 터지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랐기에 키퍼들은 시간을 들여 폭탄을 해제했다.
그렇게 키퍼들은 강신 일행과 잭의 수하들이 대치하고 있던 현장에 뒤늦게 도착한 것이었다.
* * *
강신의 설명이 끝나자, 김대리가 머리를 긁적이며 허탈한 듯이 말했다.
“그럼 이번에 저희는 들러리였던 거네요. 한 달 동안 그렇게 고생하면서 작전을 세웠는데….”
“그건 아니네. 우리가 모든 계획을 짰다고 해도 자네들이 아니었다면 이번 작전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지.”
김대리의 푸념에 대꾸한 건 울프 팀 인원이 아니었다.
“자네들이 한 달 동안 계획했던 모든 것들이 잭에게 흘러 들어갔기 때문에 잭의 방심을 유도할 수 있었지.”
런던에서 듣기 힘든 유창한 한국말을 쓴 사람은 바로 이경석이었다.
그는 딘과 함께 강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 의원님?”
강신이 알기로 이경석은 오늘 국회에서 일이 있어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들었다.
“어떻게 이곳에?”
“이번 작전을 계획한 게 나니까, 당연히 이곳에 있어야지.”
강신이 런던에 도착했을 때, 이경석은 이미 이곳에 있었다.
그가 작전을 직접 지휘했으며, 강신과 성신 그룹 요원들의 움직임도 모두 확인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