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1
40화
울프팀이 창설되었지만, 강신은 곧바로 현장 임무를 받지는 않았다.
팀장으로서 해야 하는 기본적인 업무를 임 상무를 따라다니며 배울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권영식은 강신이 알려 준 겨울 나비의 날개 가루의 부작용을 듣고, 신약의 임상 실험을 중지시켰으며 강신이 가지고 온 신단수의 일부를 연구했다.
척준신은 회사의 VIP 비밀 호위를 위해 자리를 비웠고, 김 대리는 대리급으로 부족한 지원 업무 역량을 높이기 위해 김병기를 따라다니며 스파르타식으로 필요한 정보들을 머릿속으로 욱여넣고 있었다.
그렇게 강신이 기본적인 업무를 모두 습득한 며칠 후.
강신은 회사에서 제공해 주는 미확인 생물 출현 현장에 대한 정보 몇 개를 가지고 팀원들을 소집했다.
소집이 떨어지기 무섭게 팀원들은 하던 일들을 멈추고 지난번에 사용했던 29층 회의실로 모였다.
“이제 저희도 현장으로 나가 봐야죠. 저는 이 중에서 한 곳에 가 보고 싶은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신이 홀로그램 프로젝터를 통해 미확인 생물 출현 현장들에 대한 정보를 팀원들이 보기 쉽게 띄워 주었다.
팀원들은 기념할 만한 울프팀의 첫 번째 공식 임무가 무엇일지 굉장히 기대를 하고 있는 눈치였다.
그들은 강신이 띄운 홀로그램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자기가 맡은 부분에서 각자의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여기는 사람의 유동이 많아서 진행하려면 폐점 시간까지 기다려야겠는데요. 그리고 위치도 미국 플로리다주니까, 가려면 여권도 필요하고 비자도 발급받아야겠네요.”
김 대리가 현장을 하나 잡아, 확대하며 이야기를 진행했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가득한 디즈X랜드군요. 굉장히 넓은 부지를 자랑하지만 그만큼 많은 괴담이 있는 곳이었죠.”
김대리는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며 말을 이어갔다.
“기본적으로 스몰 월드 괴담들과 폐점에 가까운 시간이 되면 귀신들이 목격되기도 한다고 하죠? 문제는 월트 디즈X 쪽에 협조 요청을 해도 들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임 상무가 김 대리가 확대한 홀로그램을 자기 쪽으로 끌고 오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임 상무 옆쪽에 앉아 있는 척준신이 홀로그램 아래쪽에 적혀 있는 정보와 감지기에서 나온 위험 등급을 확인했다.
“강 선임, 이건 추후로 미뤘으면 좋겠군. 처음부터 위험 등급이 너무 높아, 조금은 안전한 현장을 찾는 것은 어떤가?”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강신이 척준신의 의견을 듣고 팀원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다른 현장에 대한 정보의 크기를 키웠다.
“음, 그건…….”
“이래서….”
“저건….”
회의는 예상보다 길게 이어졌다.
첫 임무이다 보니, 팀원들의 의욕이 굉장히 높은 것인지, 현장 하나하나 까다롭게 따져 가며 각자의 의견을 제시했다.
처음 강신의 의도는 많은 미확인 생물 출현 현장 중에서 한 곳을 골라서 가려던 것이었다.
그런데 회의가 진행되자 현장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제외하고 있었고 결국 남은 것을 선택해야 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한 개의 현장만이 남았다.
“그럼, 이걸로 괜찮겠습니까?”
강신이 팀원들에게 묻자, 가장 먼저 대답한 것은 김 대리였다.
“지원 쪽으로는 전혀 문제가 될 게 없을 것 같네요.”
그다음으로 척준신과 권영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이어 갔다.
“순간적으로 감지된 위험 등급이 이 정도라면 괜찮아 보이는군.”
“나야, 이곳에서 연구만 하는 사람이니, 강 선임의 선택을 반대할 이유는 없지.”
마지막으로 대답하지 않은 임 상무에게 시선이 몰리자, 그는 잠시 고민을 하고 입을 열었다.
“이미 언론으로 보도가 된 상황이니, 회사 지원팀의 도움을 받는 것보다 현장은 공권력의 도움을 받는 편이 좋겠군요. 미리 협조 요청을 보내야겠습니다.”
“아, 임 상무님 공권력 하니까 생각이 난 건데, 우리 회사와 국가기관은 정확히 무슨 관계입니까?”
강신은 이미 척준신에게 장관급 정치인들은 U.M.A.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정확히 회사와 국가가 어떤 관계인지 궁금했다.
“관계는 그냥 협력 관계와 가깝지.”
권영식이 별것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자 임 상무가 추가로 자세한 설명을 이어 갔다.
“팰로우님 말이 맞습니다. 관계는 그냥 협력 관계입니다. 저희 회사 연구소 지부가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그 나라의 공권력과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각국에서는 처리하기 어렵고, 일반인들이 알게 되면 사회의 혼란이 되는 U.M.A.를 직접 처리하는 것보다 기업들에 맡기고 편의를 봐주는 편이 편할 테니까요.”
강신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임 상무의 이어지는 말을 경청했다.
“그래서인지, 상당히 편의를 잘 봐주는 편입니다. 공권력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물리는 것은 물론이고, 저번에 보신 것처럼 도로를 통제해 주기도 하죠. 일반인들이 입장하지 못하는 지역도 어지간해서 들어갈 수 있도록 허가를 내 줍니다.”
“일반인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요?”
“DMZ 내부라든가…….”
DMZ는 비무장지대로 불리는 곳으로 국제조약과 협약으로 무장이 금지된 지역을 뜻했다.
그곳은 법적으로는 민간인뿐만 아니라, 군인도 들어가지 못하는 지역이었다.
“그리고, 작전 중에 발생한 도로를 파손시킨다든가 가로등을 부쉈다든가 하는 잡다한 죄들은 그냥 눈을 감아 주기도 합니다.”
“단지 까다로운 U.M.A.를 포획한다고 국가기관에서 그 정도로 편의를 봐주는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음…. 뭐 다른 내용이 더 있긴 합니다. 우선 U.M.A.를 포획하고 연구하는 기관이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대기업이니, 공개된 금액보다 세금을 더 많이 지불합니다. 그리고 더 있다면 각 국가에서 잡은 U.M.A.는 다른 나라로 반출이 불가능하다는 것과 정부에서 요청하는 기술 개발에 협력해야 한다는 것 정도겠네요.”
“그렇군요.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그전부터 궁금했던 것이라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그럼 모두 첫 임무를 이 현장으로 나가는 거 동의하시는 거죠?”
강신이 결정된 현장의 홀로그램을 키우고 팀원들에게 묻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만장일치로 결정된 현장의 홀로그램 밑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부산시 부산진구 서면에서 일어난 묻지마 범죄.」
* * *
부산하면 떠오르는 번화가 중에는 서면이라는 지역이 있다.
여러 음식점뿐만 아니라 술집까지 즐비한 서면의 먹자골목에는 항상 유동 인구가 많았다.
번화가 근처에서 가장 유동 인구가 적은 곳은 아무래도 숙박업소가 모인 골목일 것이다.
그 골목 중에서도 깊숙이 들어간 장소, 옆에는 부X장 여관이라는 촌스러운 간판이 붙어 있었다.
그곳에 옷이 해지고 얼굴에는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중년의 남성이 쭈그리고 앉아 양손으로 자신의 몸을 끌어안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미친 사람처럼 혼잣말을 내뱉었다.
“미안하다. 내 잘못이야, 내가 계속 함께 있어야 했어…….”
중년의 남자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것으로 멈추지 않고, 흐느껴 울기까지 했다.
아무리 인적이 드문 곳이라지만 지나다니는 사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고, 지나가는 행인들은 중년의 남성을 곁눈질로 보며 인상을 쓰고 지나갔다.
죽치고 앉아 있어서 손님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그 남성을 보다 못한 숙박업소의 주인이 밖으로 나왔다.
그는 중년의 남성이 자신에게 해코지를 할까 봐 평소 공터를 쓸 때 사용하는 긴 빗자루를 손에 들고 있었다.
“아, 아저씨! 안 그래도 장사도 안 되는데, 여기 말고 딴 데로 좀 가시라고요!”
“내가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흐어엉.”
중년의 남성은 숙박업소 사장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계속 누군가에게 잘못을 빌며 울고 있었다.
“아저씨! 자꾸 여기서 이러면 영업 방해로 신고할 겁니다!”
“미안해……. 미안해.”
대꾸도 안 하는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한 숙박업소 사장이 빗자루로 중년 남성을 찌르려고 했다.
-크르르르…….
갑자기 사장의 귓가에 갯과 동물이 마치, 위협을 가하기 전에 내는 것과 같은 낮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사장이 깜짝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근처에는 어떤 동물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였다.
주위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중년 남성이 고함을 질렀다.
“하, 하지 마!! 내가…. 내가 잘못했으니까, 그만해!”
남성은 웅크리고 있던 몸을 벌떡 일으키고는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달아났다.
그 모습은 남들이 보기에는 마치 자신에게 위해를 가한 숙박업소의 사장을 피해서 달아나는 것처럼 보였고, 주위에서 관심 없는 척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서로 수군대며 숙박업소의 사장을 욕했다.
“인정머리도 없지. 몸 상태가 안 좋으신 분 같던데, 저렇게 매몰차게 쫓아내네.”
“그러게.”
어떤 위해도 가하지 않았음에도 그런 욕을 들은 사장은 억울하기만 했다.
“에이씨, 괜히 진상 때문에 이게 뭐야. 재수도 없네. 카악! 퉤!”
이미 멀리 달아난 중년 남성을 뒤로한 채 바닥에 침까지 뱉은 사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숙박업소로 들어갔다.
사건의 당사자들이 모두 사라지자, 그곳에서 구경 중이던 행인들도 곧 관심을 거두고 모두가 자기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만취한 사람이 숙박업소를 이용하기 위해 걸어오다가 아까 중년의 남성이 있던 곳 근처에서 다리가 걸려 넘어졌다.
쿠당탕!
꽤 성대하게 넘어졌는데 창피함 때문인지, 술기운 때문인지, 얼굴이 붉게 변해서는 괜히 소리를 질렀다.
“에이 씨X, 어떤 새끼가 내 발을 걸었어!”
사실 그 취객은 결코 술에 취해 혼자 넘어진 것이 아니었다.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취객은 자신의 발이 걸린 곳에서 무언가를 확인하고 눈을 크게 치켜떴다.
“이게 뭐야…….”
취객이 넘어진 거리에는 마치 어떤 동물이 할퀸 것처럼 네 개의 선명하고 깊은 상흔이 새겨져 있었다.
* * *
다음 날.
강신은 척준신과 김 대리와 함께 기본 장비를 챙겨서 부산으로 향했다.
그들은 기차를 이용했는데 영화 한 편이 상영되는 시간 정도가 흐르자, 부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기차에서 내려 역 밖으로 나오자, 강신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강신 선임님 맞습니까?”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강신은 그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강신의 요청을 받고 울프팀을 도와주기 위해 나온 사람이었다.
“네, 제가 강신입니다. 부산 지부 지원팀 맞습니까.”
“네, 저는 박재성 대리입니다. 부산 지부 지원팀 요원이죠. 반갑습니다.”
박재성이 손을 내밀자, 강신이 그 손을 잡고 간단히 악수를 했다.
“우선 저쪽에 차를 대기해 놨으니, 저쪽으로 가시죠.”
박재성이 앞장서서 회사 차량이 있는 곳으로 강신 일행을 안내했다.
그가 안내한 곳에는 수원 지부에서 사용하던 것과 같은 익숙한 SUV가 대기하고 있었다.
강신 일행이 지체 없이 차량에 탑승하자, 박재성이 황색 서류 봉투를 강신에게 건네주었다.
“울프팀에서 요구한 미확인 생물 출현 현장의 상세 자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