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68
167화
텅!
요원들을 가이드해주던 공낙원이 강신의 말을 듣고, 손에 들고있던 양동이를 놓쳐버렸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인지…. 하하….”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국정원 요원들과는 달리 그는 자신의 표정과 행동을 감추는 게 능숙하게 하지 못했다.
“뭐, 국정원 분들이 저희에게 이쪽 구역을 맡기고 따로 할 일이 있다고 한 것부터 조금 이상하긴 했죠. 그러다가 관리인님의 가이드를 받아보니, 확신이 생겼을 뿐입니다.”
“어….”
강신이 확신한 계기가 자신의 가이드라는 사실을 듣고, 공낙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광신도들이 원하는 건 어디까지나 생명과 관련된 U.M.A, 혹은 물건들이었다.
하지만 공낙원의 가이드를 받으며 구경한 이곳에는 광신도가 노릴만한 U.M.A가 보이지 않았다.
이 수족관에 있는 U.M.A나 심해어들을 암시장에 판다면 꽤 큰 돈을 벌 수는 있겠지만, 상대는 광신도들이었다.
그들에게 돈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물론 지난번 HG 사태처럼 누군가가 이곳을 털어달라고 의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광신도들을 고용할 정도의 단체라면, 정부에 연락해 이곳에 있는 U.M.A를 정식으로 구입하는 편이 나았다.
‘관리인이 동요하는 모습이 확인사살이었지만, 굳이 말할 필요까지는 없겠지.’
안색이 안 좋은 그를 더 놀라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강신은 뒷말은 삼켰다.
짝, 짝, 짝.
갑자기 강신과 일행들이 있는 수족관 구역 복도 끝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고,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하…. 요즘 성신에 ‘정보꾼’이라는 사람이 유능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그냥 도는 소문은 아니었나 보군요.”
강신에 대해 들어 본 적 있다고 이야기를 하며, 다가온 사람은 국정원의 4차장인 최철수였다.
그런 최철수를 본 공낙원은 심하게 눈을 떨었다.
“차, 차장님 저는 가이드만 했습니다. 정말로….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그는 억울함을 호소했고, 최철수는 괜찮다는 듯이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휴, 그럼요. 제가 관리인님을 믿지 않으면 누굴 믿겠습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최철수는 공낙원의 행동이 강신에게 확신을 줬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딱히 책임을 묻지 않았다.
“흠…. 중요한 비밀을 들켰으니, 사실대로 말하는 편이 서로에게도 좋겠군요. 그러니까…. 강신 씨였나요? 공낙원 관리인님 말이 맞습니다.”
최철수는 아직 소개하지 않았는데도 강신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의외로 시원하게 강신의 말을 인정했다.
“자세한 얘기는 광신도들이 노리는 것으로 추측되는 U.M.A가 있는 곳에서 하죠. 따라오시겠습니까?”
그렇게 최철수는 강신과 성신 그룹 요원들을 데리고 일행들이 비밀 시설로 내려올 때 이용한 승강기로 이동했다.
최철수는 승강기 대신 댐 아래쪽을 보여주는 통유리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통유리를 일정 패턴으로 툭툭 건들기 시작했다.
“?”
강신뿐만 아니라 모든 성신 요원들이 그가 하는 행동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사람들의 의아한 시선이 놀라움으로 바뀌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철컥, 철컥!
위잉~
물속을 비추고 있는 통유리가 좌우로 갈라지며, 새로운 통로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허…. 이건 저도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네요.”
최철수는 뿌듯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하, 그건 다행이군요. 정부 소속도 아닌 분이 이곳에 대해서까지 알고 계셨다면, 국가 기밀이 새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해야 할 상황이니까요.”
최철수가 앞장서서 통로로 들어갔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만한 좁은 통로를 지나 도착한 곳은 이때까지 봤던 시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한 공간이었다.
“아마 적들이 노리고 있는 곳은 여길 겁니다.”
이전 시설들이 콘크리트와 유리, 철판 같은 인공적인 건축물로 만들어진 시설이었다면, 최철수가 안내한 곳은 정반대의 분위기였다.
중앙에는 거대한 연못이 있었으며, 연못의 외각은 크기가 들쑥날쑥한 돌들이 놓여 있었다.
바닥은 흙으로 덮여 있었지만, 평탄화가 잘 되어 있었다.
연못 주변에는 어떻게 심었는지 모르겠지만, 크기가 작은 노송나무가 몇 그루 심겨 있었다.
그리고 온도가 높은 건지, 내부가 굉장히 더웠다.
그냥 더운 게 아니었다.
수족관이 사람들이 활동하기 좋은 최적의 온도를 제공했다면, 이곳은 냉난방 시설을 전혀 쓰지 않는 듯했다.
바깥 온도를 그대로 가지고 온 것처럼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날 정도로 더웠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이 공간을 지키고 있는 다른 국정원 요원들이 불쌍해 보일 정도였다.
강신은 이들이 지키고 있는 게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연못으로 다가갔다.
꽤 넓은 연못에 어떤 U.M.A가 살고 있는지 찾기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강신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연못 내부에 황금빛을 발산하며 자신의 모습을 과시하는 존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황금 잉어? 아니, 잠깐 이게 어떻게….”
강신은 이곳에 있는 U.M.A를 확인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아미를 찌푸렸다.
그런 강신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최철수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강신의 눈앞에 있는 U.M.A는 관리하기 어렵기로 소문난 U.M.A였다.
그런 U.M.A를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생태계를 조성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러나 그보다 강신을 더 놀라게 한 건, 연못에서 헤엄치고 있는 U.M.A의 숫자였다.
“설마…. 양식에 성공한 겁니까?”
그게 아니라면 저렇게 많은 개체가 있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에 있는 모든 개체를 가져와도 이것에 반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거참…. 어떻게 그리 U.M.A에 대해서 잘 아시는지 모르겠군요. 뭐…. 눈치채신 것 같으니까 솔직히 말씀드리죠. 맞습니다. 저희는 이 U.M.A의 양식에 성공했죠.”
“허….”
평소 잘 놀라지 않은 강신도 이번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강신이 아무리 많은 U.M.A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인위적으로 개체 수를 늘릴 방법은 알지 못했다.
“저…. 대화 중에 끼어들어서 미안한데, 저희도 좀 알아듣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둘의 대화에 끼어들지 못한 이순자가 설명을 요구하고 나서야, 강신은 뒤쪽에서 멀뚱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일행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흔치 않은 일이라 조금 흥분했네요. 저 연못에 있는 U.M.A는 재물을 가져다주는 황금 잉어라고 불리는 개체입니다.”
재물을 가져다주는 황금 잉어.
이 U.M.A의 가장 큰 특징은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잉어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황금이라는 것이었다.
금은 예로부터 귀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물건이었고, 그런 금으로 된 생물을 인간들은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
누구든 이 U.M.A를 봤다면 욕심에 눈이 돌아가는 건 당연했다.
데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주인에게 재물을 가져다주는 개체였다.
하지만 인간들이 그걸 알 리 없었다.
심지어 이 U.M.A가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건 굉장히 까다로운 일이었다.
인간에게 잡힌 재물을 가져다주는 황금 잉어들은 오래 살지 못했고, 사체마저 인간들의 과시를 위해 박제됐다.
실제로 살아있는 황금 잉어를 보지 못한 사람들은 U.M.A의 박제를 보고, 황금 잉어 조각을 만들면 재물복이 들어온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내려온 게 현재 나무로 조각한 황금 잉어 조각들이지.’
이 U.M.A는 강신이 앞서 말한 것처럼 환경에 민감했는데, 황금잉어는 당연히 1급 청정수에서만 살았다.
깨끗한 물이 고여있지 않고 항상 흘러야 했으며, 사계절이 뚜렷하게 느껴져야 했다.
그리고 재물을 가져다주는 황금 잉어의 서식지 근처에는 반드시 노송나무가 존재해야 했다.
살아있는 노송나무에서 가끔 떨어지는 잎을 먹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아 폐사했다.
“뭐, 개복치만큼이나 까다로운 존재라는 건 알겠는데, 결국 광신도들이 이 녀석을 노릴 이유는 없지 않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U.M.A의 설명을 들은 이순자가 반론하자, 강신이 연못 중앙에 금색으로 반짝이는 작은 구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빛나는 구슬들 보이시나요?”
“네, 잘 보이네요.”
“저건 U.M.A가 산란한 알들입니다. 재물을 가져다주는 황금 잉어의 알은 어지간한 자양강장제들보다 효과가 좋죠. 그리고 먹을수록 그 효과가 더 증가합니다.”
“…효과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 증가한다고요?”
“네.”
“그럼, 광신도들은 U.M.A가 아니라 저 알들을 노리고 있다는 소리군요.”
“글쎄요. 그럴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음….”
강신이 이순자에게 확답하지 못했는데, 최철수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황금 잉어의 알이 가진 효능이라…. 그건 저희도 몰랐던 사실이군요. 아무래도 이곳으로 모셔오기를 잘한 것 같네요.”
최철수는 바로 주요 보호 대상에 황금 잉어의 알도 추가했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보다 궁금증은 많이 풀리셨나요? 진실을 알아도 바뀌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 안은 저희가 지킬 거고 바깥 시설은 성신이 맡게 될 테니까요.”
최철수의 말대로 달라지는 건 없었다.
지금 강신과 일행들이 해야 할 일은 이 시설을 습격할지도 모르는 광신도를 막는 일이었다.
모든 궁금증이 풀린 강신과 일행들은 다시 아쿠아리움처럼 꾸며진 시설로 돌아왔다.
그곳에서 강신은 이순자와 김대리를 불러 작전 회의를 시작했다.
“적들이 황금 잉어의 위치를 알고 있을까요?”
“이곳을 노린다는 것 자체가 황금 잉어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뜻이겠죠.”
“그렇겠네요.”
“우선 저희가 가지고 온 장비들을 이곳에 설치하죠.”
“좋아요.”
강신은 성신에서 챙겨온 작은 원통형 장치들을 지하 시설 곳곳에 설치했다.
“작동은 네시스에게 맡길게.”
-걱정하지 마.
모든 준비가 끝나고 성신 요원들은 시간에 맞춰 순찰을 시작했다.
그리고 외부에서는 화를 돋우는 기생 벌레를 방제하기 위해 21사단 수색대대 인원들이 평화의 댐 근처에 방충 약을 뿌려대고 있었다.
* * *
“후후…. 저렇게 많이 모여봐야 소용없다는 걸 왜 모를까.”
“…….”
평화의 댐이 한눈에 들어오는 높은 산의 절벽.
그곳에는 이국적으로 생긴 두 명의 소녀가 있었다.
소녀 중 하나가 댐 근처에 바글바글 모여있는 요원들을 보며 조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두 소녀의 모습은 마치 빼다 박은 듯 똑같이 생겼고, 누가 봐도 쌍둥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메나…. 언제 시작해?”
“걱정 마. 로나, 이제 시작할 거야. 날려 보낼 준비 됐지?”
“응….”
메나라고 불린 소녀는 로나에게 미소를 지으며, 품속에서 유리병을 꺼내 건네주었다.
유리병 안에는 하얀 가루가 가득 들어있었다.
“자. 시작하자.”
“좋아….”
로나는 그 말과 함께 병 속에 있는 가루들을 손으로 집어 공중에 뿌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녀의 뒤에는 비워진 병들 수십 개가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