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49
248화
아무리 감정을 절제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해도 감정을 완전히 지울 방법은 없었다.
척준신이 복도 중앙에 있는 사람 크기의 생물이 천천히 척준신을 향해 몸을 틀었다.
“삐걱대던 다른 예술 작품들과 다르고 부드럽게 움직였지.”
그 생물은 천천히 척준신을 향해 걸어왔다.
“나보다 덩치가 크더군.”
척준신의 체격은 평범한 성인 남성의 두 배 정도 되는 큰 체구를 자랑했다.
그런 자신보다 체격이 크다니, 척준신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언제든 몸을 뺄 수 있도록 긴장한 상태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생물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한쪽 눈이 떨어져 덜렁거리고, 멀쩡한 눈은 붉은색으로 빛나는 두 발로 선 강아지 인형이었다.
“크기만 큰 인형이었다면 내가 그렇게 놀랄 일도 없었겠지만…. 문제는 그 인형의 입이었네.”
O모양으로 입을 벌리고 있는 인형의 입안에는 나선형으로 삐죽하게 날카로운 이빨들이 돋아나 있었다.
그리고 이빨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앞뒤로 움직이고 있었다.
척준신이 인형을 살펴보는데, 인형이 갑자기 그에게 달려들었다.
두두두두!
“꺄악!”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던 백소은이 척준신의 생생한 설명을 듣고는 비명을 질렀다.
“내가 딱 저런 기분이었지.”
척준신이 백소은의 반응을 보고 피식 웃고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괴랄하게 생긴 인형이 척준신에게 달려들자, 척준신은 깜짝 놀라면서도 본능적으로 안내서의 내용을 떠올렸다.
시선을 인형에게서 떼고는 몸을 최대한 벽면에 붙였다.
그러자 그를 공격하려고 했던 인형이 척준신을 인지 못하는 것처럼 앞을 지나쳐갔다.
안내서에서 본 내용을 떠올린 척준신은 최대한 벽에 붙어 이동했다.
인형은 척준신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복도를 거닐었다.
그렇게 척준신이 인형이 있던 공간을 빠져나와, 전시회를 들어오고 가장 먼저 보았던 교실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 내부에는….
“실종된 현장 요원들이 있더군.”
“사라진 요원들이 잡혀있던 곳을 찾으셨군요.”
녹색 칠판에서 튀어나온 녹색의 나무줄기가 정신을 잃은 현장 요원들을 박제라도 해둔 것처럼 고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본 척준신은 바로 그들을 돕지 않았다.
이럴수록 더 냉정히 생각해야 했으니까.
척준신이 그들을 어떻게 구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현장 요원들이 하나둘씩 정신을 차렸다.
“으…. 으…….”
“아….”
나무줄기에 몸이 얽혀있는 요원들은 괴로운지, 신음을 냈다.
그 모습을 본 척준신이 마음이 급해져 그들에게 손을 뻗으려던 찰나, 요원들도 척준신을 발견했다.
“척 차장님….”
“으, 도와주세요….”
“너무, 너무…. 아파요.”
그들의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들은 척준신은 뻗던 손을 다시 내렸다.
“어, 어째서…. 도와주시지 않는 건가요….”
“살려…. 주세요.”
척준신은 눈을 질끈 감고는 냉정하게 그 교실을 벗어났다.
“왜요? 왜 그 사람들을 안 구해주셨어요?”
척준신의 이야기를 듣던 백소은이 질문을 던졌다.
백소은이 알고 있는 척준신은 자신이 위험하더라도 동료를 버리는 짓은 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런 척준신이 동료들을 구출하지 않은데는 뭔가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현장 요원들의 모습을 하고 있는 무언가였으니까.”
백소은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현장 요원들과 함께 훈련을 받았던 강신이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이는 현장 요원들과 함께했기 알 수 있는 것이었다.
“현장 요원들은 가망이 없는 순간에는 동료에게 절대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
동료들의 도움 요청을 무시할 수 있는 냉혈한이 얼마나 있을까.
자신의 도움 요청이 동료들의 발목을 잡고, 위급한 상황에서 더 위급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절대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오히려 태연한 척 강한척하며, 동료들이 미련 없이 발을 뗄 수 있도록 웃을 수 있는 이들이었다.
죽음이 두려운 건 똑같았다.
하지만 자신의 확정된 죽음이 동료들의 발목을 잡는 건 자존심 강한 그들로서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일이었다.
즉, 그들은 척준신이 알고 있는 동료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만약 척부장님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그냥 나가라고 했다면…. 망설이셨겠죠.”
“그랬겠지.”
척준신의 성격이라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진짜 요원들이었다면 도움을 요청하기보단, 먼저 현재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을 거라고 강신은 생각했다.
“어쨌든…. 그 교실의 문을 열자 복도에서 마주쳤던 인형이 나를 기다리고 있더군.”
척준신은 칠판에 박제된 현장 요원들의 모습을 신경쓰느라, 인형이 다가온 걸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소름 끼치는 모습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인형과 척준신이 눈을 마주쳤다.
“캬아아악!!”
인형이 괴성을 지르자, 이빨이 미친 듯이 앞뒤로 움직이며 척준신을 노렸다.
척준신이 몸을 날려 인형과 거리를 벌렸다.
그렇게 척준신과 인형의 추격전이 시작됐다.
눈을 마주쳐서인지, 인형은 척준신을 미친 듯이 추격해왔다.
“인형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네.”
이미 한 번의 오판으로 오른손이 찢어졌고, 아직 피를 흘리고 있었다.
척준신은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위험이 높다고 판단해 탈출하기로 마음먹었다.
창문을 깨고 탈출하면 빠르겠지만, 이미 끔찍한 인형을 조우하기 전에 유리창에 물건을 던지고 왼손으로 두들겨도 보았다.
폐교의 유리창은 정체 모를 힘으로 보호받고 있었다.
척준신은 다른 작품들과 달리 빠른 속도로 자신을 쫓아오는 인형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입구를 향해 뛰었다.
그렇게 척준신이 인형의 손길을 피해 처음 자신이 들어왔던 입구에 도달하자, 이대로라면 척준신을 놓치리라 생각한 인형이 몸을 날렸다.
“그리고 발을 붙잡혔지.”
“헿…? 아저씨가 붙잡혔다고요?”
“그래, 다 빠져나왔다고 생각한 순간 엄청난 속도로 다이빙했거든. 커다란 인형이 그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지.”
척준신이 필사적으로 공격을 피했던 것처럼 인형 또한, 척준신을 잡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오른쪽 다리를 붙잡힌 척준신은 본능적으로 왼쪽 발로 다리를 붙잡은 인형의 팔을 차버렸다.
“그때, 순간 아차 싶었네.”
작품에 손을 대면 안 된다는 문구, 그리고 작품을 공격하려다가 엉망이 된 오른 손을 떠올렸다.
하지만 척준신의 발은 그 생각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다.
퍼억!
척준신의 발차기를 맞은 인형의 팔이 기이하게 꺾였다.
인형은 자신의 팔을 망가트린 적에 대한 적대감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척준신은 자신의 왼발이 멀쩡하다는 것에 의문을 느꼈다.
‘뭐지?’
하지만 괴물 인형은 척준신이 생각하는 걸 기다려주지 않았다.
“캬아악!!”
기이하게 꺾인 오른손을 풀지 않고 천천히 인형은 몸을 일으켰다.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더군.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해졌지.”
왼발로 가한 공격은 제대로 인형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그 사실 하나만으로 공포 스릴러였던 장르가 액션 영화로 바뀌기 충분했다.
“흡!”
척준신이 붙잡힌 오른쪽 발을 그대로 바닥에 박듯이 고정했다.
그리고 몸을 틀어 회전력을 더한 왼발로 인형의 머리를 후려쳤다.
퍼억!!
쿠당탕!
괴물 인형이 제대로 일어나기 전에 위력적인 척준신의 발차기를 맞고 구석으로 날아갔다.
사람이었다면 이 한방으로 바로 실신했을 정도의 위력이었지만, 척준신과 상대하고 있는 건 U.M.A로 추정되는 개체였다.
드득…….
목이 기이한 방향으로 꺾인 인형이 마치 고장 난 것처럼 몸을 비틀대며 일어났다.
“거기서 난 다시 고민했네.”
공격이 통한다는 건 제압도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저 인형을 제압해서 회사로 가져가는 건 척준신에게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척준신을 쫓고 있는 적은 저 괴상한 인형 하나뿐이 아니었다.
인형 뒤로 전시회의 작품들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작품들을 발로 차볼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척준신은 결국 고개를 저었다.
지금 상황에서 발까지 다친다면 정말 곤란해질 수도 있었다.
‘혹시 전시회의 다른 작품들과 다릴 인형은 접촉해도 괜찮은 건가?’
척준신은 마지막으로 한가지 ‘도박’을 해보기로 했다.
그는 척준신의 발차기에 얻어맞고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인형에게 다가가 왼손을 뻗었다.
“헿…? 발이 아니라 갑자기 왼손이요”
“어차피 인형을 가지고 나가려면 잡아야 했으니까, 그전에 확인해 본거지.”
인형을 왼발로 제압해도 손으로 만지지 못한다면, 다른 작품들을 피해서 인형을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척준신은 왼손으로 인형을 만질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한 것이었다.
그 결과는….
퍼억!!
으드득!
기괴하게 꺾여있던 인형의 머리가 뼈가 바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회전했다.
인형에게는 척준신의 공격이 통한 다는 게 확인됐다.
“겉모습은 공포감을 주기에는 충분했지만, 인형이라 그런지 내구력 자체는 인간의 신체보다 훨씬 약하더군.”
사실 이건 척준신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말이었고, 평범한 사람은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수많은 U.M.A들과 상대해 온 척준신에게는 다른 위험한 U.M.A보다 전투능력이 훨씬 떨어진다고 느껴졌다.
척준신에게는 오히려 공포감을 주는 인형보다 천천히 걸어오는 작품들이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어쨌든 척준신은 쓰러진 인형을 발로 짓밟고, 계속 앞뒤로 움직이며 자신을 위협하는 인형의 이빨을 왼손으로 뽑아냈다.
날카로웠지만 인형의 이빨은 소모형 보호 장치를 뚫어내지 못했다.
“캬학!”
무자비한 척준신의 행동에 고통을 느낄 리 없는 인형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척준신은 작품들이 다가오기 전에 인형의 이빨을 몽땅 뽑아버렸다.
그리고 왼손으로 인형의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며 입구로 이동했다.
인형의 속은 비어있는 것인지, 생각보다 가벼웠고 척준신이 전시회 작품들에게 따라 잡히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학교 현관을 빠져나왔는데 작품들은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지, 밖으로는 나오지 못했다.
어째서인지 바깥은 이미 꽉 찬 달이 떠오른 밤이었다.
“체감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네만…. 이상하게도 시간은 6시간이나 흘렀더군….”
작품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걸 확인한 척준신은 한숨을 크게 내쉬고는 학교 운동장에 주차해둔 차량으로 인형을 끌고 갔다.
인형을 움직이지 못하게 구속한 뒤, 뒷좌석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내가 차를 끌고 정문을 빠져나가자, 갑자기 천둥소리가 들렸네.”
“천둥소리요?”
강신이 묻자, 척준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를 세우고 뒤를 돌아보자, 방금까지 멀쩡했던 학교가 무너져 내리더군.”
“헿? 갑자기 학교 가요?”
척준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오래된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순식간에 폭삭 주저앉아버렸다.
척준신은 그 모습을 멀리서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