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92
391화
하늘 고래가 뿌린 안개가 자욱하게 시야를 가렸다.
이제는 건강해진 하늘 고래가 강신을 바라보며 고마운 듯이 큰 눈을 껌뻑였다.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강신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것일까, 하늘 고래는 화답하듯이 울었다.
부오오~
강신이 살짝 하늘 고래를 쓰다듬었다.
하늘 고래에게는 아주 작은 손이었지만 하늘 고래는 강신의 손길을 느끼고 기분 좋은지 눈웃음을 쳤다.
“이제 위험한 곳으로 가면 안 돼.”
강신은 그렇게 말하며 품속에 따로 챙겨 두었던 드론을 꺼냈다.
“네시스.”
강신이 프로네시스를 부르자, 드론이 초록빛을 내뿜으며 천천히 날아올랐다.
드론이 내뿜는 초록빛은 상당히 밝았다.
‘이 정도면 안개 속에서도 보이겠지.’
현장 요원들이 들고 왔던 드론 중에서 가장 빛이 강한 녀석이었다.
“이게 너를 안전한 곳으로 안내해줄 거야.”
강신의 말이 끝나자, 드론이 점차 하늘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말은 알아듣지 못해도 의미를 이해한 것일까.
하늘 고래가 다시 한번 눈으로 강신에게 인사하고 초록빛을 내는 드론을 따라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부오오~!
힘차게 울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하늘 고래의 모습은 안개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아도 경건한 마음이 절로 생길 정도로 멋있었다.
하늘 고래가 하늘로 완전히 날아가자, 강신은 자신이 타고 있었던 배로 돌아왔다.
“강책임님, 고생하셨습니다.”
장웨이가 흠뻑 젖어있는 강신을 위해 수건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 감사합니다.”
강신은 수건을 젖은 부위들을 대충 닦으며 다른 일행들을 둘러봤다.
맥스와 친구들은 하늘 고래가 올라간 곳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 중 빌리는 감격의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아…. 내가 이걸 보려고 그 고생을 했구나.”
그런 빌리의 좌우측으로 맥스와 케빈이 나란히 서 빌리와 함께했다.
“진짜 감동적이네.”
“맨날 집에서 노는 것보다 더 보람차네.”
강신은 그들의 모습을 아련하게 바라봤다.
자신에게도 저런 사람들이 있었다.
감성에 빠지기를 잠시, 강신은 카밀라의 질문에 현실로 돌아와야 했다.
“그럼, 이제 여기서 일은 끝난 거죠? 이제 철수하는 건가요?”
꽤 긴 시간 하늘 고래를 쫓아다니면서 강신과 일행들은 육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으로 피로가 쌓여있었다.
밤낮이 바뀐 것은 물론이고 야간에도 하늘만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강신은 그녀가 원하는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죄송하지만,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네? 왜요?”
“저희의 목표는 용연향이었으니까요.”
일본 자위대가 하늘 고래를 공격하는 모습이 너무 임팩트가 커서인지, 잠시 잊고 있었던 목표가 떠올랐다.
애초에 성신은 하늘 고래를 구조하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용연향을 얻기 위해 따라다니다 보니, 일이 꼬인 것뿐이었다.
“싫어…. 이제 쉬고 싶어.”
카밀라가 울상을 지었다.
유독 카밀라가 투정 부리긴 했지만, 그녀만 힘든 표정을 짓는 것은 아니었다.
방금까지 돈독한 우정을 보였던 맥스와 친구들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끝난 게 아니었어?”
“맞다. 우리 용연향 찾으러 온 거였지…….”
강신도 지친 팀원들을 쉬게 해주고 싶었지만, 권영식이 그토록 원하던 용연향을 제대로 얻지도 못하고 철수할 수는 없었다.
“조금만 더 힘냅시다.”
강신이 아무리 힘내라고 응원한들, 힘이 날 리가 없었다.
그러던 그때,
쾅!
“뭐야!”
“주변 경계해!”
뭔가가 배 위로 떨어졌고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빠르게 주변을 경계했다.
하지만 그 소란은 얼마 가지 못해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하얀 구슬?”
소리가 들린 장소와 가장 가까이 있던 빌리가 떨어진 물건을 확인하니, 어디서 본 듯한 하얀 구슬이 굴러다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설마….”
어찌 모를 수가 있을까, 조금 크기가 작긴 해도 강신이 매번 겨울 나비들에게 보여주는 구슬과 똑 닮아 있었다.
“질소 보관 용기 가져다주세요!”
강신이 서둘러 외치자, 장웨이가 미리 준비해두었던 보관 용기를 건넸고 강신은 빌리에게서 하얀 구슬을 빼앗아 그대로 용기에 집어넣었다.
푸슉. 푸슉.
용기 내부에서 질소가 분사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후우….”
“이거 정말 용연향 맞습니까?”
얼떨떨한 표정으로 빌리가 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크기가 작긴 하지만 용연향이 확실합니다.”
어째서 용연향이 이곳으로 떨어졌을까, 하늘 고래가 보답이라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진위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그들이 원하던 목적을 이룰 수 있었다.
“그렇다면….”
“네, 이제 철수하죠.”
강신의 대답에 맥스와 친구들의 얼굴에서 화색이 돌았다.
“좋아!”
“으아! 드디어 퇴근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장웨이가 맥스와 친구들에게 절망적인 말을 꺼냈다.
“미안하지만 여러분의 퇴근은 조금 미뤄야겠군요. 회사로 복귀하면 이번 현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보고서로 작성하고. 잘되었던 부분과 실수한 부분, 그리고 개선점을 적어서 보내주십시오.”
“아…. 안돼.”
표정이 굳어진 맥스와 친구들 제외한 이들은 모두 만족한 표정으로 그렇게 현장을 마무리했다.
목표한 것을 이뤘으니, 각 지부에서 파견되었던 현장 요원들도 각자 맡은 구역으로 돌아갔다.
강신과 팀원들은 바로 수원으로 올라가 용연향을 권영식에게 건네주었다.
권영식은 뭐가 그리 급한지 용연향을 받고 곧장 실험실로 칩거해 버렸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 * *
강신은 그간 쌓인 일을 처리한다고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프로네시스에게서 뜻밖의 소식을 들을 수가 있었다.
-드론을 계속 따라와.
“하늘 고래가?”
-응, 빛을 끄고 드론을 바닥으로 내려봤는데, 계속 똑같은 곳에서 맴돌면서 계속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의존증이라도 생겨버린 것일까, 하늘 고래가 이상 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늘 고래가 어째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의아해했지만, 강신은 그런 하늘 고래의 행동을 보고 좋은 생각이 떠올렸다.
그리고 곧장 국정원에게 연락을 했다.
강신의 제의를 들은 국정원 요원은 믿지 못하겠다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러니까, 가뭄이 든 곳에 비를 내릴 수 있다는 건가요?
“네.”
한국에도 여름이 되면 가뭄으로 피해를 보는 곳이 있었다.
국가를 운영하는 기관인 이상 이는 그냥 넘길 수 없는 말이었다.
-원하시는 게 있습니까?
“아니요, 보수는 괜찮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요?
“네, 한국에서 하늘 고래가 공격받지 않게 해주세요.”
-그건 제가 결정할 일이 아닌 것 같군요, 위쪽과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온순하긴 해도 하늘 고래는 엄연히 U.M.A였다.
대놓고 돌아다니는 U.M.A를 탐내지 않을 기업은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결정되면 연락해주십시오.”
-네, 가까운 시일 내에 연락드리겠습니다.
강신은 정부가 자신의 제안을 수락할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했다.
‘대가를 아예 받지 않으니까.’
정부로서는 손해를 볼 것이 없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다음 날, 강신은 자신의 예상대로 정부의 답을 들을 수가 있었다.
‘이걸로 하늘 고래도 조금은 편하게 생활할 수 있겠지.’
정부만 이익을 얻는 구조는 아니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성신에도 충분한 이익이 떨어졌다.
‘가장 큰 것은 용연향.’
하늘 고래의 위치가 정확히 파악되니, 용연향을 주기적으로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강신이 만족스러운 결과에 기분이 좋을 때, 칩거에 들어갔던 권영식이 강신을 찾아왔다.
“지금 당장 가야 할 곳이 있으니, 따라오게.”
비밀 연구소에서 쉽게 움직이지 않는 권영식이 가야 할 곳이 있다니, 강신은 의문이 들었지만 다급해 보이는 권영식의 모습을 보고 곧장 그의 뒤를 따라 나왔다.
권영식은 007 서류 가방 하나와 용연향이 들어 있는 질소 보관 용기를 들고 준비된 차에 탑승했다.
권영식과 강신이 차에 타자마자, 지원 요원이 목적지를 듣지도 않고 바로 차를 출발시켰다.
어디로 이동하는지 궁금한 게 많았지만, 그간 연구실에서 잠을 제대로 못 잤던 것인지, 권영식은 차 안에서 금새 잠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했을까, 강신이 권영식과 도착한 곳은 바로 성신 병원이었다.
병원에 도착하자, 권영식이 일어났다.
“이곳에 왜 왔는지, 알겠나?”
“용연향을 테스트하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반은 맞았네.”
반만 맞았다는 소리에 강신의 의문은 더 깊어졌다.
권영식은 서둘러 강신을 데리고 한 병실로 이동했다.
“아….”
익숙한 병실의 입구였다.
아니, 잊을 수가 없는 병실이었다.
“들어가지.”
권영식은 거침없이 병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병실에는 김대리와 미래를 약속한 여자친구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김대리는 그녀에게 떠나라고 편지를 남겼지만, 그녀는 깨어나지 못하는 김대리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그녀는 병문안을 온 강신과 권영식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반겨주었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지울 수 없는 짙은 그림자가 끼어 있었다.
“크흠, 김대리는 좀 어떻습니까?”
권영식이 묻자, 그녀는 의사에게 들었던 내용을 그대로 권영식에게 알려주었다.
“몸 상태는 모두 회복되었다고는 하는데……. 어째서인지 깨어나질 못하네요.”
힘없게 대답하는 그녀는 상당히 지친 표정이었다.
“갑작스럽게 미안하지만, 자리를 비켜줄 수 있겠나?”
원래대로였다면 쉽게 비켜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어느샌가 이쪽 분야에 발을 걸치고 있었다.
그녀는 김대리의 사라진 신체가 돌아온 것을 확인했다.
현대 과학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성신은 그녀가 다른 곳에 알리지 않도록 비밀 서약서를 받았고 김대리가 어떤 일을 했었는지, 간략하게 설명했다.
“……네.”
그녀는 지금 강신과 권영식이 김대리를 깨우기 위해 뭔가를 시도하려는 걸 짐작했고, 차분하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하지만 강신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자신을 위해 깨어나지 못하는 동료를 볼 면목이 없었다.
“허억…. 헉….”
죄책감으로 호흡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러자, 강신의 상태를 확인한 권영식이 강신의 등을 때렸다.
짝.
“윽.”
“나도 함께 책임질 테니, 자신이 저지른 과오에서 눈을 돌리지 말게.”
강신은 권영식의 말을 듣고 정신이 들었다.
호흡이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혼자 너무 많은 걸 안을 필요는 없네. 그 일은 사고였고 자네만 잘못한 게 아니었네, 나도 잘못했지.”
권영식은 그 말을 끝으로 챙겨왔던 가방에서 여러 실험 도구를 꺼냈다.
강신이 고개를 들어 천천히 병상에 누워있는 김대리를 바라봤다.
그러기를 잠깐, 권영식이 강신을 불렀다.
“강책임, 보고만 있지 말고 거들게.”
“아, 네.”
권영식은 질소 보관 용기에서 용연향을 꺼내 강신에게 건넸다.
“표면을 긁어 주게.”
“네.”
옆에서 권영식이 액체들을 조합하는 동안 강신은 표면을 긁어 떨어지는 가루를 샬레에 넣어서 권영식에게 건네주었다.
권영식은 그것을 받아 자신이 조합한 유기 용액을 샬레에 부어 용연향의 가루를 녹여냈다.
그러자 병실 내부에 어떤 향기가 맴돌았다.
아니, 향기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한 ‘냄새’였다.
“좋아, 성공했군. 이제 잠시 기다려볼까.”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김대리는 깨어나지 못했다.
“쯧, 뇌 쪽의 문제가 아니었나…….”
권영식은 김대리가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뇌 쪽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제야, 강신은 권영식이 어째서 정부와 다른 기업에 큰 대가를 지불하고 국내 모든 지부에서 사람을 동원하면서까지 용연향을 원했는지 알게 되었다.
‘팰로우님은 처음부터 김대리님에게 용연향을 사용할 생각이었구나.’
권영식은 덤덤하게 어질러진 실험 도구를 챙기자, 강신이 그를 도왔다.
“괜찮아.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네.”
거짓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 권영식이 손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내가 죽기 전엔 무슨 일이 있어도 척부장과 현장 요원들 그리고 김대리까지 원래 있던 자리로 데리고 올 것이네.”
그는 자신에게 다짐하는 것처럼 말했다.
그리고 강신은 그런 권영식에게 동의하듯이 대답했다.
“꼭 그렇게 될 겁니다.”
강신은 이날, 비로소 과오를 직시하고 혼자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 * *
경상북도 청송군 안덕면 성재리의 한 야산.
한 남성이 괴상한 몰골로 호흡을 거칠게 내쉬고 있었다.
“허억, 허억…. 너 누구야!”
살려달라고 외치는 남성은 웅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스스로 웅크리고 있는 게 아니었다.
마치 거미줄에 걸린 벌레처럼 그 남성의 몸 곳곳에는 피부를 뚫고 하얀 실 같은 게 주변 나무와 엉켜있었다.
때문에 그는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김병찬.”
“시X 도대체 너 누군데,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김병찬이라 불린 남성은 자신을 이렇게 만든 짙은 색 우비를 걸치고 있는 남성을 보며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위협했다.
“네가 죄를 지었으니까.”
김병찬은 사기꾼이었다.
“죄? 그 죄 이미 다 청산했어! 이 새끼야!”
하지만 그는 이미 경찰에 잡혀서 감옥 생활을 하다 출소했다.
법적으로는 그 죗값을 다 받은 것이다.
“네가 친 사기 때문에 몇 명이 죽었는데, 고작 몇 개월 감옥에 있었다고 죄를 청산했다고 할 수 있을까?”
김병찬이 친 사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이 나라의 법은 가진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있고 허술하기 그지없지. 그러니, 내가 널 다른 이들을 대신해 처벌하겠다.”
“개소리하지마! 너는 무슨 권리로 그러는 건데!”
우비를 입은 남성이 품속에서 손도끼를 꺼냈다.
“맞아, 나에게는 사실 널 해칠 권리는 없지. 그런데…. 너도 남을 속일 권리는 없었잖아?”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은 우비의 남성.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무심하게 손도끼를 내리쳤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피가 튀었다.
움찔거리는 김병찬의 몸이 더는 움직이지 않자, 우비의 남성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사실 복수 같은 건 아니야. 그냥 나쁜 놈 중에서 나보다 유명한 놈이 있다는 게 마음이 들지 않았을 뿐이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김병찬의 시체를 그대로 두고 홀로 그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