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30
429화
“흠….”
강신이 턱을 쓰다듬었다.
‘범죄자만 찾아서 죽인 다라…. 최근에 비슷한 상황을 겪었는데….’
그것도 자신이 이끄는 울프팀이 한 행동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현재 여론은 범죄자들이 죽어서 꼴좋다는 사람들과 그래도 죽이는 건 너무했다는 사람들로 나뉘었죠.”
“……이러니, 모방 범죄가 일어났군요.”
이한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보가 신념을 가지면 위험하다 했던가.
그 신념이 자신만의 정의라면 더욱더 위험했다.
‘자신이 옳은 일을 한다고 믿으며 다른 사람들을 상처 입히는 걸 주저하지 않으면, 죄책감도 느끼지 않을 테니까.’
히어로 메이커는 그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었지만, 그가 저지른 범죄는 일관성이 있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쉽게 깨달을 수 있었다.
“법의 처벌을 교묘하게 피한 악인들의 처단.”
영화에서나 나올 법만 소재였다.
그냥 들었을 땐 정의로운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사상은 현실에서 매우 위험한 사상 중 하나였다.
‘그건 법치국가에서 법을 무시하는 행위니까.’
범죄자를 옹호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악법도 법이라고 나라의 기준이 되는 법을 무시한다면, 그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법이 있어도 지키지 않는 이들을 괜히 무법자라 부르는 것이 아니다.
히어로 메이커가 벌인 일들은 다른 이들에게 큰 자극을 제공했다.
불쌍한 시민들의 고혈을 빨아먹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던 범죄자들을 처단한다니, 일반인이 봤을 때는 사이다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도 생겨났죠.”
독일에서 히어로 코스튬을 하며 자경단 역할을 자처했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엄연히 말하자면 그때와는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독일에서는 영웅을 동경하는 사람들이 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범죄자’를 잡기 위해 돌아다녔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미 처벌을 받은 범죄자를 불법으로 공격했고, 이는 엄연히 범법 행위였다.
“수사관님이 말하길 처음엔 히어로 메이커를 쉽게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답니다.”
하지만 전국에서 모방범이 나타나자, 그를 쫓는 것이 어려워졌다.
붙잡힌 모방범들도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니, 형량이 가볍지 않았다.
그렇게 이야기를 들을수록 하일브론의 유령을 쫓았던 현장이 떠올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때보다 상황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것인가?’
잡아야 할 대상이 초월체가 아닌 사람이라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그래서, 아까 보고 있던 사진들은 뭐였어?”
강신이 묻자, 백소은이 아까 보고 있던 사진들을 꺼내며 대답했다.
“최근 모방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래요. 혹시 그들 중에 진짜가 있을 수도 있으니, 저보고 확인해 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보긴 했는데, 솔직히 그걸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이한울은 백소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소은이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더 알았다면 저런 부탁은 하지 않았을 텐데.’
2대 관상가라고 불리고 있지만, 그녀는 관상을 보지 못한다.
그걸 알았다면 저런 부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강신은 고생했다는 의미로 백소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헤헿.”
모방 범죄로 살인까지 하는 사람은 적었지만, 자신이 정의라 믿으며 죄책감 없이 여러 사람을 괴롭히고 있는 상황이다.
하루라도 빨리 이 사태를 해결해야 했다.
‘늦을수록 피해는 물론 사건도 커질 거야, 쯧, 히어로 영화를 너무 많이 본 미친놈 때문에 여러 사람 고생하네.’
속으로 혀를 찬 강신은 이한울에게 말했다.
“대충 사정은 다 알겠습니다. 이왕 도와드리겠다고 했으니, 아무래도 제대로 도와드려야겠군요.”
도와주겠다고는 했지만, 사실 강신은 현재 완벽히 준비된 상태는 아니었다.
몸 상태는 멀쩡해도 그가 애용하던 장비들이 현재 모두 수리 중이었고, 휘하에 있던 울프팀도 대부분 휴가 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강신이 직접 나서는 건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이한울이 회사에서 지원받는 것과 강신이 지원받는 건 수준이 달랐으니까.
강신은 좀 더 확실히 대화를 나누기 위해 둘을 데리고, 30층에 있는 개인 큐브로 이동했다.
이한울은 보안등급이 낮아 원래라면 올 수 없는 곳이었지만, 이번 작전 한정으로 강신이 상부에서 출입허가를 받아주었다.
그래서일까, 매번 30층을 놀러 오는 백소은과 달리 처음 들어온 개인 큐브 내부를 신기한 듯이 둘러보고 있었다.
“우아….”
“여기 정말 좋죠?”
입을 벌리고 내부를 구경하던 이한울이 백소은의 질문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강신은 그들이 개인 큐브를 둘러보는 동안 프로네시스를 불렀다.
“네시스, 히어로 메이커에 대한 정보를 싹 모아줄 수 있겠어?”
-물론이지, 맡겨만 줘.
프로네시스는 뉴스, 신문뿐만 아니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글까지 종합하여 강신이 쉽게 볼 수 있게 정리해 주었다.
“좋아, 그럼 시작해 볼까.”
대부분 이미 이한울에게 들었던 내용이었지만 강신은 혹시 그가 빠뜨린 부분이 없나 다시 한번 내용을 검토했다.
강신은 프로네시스가 제공하는 자료를 보며 여러 가지를 추론할 수가 있었다.
‘처음 범죄로부터 두 번째 범죄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존재해.’
그 이후로 범죄 주기는 점점 짧아졌고, 이제는 2~3일에 한 번꼴로 범죄가 일어났다.
‘어째서 첫 사건 이후 두 번째 사건까지 시간이 틈이 있었을까? 사람을 죽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아니면 다음 목표를 지정하는 것에 시간이 걸렸나?’
강신은 사소한 것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의심했다.
그리고 줄곧 의문이 드는 건 따로 있었다.
‘피해자의 피부를 당겨서 고정한 실.’
사진을 봤을 때 수많은 실이 피해자의 피부를 뚫어서 당기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피부가 찢어지지 않았다.
‘매우 절묘하게 힘 조절을 했다는 소리야.’
한 땀 한 땀 장인의 손길로 그런 노력을 했을 리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였으며, 이 때문에 현재 과학 수사담당관이 성신에게 협업을 요청했을 것이다.
“이 실이, 재능인가 보네요.”
“네, 안 그래도 수사관님도 이 실이 보통 물건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평범한 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성분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무엇으로 만들어진 지 모르는 실의 강도는 상당했다.
“가위로 잘리지 않을 정도로 질기고 불에 잘 타지도 않죠. 뭐, 그 덕분에 히어로 메이커와 모방범의 현장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문제는 그 사실을 언론에 공표할 수 없다는 것과 그 정보를 너무 신용하면 히어로 메이커의 함정에 꼼짝없이 당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재능으로 만든 실이라, 혹시 실의 샘플을 얻을 수 있을까요?”
“네, 정부 쪽에도 조사하고 있긴 하지만, 수사관님에게 직접 연락하면 조금은 내어주실 겁니다.”
“그럼, 그건 이한울씨에게 부탁드릴게요.”
“넵.”
강신은 두 번째로 확인한 것은 히어로 메이커가 살해한 피해자들의 특징이었다.
그들이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였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기에 강신은 다른 곳에 더 중점을 두며 확인했다.
‘성별도 제각각, 나이도 제각각, 범죄 이력도, 지역도 제각각이야. 하다못해 복무 기간도 출소한 기간도 달라.’
그렇게까지 다른 이들이라니, 그 순간 강신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겹치는 특징이 없는 이들인데, 어떻게 목표를 찾는 거지?”
범죄자들이 자기 입으로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떠벌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범죄자를 찾는 방법이 있다는 소리인데….”
강신은 히어로 메이커가 첫 범죄를 저지르기 전까지는 평범한 사람이었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가 이전부터 강신이 사는 세계의 사람이었다면 재능을 이용한 범죄를 이렇게 대놓고 저지르지는 못했을 테니까.
‘재능에 의한 범죄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대놓고 지속해서 일을 저지르는 사람은 없지.’
세계적으로 골머리를 앓게 만들고 있는 광신도들조차 히어로 메이커처럼 행동하지는 않았다.
광신도도 숨어서 일을 저지르거나, 가끔 한두 번 그것도 최대한 재능을 사용했다는 걸 일반인들이 모르게 움직였다.
아무리 제정신이 아닌 광신도들도 히어로 메이커처럼 움직이면 세계 각 국가 정부들과 기업들이 단체로 움직인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각 나라의 정부와 기업들이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U.M.A나 재능에 대해 일반 시민들이 알아차리는 것을 막을 땐 단단한 결속력을 보여주었다.
지금 정부에서 성신과 협업하며 히어로 메이커를 잡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이 기간이 더 길어지고 일반 시민들이 평범한 범죄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U.M.A 국제회의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컸다.
어쨌든 일반인이었던 히어로 메이커가 범죄자들의 신상을 알고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 피해자들의 신상을 건네준 곳이 있을 거야.’
그게 흥신소든 공무원이든 간에 뒤에서 협력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었다.
‘아니면 본인이 원래 그쪽에서 일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지, 그보다 도대체 범행 동기가 뭘까.’
범죄자에 대한 복수? 정의의 심판? 피해자에게 새긴 상처도 특이했다.
-히어로 메이커.
‘법이 범죄자를 처단하지 못해 직접 나서는 이야기는 영화 소재에서 많이 나오는데, 보통 히어로 메이커가 아니라 다크 히어로라고 부르지 않나?’
언제나 그랬듯이 강신의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후…. 복잡하네.”
왜 경찰이 아직도 히어로 메이커를 잡지 못했을까, 그들이 무능해서는 절대 아닐 터였다.
‘사건 현장 근처에 설치된 CCTV만 따와도 범인은 금방 특정할 수 있을 텐데….’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는 범죄다 보니, 피해자가 나오는 현장들 근처 CCTV에 자주 찍히는 인물만 종합해봐도 용의자는 쉽게 좁힐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강신은 경찰이 이한울에게 공유하지 않은 정보가 있을 거라 판단했다.
‘그게 뭘까? 아무래도 직접 만나보는 것이 좋겠는데….’
강신은 이한울을 빤히 바라봤다.
그러자 그는 강신이 자신을 왜 그렇게 보는지 몰라 볼만 긁적일 뿐이었다.
‘너무 순진해.’
그는 사회경험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웬만해서는 힌트만 제공하고 뒤로 빠져서 스스로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했는데….’
스스로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성장의 발판을 만들어 주고 싶었지만, 강신은 이한울이 어떤 사람인지 뻔히 보였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어.’
협업이 시작된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그간 이한울이 알아낸 정보는 거의 없었다.
첫 현장이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일하고자 하는 의지 자체가 적은 듯했다.
‘이번 일은 일단 내가 해결하고 장대리님에게 교육을 맡겨봐야겠어.’
어떻게 보면 월권행위로 보일 수도 있었지만, 도움을 요청한 건 이한울이었다.
요청을 받았으니 이제 그만두는 건 강신의 의지였다.
강신이 속으로 그렇게 다짐했고, 이한울은 갑자기 오한을 느껴 몸을 부르르 떨었다.