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48
247화
척준신이 폐교로 들어온 지, 20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처음 이상함을 느낀 건 복도를 이동할 때였다.
“튀어나온 턱에 발이 걸린 것처럼 넘어질 뻔했었지.”
대리석 바닥으로 이루어진 복도에서 걸릴 것이 없었기에 척준신은 바로 중심을 잡고, 자신의 발이 무엇에 걸렸는지 확인했다.
“그곳에는 작은 나무 조각이 튀어나와 있더군.”
대리석 바닥에서 나무가 튀어나온 건 누가 봐도 비정상적이었다.
심지어 사람 손가락 크기의 뾰족한 나무 조각이라면 더욱 그랬다.
만약 척준신이 보호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면, 저 나뭇조각이 척준신의 발바닥을 뚫고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가시라고 부를 두께가 아닌데….’
척준신이 잠시 고민에 빠져 있었지만, 안내원은 그런 척준신을 신경도 쓰지 않았다.
다른 관람객들을 바로 다음 장소로 안내했다.
안내서에는 가시가 박히면 관람을 중단해 달라고 적혀있었지만, 가시가 ‘박히지’ 않았다고 판단한 척준신은 그들을 쫓아 이동했다.
교실 뒷문으로 들어간 척준신은 충격을 받았다.
육체적 충격이 아닌, 정신적 충격이었다.
“그 교실에는 초록색 나무줄기로 만든 예술품이 있었네. 그리고 그 작품은 내가 지금까지 본 작품 중에서도 최고로 환상적이었지.”
“핳, 환상적인 작품이요? 어떤 모습이었는데요?”
백소은이 묻자, 척준신은 턱을 쓸며 말했다.
“글쎄…. 내가 무엇을 봤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군…. 단지 그곳에 있던 작품이 나무줄기로 만들어졌고, 계속 그곳에서 그 작품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을 뿐….”
척준신은 어떤 형태나 형식으로 만들어진 작품인지도 자세히 기억하지 못했다.
계속 그 자리에서 서서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을 벌리고 작품을 보던 척준신이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건 이 폐교가 어떤 장소인지 알고 있었던 덕분이었다.
“만약 그 장소로 순수하게 작품을 관람하러 갔다면 계속 그곳에 머물러 있었을지도 모르겠군.”
강신이 적은 글에 나온 장소이기도 했고, 이미 몇 명의 현장 요원들이 실종된 장소였다.
척준신은 가까스로 정신을 부여잡을 수 있었다.
그가 정신을 차리자, 이곳으로 사람들을 안내했던 안내인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작품의 감상이 끝나셨으면 후문으로 퇴장해 주시길 바랍니다.”
안내원은 그렇게 말하곤 다른 관람객과 함께 교실 앞문으로 나갔다.
순간, 척준신은 그들을 쫓아 앞문으로 이동하려다가 등골이 오싹한 느낌을 받아 멈춰섰다.
‘뭐지?’
그리고 곧 강신이 쓴 안내서의 내용을 떠올렸다.
-안내인의 ‘지시’에 따라서 그 장소를 벗어나라.
“왠지 모르게 그 문구가 정확히 기억나더군.”
안내원과 다른 관람객은 앞문으로 나갔지만, 안내원이 지시한 곳은 후문이었다.
척준신은 앞문으로 나가려다가 몸을 돌려 안내원의 지시대로 후문으로 나갔다.
교실 앞문 근처에서 안내원과 관람객이 척준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앞문으로 이동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알 수없지만, 그때 느낀 촉으로는 꽤 위험한 일이 생겼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
다른 관람객들은 앞문을 이용했음에도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그 지시를 관람객 중 한 명만 따르면 되는 건지, 아니면 자신이 잘못 생각했던 건지는 지금도 알 수 없었다.
척준신의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안내원이 관람객들과 척준신을 위층으로 안내했기 때문이다.
“다음 작품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이번에 안내원이 안내한 곳에는 평범한 작품들이 놓여 있었지만, 척준신은 긴장의 끈을 잡고 더욱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런 척준신의 행동과 별개로 이상한 현상은 또 일어났다.
따르르릉~
갑자기 들려온 시끄러운 벨 소리.
척준신은 전시회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무음으로 바꿔놓았다.
벨 소리는 척준신에게서 나는 게 아니었다.
그럼 어디에서 나는 것일까.
벨 소리의 주인은 척준신과 함께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는 다른 관람객들의 휴대 전화에서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그들은 갑자기 벨 소리가 울리자, 눈에 띄게 당황스러워했다.
“아…. 들어올 때, 분명 꺼놨는데. 죄송합니다. 중요한 전화라서…. ”
“잠깐!”
척준신이 차마 관람객을 말리기도 전에 관람객 중 하나가 휴대 전화에 표시된 이름을 확인하고는 홀로 전화를 받기 위해 교실에서 나가버렸다.
그에 질세라 나머지 한 명의 관람객도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는 뒤따라 나가버렸다.
“교실 밖으로 나가는 걸 말릴 수가 없었지.”
중요한 연락인지 관람객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자, 안내원의 표정이 처음으로 일그러졌다.
“신성한 전시회에서 전화라니…. 따끔하게 한 소리 해야겠군요.”
안내원이 인상을 찌푸리며 교실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척준신도 안내원을 따라 이동하려 했다.
하지만 안내원은 그런 척준신을 제지했다.
“바로 모시고 올 테니, 손님은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 주십시오.”
단호하게 말하는 안내원의 지시에 척준신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안내원과 다른 관람객이 교실에서 나간 지, 얼마나 되었을까.
호언장담했던 안내원의 말과는 다르게 그들은 척준신이 있던 교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안내원이 수상하진 않았습니까?”
안내원의 행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수상하기 그지없었다.
듣는 강신이 그렇게 느꼈다면 직접 보았던 척준신은 더 수상하게 느꼈을 게 분명했다.
그런데도 척준신은 안내원의 지시를 따랐다.
“그랬지, 자네 말대로 수상했어. 하지만 내가 관람을 목적으로 갔던 게 아니었잖나.”
“아….”
척준신이 폐교된 학교를 이용한 현대 예술 전시회에 참가한 이유는 세 가지였다.
해당 장소를 다룬 강신의 글을 검증하고 U.M.A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그리고 실종된 현장 요원들을 찾기 위함이었다.
“학교 지리를 봐두었으니, 위험을 감내해야 했지.”
척준신이 그간 위험을 피하면서 안내원의 안내를 따랐던 이유는 학교의 지리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일행을 놓치면 그 자리에서 대기하라는 안내서의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안내서를 따르지 않고 바로 움직였다.
작품들이 전시된 교실의 문을 열자, 환하게 밝았던 복도는 마치 어둠이 내려앉은 듯이 어두컴컴했다.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저녁 시간은 아니었네.”
척준신이 학교로 들어간 건 오후 3시쯤이었다.
아무리 외딴 장소에 지어진 학교라고 하지만 40분도 지나지 않아서 이렇게 어두워졌을 리 없었다.
“복도뿐만 아니라 창 너머 바깥도 마치 밤인 것처럼 어두웠어.”
척준신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곳을 조사하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나는 어두운 복도를 따라 작품들이 걸려있던 교실들을 역순으로 이동했네.”
이미 왔던 길이었기에 척준신은 어두워도 헤매지 않고 이동할 수 있었다.
복도가 어두운 것처럼 작품들이 있는 교실 또한 조명이 모두 꺼져있었다.
그리고….
“작품들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더군.”
폐교된 학교를 배경으로 한 만큼 이곳에 있는 작품들은 대부분 학교와 관련된 설치 미술이 많았다.
공부하는 학생을 표현하는 동상부터 책상을 쌓아서 만든 의미 모를 공간, 수학 공식으로 만들어진 학생 석상 등등….
모든 작품들이 움직였다.
기긱….
기기긱….
끼익….
그것도 부드럽게 움직이는 게 아니었고, 어딘가 불편한 것처럼 딱딱 끊어지는 움직임으로 사람들의 공포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건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은 척준신이었다.
바로 덤벼들거나 물러나지 않고, 움직이는 작품들을 관찰했다.
“내가 움직이는 작품들을 제압할 수 있나 없나 판단이 서질 않았네.”
척준신은 따로 무기를 챙기지 않았고,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었다.
그가 움직이는 작품들을 관찰하는 동안 작품들도 척준신을 발견했다.
몸을 기괴하게 틀더니 천천히 척준신을 향해 다가왔다.
터벅…. 터벅….
‘움직임은 빠르지 않아. 공격성도 그렇게 높은 것 같진 않은데…. 충분히 제압은 가능할 것 같군.’
움직이는 작품들을 제압해 회사로 가져갈 생각이었다.
척준신은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수학 공식으로 만들어진 학생 석상에게 주먹을 내뻗었다.
부웅!
척준신의 주먹이 빠른 속도로 바람을 갈랐다.
하지만 위력적인 주먹은 작품에 도달하지 못했다.
촤악!!
“큭!”
척준신이 주먹을 내지르다 말고 인상을 찌푸리며 빠르게 내질렀던 주먹을 수거했다.
그리고는 고통이 느껴지는 주먹을 확인했다.
척준신의 주먹을 보호하기 위해 소모형 보호 장비가 작동했지만, 마치 날카로운 물건에 난도질이 된 것처럼 찢어져 있었다.
그리고 손은 칼에 베인 것처럼 피가 흐르고 있었다.
소모형 보호 장비는 노출되어있는 부분을 보호하도록 설계되었다.
비록 소모형이지만 차단력이 절대 낮은 건 아니었다.
그런 장치가 찢어지고 자신의 손에 상처를 입혔으니, 척준신의 표정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건 눈앞에 움직이던 U.M.A의 반격이 아니었어.”
분명 자신의 주먹이 U.M.A에게 닿기 전에 통증이 느껴졌다.
척준신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그때 자네가 쓴 안내서가 떠오르더군.”
-절대 작가들의 작품을 손으로 만지지 말아 주십시오.
전시회에서는 작품을 손으로 만지지 않는 게 기본 예의였다.
그냥 넘기기 쉬운 문구였지만, 이곳은 평범한 전시회가 아니었다.
그 문구의 의미가 만약 자신의 손을 엉망으로 만드는 현상 때문이라면 자신이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척준신은 미련 없이 U.M.A를 제압, 포획하는 걸 포기했다.
물러날 때를 모르는 것만큼 위험한 건 없었으니까.
“작전상 도주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정보 수집을 게을리할 순 없었지.”
척준신은 움직이는 작품들과 마주치면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정보를 모으기 위해 모든 교실의 문을 열며 내부를 확인했다.
그럴 때마다, 내부에 있던 작품들이 척준신을 노리고 다가왔다.
작품들은 기괴하게 움직였지만, 느린 터라 척준신을 잡을 순 없었다.
하나, 둘.
교실을 열 때마다 교실 밖으로 나와 척준신을 쫓는 작품 수가 많아졌다.
척준신은 조금이라도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걸 눈에 담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알 수 있는 건 작품이 살아서 움직이게 되었다는 게 전부였다.
척준신이 그렇게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복도 중앙에서 사람의 인영이 보였다.
“많은 현장을 돌아다녔던 나도 그 순간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네.”
이야기를 이어가던 척준신은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등골이 오싹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