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167
166화
평화의 댐.
정치적인 이유를 제외하고, 순수히 장소만 놓고 본다면 자연경관이 좋은 곳이었다.
댐 자체도 웅장하게 지어졌지만, 주변의 공원과 댐 근처에 있는 시설 또한 굉장히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 평일에 평화의 댐을 찾는 사람은 많이 없었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것들을 빼면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평화의 댐이 아무리 잘 조성되어 있다고 해도, 단지 그것뿐 주변에는 산과 강이 전부였다.
심지어 더 좋은 경관을 가진 곳이 근처에 있었지만, 민통선(민간인 통제 구역) 내부로는 민간인이 들어갈 수 없었다.
평화의 댐은 주말이 아니고서야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많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평화의 댐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그들이 평화의 댐을 찾은 관광객이 아니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정장을 입고 있는 건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이 손에 들고 있는 물건들은 관광객과 어울리지 않는 물건들이었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평화의 댐에 검은 차량 몇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검은 차에서 가장 먼저 내린 건 바로 성신 그룹의 김대리였다.
“으그극…….”
차에서 내린 김대리가 오랜 시간 차를 타고 이동하느라 굳어있던 몸을 풀기 위해, 거하게 기지개를 켰다.
이후 검은 차들에서 이순자가 이끄는 3팀 인원들과 지원팀 인원, 그리고 강신과 장웨이가 내렸다.
먼저 이곳에 도착했던 이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뒤늦게 등장한 성신 그룹의 사람들에게 집중됐다.
“저긴 어디지?”
“어…. 성신 쪽 같은데?”
“하, 누구는 소집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부리나케 달려왔는데, 누구는 아주 느긋하게 등장하시는구만. 어디 중견 기업 소속은 서러워서 살겠나.”
“불만이 있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지금은 같은 팀이잖냐.”
“그래, 적이면 무섭지만 같은 팀이면 이보다 든든한 애들이 또 어디 있냐?”
“난 쟤들 덕분에 무사히 일만 끝나면 조금 늦은 것쯤은 얼마든지 용서할 수 있어.”
“나도.”
다른 기업 소속의 요원들이 성신 그룹을 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았다.
그래도 성신과 대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3팀 요원들은 타고 온 차량에서 각자 챙겨온 개인 장비들을 챙기고, 지원팀 요원들은 차에 실린 짐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때, 다른 기업 요원들 사이에서 한 무리가 나타났다.
평범한 사람들보다 체격이 좋았고, 멀리서도 압박감이 느껴질 정도의 기운을 흘리는 사내들이었다.
그들이 나타나자, 다른 기업의 요원들은 그 압박감에 주눅이 든 것처럼 조용히 길을 터 주었다.
“이 부장님, 조금 늦으셨군요.”
그들 중 가장 앞에 있던 사내가 사람 좋아 보이는 쾌활한 미소를 지으며, 이순자에게 다가왔다.
“아…. 최 차장님, 저희가 준비할 게 많아서 조금 늦었습니다.”
“하하하. 아이고, 농담입니다.”
최 차장이라고 불린 이는 아무도 웃지 않는 말을 농담이라고 말하며 분위기를 전환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3팀 요원들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험험…. 우선 저와 단둘이 이야기 좀 하실까요?”
“그러시죠.”
이순자가 최 차장과 함께 자리를 옮기자, 강신의 옆에 있던 김대리가 최 차장이라는 사람에 대해 설명했다.
“저분은 국정원 소속 4차장인 최철수라는 분입니다.”
“국정원 4차장이요?”
김대리의 말을 들은 강신은 의아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외부에 알려진 국정원의 차장은 총 3명이었다.
“국정원의 4차장은 U.M.A와 관련된 일을 해서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죠. 전원이 블랙 요원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같은 국정원 소속보다, 오히려 현장에서 부딪히는 저희가 더 잘 알고 있죠.”
강신은 최 차장과 함께 왔던 국정원 요원들을 살펴보았다.
“아, 참고로 4차장 쪽에는 척부장님 본가와 관련된 분들이 꽤 있으십니다.”
“척부장님 본가요?”
“네, 듣기로는 척가의 수련생들이라고는 하는데, 저도 자세히 아는 건 아니라서요.”
“척가의 수련생이라…. 어쩐지, 체구도 체구지만 아까 느낀 압박감이 왠지 익숙하다 했습니다.”
강신과 김대리가 대화하는 사이, 어느새 모든 짐을 내려놓은 지원팀 요원 한 명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강선임님, 요구하셨던 장비는 모두 내렸습니다.”
“아,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철수 하겠습니다.”
지원팀이 철수하고 3팀 요원들이 모든 장비를 착용했다.
지원팀이 내리고 간 장비 상자들을 2인 1개 조로 들어 절도 있게 나열했다.
평소와는 다른 그들의 모습에 강신은 3팀도 외부 요원들의 시선을 신경 쓰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르자, 최철수와 함께 자리를 비웠던 이순자가 돌아왔다.
“오래 기다리게 했네요. 우선 저쪽에서 준비해준 회의실로 이동하죠. 3팀 이동.”
“이동!!”
3팀 요원들은 이순자의 말을 복명복창하며, 잔뜩 기합이 들어간 모습으로 이동했다.
이순자가 일행들을 데리고 이동한 곳은 평화의 댐 박물관 내부에 있는 작은 극장이었다.
영상 상영을 위한 하얀 스크린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으며, 스크린이 있어야 하는 자리에는 비밀 지역까지 드러난 이곳의 거대한 세부 지도가 걸려 있었다.
“우선 국정원이 저희에게 부탁한 내용부터 설명하죠.”
이순자는 최철수가 그녀에게 이야기했던 정보를 일행들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밖에서 보셨겠지만, 현재 이곳에는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의 요원들도 있습니다. 협력하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사이가 좋지 않은 터라 국정원에서 각 기업별로 구역을 할당해 주었습니다.”
꼭 요원들 간의 불화가 아니더라도 다른 기업 요원들과 함께 움직이면 평소처럼 활동하기 힘들 수도 있었다.
서로 합을 맞춰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강신은 국정원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자, 그래서 본론입니다. 저희가 할당받은 구역은 이곳입니다.”
이순자가 찍은 위치를 본 김대리가 눈을 껌뻑였다.
그는 그녀가 위치를 잘못 찍었다고 생각해 되물었다.
“어, 이 부장님. 국정원에서 저희보고 이곳을 맡아 달라고 했다고요?”
그녀가 말한 장소는 이번 작전의 핵심부인 수생 U.M.A들의 수조가 있는 곳이었다.
“네, 확실히 국정원에서 우리에게 이곳을 맡아달라고 하더군요.”
이순자가 자신이 실수하지 않았다는 듯이 다시 한번 강조하자, 이번에는 강신이 질문했다.
“그럼, 국정원 요원들은 어디에 배치되는 겁니까?”
원래라면 국정원에서 맡아야 할 구역을 할당받았으니, 그들은 어디를 지키는 건지 궁금했다.
“국정원은 따로 할 일이 많아서 구역을 할당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우리의 예상대로 침입자가 나타나거나 사고가 터지면 능동적으로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구역으로 지원을 나갈 것이라고 하더군요.”
“지원나온 국정원 요원 수가 적습니까?”
강신이 옆자리에 있는 김대리에게 작은 목소리로 묻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적어도 성신 그룹 팀급 편제보다 수가 많은 거로 알고 있습니다만….”
“흠….”
조금 이상했지만 부당한 일을 당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성신의 전력을 높게 사서 중요한 역할을 맡겼다고 생각하면 크게 이상할 부분은 없었다.
“그럼, 설명 계속하겠습니다. 저희는 한 조에 3명씩, 5개 조를 편성해 할당받은 구역을 순찰할 예정입니다. 다른 기업과 쓰는 통신망이 달라 직접적인 통신은 불가능합니다.”
3팀 팀원들과 울프팀 일원들은 이순자의 설명에 집중했다.
“국정원 쪽에서 외부 상황은 중계해 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울프 팀은 자율적으로 움직이게 해 드리고 싶지만….”
성신이 혼자 맡은 일이었다면 자율권이 아니라, 작전의 지휘를 하는 사람은 강신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이들의 시선을 신경 쓰다 보니, 작전 지휘는커녕 자율권조차 줄 수가 없었다.
“괜찮습니다. 3팀과 함께 조를 편성해 주세요.”
강신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말하자, 이순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도는 이곳에서 바로 파기해야 하니, 이곳에서 모두 머릿속에 집어 넣어주시길 바랍니다.”
이순자는 모든 일행이 지도를 외울 시간을 충분히 주고 나서 거대한 지도를 바로 그 자리에서 수십 갈래로 찢었다.
그리고 요원 한 명에게 찢어진 지도를 주며 외부에서 불태워 파기하라는 명령까지 내렸다.
지도 파기를 명령받은 요원이 돌아오자, 이순자는 다시 일행들을 데리고 이동했다.
“바로 시설 내부로 들어가죠.”
강신 일행들은 이순자를 따라, 박물관에 숨겨진 승강기를 타고 평화의 댐 지하로 이동했다.
지하 시설에 도착한 강신이 눈앞의 시설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우와….”
임상무와 김대리가 어째서 이곳이 연구소가 아니라고 했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지하 시설의 한쪽 면은 댐 아래의 물속을 그대로 볼 수 있게 통유리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반대편은 아쿠아리움처럼 수족관이 조성되어있었다.
수족관 앞에는 그 속에 어떤 U.M.A가 있는지 알기 쉽게 사진과 간단한 설명이 쓰여있었다.
진짜 아쿠아리움의 시설보다는 조금 못 미치는 곳이었지만, 충분히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공간이었다.
수족관에는 수생 U.M.A가 생존할 수 있도록 그들만의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면적을 차치하고 있는 곳은 심해어가 사는 수족관이었다.
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기괴한 형태의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정부는 심해에 사는 물고기들을 U.M.A로 지정해 둔 건가….’
“이야, 이건 포획도 힘들었겠지만…. 관리가 더 힘들겠는데요.”
심해의 기압을 유지하려면 관리가 까다로울 것이 분명했다.
그때 일행들 앞에 한 사내가 나타났다.
“크으…. 제 고생을 제대로 알아주시는 분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는 강신의 말을 듣고 감동받은 듯이 말했다.
동물원 직원들이 입을 법한 회색 작업복과 모자를 쓰고 있었으며, 손에는 물이 찰랑거리는 양동이를 들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이곳을 관리하는 수자원 공사 직원, 공낙원입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시설 내부를 가이드해 드려도 될까요?”
공낙원은 요원들의 가이드를 자처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강신과 이순자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부터 이곳을 관리해오던 사람이 가이드를 해준다면 내부를 세세하게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낙원은 둘의 생각대로 시설 곳곳을 안내해주었고, 추가로 이곳에 사는 모든 생물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관광을 온 것처럼 시설 내부를 둘러봤는데, 강신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그런 강신을 보고 이순자가 다가갔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아무래도 광신도들은 여기를 노리는 게 아닌 것 같은데요.”
생각지도 못한 말에 이순자는 깜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