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19
218화
소년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억지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사실 강신의 상태는 좋지 못했다.
강신은 회사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높은 차단력을 가진 자신의 보호 장비를 믿어왔다.
하지만 너무 맹신한 탓일까.
그렇게 뛰어난 성능을 가진 장비도 이번만큼은 강신을 온전하게 보호해 주지는 못했다.
“쿨럭.”
강신이 짧은 기침과 함께 앞으로 쓰러졌다.
“아, 아저씨!”
소년은 강신을 보고 놀라서 소리쳤다.
강신은 등에서 느껴지는 고통으로 인해 소년에게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등을 파고든 서늘하고 차가운 감촉을 느낀 후, 불에 덴 것처럼 뜨거운 격통이 엄습해와 강신을 괴롭혔다.
‘큭…. 보호 장비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한 게 아니야. 오히려 보호 장비가 없었다면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거야.’
보호 장비와 설야의 가루로 강화된 몸이 아니었다면, 파편이 박히는 것으로 끝난 게 아니라 아예 관통했을지도 몰랐다.
왠지 모르겠지만 계속 목구멍에서 비릿한 맛이 느껴졌다.
강신은 소모형 보호 장비를 손으로 뜯어내, 바닥에 던져버렸다.
철퍽!
‘이번에는 운이 좋았어. 만약 파편의 일부가 몸이 아닌 머리로 날아왔다면 나도 무사하지 못했을 거야.’
다행히 강신이 아니라 체구가 작은 엠엠을 노린 공격이었고, 강신의 머리 위까지 파편이 날아오지 않았다.
강신은 당장이라도 등에 박혀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파편을 제거하고 싶었지만, 상황은 그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으아아악!!!”
몸 일부가 떨어져 나간 반란자들의 대장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질러댔다.
강신이 몸을 돌려 반란자들의 대장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의 몸속에서 통통 튀어 다니던 빛 알갱이는 어느새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몸이 원래대로 돌아간 건 아니었다.
아니, 이제 더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그의 몸을 이루었던 파편들은 여전히 공중에 무질서하게 뜬 상태로 수축과 팽창을 반복했다.
지금은 반란자들의 대장의 머리 부분만 원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갑자기 파편의 뾰족한 부분들이 모두 강신을 향했는데, 바보가 아니라면 곧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수 없었다.
그리고 이내,
“으아악!”
반란자들의 대장을 이루던 파편의 일부가 작은 폭발음과 함께 강신에게 날아왔다.
강신은 얼른 몸을 움직여 날아오는 파편들을 피했다.
그리고 얼타고 있는 소년을 두 손으로 번쩍 들어 담벼락 너머로 던져버렸다.
“아저……. 으악!!”
깜짝 놀란 소년이 비명을 지르며 파편의 범위 밖으로 날아갔다.
흙바닥을 구르는 것이 저 파편에 맞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소년을 던지느라, 등에 박혀 있는 파편이 강신의 살을 더 파고 들어갔다.
등에서 느껴지는 불로 지지는 듯한 화끈한 고통을 참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으윽…. 무리했어.’
상처가 벌어지는 게 느껴졌다.
강신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옆에 있는 엠엠에게 외쳤다.
“엠엠! 너는 네가 알아서…. 젠장!”
표정이 일그러진 엠엠을 확인한 강신이 말을 끝맺지 못했다.
움직이지 않는 엠엠의 하체를 본 강신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졌다.
파편 일부가 엠엠의 양다리에 꽂혀 있었기 때문이다.
U.M.A라서 강신처럼 피가 흐르진 않았지만, 엠엠은 고통스러워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으으…. 미안.”
다시 작은 폭발음과 함께 남은 파편들이 모두 날아왔다.
강신은 날아오는 파편과 엠엠의 사이에서 고민했다.
‘젠장, 엠엠이 위기감이 부족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잖아. 이건 내 판단 미스야.’
이미 몇 번이고 위급한 상황에서 방심하는 엠엠을 봐왔지만, 몸이 아주 날랜 개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설마 이런 상황에서 여유를 부리다 파편에 맞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직 설야의 날개 가루 효과가 남은 지금, 혼자 파편을 피하려고 한다면 아슬아슬하게 파편이 날아오는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면 움직이지 못하는 엠엠은 확실하게 죽을 거야.’
강신은 선택을 강요받았다.
최적의 행동을 하기 위해 빠르게 머리를 굴려봤지만, 지금 상황에서 아무런 방법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는 순간에도 파편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젠장, 어쩔 수 없나…….’
강신은 결국 혼자서 도망갈 생각을 접었다.
영웅이 되고 싶다거나, 남들과 다른 숭고한 정신을 가져서가 아니었다.
단지, 자신의 결정으로 인해 다른 이가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너, 나한테 빚진 거다. 만약 내가 잘못되면 뒷일은 부탁할게.”
“어, 어…?”
피가 섞인 침을 바닥에 뱉은 강신이 엠엠의 앞을 막아섰다.
엠엠은 자신을 버리리라 생각했던 강신을 보고 당황했지만, 다리를 다친 그는 제대로 몸을 가눌 수도 없었다.
파편은 어느새 지근거리까지 다가왔고, 강신의 머릿속에는 두 글자가 떠올랐다.
-죽음.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괜히 나섰나. 나라도 도망가야 했을까, 차라리 전투가 일어났을 때부터 엠엠과 소년을 대피시켰다면….’
더 좋은 방법들이 많이 있었지만, 이제와서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걸 강신은 잘 알고 있었다.
무서웠다.
죽음이 무섭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강신의 손이 벌벌 떨렸다.
아무런 방도도 없이 괜한 짓을 한 것 같기도 했다.
온갖 후회와 복잡한 생각을 해도 강신은 파편에 겁먹어 눈을 질끈 감진 않았다.
자신이 선택한 결과를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죽더라도 눈을 부릅뜨고 파편을 노려봤다.
그런데 온 정신을 파편에 집중하자, 갑자기 날아오는 파편의 속도가 점차 줄어들다가 이내 거의 멈춘 것처럼 보였다.
* * *
강신이 이미 한번 겪어봤던 현상이었다.
프리메이슨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유럽에 갔을 때, 무너진 건물에서 아이를 구했던 순간 겪었던 현상이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이미 훈련실에서 몇 번이고 그 현상을 재현하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동원해 봤다.
하지만 결국 재현하지 못했던 현상이었다.
어째서인지, 죽음을 앞둔 이 순간에 다시 발현되었다.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멈춘 것처럼 보여도 파편이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파편에 몸을 다쳐서일까.
지난번 건물을 빠져나올 때 비교적 편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마치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동작이 굼떴다.
그래도 강신은 파편을 막기 위해 억지로 몸을 움직였다.
엠엠을 파편이 날아오는 범위 밖으로 던지고, 자신도 몸을 피하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도 있었지만, 왠지 엠엠을 던지고 긴장이 풀리면 이 현상이 끝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신은 집중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다.
‘뾰족한 부분을 잘 피해서….’
강신은 날아오는 파편들의 옆면을 조심스럽게 건틀릿으로 쳐내기 시작했다.
땅!
‘우선 하나.’
느리게 움직이는 파편을 쳐내는 것은 현재 강신에게 매우 쉬운 일이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그 모습이 전혀 다르게 보였다.
갑자기 강신이 눈으로 쫓기도 힘들 정도로 빠르게 건틀릿을 휘두르며 파편을 막아냈다.
따 다다 다다당!
한동안 금속과 파편이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그리고….
더는 날아오는 파편이 없게 되었다.
담벼락 뒤에서 현장을 구경하고 있던 비추는 상들은 눈을 휘둥그레 뜰 수밖에 없었다.
강신과 엠엠을 노렸던 파편들이 모두 바닥에 꽂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간이란 생물은 원래 다 저렇게 강해?”
이곳에서 태어났지만, 반란자들의 대장에게 가담하지 않았던 비추는 상이 다른 비추는 상에게 물었다.
“그럴 리가…. 보통 인간은 저렇게 못 하지…. 아니, 저기 있는 게 인간은 맞는 건가?”
파편을 모두 쳐낸 강신은 다시 시간의 흐름이 정상으로 돌아왔음을 느꼈다.
길게 참았던 숨을 내뱉고, 손으로 무릎을 짚었다.
“후우…. 퉷!”
강신이 반란자들의 대장이 폭발했던 곳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이제 구역을 만들 때 사용한 매개체로 판단되는 거울 조각만이 남아있었다.
공중에 떠 있던 거울 조각은 소유자가 사라져서인지,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지다 그 빛을 잃었다.
이제는 정말 모든 위협이 끝났고, 강신의 긴장이 완전히 풀렸다.
그리고 그 순간 강신을 버티게 해주고 있던 날개 가루의 효과도 끝나 온몸에 무기력함이 몰려왔다.
그와 동시에 간신히 참고 있던 고통 역시 엄습했다.
아무 말도 못한 채, 강신은 그대로 눈을 뒤집고는 바닥에 쓰러졌다.
“어, 어? 뭐야, 너 왜 그래!”
깜짝 놀란 엠엠의 목소리가 강신의 귓가에 들려왔지만, 강신은 멀어지는 의식을 부여잡을 수 없었다.
* * *
수마에 빠진 강신은 꿈을 꾸었다.
평소에 꾸던 U.M.A에 대한 꿈이 아니었다.
꿈속에서 강신은 고등학생 시절, 취미로 글을 막 쓰기 시작했을 때로 돌아갔다.
꿈에서도 그는 자작 소설을 쓰고 있었다.
강신은 그 당시 자신이 썼던 소설이 사람들에게 보여줄 만한 소설이 아니라는 걸 알지 못했다.
친구들에게 자신이 쓴 소설을 보여주었고, 결국 조롱만 받아 상처가 남은 슬픈 추억이었다.
꿈속에서도 과거처럼 친구들의 비웃음과 조롱을 받으며 고통스러워했는데, 그런 강신에게 다가온 이가 있었다.
“안녕, 나도 네가 쓴 글을 볼 수 있을까?”
강신의 기억에 없던 인물이었다.
어째서인지, 눈앞에 있건만 얼굴도 체형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는 강신이 자신을 몰라봐도 신경 쓰지 않았다.
갑자기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멋대로 팔이 움직였고, 소설이 쓰여진 노트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꿈의 내용은 자신의 추억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꿈속에 등장한 인물은 한참이나 강신이 쓴 글을 읽었다.
웃기도 했고 어떤 때는 살짝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것이 정말로 자신이 쓴 글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다 읽은 인물은 강신에게 말했다.
“재밌다. 넌 잘하고 있어.”
유일하게 자신의 글을 재밌다고 해준 인물.
비록 꿈이었지만 강신은 왠지 모르게 그 한마디에 감정이 울컥했다.
단 한마디뿐이지만 왠지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이상하게도 자신의 글을 재밌다고 해준 인물이 그리운 느낌이 들었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런 강신의 모습을 본 그 사람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쉽네…. 네 소설을 더 읽고 싶지만 이젠 일어나야 할 시간이야.”
“뭐…?”
어째서 저 인물에게 그리움을 느끼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강신은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지만, 아무것도 묻지 못한 채 꿈에서 깨어나야 했다.
* * *
천천히 눈을 뜬 강신은 꿈속에서 있었던 내용을 기억하지 못했다.
눈가가 촉촉하다는 걸 알고 뭔가 슬픈 꿈을 꾸었다고만 생각했다.
강신은 아침 햇살처럼 밝은 빛에 눈살을 찌푸렸다.
흔들리는 시야가 바로잡힐 때쯤, 강신을 덮친 건 허리와 등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이었다.
“으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