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34
233화
강신은 부족한 정보를 채우기 위해 몇 번이고 하루를 되돌렸다.
그러던 어느 날, 강신은 평택 지부로 U.M.A를 옮기는 수송 작전을 취소시키고 수원 지부로 쳐들어올 광신도들을 대비하고 있었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그를 붙잡는 이가 있었다.
“형제님, 잠시만요.”
강신의 발걸음을 멈춘 이는 검은색 신부 복장을 입은 한 소년이었다.
“만복이?”
“아니, 제가 만복이가 아니라 미카엘이라고…. 큼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김만복은 자신의 이름을 정정하려다 헛기침을 하고는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짧은 기도문을 외웠다.
“내 입은 진리를 말하며 내 입술은 악을 미워하느니, 너는 악을 갚겠다 말하지 말고 주를 기다리라. 그가 너를 구원하시리라.”
-꺄악.
짧은 기도문 끝나자, 릴리스의 짧은 비명과 강신의 머릿속이 조금 맑아진 기분이었다.
그러자, 김만복이 강신에게 물었다.
“형제님, 요즘 악마와 함께 일을 하고 계십니까?”
구마사제인 김만복은 강신의 상태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도움을 받고 있기는 하지.”
구마사제의 목적은 악을 멸하는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닥치는 대로 모든 악마를 멸하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악에 의해 고통받는 어린양들을 위해 행동했다.
무엇보다 강신이 악마를 어떻게 상대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했던 김만복이었기에 악마와 계약을 맺은 증거인 검은 선을 보고도 애써 못 본 척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계약의 선이 너무 굵어졌어.’
그만큼 강신과 악마의 유대가 깊어졌다는 소리였다.
“이 이상은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악마는 인간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교활한데다 탐욕적이며 속임수를 잘 쓰는 족속입니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물론 강신도 악마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다.
대중 매체에 나오는 이미지로 인해 인간에게 친숙해졌다고 하나, 실제로는 끔찍한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악마는 계약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었으며, 지금 강신은 악마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릴리스는 계약을 어기지 않고 제대로 이행하고 있었다.
“잘 알지. 하지만 악마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모두를 구할 수 없어.”
만약 릴리스의 일을 대신해 줄 이가 있다면 그게 누구라도 도움을 받았겠지만, 시간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존재는 극히 적었다.
강신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릴리스에게 들은 정보들을 통해 자신이 지금까지 수없이 회귀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포기하게 된다면 그 모든 노력이 허투로 돌아갈 것이 분명했다.
김만복은 갑자기 강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피고는 눈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턱을 쓸며 혼자서 중얼거렸다.
“악마에게 의존하고 있긴 한데…. 유혹당한 건 아니고, 눈을 보면 탁하지 않은 게 이지도 멀쩡해 보이는데….”
그렇게 한참을 중얼거리던 김만복이 결국 한숨을 내쉬고는 강신의 생각을 물었다.
“에휴…. 제가 말려도 계속 악마에게 도움을 받으실 거죠?”
“그래, 적어도 이번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저만큼 악마를 잘 알고 있는 형제님이시니, 더는 말리지 않겠습니다. 분명 더러운 악마의 손을 빌려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으신 거겠죠.”
김만복은 설득을 포기하고 품속에서 10cm 크기의 작은 상아색 십자가를 꺼냈다.
오랜 세월의 풍파가 느껴지는 십자가는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었는데, 평범한 물건은 아닌 것 같았다.
“이거라도 빌려드려야겠네요. 큰 도움이 되시지 못하겠지만, 이 물건이 악마가 원하는 바를 한 번쯤은 뒤틀어 줄 겁니다.”
악마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지만, 강신은 김만복이 자신을 위해 건넨 물건을 아무런 거부 없이 받았다.
십자가를 품속에 넣는 모습을 본 김만복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품속에서 절대 떨어트리지 마십시오. 저는 이제 연구소에서 퇴거 명령을 받았으니….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연구소는 곧 전쟁터가 될 예정이라 강신은 비전투요원들을 모두 연구소에서 퇴거시켰고, 김만복도 그들 중 하나였다.
“고맙다. 네 말대로 할게.”
“무슨 일인인지는 모르겠지만 건투를 빕니다. 형제님.”
평소 연구소의 분위기와는 다르다는 걸 눈치챈 김만복이었다.
그는 강신에게 중2병스러운 말을 내뱉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김만복이 사라지는 모습을 본 강신이 결전을 치를 준비를 하는데, 릴리스가 짜증을 내며 돌아왔다.
-하여튼, 사제라는 것들은 예의가 없어! 날 갑자기 내쫓다니! 그래서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한 거야?
릴리스가 묻자, 강신은 적당히 김만복 사이에서 있었던 일을 둘러대고, 십자가에 대해서는 숨겼다.
“별것 없어. 너와 계속 계약을 이어갈 거냐고 물었을 뿐이야.”
-흥, 지는 나처럼 도와줄 수도 없으면서.
릴리스는 결국 강신이 자신을 택할 걸 알았고, 콧방귀를 뀌며 김만복을 비웃었다.
이후 강신은 프로네시스를 멈추게 만들 바이러스를 폐기했다.
그리고 주요 임원들은 안전을 위해 30층에 있는 큐브로 모이게 했으며 EMP에 대비했다.
비전투요원이 연구소를 모두 나가자, 경계태세는 최대치로 올라갔다.
모든 승강기의 작동을 중지시킨 상태에서 1층에서 10층까지 있는 모든 인력을 빼고, 여러 함정과 무인화 화기로 도배를 시켜 광신도의 숫자를 줄일 계획을 세웠다.
강신은 광신도의 세력을 최대한 줄이고 난 후, 그들을 상대로 10층에서 총력전을 펼칠 생각이었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끝낸 강신과 요원들이 10층에서 광신도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아직 광신도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10층에는 전운이 감돌았고 요원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아무리 적들이 약하다고 해도 4천이 넘는 수였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살인이라는 행위는 고스란히 요원들에게 정식적인 고통으로 다가왔다.
그렇다고 제압하기는 어려웠다.
보호 장비를 녹일 수 있는 존재의 등장으로 인해 한순간의 방심으로 자신의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구소 내부 침입자 등장.
프로네시스가 적들의 침입을 알려왔다.
그리고 상황실에서는 실시간으로 적들의 상황을 요원들에게 중계해 주었다.
-1A-15 부비트랩 작동. 침입자 3명 무력화.
-1C-14 침입자, 함정을 우회 중.
-1F-10 무인화 화기 원인 불명의 공격을 받고 침묵.
-1B-7 사제로 추정되는 인원 발견.
광신도들은 빠르게 함정을 정리하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조금 이상한 보고가 들려왔다.
-1A-14, 광신도 네임드 ‘프랭크’ 발견.
-1B-7, 추정된 사제는 ‘프랭크’로 판별.
-1D-7, ‘프랭크’로 보이는 인물 등장.
-1G-4 구역도….
각 구역에서 프랭크라고 추정되는 사내들이 대거 나타났다.
이는 강신의 정보에는 없었던 내용이었고, 그들의 존재는 위협으로 다가왔다.
“……릴리스 알고 있었어?”
총력전을 펼치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릴리스는 말했었다.
그럼 그때도 분명히 저렇게 많은 프랭크가 나타났을 터인데, 릴리스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글쎄에~ 나는 분명 똑같은 인물이 둘 이상 있었다고 이야기해 줬던 것 같은데~?
키득대며 현재 상황이 즐겁다는 듯이 말하는 릴리스의 목소리에 강신이 인상을 찌푸렸다.
“너…….”
강신이 막 릴리스에게 화를 내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다급한 통신이 날아왔다.
-침입자 1층 돌파!
-설치된 무인화 화기가 오작동을 일으키고 침묵!
침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광신도들은 빠르게 1층을 뚫어버렸다.
프로네시스는 침입자들이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1층을 돌파했는지, 분석했다.
-처음 진입 당시에는 1층 입구에 깔린 트랩에 당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자 그 위치를 알고 있는 것처럼 우회하기 시작했어. 심지어 다음 층으로 내려갈 최단 거리를 알고 있는 것 같아. 그리고 보고대로 침입자를 막아야 하는 무인화 화기도 오작동을 일으키고 있어.
“……우연은 아니겠지?”
-이런 우연이 어디 있겠어.
그제야 강신의 머릿속에서 빠져있던 한 조각의 정보가 맞춰졌다.
“해커인가….”
-그것도 그냥 해커가 아니야. 내가 침투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실력자야.
A.I인 프로네시스가 침투의 흔적을 찾지 못할 정도의 실력이라면 인간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선 능력이었다.
그리고 그런 능력은 ‘재능’으로 판단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했다.
“광신도들을 지휘하고 있는 백색 남성의 재능이 해킹이었구나.”
현재 가지고 있는 정보를 조합하면 어떻게 봐도 백색 정장 사내의 재능은 해킹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김만복의 걱정이 사실로 밝혀졌다.
“릴리스, 너 정보를 일부로 누락시켰구나.”
릴리스는 계약으로 강신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정보를 누락시킬 수는 있었다.
-후후. 맞아~ 일부러 말하지 않았지. 이제와서 네가 그걸 알아도 뭘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녀의 도발이 강신을 아프게 찔렀다.
릴리스가 없는 상황에서 하루를 되돌린다는 건 영원한 시간의 굴레 속에 갇히는 것과 같았다.
릴리스가 정보를 누락했다는 걸 알아도 결국 강신은 시간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네가 정보를 얼마나 빠르게 알아냈을 것 같아?
릴리스는 뜬금없이 강신에게 물었다.
“적어도 10번은 넘기지 않았을 테지….”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알 수 있는 문제였다.
자신이 이것을 알아내기 위해서 시간을 많이 돌렸을 리 없었다.
-정답이야. 정확히는 세 번째에서 너는 대부분의 정보를 수집했어.
“어째서….”
-후후…. 어째서라니, 너는 나를 굴욕적으로 굴복시켰잖아. 그 복수야. 직접 손을 대는 건 힘들지만, 주변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고 슬퍼하는 너의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고작 인간에게 사랑에 빠질 것 같단 말이지.
악마는 역시 교활했다.
강신은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았지만, 문득 릴리스의 말에서 작은 모순을 찾아냈다.
강신이 고통받기를 원했다면 굳이 많은 정보를 알려주면서 몇 가지 정보를 누락시킬 이유가 없었다.
적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계약은 이행하는 것이고, 그럴수록 강신이 더 고통받았을 게 분명했음에도 릴리스는 그러지 않았다.
“너…. 따로 노리는 게 있구나.”
-글쎄~
“진정한 목적이 뭐야?”
강신이 말을 돌리지 못하게 직설적으로 묻자, 릴리스는 결국 입을 다물었다.
-침입자 8층으로 진입합니다!
강신이 릴리스와 티격태격하는 사이, 광신도들이 어느새 8층에 도달했다.
“쯧….”
강신은 릴리스를 추궁하는 걸 멈추고 당장 눈앞에 나타날 적들에 대비했다.
-9층 진입, 10층 진입까지 약 10분 모두 준비하십시오.
상황실의 안내에 모든 요원이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보안 요원들은 광신도가 튀어나올 입구를 향해 총구를 조준했고, 현장 요원들은 각자 자신의 무기를 꽉 쥐었다.
-진입까지 5초, 4 3 2 1…. 진입!
“적들이 온다!”
현장 요원 중 한 명이 외치자, 입구에서 수많은 광신도가 쏟아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보안 요원들이 방아쇠를 당겼다.
타다다다다다당!
보안 요원들이 들고 있는 화기가 불을 내뿜었다.
그 소리를 시작으로 처절한 전투가 시작됐다.
* * *
대비를 하고 있었기에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강신의 생각은 빗나갔다.
수많은 프랭크의 등장은 결국 요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그를 제압하기 매우 힘들었는데, 프랭크에겐 어떤 무기도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몸에 닿는 모든 무기가 제대로 된 충격을 주기 전에 녹아 한 줌의 액체로 사라졌다.
큰 피해가 발생했지만, 결국 승리한 건 성신이었다.
10층은 타는 냄새와 함께 비릿한 피 냄새로 가득했고, 사체들이 산을 이룰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강신도 멀쩡할 수 없었다.
몇 번이나 위험한 상황이 있었고, 그의 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지친 모습의 강신은 현재 백색 정장을 입은 사내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